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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23432.JPG어제는 병원에서 채널A '뉴스톱10'(투석 시작 시간에 하는 방송인데 패널들은 맘에 안 들지만 나름 이슈 정리에 도움이 된다)을 보는데, 윤석열 선대위의 장예찬 공동청년본부장이 윤 후보의 '외국인 건보료 숟가락론'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나 하겠다"며 이렇게 말하더라.
"통계를 보면 중국인들이 보험료 대비 급여를 받은 비율이 114.5%로 다른 국적자 대비 보험료 낸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을 우리 정부로부터 받아가고 있는 분명한 통계가 있다. 반중 정서 자극이 아니라 왜 유독 중국 국적의 사람들만 다른 국가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급여를 받아가는 비율이 낸 것보다 더 높을까. 여기에 대해서 제도적인 국민의 세금을 아끼기 위한 고민을 한 것은 저는 정치인이나 정당이라면 당연히 해야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발언 확인은 이 영상에서)
장예찬 본부장이 인용한 논문은 지난해 3월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수록된 진기남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 등의 '외국인 건강보험가입자의 의료서비스 이용 현황 분석'이다. 연휴 때 자료 검색을 하면서 이 논문도 살펴봤는데, 한국 거주 외국인들의 국적별 건보 이용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논문이다. 내용을 보면, 2018년 기준 외국인 건보 가입자의 국적별 1인당 보험료 대비 급여비에서 중국이 114.5%로 가장 높았고, 우즈베키스탄 60%, 베트남 58.4%, 미국 41.9%, 일본 40.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어제 쓴 기사(외국인 건보 재정 연 5천억 흑자...윤석열 '숟가락론' 틀렸다)에서도 말했지만, 이는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한국계 중국인 포함)들의 비율이 44%로 압도적으로 높고, 연령대도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육아 도우미와 식당 종업원, 건설 현장 노동자 등으로 일하면서 한국인들의 일상을 뒷받침한다고 썼다. 고령층이 많으니 건강 문제가 많을 수 밖에 없고, 당연히 낸 보험료보다 급여비를 더 많이 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의 경우 대체로 저임금 노동을 한다.
그런데 같은 논문에 실린 다른 통계를 보면, 1인당 입원 진료비는 미국이 384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중국(336만원), 일본(324만원)이 뒤를 이었다. 1인당 외래 진료비 역시 미국이 55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중국(53만원), 일본(49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1인당 입원일수 역시 미국이 14.7일로 가장 높았고, 일본(13.4일), 중국(12.5일)이 뒤를 이었다. 이는 미국인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중증의 환자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파편적 통계를 두고 어떤 국적자들이 더 문제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현실은 늘 간명하지 않고 중층적이다.
게다가 저 논문을 보면, 중국인들의 경우 건보 가입자 가운데 지역가입자의 비율이 45.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2위 일본(28.9%), 3위 베트남(27.4%)의 2배 가까운 수치다. 기사에서도 설명했듯, 직장가입자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분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노동자 혼자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기 때문에 지역가입자의 부담이 더 크다. 아울러 이 비율이 높은 건 당시까지만 해도 건강 문제가 있는 외국인이 진료가 필요한 경우 건보 지역가입자가 된 뒤 짧은 기간 적은 보험료를 내면 건보 혜택을 받아 진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 가입이 어려운 농어촌 혹은 육아 도우미로 일하거나 영세 사업장 혹은 직종에서 일하는 이들이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이런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결국 한국에 사는 중국인들이 상당히 열악한 현실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통계가 된다.
그런데 이 제도는 한국에 입국한 뒤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은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닌 경우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어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하는 건강보험 당연 가입제도가 2019년 7월부터 시행되면서 더는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니 지금 와서 저 통계를 인용하는 건 상황을 호도할 수 있다. 그래서 기사에 언급하지 않았다.
윤석열과 장예찬 등은 반중 정서 자극이 아니라고 하면서 거듭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그렇게나 건강보험 적용을 하기 싫다면, 그냥 국경 닫고 '한국인'들끼리 살면 된다. 그런 현실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부터 한 번 생각해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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