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두 가지 공포와 정치의 복원

조회 수 539 추천 수 0 2016.03.20 22:06:09

qkrdudtjs.jpg

대통령은 집권 3년 내내 하나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자신의 권력을 끊임없이 재확인하는 일이다. 모든 말은 그 목적에 의해서만 발화한다. 그 목적에 대한 거역 혹은 의구심은 곧 배제로 이어진다. 우리는 그 모습을 새누리당의 4.13 총선 공천 결과에서 똑똑하게 목도하고 있다. 단 한 번이라도 대통령을 불편하게 했던 이들은 모조리 내침을 당하고 있다. 한 명도 빠지지 않았다. 소속 정당이나 주변 정치인들의 그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도 대통령의 권력 재확인 작업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대통령의 말은 자주 주술 관계가 연결되지 않는다. 엉뚱한 형용어를 쓸 때가 많다. 문장은 불분명한 대명사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세상이 쓰지 않은 개념어를 쓴다. 대통령이 쓰는 어떤 말의 개념은 대통령만 안다. 이런 말은 언어가 아니라 망상이다. 자신이 했던 말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면 거리낌없이 말을 뒤집기도 한다. 하지만 말이 정교하게 벼려져 있는지 여부는 대통령의 권력 작동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되레 말이 정교하게 벼려져 있지 않음에도 대통령의 권력이 끄떡없이 작동된다는 점에서, 그 권력의 공고함이 새삼 재확인된다. 권력이란 비물질이 이런 방식을 통해 하나의 물질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이 인식은 배제에 대한 공포를 매개로 작동한다. 여기서 공포란 대통령을 거역한 사람에게 대통령의 권력을 빌릴 수 있는 권력을 빼앗는 것에서 시작한다. 권력같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직을 잃거나 밥그릇을 빼앗기는 물리적 조처를 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식 안에서 물질화한 공포는 시선 앞에 명징하다.

물론 이런 정도의 공포에 꿈쩍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대체로 애초부터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권력을 빼앗기는 것도, 밥그릇을 잃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역시 종국에는 공포와 직면한다. 이들이 일방향의 사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떤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대통령은 그 문제점에 대해 숙고해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이 더욱 강화된 정책이나 제도를 들고 나온다. 이렇게 되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처음엔 분노했다가 나중엔 '내가 괜히 문제를 제기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 아닌가' 자책하게 된다. 사람들은 무기력해지면서 침묵하고, 침묵은 다시 무력감으로 환원된다. 정치는 위축되며, 통치만 강화한다. 나의 말에도 꿈쩍하지 않고 되레 악화하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만큼 커다란 공포가 또 있을까.

스피노자는 정치를 움직이게 하는 근원적 동력으로 공포에 주목했다. 정치는 '대중이 권력에 대해 가지는 공포'와 '권력이 대중에 대해 가지는 공포'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대중과 권력자는 공포를 완화하기 위해 정치를 찾으면서 서로 길항한다. 민주주의는 대중이 권력에 대해 가지는 공포와 권력이 대중에 대해 가지는 공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마침내 찾아올 수 있다. 그러니 민주주의는 언제나 과정의 산물이다. 민주주의가 근원적으로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까닭이다. 대중의 공포와 권력의 공포가 끊임없이 길항하면서 매순간 갈등하는 관계가 바로 정치다.

하지만 우리의 대통령에게는 권력이 대중에 대해 가지는 공포 같은 것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2016년의 한국 사회는 대중이 권력에 대해 가지는 공포 하나만 일방향으로 존재한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이런 환경에서 공포는 길항할 대상을 잃고 억압으로 현실화한다. 억압은 여러가지 부수 효과를 낳는다. 문제는 억압된 것은 결코 억눌린 채 그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억압된 것은 종국엔 모습을 바꾸어 되돌아온다. 대통령의 3년이 파생한 공포에 의해 억압됐던 모든 것은 각자도생과 자력구제라는 이름으로 변환해 귀환했다. 누구든 이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자기만은 살아남길 원한다. 각자도생과 자력구제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비판하고 회의하는 지성보다 정보수집과 문제해결에 뛰어난 지식 능력자가 되어 스스로의 인격 자본을 고도화하는 길을 택한다. 이런 이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은 주변을 짓밟는 것이다. 이때 짓밟는 대상은 사회적 소수자다. 칼럼니스트 박권일은 이에 대해 '강자 선망'이라고 개념화했다. 그는 "‘강자 선망’은 강자에 대한 상상적 동일시이면서 동시에 약자와 자신의 분리다. 과거 종부세 부과 대상도 아닌 서민들이 종부세에 반대했던 해프닝의 근저에도 이런 심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가기 : [야! 한국사회] 타락한 능력주의)

우리는 최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의 노골적인 동성애 혐오 발언에서 '강자 선망'과 생존을 위한 혐오의 자본화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박영선 의원은 명징한 혐오 발언을 해놓고도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소수 약자들을 자극해 야당을 상처주기 위한 의도적인 흡집내기"라고 반박했다. 한쪽에선 강자에 편승하고 다른 한쪽에선 피해를 가장한다.

박영선 의원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격 자본을 고도화하는 길을 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도 방법은 있다. '피해자 되기'다.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성이 가장 강력한 이는 대통령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이 더 크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가 말하는 그 '극한의 고통'이란, 어머니와 아버지의 잇단 죽음과 그로 인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순식간에 빼앗기고 수중에 6억원만 '달랑' 쥐게 됐던 그때의 경험이다. 대통령이 앞장 서니 '피해자 되기'는 전염병처럼 번졌다. 많은 이들이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으니 상황 판단력을 잃었다. 내가 제일 억울한 것 같아 피해자성을 극대화한다. 결국 염치라는 걸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처지로 전락한다. '억울한 피해자'에 대한 공감은 나를 겹겹이 보호해줄 최선의 자본이 된다. 우리는 모두가 피해를 호소하면서 아우성대는, 그래서 염치가 사라진 사회에 살고 있다.

대중이 이런 사회에서 정치인들의 필리버스터를 보고 열광했던 것은 오랜만에 가치가 담긴 말을 직접 대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치가 담긴 말은 대중에게 유통되어 결국엔 권력이 대중에 대해 가지는 공포를 파생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해야 할 것은 끊임없이 말하는 것이다. 그 말과 말 속에 담긴 가치에 정치 복원의 열쇠가 담겨 있다. 끊임없이 비판하고, 끊임없이 회의해야 하는 까닭이다. 총선 선거 정치보다 우선 복원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니라 이 발화의 정치인 것이다.


*<방송대학보> 기고를 보완해서 게재함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나는 ‘나의 아저씨’를 이렇게 읽었다 file

  • 2022-03-21
  • 조회 수 630

곤경에 처해 있는 사람을 두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내가 오랫동안 마땅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물음 중 하나다. 나는 오랫동안 기부와 같은 개인의 시혜적 도움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보다는 공적 부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시혜적 도움은 도움이 필요한 모두에게 가닿을 수 없다. 무엇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이 곤경에 처하게 되는 이유는 오롯이 사회적이다. 그러니 도움 역시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의무의 영역이다. 오랫동안 사회부 기자를 ...

윤석열 '외국인 건보료 숟가락론'에 대한 장예찬의 팩트체크? file

  • 2022-02-03
  • 조회 수 381

어제는 병원에서 채널A '뉴스톱10'(투석 시작 시간에 하는 방송인데 패널들은 맘에 안 들지만 나름 이슈 정리에 도움이 된다)을 보는데, 윤석열 선대위의 장예찬 공동청년본부장이 윤 후보의 '외국인 건보료 숟가락론'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나 하겠다"며 이렇게 말하더라. "통계를 보면 중국인들이 보험료 대비 급여를 받은 비율이 114.5%로 다른 국적자 대비 보험료 낸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을 우리 정부로부터 받아가고 있는 분명한 통계가 있다. 반중 정서 자극이 아니라 왜 유독 중국 국적의 사람들만 다른 국가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

의혹만 부풀린 언론의 ‘과잉 의제화’… 전략적 배제·심층 보도로 혼란 바로잡았어야 file

  • 2021-07-18
  • 조회 수 549

[커버스토리: 죽음도 차별이 되나요?] 방구석 탐정 만들어낸 언론 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분명 이례적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빅카인즈’에서 손씨가 실종된 4월25일부터 한달 동안 ‘손정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모두 1811건의 뉴스가 검색된다. 하루에 뉴스가 60건씩 쏟아진 셈이다. 빅카인즈에 등록되지 않은 수많은 디지털 매체들의 보도를 더하면, 이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기자협회보>가 4월28일부터 5월10일까지 13일 동안 네이버에서 관...

코로나19 4차 유행과 백신 혈전 논란에 대한 소고 file

  • 2021-04-08
  • 조회 수 245

내게는 당장 선거 결과보다 4차 유행으로 치닫고 있는 코로나19가 더 절박한 문제다. 이미 시작된 걸로 보이는 4차 유행이 본격화하면 하루 확진자 수는 2000명대까지 올라갈 수 있고, 그러면 사망자도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다. 지금도 위중한 감염 환자들 중에 매일 2~3명씩 사망자가 나온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집단면역 달성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는 더 이상 확산을 막기가 여의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나는 전문가들의 판단과 달리 거리두기 강화가 여전히 필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냉소에 부쳐 file

  • 2021-01-12
  • 조회 수 259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누더기가 된 채 제정된 걸 두고 분노만 하지 말고 현장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자체가 원래부터 효능감이 적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현장에서 대안을 찾는 것, 중요하다. 그런데 그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굳이 어떤 것이 더 우선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병행해서 논의해봐야할 문제다. 무엇을 하지 말고 저것에 집중하자는 차원의 문제가 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또 다른 병행 쟁점 중 하나는 정부의 적극 행정이다. 노동부는 2018년 12월 김...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김선양 file

  • 2020-12-29
  • 조회 수 440

국회 정문 앞에는 여러 개의 비닐 천막이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고 김용균씨를 기린 형상과 고 전태일씨를 기린 형상도 함께 서 있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동조 단식 참여자들이 세운 이 비닐 천막 안에서 참여자들은 매서운 강바람을 피하고, 몸을 녹이며, 밤잠도 잔다. 이동식 미니 발전기를 통해 전기장판을 돌리고, 이불을 덮고, 비닐 천장을 만들어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영하에 가까운 기온에 눈비가 흩날리던 29일 오후, 천막 앞에서 고 김재순씨의 아버지 김선양씨를 만났다. 김씨는 지난 27일 광주에서 ...

시스템과 영웅, 물신과 광신 사이-국가, 관료주의 그리고 세월호 file [1]

  • 2020-04-18
  • 조회 수 454

유례없는 180석 민주 여당의 탄생과 세월호 6주기를 동시에 맞은 지난 16일,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지금은 사라진 월간 <나·들>에 연재한 글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이때의 무력감 중에 일부가 2016년 촛불 때 나온 '정상국가의 복원'이라는 문제 의식과 연결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문제 의식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정부가 안긴 정치적 효능감과 맞물리면서 180석 거대 여당의 탄생이라는 결과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일까. 그 정치적 효능감이 '예외 상태'에서 더 치열하게 동원된 공공보건 종사자...

코로나 집단감염, 지금 여기의 책임윤리 file

  • 2020-03-30
  • 조회 수 282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동안 크게 세차례 집단감염 사례가 있었다. 첫번째는 지난달 22일 사상 최초로 코호트 격리가 집행된 경북 청도대남병원이다. 이 병원 정신병동에서 100명 넘는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7명이 숨졌다. 두번째는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마음아파트다. 이 아파트 입주자 142명 가운데 4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거주시설 중에서 첫 코호트 격리 사례가 됐다. 세번째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코리아빌딩 콜센터다. 보험사 하청업체 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8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직원의 가족과 지인까지 ...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합격생이 남긴 질문 file

  • 2020-02-11
  • 조회 수 245

나는 이성애자 남성이다. 43년 동안 살면서 나의 성 정체성이 무시나 배제의 동인이 된 적은 없다. 나의 성 정체성을 두고 누군가 특이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본 적도 없고, 특정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네가 그걸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도 없으며, “왜 우리가 쟤네를 특별대우 해야 하느냐”는 말에서 ‘쟤네’의 자리에 서본 적도 없다. 그런 무경험은 그 자체로 특권이다. 특권의 존재는 내게 최소한 사회적 다수자임을 인지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을 부여한다. 나는 말기신부전 투석환자다. 5년3개월째, 일주일에 세번 혈액...

‘84%’ 청년들과 양당 정치 file

  • 2020-02-11
  • 조회 수 209

이달 초 <한겨레>가 연재한 기획 시리즈 ‘한국 청년이 만약 100명이라면’은 청년 기획이지만 청년 기획이 아니다. 이 기획은 평소 언론을 통해 서울 4년제 대학생, 특히 ‘스카이’(SKY) 대학생의 목소리가 과잉대표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국의 청년이 100명뿐이라고 가정하고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과 성비, 학력과 학벌 등을 고려해 분류해봤더니, 서울 4년제 대학생은 16명, 스카이 대학생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이에 평소 과소대표됐던 84명의 비서울 대학생과 전문대생, 고졸자 등을 전국에서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두 ...

‘20 대 80’ 담론과 결과의 평등 file

  • 2020-02-11
  • 조회 수 347

최근 <한겨레>가 연재한 기획 시리즈 ‘조국, 그 이후’의 두 번째 기사 ‘다시 문제는 불평등이다’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불평등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최상위 1%를 대상으로 나머지 99%가 연대해 분노를 표출해온 ‘1% 대 99%’ 담론이 ‘20% 대 80%’ 담론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와 정치철학자 매슈 스튜어트의 <부당세습>에 담긴 생각을 빌린 ‘20 대 80’ 담론은 정의와 공정을 거론하며 하위 80%와 함께 최상위 1%를 비판하던 상위 20%가 실...

2014년 참사와 두 갈래의 촛불 file

  • 2020-02-11
  • 조회 수 156

*<한겨레>에 실렸음

‘조국 사태’라는 거대한 변곡점 file

  • 2019-09-22
  • 조회 수 354

한달 동안의 ‘조국 사태’는 2019년의 한국 사회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정확히 조명했다. 수많은 이들이 사태의 의미에 말을 보탰다. 어떤 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응원하는 이유’를 열변했고, 다른 이는 ‘조국이 최순실이나 우병우와 다른 게 뭐냐’고 꼬집었다. 누군가는 ‘입시제도의 개선’을 요구했고, 또 다른 이는 ‘검찰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자 서 있는 자리를 이렇게나 선명하게 드러낸 쟁점이 또 있었을까. 한국 사회는 이제까지 어떤 현안을 두고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뉘어 싸워왔다. 1970~80년대에는 한쪽이 ...

조국 후보자가 폭로한 두 가지 쟁점 file

  • 2019-09-07
  • 조회 수 514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의 차원을 넘어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현행 대입제도가)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는 말도 했다. (▶️관련 기사: 조국 후보자 논란에...문대통령 "대입 제도 전반 재검토") 문 대통령의 말에서 두 가지를 짚을 수 있다. 우선 발언의 취지다. 기본적으로 문 대통령은 이번 논란이 젊은 세대에게 상처가 된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문제는 조국 후보자가 아니라 입시 제도...

“조국이 아니라 입시제도에 분노해야 한다”는 말에 관하여 file

  • 2019-08-26
  • 조회 수 888

“고등학생이 논문의 제1 저자가 되는 게 말이 안 된다, 특혜다, 좌파들도 결국 하는 짓은 똑같다는 비난보다 저런 일까지 해 가며 대학을 가야 하는 ‘입시제도’에 분노해야 한다”는 글이 공유되면서 호응을 얻는 것을 보고 세 가지 짧은 생각이 들었다. 1. ‘입시제도’에 대해 분노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교육 공약 가운데 핵심은 “대학입시를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세 가지로 단순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교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교육 공약 발표 때 “학교 공부...

‘강한 일본’과 공화국의 책무 file

  • 2019-08-18
  • 조회 수 253

일본은 패전 직후인 1947년 교육기본법을 제정했다. 그 전까지 일본은 메이지 일왕의 '교육칙어'에 기반한 국가였다. '신민의 충효'를 국체의 정신으로 규정했다. 이 정신을 받든 군국주의는 무수한 일본인을 전쟁으로 몰아넣었다. 교육기본법은 이 '교육칙어'를 부정하고 개인의 존엄을 위한 교육을 강조했다. 평화헌법과 함께 '국가를 위해 개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위해 국가가 있다'는, 일본의 전후 체제를 만드는 핵심 뼈대가 됐다. 그러던 교육기본법이 2006년 12월15일, 59년 만에 개정됐다. 아베 신조가 처음 총리가 된 지 ...

한개의 상산고와 신분 사회 file

  • 2019-07-09
  • 조회 수 331

2010년 9월 서울시교육청의 한 회의실. 초중고 각급 학교 교사, 빈곤 아동을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대학생 비영리 교육봉사단체 간부 10명이 모였다. 경쟁에서 낙오한, 이른바 ‘학습 부진아’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첫 회의여서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하고 각자 처한 상황을 공유했다. 그런데, 서울 강북에 있는 한 공립 특성화고 교사가 말을 떼자 회의실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우리 학교는 성적 하위 98~99% 학생들이 모인 곳입니다. 시험 문제를 내도 아무도 풀지 않습니다. 전교생이 320명인데 272명...

59살 순옥씨의 삶 file

  • 2019-06-04
  • 조회 수 454

순옥(가명)씨는 59살이다. 24살 때 결혼했다. 아이를 낳아 어느 정도 키운 뒤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사업하는 남편은 벌이가 고정적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후 30여년 동안, 순옥씨는 한 번도 일을 쉬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고 식당에서 일하고 공장에 다녔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홀로 키우고, 시부모도 모셨다. 여느 베이비붐 세대처럼, 순옥씨도 자신을 ‘낀 세대’라고 불렀다. 부모 부양 의무를 지는 마지막 세대이자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첫 세대다. 순옥씨 세대는 하루 8시간 노동 개념이 없었다. 식당에서 일할 ...

가난은 정신장애를 범죄로 이끈다 file

  • 2019-05-03
  • 조회 수 342

버닝썬과 인공혈관, 주체 없는 권력의 도구들 file [1]

  • 2019-04-16
  • 조회 수 347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시작된 폭행 사건이 연예인과 경찰의 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연예인들의 카톡방 친구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엘리트 경찰 간부와의 친분을 앞세워 불법촬영 피해 여성들의 고소와 클럽 불법운영 등을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그렇게 10명에 이르는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가 법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사회는 그 사실에 분노하고 있는데, 정작 수사기관의 반응은 달랐다. 경찰은 이번 일 때문에 숙원 사업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물거품이 될까 애태운다. 검찰은 경찰의 곤란한 처지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