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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이라도 딴 생각을 하거나 딴 길을 걷는 사람은 때묻은 인간, 병든 사람으로 혁명대오에서 떨어져나가 역사의 버림을 받게 된다, 충신은 99%짜리란 있을수 없으며 오직 100%짜리만이 있을수 있다.

지젝의 글에 덧붙임

조회 수 1933 추천 수 0 2017.07.10 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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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빈의 교훈: 진짜 도덕적 다수가 좌파라면 어쩔 것인가?

1.

정치인들이 스스로 믿지 않는 것을 말하며 사람들의 불신을 활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는 세태, 그리고 다들 “으레 그러리라”고 믿으며 신념을 도구화하는 일상에 대한 생각은 ‘냉소사회’라는 책에 썼다. 오늘날 이런 현상의 유력한 매개체는 인터넷, 특히 SNS이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의 문법이 인터넷을 지배했다. 예를 들어 채팅을 한다고 하면 누구나 존댓말을 써야 했으며 “방가방가”라는 수줍은 인사와 소박한 자기소개로 발언을 시작했어야 했다. 오늘날 그런 행위는 선비질이라는 위선이거나 또는 친목질이라는 사익 추구를 위한 행위일 뿐이다. 같은 논리가 오프라인을 침식했다. 이제 정모 후기를 인터넷에 남기는 것은 희귀한 일이 되었다. 당연하다. 페이스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일체가 되었는데 온라인 인맥을 오프라인에서 확인하는 게 무슨 그리 특별한 일이겠는가!

SNS의 세계에선 조목조목 논리적 반박을 시도하는 일 같은 건 그저 비효율이다. “ㅋㅋㅋㅋ뭐라곸ㅋㅋㅋ”라고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ㅋㅋㅋㅋㅋ”라고 쓴 후에는 어떤 아무말을 써도 상관없다. 사실은 논리적 반박을 할 수단이 없는 사람들도 이런 행위를 통해 남을 이겨먹을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얻는 것은 자존감이며 열등감의 극복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그 열등감이 개인을 파편화하고 세계에 대한 분절적 인식을 선사하기 위해 체제로부터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다양하게 시도하는 열등감 극복의 몸짓은 체제에 맞서는 대신 체제적 문제를 외면하려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오늘날 극우주의의 토양이다.

매우 당혹스럽게도 우리 눈앞에 이런 현상들이 나타난 것은 역사의 퇴보가 아니라 진전의 결과이다. 기술의 발전이 없던 시기 많은 사람들은 체제를 외면할 수조차 없었다. 과거 역사에서 그런 시도의 흔적이라도 남긴 사람들은 적어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사회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한 지위에 있었다. 어쩌면 과거에 어떤 토론이나 타협이 가능한 시기가 있었다고 우리가 믿는 것은 ‘발언하는 이들’의 숫자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전 세대의 사람들이 체제에 맞서기 위해 고안한 행위들을 현대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 과연 이런 주장은 새로운 것인가? 전혀 아니다. 사실 진보세력은 이를 위한 제안을 늘상 해왔다. 그런데 이런 제안을 결과적으로 우습게 만든 것은 안타깝게도 진보세력 자신들이다. 진보세력의 한쪽은 더욱 더 신념과 정치를 도구화하는데 익숙해지고 있으며, 다른 한쪽은 세계와 끝없이 유리된 나머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거의 잃어 버리고 있다.

어쨌든 해야 할 일을 이루기 위해 다시 나서야 한다. 문제의 핵심을 체제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하고 사방으로 흩어진 문제의식들을 끌어 당겨 연결하며 체제에 맞서는 대안을 촉구하는 데로 이끄는 게 좌파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은 반드시 정치로서 이루어진다. 정치는 상상이 아니라 상징의 세계에서 가능하다.

2.

지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마지막 문단에 있다. 나도 ‘냉소사회’에서 비슷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를테면 버니 샌더스다. 미 대선 당시에 나는 샌더스가 내세우는 정책뿐만이 아니라 그의 ‘캐릭터’가 먹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캐릭터’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고도 봤다. 쉽게 말하면 월스트리트 점령파로부터 정치적 진정성을 인준 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 진정성은 노예제도 폐지라는 쟁점에서 한 발짝도 후퇴하려들지 않았던 ‘링컨의 공화당’을 연상케 하는 데가 있다.

에릭 포너 등은 ‘링컨의 공화당’을 만든 이념적 기반을 자유 토지(free soil)와 자유 노동(free labor)으로 설명한다. 어떤 면에서 이 가치들은 건국의 정신, 즉 프로테스탄트의 윤리로부터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사실 샌더스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체제적 모순을 해소하길 바라는 갈증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정상성으로의 복귀를 희구하는 보수주의적인 것이기도 하다.

제러미 코빈에 대한 영국 대중들의 지지도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이들에게 제러미 코빈은 온갖 거짓된 정치들을 물리치고 ‘진정한 정치’를 ‘복원’하는 인물이다. 지난 프랑스 총선에서 ‘불굴의 프랑스’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 비슷한 측면이 있겠지만 더욱 유사한 예로 생각되는 것은 놀랍게도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를 대통령으로 만든 ‘1유로 투표권’ 돌풍이다.

이것은 좌파적 흐름의 확대인가? 제러미 코빈이 무엇을 주장하는가와는 별개로 그렇지 않게 될 수 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게 극우주의 정치가 성장하는 상황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는 거다. ‘냉소사회’에서 나는 ‘진정한 ~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진정한 ~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편의적으로 구분했다. 보통 ‘진정한 ~은 없다’는 논리를 선호하는 사람을 냉소주의자로 부른다. 이 논리를 정치에 적용하자면, 어차피 진정한 정치란 근본적으로 없으므로 게임과 술수와 이미지만이 현실 정치의 모든 것이다.

‘진정한 ~은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궁극적으로는 어떤 이상적 존재의 실존을 믿는다. 그런데 오늘날 이들은 ‘진정한 무엇’을 발견하기 보다는 그것으로부터 유리된 자신(현대의 경우에는 보통 소비자적 주체이다)의 처지를 인식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진정한 ~은 있다’는 생각은 ‘적어도 여기에 그 진정한 ~은 없다’는 냉소주의로 빠진다. 세상 어딘가에는 이상이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여기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어느 순간 ‘진정한 무엇’을 이룰 수 있을만한 대상을 찾으면 이러한 냉소주의는 순식간에 정상성 회복을 위한 강력한 메시아주의로 전환한다. 이렇게 등장한 메시아에게 체제를 뒤엎을 능력과 의사는 보통 없으므로 시간이 흐른 후 메시아주의는 다시 냉소의 자리로 돌아간다. 여기가 바로 극우주의와 좌파정치가 만나는 불행한 지점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언제나 지연되고 있고 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좌파의 첫 걸음은 ‘진정한 ~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샌더스와 코빈의 시도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온갖 전략 중에서도 순진무구한 솔직함이 가장 파괴력 있고 지혜로운 전략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젝의 "힐러리 찍느니 트럼프"라는 정치 윤리에 동의 안 한다. 우리는 어차피 투표권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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