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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이라도 딴 생각을 하거나 딴 길을 걷는 사람은 때묻은 인간, 병든 사람으로 혁명대오에서 떨어져나가 역사의 버림을 받게 된다, 충신은 99%짜리란 있을수 없으며 오직 100%짜리만이 있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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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아무 글이라도 올려달라는 이재훈 님의 호소에 따라 개인 블로그에 10월 6일 올린 글을 그대로 가져왔다)

사람들이 갖는 대부분의 불만은 영화의 코드와 대중적 기대의 불일치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정치적 알레고리가 플롯에 큰 영향을 주는 구조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B급 감성의 액션영화라는 측면만 보기 때문에 정치적 요소들의 존재가 일종의 빈 구멍으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생각됐다. 즉, 액션영화로 보면 나와야 할 게 나오지 않고 안 나와도 될 것에 지나치게 무게가 실려 있는데 이게 내가 볼 때는 이유가 있다는 거다.

물론 내가 관심있어 하는 건 이 영화가 얼마나 잘 만든 상품이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고 우리가 뭘 생각할 것인가를 장황하게 떠드는 것이기 때문에 남들이 혹평하는 것에 불만은 없다. 제발 이 영화는 꼭 보세요, 이런 말 하려고 적는 게 아니란 거다.

이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다.

악당인 포피는 산 속에 숨어사는 마약왕으로 그려지는데, 1950년대를 추억하며 당시 분위기를 재현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해놓고 있다. 여기서 캐치할 수 있는 건 세 가지다. 첫째는 미국적 삶의 방식을 추종하는 포피가 남미 마약카르텔(비록 포피는 캄보디아에 있지만…)의 만행이 사실은 미국의 문제로부터 온 것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둘째는 포피의 정체가 병 주고 약 주는 제약회사의 이중적 면모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포피가 그리워하는 1950년대가 전후의 경제적 호황과 공산주의에 대한 불안이 동시에 존재한 시기였다는 점이다. 핵 전쟁 후 세계의 종말을 표현한 게임 폴아웃 시리즈의 세계관에서도 이 점이 드러난다. 경제적 풍요와 매카시즘으로 대표되는 사상적 올바름(?)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었던 때이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에겐 그야말로 ‘좋았던 시절’이다(Make America Great Again?). 포피는 영국의 킹스맨 본거지를 미사일로 파괴하는데, 이 장면은 1950년대에 보수주의자들이 소련에 하고 싶어했던 일을 재현한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배신자’의 역할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는 점도 이런 맥락과 연결된다.

포피가 유포한 바이러스를 둘러싼 이야기는 1950년대와 트럼프의 미국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뉴스는 ‘폭스 뉴스’가 보도한다). 포피에게 바이러스는 자신의 사업 확장을 위한 도구이지만 대통령에게는 불순한 인물들을 색출해낼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대통령은 이를 활용해 문제 인물들을 ‘격리’한다. 이들이 수용돼있는 스타디움은 그렇기 때문에 ‘장벽’을 연상케한다. 즉, 대통령과 포피의 구도는 매카시즘 및 장벽으로 대변되는 보수 정치와 자본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연결되고 유지될 수 있는지를 표현한 것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본다면 힐러리 클린턴을 모사한 게 거의 분명해보이는 부통령이 바이러스 감염자라는 사실이 뭘 의미하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그가 대표하는 자유주의 정치는 이런 구도 속에서 ‘불순한 인물들’과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불순한 인물’에는 단지 재미를 위해 마약에 손을 대는 젊은이들과 중노동에 시달리며 어쩔 수 없이 각성제를 복용해야 하는 화이트칼라가 모두 포함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마악과의 전쟁’은 현대판 매카시즘이고 이를 둘러싼 정치와 자본의 동상이몽적 연합이 최종적으로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정치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전작에서 해리와 에그시, 멀린은 기득권의 퇴행을 저지한 자유주의의 이상을 상징했다. 이들이 보여주는 자유주의 정치는 배신자의 음모에 빠지고, 미사일에 맞고, 기억을 잃은 상태로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해리 하트는 나비연구가를 꿈꾸던 젊은 시절로 퇴행했다가 충격 요법 끝에 간신히 현실로 돌아오는데 왼쪽 눈(하필이면!)은 작동하지 않는 상태고 그나마 종종 나타나는 과거에 대한 미련과 환영 때문에 임무를 수행할 수가 없다. 즉, 죽음의 위기를 겪으면 과거로 퇴행하고 충격적 현실을 직시할 때만 원래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 해리 하트가 위스키를 쏜 후 나비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해리 하트의 각성은 개를 죽이려던 기억을 상기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았고, 실존하는 배신자를 감지함으로써 완성된 셈이다. 이는 매카시즘에 직면했고 트럼프에 패배하면서도 그들과 별다른 차별화된 해법을 찾지 못한 자유주의 정치의 신세와 겹쳐 보인다.

스테이츠맨은 위기에 처한 자유주의 정치의 새로운 탈출구이다. 이들은 켄터키 주(전작의 인종주의 교회가 있던 곳)에서 버번 위스키(버번의 어원은 부르봉이며 이를 처음 생산한 곳은 ‘루이’빌이다)를 생산하고 있는데 기업집단으로서의 면모와 독립된 정보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갖고 있다. 즉, 시장과 통치가 동전의 양면인 조직인데, 이게 사실은 미국이다. 킹스맨이 1차대전 이후 설립됐다는 점과 스테이츠맨의 설립 과정에 킹스맨이 영향을 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하필 술을 취급한다는 것에서 보수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항했던 금주법 반대운동과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킹스맨과 마찬가지로 자유주의적 통치성을 상징하는 부분인 것이다.

그런데 스테이츠맨 요원들이 코드네임으로 쓰는 술 이름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체성 역시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위스키의 기원은 영국(스코틀랜드)이고 샴페인은 프랑스이며 데킬라는 멕시코이다. 미국의 초기 식민지인들은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독립했고 멕시코로부터 땅을 빼앗았다. 요원인 데킬라가 스테이츠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심지어 포피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장벽’ 안에 갇혀야 한다)에는 이런 맥락이 있다. 그는 전작의 ‘평민 에그시’와 같은 위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배신자인 위스키는 뉴욕지부장으로 거대한 빌딩(메트라이프 빌딩이다)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배신자인 이유는 첫째로 마약중독자들에게 배우자를 잃었기 때문이며 둘째로 마약 산업이 붕괴하면 대체재인 주류회사의 주가가 오른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이자 흑인인 진저에일을 ‘유리천장’에 가둔 당사자이기도 하다. 스테이츠맨이 미국 그 자체를 보여준다고 가정하면 위스키(앞서 언급했듯 영국 술이다)가 상징하는 것은 미국적 이상의 어두운 면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트럼프가 지배하는 오늘날의 미국은 백인-자본-보수정치가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은 결과이며 동시에 서로 공생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자유주의 정치는 이에 어떻게 대항하는가? 멀린이 존 덴버의 노래를 부르며 희생하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웨스트버지니아 역시 깡촌이며 오늘날엔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과거에는 남부연방에 결합한 버지니아를 반대해 떨어져 나온 이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1950년대를 바로 눈 앞에 두고 부르는 멀린의 노래는 ‘너희들이 말하던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듯이 느껴진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이상적 형태로서의 ‘미국’은 없다는 것이다. 토마스 제퍼슨이 원한 미국인의 목가적 삶은 실재한 일이 없다. 그래서 사실 이 장면은 어디론가 돌아가자는 것보다는 ‘너희들에게 미국이란 결국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장면으로도 볼 수 있다.

엘튼 존의 등장은 전작의 해법을 다시 반복하는 제스쳐이다. 그는 보수주의 정치와 자본에 이용당하다가 해리, 에그시와 함께 포피에 맞서는데 여기서 그가 성소수자라는 점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화려한 색의 깃털 옷을 입고 구경거리로 전락한 신세였던 그는 그 옷 그대로인 상태로 포피의 부하들에게 발차기를 날리고 해리에게 결정적 도움을 준다. 이들의 싸움으로 진저에일은 원하던 위스키의 자리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오바마 시기 민주당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형성된 자유주의 동맹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약자들과 함께 자유주의적 통치성을 재구성한다는 면에서는 좋은 결말일 수 있지만 킹스맨이 여전히 세계를 근본적으로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해리는 오른쪽 눈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고, 음모의 결과물이었다고는 하지만 약자를 학살한 과거의 경험을 성찰하지 않는다. 그들이 모든 자원을 투입해 만들어 낸 ‘미래’였던 에그시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기성 체제 내에서 평가받은 끝에 귀족을 넘어 아예 왕족이 되어 버렸다. 후에 ‘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트럼프가 탄핵된 이후 정권 이양을 약속하는 부통령 클린턴은 세계를 나비가 날아 다니는 과거로 되돌려 놓으려는 퇴행적 시도를 하겠지만 성공할 것 같지 않다. 악당들은 처리됐지만 위기는 지연된 것에 불과하다는 불길한 느낌이 남는다. 통치는 회복될 것인가? 스테이츠맨 내의 비주류를 상징하는 데킬라가 킹스맨의 재건을 위해 영국에 파견되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워마드 사건에 대한 짧은 생각 file

  • 2017-11-23
  • 조회 수 1722

(제발 아무 글이라도 올려달라는 이재훈 님의 호소에 따라 개인 블로그에 11월 22일 올린 글을 그대로 가져왔다) 범죄를 저질렀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된다. 그런데 논란이 그 이상의 문제로 확산되는 것은 워마드라는 사이트와 그 이용자들, 나아가서는 2015년 이후 메갈리아로 표상되는 인터넷 기반 실천의 문제를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의 논란 때문이다. 다 뻔한 얘긴데, 먼저 워마드를 말하려면 메갈리아에 대해 말해야 한다. 메갈리아는 가부장적 시스템을 근거로 하는 성차별적 제도와 문화가 개선되지 않...

킹스맨 골든서클의 알레고리 file

  • 2017-11-23
  • 조회 수 59

(제발 아무 글이라도 올려달라는 이재훈 님의 호소에 따라 개인 블로그에 10월 6일 올린 글을 그대로 가져왔다) 사람들이 갖는 대부분의 불만은 영화의 코드와 대중적 기대의 불일치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정치적 알레고리가 플롯에 큰 영향을 주는 구조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B급 감성의 액션영화라는 측면만 보기 때문에 정치적 요소들의 존재가 일종의 빈 구멍으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생각됐다. 즉, 액션영화로 보면 나와야 할 게 나오지 않고 안 나와도 될 것에 지나치게 무게가 실려 있는데 이게 ...

덩케르크: 파국을 앞둔 자유주의의 오늘 file

  • 2017-08-13
  • 조회 수 4743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는 작가주의 영화와 같은 외관을 하고 있다. “왜 영화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상에 소리를 결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것은 플롯이다. 소설과 비교하자면 영화는 경험, 즉 ‘느끼는 것’을 통해 ‘읽는 것’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면에서 오늘날 영화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플롯인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의 영상과 소리는 어떤 ‘가상적 기술’들의 총합으로 대체 되었다. 스크린과 음향장비라는 고전적 플랫폼 안에서 표현할 수 ...

지젝의 글에 덧붙임 file

  • 2017-07-10
  • 조회 수 1998

코빈의 교훈: 진짜 도덕적 다수가 좌파라면 어쩔 것인가? 1. 정치인들이 스스로 믿지 않는 것을 말하며 사람들의 불신을 활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는 세태, 그리고 다들 “으레 그러리라”고 믿으며 신념을 도구화하는 일상에 대한 생각은 ‘냉소사회’라는 책에 썼다. 오늘날 이런 현상의 유력한 매개체는 인터넷, 특히 SNS이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의 문법이 인터넷을 지배했다. 예를 들어 채팅을 한다고 하면 누구나 존댓말을 써야 했으며 “방가방가”라는 수줍은 인사와 소박한 자기소개로 발언을 시작했어야 했다. 오늘날 그런 행위는 선비...

가짜뉴스의 수호자 [2]

  • 2017-07-08
  • 조회 수 14591

오늘은 버즈뭐라는 매체의 편집장 얘기를 보았는데, 좋은 말도 있지만 전체적으론 세련된 헛소리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 중 선민의식을 말하는 대목이 있어 섬뜩했다. 오늘날 포퓰리즘은 굉장히 정의하기 어렵고, 논의가 쉽지 않은 민감한 문제입니다. 언론이 비밀을 갖고 있으면 대중에게 신뢰를 얻을 수 없지만, 반대로 우리가 비밀을 파헤치고 폭로하면 사람들은 언론을 신뢰하게 됩니다. 단, 알고 있는 것을을 공유하는 것과 전문성을 절대로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저널리즘은 하나의 기준을 가진 직업입니다. 그렇다고 일반인은 불...

송민순 논란, 이러려고 글 쓰나 자괴감 들어 file

  • 2017-04-22
  • 조회 수 13808

중앙일보 / 송민순, 회고록에 나온 ‘쪽지’ 공개 (2017. 4.21.) 중앙일보 / 송민순 “문재인, 이처럼 증거 있는데도 계속 부인” (2017. 4.21.) 지겹다. 이 논란, 다시 정리하면 이런 거다. 북한인권결의안은 2003년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다루졌고 2005년부터는 총회에서 표결했다. 참여정부는 2005년 기권 표결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당시 미국에 의해 ‘악의 축’으로 지목된 북한을 국제사회가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었는데, 참여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던 때였다. 그런데 2006년 북한은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렇기 때...

뉴 수개피언 file [2]

  • 2017-04-16
  • 조회 수 4310

안 쓴다고 그랬는데 이재훈 님이 무슨 기록을 남겨야 된다고 자꾸 그래서 씀. 어제 맥주를 마시면서 김어준 총수 님 신작을 구경하였는데, 단상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의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다. 1) 투표지분류기는 기계이므로 멀쩡히 잘 찍힌 표도 인식을 못 하는 경우가 있어, 이런 표와 무효표를 미분류표로 따로 분류하고 이는 사람이 검표함. 2) 투표지분류기 분류표와 미분류표에서 박근혜 대 문재인 득표 수가 유의미하게 차이 나고, 미분류표 숫자도 지나치게 큼. 3) 투표지분류기 해킹은 가능함. 4) 해킹이 가능하다면, 미분류...

김정남이 사드랑 무슨 상관

  • 2017-02-23
  • 조회 수 11568

죽은 김정남이 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를 쫓는다는 걸까. 북한이 사주한 걸로 추정되는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 사건을 두고 보수 언론이 보이는 태도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김정남의 비극적 최후에 모든 보수 언론이 입을 모아 야권 대선 주자들을 성토하기 시작한 거다. 따져 보면 유아적 논리인데, 이런 식이다. ‘김정은은 이복형을 잔인하게 살해할 만큼 비이성적이고 잔학무도하다. 그러므로 미사일 발사 버튼도 충동적으로 누를 것이다. 따라서 사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야권 대선 주자들은 한반...

지하철 반 승용차 반 file

  • 2017-01-17
  • 조회 수 13550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드디어 1월12일 귀국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마치 ‘왕의 귀환’처럼 여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전 지구급 유명인인 그의 실물을 보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날 그의 동선을 따랐다. 생수를 산다는 이유로 들른 편의점은 거의 초토화될 정도였다. 귀국 뒤 지하철로 이동하겠다던 그가 다시 승용차 이용으로 계획을 바꾸고, 이를 다시 지하철 반 승용차 반으로 바꾸는 진기한 일이 일어나는 통에 기자들이 잠시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해프닝은 해프닝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가 귀국 일성으로 내...

새벽은 온다, 반드시 [1]

  • 2017-01-03
  • 조회 수 1927

어느 자리에서 일본인들이 촛불시위를 부러워한다기에 “이런 촛불시위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로 우리나라 국토 면적이 좁다는 사실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촛불시위의 의미와 성과를 폄하하는 발언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다른 선진국이 아니라 한국이 직접민주주의적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적절한 토양을 갖춘 게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부산에서 서울 가는 데 몇 시간 걸리지 않는 세상이니 말이다. 물론 세상만사가 다 그런 것처럼 촛불시위도 한계는 갖고 있다. ‘...

대통령의 불안장애와 김기춘 file [1]

  • 2016-12-25
  • 조회 수 43628

나는 아무 화장실에나 가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화장실’의 최저 기준이 있다. 깨끗해야 하고, 여러 도구가 상시적으로 관리돼야 하고, 화장실인 곳과 아닌 곳의 구분이 철저해야 한다. 놀랍게도 이 기준에 맞는 화장실이 드물다. 그래서 내가 다니는 동선마다 갈 수 있는 화장실 위치를 마음속으로 정해놓았다. 오목교역에 딸린 현대백화점 화장실이 제일이다. 좌식 변기에 앉기 전에 휴지에 세제를 묻혀 커버를 닦을 수 있다. 심리학자와 이런 대화를 한다면 필시 강박적 행동이라는 진단을, 따로 요구도 안 했는데 굳이 내려줄 것이...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 때문에 고통스럽다 file [1]

  • 2016-11-21
  • 조회 수 22668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논하는 게 또 유행이다. 미용주사를 맞았다고도 하고, 굿을 했다고도 하고, 하여간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세기의 프로그램이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애를 썼으나 답을 내지 못했다. 진실의 등대를 향한 멀고 먼 항해는 “대통령이 밝혀야 합니다”라는 당연한 결론을 되뇌이는 걸로 끝났다. ‘세월호 7시간’ 미스테리를 밝히는 건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그 7시간 동안 1분에 한 번씩 해경에 전화를 해서 철저한 구조를 당부...

욱일기에 대한 생각 file

  • 2016-09-26
  • 조회 수 436

게임 커뮤니티 검색을 하다가 <페르소나 5> 라는 새로 나온 일본 게임에 대해 ‘욱일기 논란’이 벌어지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게임에 문제의 그 ‘욱일’ 문양이 등장하는 데다 등장인물이 착용한 옷을 2차대전 시기 군복으로 바꿀 수 있고, “사죄와 변상을 요구한다”(니찬네루 등에서 위안부 문제 등을 소재로 한국인에 대한 비난을 ‘밈’화한 거라는 주장)는 대사가 나온다는 것 등이다. '우익 논란'을 일으킨 캐릭터. 잘 보면 신발에 욱일문양이 있다. 게임에 "사죄와 변상을 요구한다"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 일제 순사복(군복을 연상시...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주변적 잡상 file

  • 2016-05-16
  • 조회 수 301

이 글은 단지 주변적인 이야기를 하기위해서 썼다. 미 대선에 대한 전면적인 본격 비평 그런 거 없다. "뭐 이런 얘기도 있구나"하고 넘어가길 권고합니당~~ 두 개의 당 미국인들은 양당제적 질서에 익숙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8년을 통치했으니 이번엔 공화당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균형감각이 여러 측면에서 분명히 작용한다. 예를 들면 전형적인 중간파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코미디언 루이스 CK가 보수주의자들에게 보냈다는 편지에도 이런 균형감각이 나타나 있다. And I’m not advocating fo...

북한 조선노동당 대회에 대한 생각 file

  • 2016-05-10
  • 조회 수 328

보도를 다들 이렇게 저렇게 하는데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 몇 가지 포인트에 대해 보도를 정리하고 나름의 생각을 덧붙여 본 바는 다음과 같다. 많은 언론이 김정은의 ‘조선노동당 위원장’ 직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과 다른 직책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사실상 중앙위원회 위원장(또는 의장)과 동등한 지위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다만 호칭을 그냥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하는 것 같다. 이건 과거 김정일의 예도 마찬가지인데, 정식으로 따지자면 ‘중앙위원회 총비서’가 옳겠으나 그냥 ‘조선노동당 총비서’라고...

폴아웃 4에 대한 단상 file

  • 2016-05-10
  • 조회 수 388

이 글에는 게임 내용의 누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에 민감한 분들은 절대로 아래 내용을 보지 마시길 권한다. 폴아웃 4의 메인 스토리는 표면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어떤 딜레마를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공지능이 드디어 인간의 형태가 된다면 과연 그들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인스티튜트는 인간과 거의 똑같은 것을 만들었지만 인공지능에게 결코 ‘인간’의 권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 권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레일로드이다. 다만 논란은 있다. 1세대, 2세대, 3세대...

김무성이 영도다리서 돌아온 이유 file

  • 2016-03-25
  • 조회 수 1210

김무성은 담배를 물었다. 바람에 버버리코트가 휘날렸다. 영도다리로 불어오는 바람은 살을 에는 듯 차가웠다. 곧 동이 터올 것이다. 후보 등록 마지막 날, 그야말로 추상열일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떠오른다. "와 이래 됐노..." 네티즌들은 환호하지만, 사실상 정치적 망명을 온 거나 다름없는 자신의 처지에 김무성은 화가 났다. 정두언이를 박살냈어야 했다. 정두언이가 무책임하게 떠들어대는 바람에 퇴로가 없어졌다. 김무성은 눈을 감고 그 날을 회상했다.   "야, 두언아. 유승민이는 짤라야 된데이. 내가 못 버틴다. 니도 ...

메멘토 2016 file

  • 2016-03-25
  • 조회 수 533

얼굴이 시뻘개진 김종인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사람들의 눈은 휘둥그래졌다. 거칠게 자리에 앉은 김종인은 숨을 몰아쉬며 테이블을 두 차례 내리쳤다. 사람들은 모두 긴장했다. "야!" 갑작스런 김종인의 외침에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깜짝 놀라 대답했다. "대표님, 왜 이러십니까?" "야, 이해찬이는 짤라!" "네?" "당장 짤라! 야, 김성수. 네가 나가서 발표해. 당장!" 회의에 참여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얼어 붙었다. 정청래 의원에 이어 이해찬 전 총리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벌집 쑤신 결과가 되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미래에서 온 박근혜 file [1]

  • 2016-03-25
  • 조회 수 1019

"허어억-!" 박근혜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다. 온몸이 땀 투성이었다. 이제야말로 죽겠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이원집정부제 하의 반기문 대통령과 유승민 총리가 보낸 자객이 전직 대통령인 자신을 막 암살하려던 찰나였다. '아버님, 어머님... 아직 제 할 일이 남은 건가요?' 지금 깨어난 게 내가 아니라 차라리 아버님이면 어땠을까, 박근혜는 잠시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자객을 만나 죽을뻔한 곳은 분명 삼성동 집이었는데... 여긴 왠지 모를 친밀함이... '청와대?' 박근혜의 이마에서 다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청와...

시련으로 내몰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소녀들 file [1]

  • 2015-09-04
  • 조회 수 1618

아래의 글은 엄밀한 '학적 논의'를 전제하거나 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으므로, 일종의 '농담' 수준에서 받아들여주기 바랍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장르는 로봇물이다. 마징가Z부터 에반게리온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 로봇들의 고향이 일본이다. 이전의 글들에서 우리는 일본 경제의 구조 변화에 따라 로봇들이 어떤 형태로 변화해왔는지 살펴본 바 있다. 물론 일본 경제의 특정한 상태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로봇의 형태나 역할에 거의 그대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환원론적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