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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정치와 비정치로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치라는 하나의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세상읽기.

경희대에서 문화학을 가르치고 다양한 매체에서 문화비평을 수행해왔다. 아시아적 근대성을 통해 서구이론의 문제의식을 재구성하는 연구작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인생론><마녀 프레임><이것이 문화비평이다><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무례한 복음> 등이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청문회와 '문자폭탄' file

  • 2017-07-20
  • 조회 수 910

최근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알렌카 주판치치는 자신의 짧은 에세이에서 이탈로 스베보의 소설 <제노의 양심>에 등장하는 애연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애연가는 언제든지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계속 담배를 피운다. 애연가의 ‘양심’에 비추어본다면, “담배를 끊는다”는 그의 진술은 담배를 끊지 못하고 계속 피우는 행동에 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애연가는 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모순적인 진술과 행동을 지속하는 것일까. 달리 묻자면 이 애연가는 왜 서로 충돌하는 것이 빤한 자신의 진술과 행동...

탄핵, 잔치는 끝났다 file [6]

  • 2017-04-05
  • 조회 수 13929

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탄핵되었다. 이로써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당한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다. 매주 20차에 걸쳐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던 광화문 촛불집회는 승리의 기억으로 각인된 것처럼 보인다. 2008년 촛불집회가 ‘명박산성’을 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번 경우는 청와대 앞 100미터까지 진입하는 것이 허락되었다. 초창기에 폭력이니 비폭력이니 논쟁이 잠깐 일었지만, 청와대 바로 앞까지 촛불이 ‘합법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자 유야무야되었다. 여기에서 어렵지 않게 2008년 촛불집회와 2017년 ...

한병철과 헬조선 file [3]

  • 2017-03-21
  • 조회 수 3933

한병철 교수의 특강이 모종의 '퍼포먼스'였던 모양이다. (▶참고 글) 이 문제에 대해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린 평가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철학자의 객기" 정도였는데, 이를 두고 벌어지는 풍경이 자못 심각해서 짧게 몇 마디 보태고자 한다. 참석한 관객들의 '증언'과 이후 알려진 정보들에 따르면, 저자는 출판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본인의 강연을 그런 식으로 진행하고자 했던 것 같다. 피아노를 미리 주문해놓은 것을 봐도 무엇인가 특별한 계획이 그에게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결과가 성공적이었다기보다는 일종의 해프닝...

차기 대통령의 딜레마: '큰 정치'의 전망을 기대한다 file [2]

  • 2017-02-05
  • 조회 수 5948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려야할 시기는 격동이라는 한 단어로 담아내기에 너무도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후 세계 질서를 구축했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퇴조하고 보호무역주의로 대표되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태동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제일주의’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트럼프라는 개인이 원인 제공자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사실상 전후 세계 질서가 표방했던 개방주의는 2008년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점차 폐기되어 갔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이야말로 개방주의를 기치로 내건 전후 세계 질서에 가장 잘 적응해온 아시...

트럼프와 촛불, 두 개의 공화국 file [3]

  • 2017-01-30
  • 조회 수 1358

“트럼프도 박근혜처럼 임기 중에 탄핵당했으면 좋겠다.” 힐러리 지지자였던 미국의 지인이 내게 보낸 메시지이다. 그만큼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많은 힐러리 지지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사건이었다. 트럼프의 당선이 한반도의 정세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역시 트럼프 당선 못지않게 극적인 것이다.  이 상황은 어떻게 극적인가? 2012년을 상기해보자. 박근혜 정부의 출현은 보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상화’를 의미했다. 이 ‘정상화’를 다른 용어로 번역하면 ‘정치...

이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트럼프 현상을 다시 생각하자 [2]

  • 2016-12-25
  • 조회 수 1709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백인’의 타락에서 기인했다기보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가치’를 만들어낸 전후 자유주의가 쇠퇴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적인 배경으로 인해 트럼프 정권의 성공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미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는 미디어의 생리를 정확히 꿰뚫어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기층의 불만을 결집하는 데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마침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경악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만큼 미국답지 않은 선택이라는 뜻일...

거기 '내가 있었다': 소셜미디어와 체감의 정치 file [1]

  • 2016-11-28
  • 조회 수 777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에게 문자는 인간을 게으르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문자로 무엇인가를 표기해놓으면 주객이 전도되어서 그 문자를 해석하느라 갑론을박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문자에 담긴 이데아를 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악명 높은 ‘시인추방론’과 일맥상통하는 논리인 셈이다.  그러나 인류 중에서 살아남은 우리 사피엔스는 플라톤의 우려와 달리 “돌에 정보를 새기는 능력” 덕분에 사회를 이루고 이렇게 지구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는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다. 문자가 없었다면 우리도 없었을 것이다. 이 문자야말로 괴테가...

100만 인파의 의미 file

  • 2016-11-16
  • 조회 수 4173

100만의 인파가 서울 광화문에 모여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서울이라는 장소성을 넘어선 ‘시민들’의 집결이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집회는 인터넷은 물론 지상파 방송을 타고 생중계되었다. 누구는 봉기라고 했고, 누구는 거대한 콘서트 같다고도 했고, 누구는 엄청난 인파에도 폭력 없이 평화롭게 끝난 시위에서 대한민국의 힘을 느꼈다고도 했다. 여하튼 언론들은 100만이라는 숫자와 질서정연하게 끝난 비폭력 평화시위를 강조했다. 이렇게 100만 명의 인파가 청와대를 ‘포위’한 듯 연출한 보도사진이 지면을 장식했다. 장관은 SN...

트럼프는 무엇의 이름인가 file [2]

  • 2016-11-10
  • 조회 수 1753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선에서 승리했다.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던 이들에게 혼란과 절망을 안긴 결과였다. 클린턴 지지자였던 폴 크루그먼은 트위터에서 생뚱맞게 샌더스 때문에 클린턴이 패배했다고 개탄하다가 나오미 클라인에게 반박을 당했다.  이 모든 일들이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지 않은가. 노무현 정부가 가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던 무렵에 벌어졌던 일들과 겹쳐지는 장면들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노무현 정부와 비슷한 정부였다고 볼 수 있다.  노무현과 오바마는 대통령으로서 훌륭했을지 몰라도, 그...

최순실이라는 균열 file

  • 2016-10-27
  • 조회 수 801

박근혜 정부는 인기를 잃어버린 보수가 극우의 포퓰리즘을 포섭하면서 탄생한 정부이다. 이 정점에 박근혜라는 이름이 있다. 박근혜라는 이름은 특정한 개인의 호명이라기보다 보수와 극우의 간극을 지우는 '국민'의 대리물이었다. 그러나 꽉찬 것처럼 보이던 이 이름이 사실은 텅 비어 있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폭로되었다.  이처럼 너무도 견고해보였던 보수-극우 연합전선에 결정적인 균열을 초래한 원인은 최순실이라는 변수(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상수)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균열을 이끌어낸 최초의 계기가 이대 투쟁이었다는 사실이...

강남역 사건과 여성혐오 file [2]

  • 2016-05-26
  • 조회 수 4855

강남역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 사건은 그 동안 한국 사회에 잠재해 있던 뇌관 하나를 터트렸다. 이 뇌관은 엄연히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 되었던 문제를 수면으로 띄워 올렸다. 바로 그것은 여성차별이다. 겉으로 보기에 이 문제는 ‘여성혐오’라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속내를 파고들어 가보면 더 복잡한 층위들을 감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은 처음에 ‘여혐’에 근거한 증오범죄인지 아닌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불타올랐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증오범죄보다는 조현병의 망상에 따른 ‘묻지마 살인’으...

"우리는 할리우드로 간다": "곡성", 어떤 '촌스러움'에 대한 혐오 file [13]

  • 2016-05-16
  • 조회 수 3776

* 이 글은 결정적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영화를 보신 분이나 아니면 보실 생각이 없는 분들에 한해 읽으시기 바랍니다.  <곡성>은 한 마디로 감독이 제대로 소재를 장악하지 못해서 우왕좌왕한 영화이다. 반짝이는 장면들도 없진 않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교과서적인 장르 영화 장면들의 오마주들이 지루하게 반복되었다. 감독 자신은 이 영화를 코미디에 장르물이고 상업영화라고 했지만, 코미디라기에는 너무 진지하고, 장르물이라기에는 너무 엉성하고, 상업영화라기에는 너무 예술적이다. 자기 장난감 자랑하는 아이 같은 ...

프로듀스 101, ‘국민’을 호명하는 어떤 방식 file [8]

  • 2016-04-19
  • 조회 수 1170

“당신의 한 표가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 한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듀스 101>이라는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문구이다. 소속사의 연습생을 ‘국민 투표’로 101명 선출해서 ‘드림팀’을 만들어낸다는 취지를 가진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국민 프로듀서”라는 언급이다. 101명의 연습생은 “국민 프로듀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비밀은 이 “국민 프로듀서”라는 말에 감춰져 있다. 겉으로 보면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

소녀상 file

  • 2016-02-11
  • 조회 수 1293

인간은 상징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20세기 구조주의 인류학자들은 이런 ‘상징 행위’의 의미에서 역사를 재구성하는 문화의 작동방식을 실증해서 보편이론을 만들고자 했다. 그만큼 상징은 보편적이고, 보편적인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물론 문화에 따라서 상징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길조를 뜻하는 까치는 서양의 상징체계에서 보면 흉조이다. 상징의 문제는 상징물이라는 구체적인 물질성을 획득하는 순간, 다른 차원을 얻기도 한다. 상징물은 분명 추상적인 상징성을 실현한 것이...

2015년 신경숙 표절 논쟁은 무엇이었나 file [6]

  • 2015-12-13
  • 조회 수 1506

표면상 '표절 논쟁'이었지만, 2015년에 일어난 '신경숙 표절 문제'는 두 가지 층위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신경숙의 표절 여부이고, 두 번째 문제는 신경숙 자체이다. 둘은 서로 다른 사안이지만, 이른바 '표절 논쟁'을 경과하면서 서로 겹쳐 보이게 되었다. 이런 착종이 곧 증상이라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이 증상은 여러 가지 진실을 말해준다. 메시지를 읽을 것이 아니라, 이 증상의 논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문제, 그러니까 신경숙의 표절 여부는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석연찮은 논리이긴 했지만, 본인도 ...

규범화의 덫: 국정화에서 아이유까지 file

  • 2015-11-13
  • 조회 수 695

요즘 한국 사회는 거의 아노미 상태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아노미의 원인은 다름 아닌 시장 민주주의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시장의 진리를 침해하지 않는 조건에서 모든 것은 평등하다는 이념이 시장 민주주의의 핵심일 것이다. 시장의 교환에서 모든 사물이 평등하다는 이런 전제는 교환 불가능한 것들, 가령 '무엇을 위해'라는 정치적 대의는 쓸모없거나 위험한 것으로 간주해서 폐기하거나 배제해버린다. 이 상태가 모든 가치를 상대주의에 빠트리게 되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이야기한 ‘세계 없음’의 상태가 이처럼 적확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무엇인가 file [1]

  • 2015-10-30
  • 조회 수 941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말했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 말은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핵심을 관통하는 진실을 드러낸다. 말하자면, 이번 교과서 논란의 핵심은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미리 염려하는 것도 본질이 아니다. 바로 ‘국정화’ 자체가 이번 논란의 쟁점인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향후 집필할 교과서에 ‘어떤 내용...

집밥 논쟁에 대하여 file [1]

  • 2015-07-19
  • 조회 수 6148

며칠 동안 때 아닌 집밥 논쟁이 뜨거웠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프로그램 때문인데, 그 중심에 백종원이라는 한 사내가 있다. ‘백주부’ 또는 ‘백선생’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사내를 둘러싼 다양한 견해들이 가히 ‘백종원 현상’이라고 부를만한 흥미로운 사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발단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쓴 백종원의 요리에 대한 논평이었다. 한 마디로 백종원의 요리프로그램은 맛있는 음식보다도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업소 레시피”를 소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였다. 여기에서...

<레오파드>, 비스콘티의 극장에서 그람시를 보다 file

  • 2015-06-17
  • 조회 수 997

루키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이후를 보여주는 ‘오래된 미래’이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가 보여준 그 혁명의 열기가 식은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영화가 <레오파드>인 것이다. 1963년도에 개봉한 영화와 2015년에 개봉한 영화가 이렇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이른바 ‘전후 체제’의 모든 것은 반복되었을 뿐,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레오파드>는 이 통찰을 선취하고 있는 영화이다. 물론 <레오파드>는 ‘빈 체제’라는 ‘...

“우리는 잘못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file [2]

  • 2015-06-02
  • 조회 수 1139

“우리 시대는 진정한 비판의 시대”라고 독일 철학자 칸트는 말했다. 옳거나 그른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이성을 포기하지 않아야한다는 신념이 드러나는 발언이다. 생각하는 능력으로서 이성은 그러므로 비평 정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것도 선험적으로 옳거나 그른 것은 없다. 비판과 반비판이 교차하는 공론의 과정에서 대상에 대한 판단은 판가름 난다. 그러나 이 공론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판단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진리의 척도가 필요하다. 예전 같으면 그 척도를 신과 같은 선험적 범주에서 찾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