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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커버스토리: 죽음도 차별이 되나요?] 방구석 탐정 만들어낸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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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분명 이례적이었다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빅카인즈에서 손씨가 실종된 425일부터 한달 동안 ‘손정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모두 1811건의 뉴스가 검색된다하루에 뉴스가 60건씩 쏟아진 셈이다빅카인즈에 등록되지 않은 수많은 디지털 매체들의 보도를 더하면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기자협회보> 428일부터 510일까지 13 동안 네이버에서 관련 뉴스 수를 확인한 결과 검색된 기사 수는 모두 2458건이었다고 한다기간이 3분의 1 줄었는데기사 수는 1.4 늘었다.

 손씨 실종 사흘 전 숨지면서 많은 이들이 손씨와 죽음의 무게를 견주었던 대학생 이선호(23) 사망 사고에 대한 뉴스는 어땠을까평택항에서 무게 300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이씨의 이름으로 빅카인즈에서 422일부터 한달 기간을 설정해 검색해보면모두 523건의 뉴스가 검색된다손씨 관련 뉴스가 3.5배나 많은 것이다뿐만 아니다. 2019 1014 극단적인 선택으로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가수 설리와 관련된 뉴스가 역시 빅카인즈 검색에서 이후 한달 동안 1776건이었던 점에 견줘도손씨 사건에 대한 보도는 무엇보다 분량에서 다른 이슈들을 압도했다언론이 그만큼 손씨의 죽음을 과잉 의제화했다는 얘기다.


추측·추정 보도 양산한 언론


 손씨가 실종 상태였던 지난 4  언론은 실종의 안타까움을 공유하는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실종 당시에도 손씨와 한강에 함께 있었던 친구 A씨의 행적을 의심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을 전하는 보도가 있었지만이보다는 손씨의 평소 행실이나 신상실종 당일 상세한 행적 등을 전하는 보도가 대부분이었다그러면서 손씨가 ‘의대생이라는 장학퀴즈에 나가서 준우승을 했다는  등을 앞세우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그 보도들은 일반적으로 한 평범한 대학생의 실종 사건이 사회적 의제가 되기 어렵지만손씨가 이렇게 “탁월한 청년이었기 때문에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고 애써 항변하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손씨가 의대생이라는 점과 장학퀴즈에 나가서 준우승을 했다는 점은 실종 사건과 연관이 없고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누군가 갑자기 실종됐고  배경에 사회가 함께 고민할 문제가 존재한다면그가 탁월한 삶을 살아왔든 그렇지 않든 보도될 가치가 있어야 한다.

 430 손씨가 끝내 숨진  발견되면서 언론은 본격적인 추측 보도에 나선다부검  아들의 머리에서 “날카롭게 인위적으로 그은 것처럼 보일 만한 상처”(430 <중앙일보>) 봤다고 말하는  타살설을 제기하는 손씨 아버지 손현씨의 발언이 적극 보도되기 시작했다급기야 3명의 남성이 한강변을 뛰어가는 CCTV 영상을 두고 “실종된 대학생 주변에 있던 남성들로 추정된다”(430 <서울신문>) 추측 보도도 나왔다민주시민언론연합이 내놓은 모니터를 보면 영상은 아무런 근거 없이 “‘한강 실종 대학생’ 쫓기고 있었나?”(52 <채널A>), “ 사람들 맞다면 실종 아냐”(53 <서울경제>) 등과 같이 확인되지 않은 추정 보도로 인용됐고이후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확산했다하지만  보도 사흘만인 53 <뉴시스> “경찰 조사 결과 영상  남성 3명은 모두 10였고 “자기들끼리 장난치고 뛰어노는 장면이 찍힌 것이지 손씨 죽음과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보도했다.

 오류가 드러났지만 부정확한 추정 보도는 멈추지 않았다언론 보도의 다음 순서는 손씨 친구 A씨가 용의자임을 전제로  의혹 부풀리기였다손현씨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해 “신발을 보여달라고 A 아버지에게 얘기했을  0.5 만에 나온 답은 ‘버렸다였다 A씨의 행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하자언론은 잇따라 이를 인용하며 ‘신발을 둘러싼 의혹’(53 <세계일보>), ‘의대생 아버지가 품은 의문점’(53 <중앙일보>) 등의 기사를 썼다손현씨가 “만약 친구(A) 자기 부모와 통화를 했던 (새벽) 330분쯤 내게 연락을 하기만 했어도 정민이는 죽지 않았을 이라며 “5시가 넘어도 나와 아내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데에 대한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한다 말한 보도(53 <머니투데이>)도 나왔다이 보도는 “A씨는 지난 1 차려진 정민씨의 빈소를 아직 찾아오지 않았으며 연락 두절 상태라고 한다”(53 <중앙일보>) 전언 보도와 함께 누리꾼들이 A씨의 행보에 대해 본격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이후에도 언론은 “민간구조사가 A씨의 박살난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손현씨의 말을 인용해 A씨가 휴대전화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그래서일까. ‘손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재 하루 만에 동의자 20만명을 훌쩍 넘겼다하지만  휴대전화 역시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그런데도 언론은 다시 A씨의 휴대전화 기종과 색깔까지 거론(56 <국민일보> <헤럴드경제>, 57 <세계일보>)하며 A씨를 용의자로 기정사실화하는 의혹 보도를 이어갔다.


개인 악마화하는 보도, 걸러냈어야


 유가족과 누리꾼들이 제기하는 의혹이 무분별하게 보도됐다가 경찰 조사에서 하나씩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이번에는 경찰 조사에 대한 불신을 얘기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 친구 아버지가 OO” 경찰 불신  번지는 음모론’(56 <국민일보>), ‘ 손정민 사건국민적 관심사인데경찰은  침묵하나’(56 <머니투데이>), ‘변호사대표교수한강사망 카더라’ 판쳐도 침묵한 경찰’(56 <중앙일보>) 등과 같은 보도가 대표적이다. ‘손정민 “서울경찰청우리 미워하고 친구 변호인만 사랑한다”’(528 <중앙일보>) 같은 발언이 여과 없이 보도된 것도 경찰에 대한 불신을 확산하는 역할을 했다.

 손씨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의 문제는 의혹 제기의 대상이  명의 무고한 개인이라는 점에 있다빅카인즈 검색에서 키워드 ‘손정민으로 검색된 1811건의 뉴스 검색 결과 안에서 ‘A 키워드로 재검색하면, 1059건의 뉴스가 검색된다손씨 사건을 다룬 보도 가운데 58.5% 되는 뉴스에 A씨가 등장하는 것이다그동안 경찰은   번도 A씨를 용의선상에 올린 적이 없다그러니 손씨 사건은 지금까지도 ‘변사 사건으로 남아 있다변사는 자연사 이외에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사망을 뜻한다범죄가 아니라는 말이다그런데도 언론은 유튜브와 SNS,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된 각종 근거 없는 의혹을 확인 취재조차 없이 보도하면서 A씨를 ‘사회적 용의자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김희원 <한국일보논설위원은 이에 대해 “보도하지 말아야  것을 걸러내는  언론의 역할이고피해자를 만들 위험이 있다면 낙종을 하는  옳다”(56 ‘지평선’ 칼럼) 지적했다언론의 의혹 보도는 사실에 기반을  검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만약 완성되지 않은 일부 팩트에 기반해 의혹을 제기하려면 그 검증 대상은 주로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과 같은 기득권과  기득권을 행사하는 주체를 향해야 한다특히 이번처럼 자식 잃은 부모의 애끓는 감정이나 이에 호응한 사람들의 왜곡된 원성에 편승해  명의 개인을 악마화하는 보도는  대상이 누구라도 미리 걸러냈어야 했다.

 피해자 유가족의 말을 여과 없이 보도한 점도 문제였다블로그와 직접 인터뷰 등을 통해 아들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손현씨의 목소리는 종종 음모론적 과잉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자체를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자식의 죽음이라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직면하면 인간은 누구나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설명할  있게 되기를 원한다원인을   없는 고통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7 동안 진실 규명을 호소하는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의 눈물, 서부발전 태안화력 산업재해 피해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의 호소평택항 산재 피해자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의 절규는 손현씨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다한국 사회는 생방송을 통해 생떼 같은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다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어가는 믿을  없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7 동안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죽음에 대한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사람들이 음모론에 기대서라도 이 죽음들을 해석하려 애쓰는 모습에는 그때의 충격이 부분적으로라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하지만 피해자 가족들과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집단적 고통에 감정을 이입하는 마음과  고통을 언어화하는 실재는 끝내 달라야 한다특히  언어가 언론 등을 통해 사회적인 것으로 나아갈 때 다름의 기준은 훨씬  엄격해진다.


불신의 시대, 진정한 언론의 용기는


 손씨의 죽음이 어떤 과정에 의해 발생했는지우리는 끝내 진실을 확인할  없다하지만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견지해  태도는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주어진 사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이렇게 검증한 사실의 총체를 재구성해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이해하자는 실증주의적 합의였다언론 역시 이런 실증주의적 합의를 바탕으로 파악한 현실을 세상에 매개하는 것으로 사회적 역할을 해왔다저널리즘은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되 그들이 제기한 문제를 냉철하게 검증한  보도해야 한다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이런 역할을 잊지 않은 언론은 일부에 불과했다대부분의 언론은 자식의 죽음이라는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를 과잉 의제화했다이런 행태는 되레 피해자의 고통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된다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제기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 될수록 의혹이 검증을 거쳐 사실로 승격했다고 여기게 된다그러나 이후 시간이 지나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때가 되면 누구도 그들의 추락을 보호해주지 않는다게다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언론의 관심은 멀어지고해갈되지 않은 의혹만 남아 그들을 평생 괴롭히게  것이다.

 언론은 앞으로도 자주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사람들은 굳이 언론을 통하지 않고도 이슈를 만들어낼  있게 됐다커뮤니티와 SNS, 유튜브는 언제나 이슈를 갈망한다 갈망은 실증주의적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 언론과 달리 현실을 상상적으로 재구성할  있다고 믿는 이들의 확증편향적 태도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고무슨 내용이 됐든 클릭을 유도해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상업주의적 목적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며다분히 엘리트 친화적이거나 정파적이라고 생각하는 언론에 대한 불신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손씨 사건처럼 이슈가 폭발할  언론은  가지 대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하나는 전략적 배제다가장 최근 통계인 2019 경찰통계연보를 보면, 2019   동안 변사는 모두 24417 발생했다하루 67건꼴이다같은  실종과 가출 사건은 117822 발생했다하루 322건꼴이다 가운데 연보 발간 때까지 발견되지 않은 이는 모두 1622명이다하루 4.4명꼴이다물론 이렇게 흔하게 발생하는 평범한 사건이라고 해서 경찰이 수사를 소홀히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다만 최소한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언론이 이를 의제화하려면우리가 함께 공유할 가치가 있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실종 혹은 변사 사이에 연결점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음모론에 기반을  문제 제기는 어떤 합리적인 설명이 주어져도 잠잠해지지 않는다언론이 실증주의적 태도를 견지해 검증 보도를 하면 커뮤니티와 SNS, 유튜브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일부는 이를 수긍하지만 다른 일부는 기어코 언론의 빈틈 찾아냈다고 주장하며  다른 불신을 부추긴다그러니 언론은 이들이 제기하는 프레임을 벗어난 의제를 생산하는 배제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그것은 손씨 사건 안에 혹시 있을  모르는 손씨의 죽음을 야기한 구조적인 문제를 집중 보도하는 일이  수도 있고혹은 손씨 사건에서 벗어나 비슷한 시점에 숨진 이선호씨 사건처럼 사회적 모순이 보다 더 뚜렷한 이슈를 의제화하는 일이  수도 있다.

  하나는 이슈를 정면으로 팩트체크하는 심층 보도다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경청하고 가운데 의혹을 제기할만한 쟁점을 분류한 경찰  수사기관과 전문가 집단그리고 의혹의 대상이  당사자의 항변과 CCTV 등의 물증을 취재해 총체적인 사실을 종합 검증하는 보도를 내놓는 것이다그것이 비록 진실이라고 확신할  없다고 해도 현재까지 파악할  있는 사실의 최대한을 쏟아붓는 그것이 바로 사회적 혼란을 바로잡는 언론의 역할 가운데 하나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마주하는 가족과 지인의 죽음이 가져오는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다그러나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절대 체감할  없다다만  고통을 짐작하고고통에 감정을 이입하려 애쓰며고통받는 자의 고통을 위로하는 몸짓을 취할 뿐이다다만 그렇다고 해서 고통을 당사자의 문제로만 남겨둘 수도 없다특히  고통이 사회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문제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고  문제를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모색하는  시민적 윤리일 것이다저널리즘은 그 시민적 윤리를 보편화하기 위한 최선의 매개다.  매개가 비록 사람들에게 가닿을  있는 건지 확신할  없더라도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기 위해   있는 최대한을 쏟아붓는 그것이 바로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저널리스트의 용기 아닐까


*신문과 방송 2021년 7월호에 실렸음

*사진 : 김혜윤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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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 부풀린 언론의 ‘과잉 의제화’… 전략적 배제·심층 보도로 혼란 바로잡았어야 file

  • 2021-07-18
  • 조회 수 260

[커버스토리: 죽음도 차별이 되나요?] 방구석 탐정 만들어낸 언론 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분명 이례적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빅카인즈’에서 손씨가 실종된 4월25일부터 한달 동안 ‘손정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모두 1811건의 뉴스가 검색된다. 하루에 뉴스가 60건씩 쏟아진 셈이다. 빅카인즈에 등록되지 않은 수많은 디지털 매체들의 보도를 더하면, 이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기자협회보>가 4월28일부터 5월10일까지 13일 동안 네이버에서 관...

코로나19 4차 유행과 백신 혈전 논란에 대한 소고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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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당장 선거 결과보다 4차 유행으로 치닫고 있는 코로나19가 더 절박한 문제다. 이미 시작된 걸로 보이는 4차 유행이 본격화하면 하루 확진자 수는 2000명대까지 올라갈 수 있고, 그러면 사망자도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다. 지금도 위중한 감염 환자들 중에 매일 2~3명씩 사망자가 나온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집단면역 달성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는 더 이상 확산을 막기가 여의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나는 전문가들의 판단과 달리 거리두기 강화가 여전히 필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냉소에 부쳐 file

  •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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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누더기가 된 채 제정된 걸 두고 분노만 하지 말고 현장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자체가 원래부터 효능감이 적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현장에서 대안을 찾는 것, 중요하다. 그런데 그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굳이 어떤 것이 더 우선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병행해서 논의해봐야할 문제다. 무엇을 하지 말고 저것에 집중하자는 차원의 문제가 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또 다른 병행 쟁점 중 하나는 정부의 적극 행정이다. 노동부는 2018년 12월 ...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김선양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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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수 282

국회 정문 앞에는 여러 개의 비닐 천막이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고 김용균씨를 기린 형상과 고 전태일씨를 기린 형상도 함께 서 있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동조 단식 참여자들이 세운 이 비닐 천막 안에서 참여자들은 매서운 강바람을 피하고, 몸을 녹이며, 밤잠도 잔다. 이동식 미니 발전기를 통해 전기장판을 돌리고, 이불을 덮고, 비닐 천장을 만들어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영하에 가까운 기온에 눈비가 흩날리던 29일 오후, 천막 앞에서 고 김재순씨의 아버지 김선양씨를 만났다. 김씨는 지난 27일 광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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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8
  • 조회 수 273

유례없는 180석 민주 여당의 탄생과 세월호 6주기를 동시에 맞은 지난 16일,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지금은 사라진 월간 <나·들>에 연재한 글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이때의 무력감 중에 일부가 2016년 촛불 때 나온 '정상국가의 복원'이라는 문제 의식과 연결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문제 의식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정부가 안긴 정치적 효능감과 맞물리면서 180석 거대 여당의 탄생이라는 결과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일까. 그 정치적 효능감이 '예외 상태'에서 더 치열하게 동원된 공공보건 종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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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확산하는 동안 크게 세차례 집단감염 사례가 있었다. 첫번째는 지난달 22일 사상 최초로 코호트 격리가 집행된 경북 청도대남병원이다. 이 병원 정신병동에서 100명 넘는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7명이 숨졌다. 두번째는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마음아파트다. 이 아파트 입주자 142명 가운데 4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거주시설 중에서 첫 코호트 격리 사례가 됐다. 세번째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코리아빌딩 콜센터다. 보험사 하청업체 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8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직원의 가족과 지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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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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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성애자 남성이다. 43년 동안 살면서 나의 성 정체성이 무시나 배제의 동인이 된 적은 없다. 나의 성 정체성을 두고 누군가 특이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본 적도 없고, 특정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네가 그걸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도 없으며, “왜 우리가 쟤네를 특별대우 해야 하느냐”는 말에서 ‘쟤네’의 자리에 서본 적도 없다. 그런 무경험은 그 자체로 특권이다. 특권의 존재는 내게 최소한 사회적 다수자임을 인지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을 부여한다. 나는 말기신부전 투석환자다. 5년3개월째, 일주일에 세번 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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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1
  • 조회 수 238

최근 <한겨레>가 연재한 기획 시리즈 ‘조국, 그 이후’의 두 번째 기사 ‘다시 문제는 불평등이다’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불평등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최상위 1%를 대상으로 나머지 99%가 연대해 분노를 표출해온 ‘1% 대 99%’ 담론이 ‘20% 대 80%’ 담론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와 정치철학자 매슈 스튜어트의 <부당세습>에 담긴 생각을 빌린 ‘20 대 80’ 담론은 정의와 공정을 거론하며 하위 80%와 함께 최상위 1%를 비판하던 상위 20%가 ...

2014년 참사와 두 갈래의 촛불 file

  • 2020-02-11
  • 조회 수 63

한국 사회의 2010년대는 두 가지 사건으로 설명된다. 하나는 2014년 세월호 참사이고, 다른 하나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그때까지 한국 사회를 지탱해왔던 최소한의 시스템마저 붕괴했다는 걸 보여줬다.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선택이나 작동하지 않은 수난 구조 체계 문제는 오로지 시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위 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청해진해운은 회사 과실로 사고가 난 사실이 드러나면 선체 보상금이 감액되기 때문에 퇴선 명령을 주저했다. 참사 2년 전 국회는 예산을 절감한다며 수난 ...

‘조국 사태’라는 거대한 변곡점 file

  • 2019-09-22
  • 조회 수 258

한달 동안의 ‘조국 사태’는 2019년의 한국 사회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정확히 조명했다. 수많은 이들이 사태의 의미에 말을 보탰다. 어떤 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응원하는 이유’를 열변했고, 다른 이는 ‘조국이 최순실이나 우병우와 다른 게 뭐냐’고 꼬집었다. 누군가는 ‘입시제도의 개선’을 요구했고, 또 다른 이는 ‘검찰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자 서 있는 자리를 이렇게나 선명하게 드러낸 쟁점이 또 있었을까. 한국 사회는 이제까지 어떤 현안을 두고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뉘어 싸워왔다. 1970~80년대에는 한쪽이 ...

조국 후보자가 폭로한 두 가지 쟁점 file

  • 20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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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의 차원을 넘어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현행 대입제도가)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는 말도 했다. (▶️관련 기사: 조국 후보자 논란에...문대통령 "대입 제도 전반 재검토") 문 대통령의 말에서 두 가지를 짚을 수 있다. 우선 발언의 취지다. 기본적으로 문 대통령은 이번 논란이 젊은 세대에게 상처가 된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문제는 조국 후보자가 아니라 입시 제도...

“조국이 아니라 입시제도에 분노해야 한다”는 말에 관하여 file

  • 2019-08-26
  • 조회 수 779

“고등학생이 논문의 제1 저자가 되는 게 말이 안 된다, 특혜다, 좌파들도 결국 하는 짓은 똑같다는 비난보다 저런 일까지 해 가며 대학을 가야 하는 ‘입시제도’에 분노해야 한다”는 글이 공유되면서 호응을 얻는 것을 보고 세 가지 짧은 생각이 들었다. 1. ‘입시제도’에 대해 분노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교육 공약 가운데 핵심은 “대학입시를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세 가지로 단순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교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교육 공약 발표 때 “학교 공부...

‘강한 일본’과 공화국의 책무 file

  • 2019-08-18
  • 조회 수 163

일본은 패전 직후인 1947년 교육기본법을 제정했다. 그 전까지 일본은 메이지 일왕의 '교육칙어'에 기반한 국가였다. '신민의 충효'를 국체의 정신으로 규정했다. 이 정신을 받든 군국주의는 무수한 일본인을 전쟁으로 몰아넣었다. 교육기본법은 이 '교육칙어'를 부정하고 개인의 존엄을 위한 교육을 강조했다. 평화헌법과 함께 '국가를 위해 개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위해 국가가 있다'는, 일본의 전후 체제를 만드는 핵심 뼈대가 됐다. 그러던 교육기본법이 2006년 12월15일, 59년 만에 개정됐다. 아베 신조가 처음 총리가 된 지...

한개의 상산고와 신분 사회 file

  • 2019-07-09
  • 조회 수 210

2010년 9월 서울시교육청의 한 회의실. 초중고 각급 학교 교사, 빈곤 아동을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대학생 비영리 교육봉사단체 간부 10명이 모였다. 경쟁에서 낙오한, 이른바 ‘학습 부진아’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첫 회의여서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하고 각자 처한 상황을 공유했다. 그런데, 서울 강북에 있는 한 공립 특성화고 교사가 말을 떼자 회의실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우리 학교는 성적 하위 98~99% 학생들이 모인 곳입니다. 시험 문제를 내도 아무도 풀지 않습니다. 전교생이 320명인데 272명...

59살 순옥씨의 삶 file

  • 2019-06-04
  • 조회 수 227

순옥(가명)씨는 59살이다. 24살 때 결혼했다. 아이를 낳아 어느 정도 키운 뒤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사업하는 남편은 벌이가 고정적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후 30여년 동안, 순옥씨는 한 번도 일을 쉬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고 식당에서 일하고 공장에 다녔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홀로 키우고, 시부모도 모셨다. 여느 베이비붐 세대처럼, 순옥씨도 자신을 ‘낀 세대’라고 불렀다. 부모 부양 의무를 지는 마지막 세대이자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첫 세대다. 순옥씨 세대는 하루 8시간 노동 개념이 없었다. 식당에서 일할 ...

가난은 정신장애를 범죄로 이끈다 file

  • 2019-05-03
  • 조회 수 250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2살 남성 안아무개씨가 방화·살인 사건을 일으켰다. 숨진 5명은 여성이거나 10대 혹은 노인이거나 장애인이었다. 많은 살인범들처럼 안씨도 약자만 골라 살해했다. 덩치 큰 남성들은 마주쳐도 공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은 상대를 잔혹하게 해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다치기 싫었기 때문이거나 혹은 약자를 공격해 피해 규모를 키워야 더 큰 이슈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범행이 더 큰 이슈가 되어야 자신의 ‘억울함’과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려는 의도가 성공할 수 있다. 경찰과 언론은 ‘억울함’...

버닝썬과 인공혈관, 주체 없는 권력의 도구들 file [1]

  • 2019-04-16
  • 조회 수 234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시작된 폭행 사건이 연예인과 경찰의 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연예인들의 카톡방 친구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엘리트 경찰 간부와의 친분을 앞세워 불법촬영 피해 여성들의 고소와 클럽 불법운영 등을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그렇게 10명에 이르는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가 법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사회는 그 사실에 분노하고 있는데, 정작 수사기관의 반응은 달랐다. 경찰은 이번 일 때문에 숙원 사업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물거품이 될까 애태운다. 검찰은 경찰의 곤란한 처지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

20대 남성과 문재인, '젠더 갈등'이라는 맥거핀

  • 2019-02-02
  • 조회 수 8333

한국 사회에서 20대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늘 대상으로 존재한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 ‘OO세대’로 호명하고 싶어 한다. 흥미로운 건 보수나 진보나 이런 욕망은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보수는 주로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 ‘능력주의’나 ‘탈이념성’, ‘한국 사회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읽어내려고 애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 태어나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자라난 세대’라는 어떤 신문의 ‘G세대’ 담론이 대표적이다. 진보는 ‘삼포세대’나 ‘헬조선’ 담론과 같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 불...

‘모두가 정규직이 되면 김용균 같은 죽음이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file

  • 2018-12-26
  • 조회 수 229

2011년 12월 9일 0시 29분께 인천공항철도 계양역에서 검암역 쪽으로 1.2㎞ 떨어진 철길. 백인기(당시 54살) 씨 등 6명의 노동자가 선로 보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자정, 서울역에서 출발해 검암역으로 향한 공항철도 마지막 열차가 시속 80㎞로 달리다 이들의 등 뒤를 덮쳤다.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1명은 다리가 부러졌다. 이들은 사고 전날까지 인천공항 쪽 운서역부터 검암역 사이 구간에서 선로 보수작업을 해왔다. 공항철도 인천공항행 막차는 0시 20분 이전에 이 구간을 통과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계양역과 검암역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