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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팅 비평은 모종의 ‘미적 질감’ 비평을 끌어내보기 위한 작업이다. 여기서는 미술과 미학 문제로 다룬다.

그간 미술비평과 큐레이터 일을 했다. 인문학박물관을 만들어 학예실장으로 일 한적도 있고 일민 시각총서 편집장 일도 했다. <미학이란 무엇인가>(사계절)를 비롯해 미술서 몇 권 썼고, <문화적 기억_야나기 무네요시전>, <공감_정기용 건축전>을 비롯해 <격물치지>, <공장>, <우리 학문의 길_새 생활과 새 윤리의 학>, <수레바퀴 밑에서> 등의 전시도 기획했다.

자전적 문화론이자 지하생활자의 수기로 문명과 미감 사이 곤경(困境)의 질감(質感)에 대해 써보고 싶어 그야말로 노력 중이다. 인생의 불편함, 불쾌함에 대한 사회적 존재론이자 우주론 독본을 계획만 하고 있는 건데, 스스로도 그 모양새를 알 수 없다.


 

 내 마음에도수선전도가 존재한다. 내 마음이 느끼는 서울의 전체상인데 내가 느낀 서울의 심경상(), 그 바닥이자 하늘이다.

원래수선전도라는 말은 중국에서 유래됐다한 나라의수도(首都)’의 의미는 으뜸가는 선()을 건설하는 일 곧 수선(修善)의 시작점을 의미한다는 뜻에서 유래된   명칭이라고 한다.

수선전도에는 왕도정치를 실현하는 기관들이 국심(國心)의 세력중심으로 재현돼있다. 오늘날의 광화문 부근 영역이 정부청사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미국대사관등이 들어서 있으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상징하듯,수선전도에서의 지배기관들의 배치 좌표는 도성 안팎  생명들의 가치론의 최종심급이었다.     

수선전도의 수직수평 축들은 마치 정악(正樂)을 연주해내던 옛 악기의 씨줄날줄 같기도 하다. 거기서 산은 왕도정치의 근본에 형태학상적정해서 정확한위엄을 부여한다. 특히 전체와 부분 간의 관계가 한양성의 주산들을 배경으로 한눈에 파악하도록 돼있다.

후경인 산과 전경의 정치기관들이 씨줄 날줄로 성 내를 장악하고 그 영역 안에 당시 관사들과 가옥들의, 빼곡히 우물()같은 형상들이 그려진 셈인데, 하나하나의 우물들은 모두 나름의 첨성대들이다. 사소한 개인이지만 첨성대에 올라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화려해진 정()은 나라를 위한 충정의 꽃들이 된다.  

내 마음의 수선전도에서도 정치는 미학을 구성한다. 이곳의 정치는 내 마음에서 만이 타당하다. 서양의 원근법과 달리 내 마음 속 서울의 전체상에서는 모든 자의 삶이 유령처럼 지나가며 동요하는 의미화 계열들로 넘실댄다.  

나는 그들을 알 수 없다. 어렸을 적 상도동과 대학시절까지 다니던 정동과 신촌, 대학원 시절의 봉천동과 그리고 헤매고 사랑하고 일하던 서울 명동과 종로의 구석구석의 그 어떤 모습 속 알 수 없음인데, 타자들의 방황도 겹겹이 어스름한  자취로 들어와 산다

나의 수선전도는 경험치라는 개인의 자기 소설로 해체되어 착각으로 구성된 그림이기도 하다. 망실된 국체(國體)와 정체(政體)의 객관적인 역사와 문화가 원한으로 서로 할켜대는 패착의 그림이자 내 마음의 길이 시작되는 그 모퉁이이기도 하다.

늙어가는 개인적 정치가 붙잡고 있는 하찮은 나의 그림인데, 하기야 내 마음에만 그럴리는 없다. 누구나의 마음 속에는 페병환자처럼 켁켁대며 이런 저런 유형의 인류학 문화 장치인 선악의 장르가 있다.

각자의 도시는 각자의 선()을 건설하는 시작점이다. 닫힌 성곽은  선과 악의 구분을 왕의 길을 위해 차단, 방해했을 수도 있다. 어떤 인류에게는 동대문 밖 성내 시신들을 버리던 곳이 자신을 엄폐할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기도 했을 것이고, 염치를 묻어버린 자신의 능력을 시장삼아 거처하기도 했을 것이다.

각자는수선전도를 그린다. 각자의 수선전도에도 북악산과 인왕산, 저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남한강과 북한강은 여전히 '우리'의 틀이다. 내 마음에 어떤 형태가 있고 거기 들려오는 모든 소리는 부모와의 처연한 악다구니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렇지만 마음을 갈파해주는 어떤  날선 칼이 필요하면, 국가와 민족과 사회와 가정을 본다. 하늘을 보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삶의 의미의 전체상이 한 눈에 들어오기를 바란다. 요즘은  유사 청계천들도 도시마다 생기면서 나름의 유사 육조거리와 유사 청계천변들이 삶의 중심인양 전체상을 만든다. 이들의 진짜 청계천은 서울 광화문이 아니라 수선전도에 흐르며 시정을 가로지른다. 배수진을 친 내 마음의 산 저 아래, 서울을 이루는 모든 동네들의 이룰 수 없었던 꿈들과 추위와 싸구려 환락들은 뻔한 삶의 정조(情調)가 되어 유행가를 읊조린다.

우매함에 정치는 말뚝박고 진을 쳤고 그 속에서 삶은 바로 서지 못했다. 자유와 평등의 의미를 오만가지로 밤새우며 규정해보았지만, 자기 생의 거대한 비전이란 뒤돌아볼 때만 낭만일 뿐이다. 내 마음의 정치가 양지가 되어준적이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인왕산이나 북악산등에 오르면서 서울을 내려다본다. 서울의 주산과 안산, 주산과 안산이 품고 있는 구질구질한 그림을 즐긴다. 이들이 내려다보면서 보는 길, 그 보이지 않지만 깊이 자리잡은 공허의 깊이에 내려앉은 것은 왕도정치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전혀 재현되지 않을 소리가 늪으로 가득차 썩고 있는데노래를 그려낼 수 있을 마음 갈데의 문법이 없다. 그래도 노래를 부르지 못해 반말 짓거리 찍찍해대는 시정잡배로,   모리배로 권력의 맛을  갈구한다. 그럼에도 헛된 자기애의 인식구멍들의 오차와 균열을 단도리 할 수 없다. 일진회도 독립과 번영을 들락거리며 민족화원에 정통성을 수놓는다 하고 일베도 자기 믿음의 진정함에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음에 다다른다.

 

문법은 공유를 위한 체계이다. 공유재산만이 공동문법의 토대를 구축한다. 문법은 공유재산 없이는 형성되지 않는다. 수선전도 정치의 부재는 나라의 공유재산의 정체가 확랍되어있지 않은 탓이 크다. 재산이 문법이면, 공유재산은 수선정치의 왕도를 지시할 수 있다.

공유재산은 전체에 대한 인식획득의 구체성을 보증한다. 전체와 부분의 관계는 소유권의 할당에 따른 조직이다. 전체의 애달픈 공유재산과 부분의 거대 욕망은 전체상에 제사를 드리면서 매개, 조율될 수 있다. 서울의 전체상을 얻어보고자 했던 개인의 슬픔과 북정마을 3번 버스를 타고 고달피 집으로 가는 자의 행군은 그래서 그냥 낙화일 뿐이다.

수선전도의 상징규범은 당대 인문학을 규정하는 정치적 수사체계를 재현한다. 수선전도와 한양전도의 미학은 그 인문학의 정체를 규제한다. 사실 수선전도와 한양전도에는 왕이 보여줄 선의 정치(善의 정치)의 문법이 재현되어 있지만, 베풀어야 할 선의 구체적 정치적 대상은 전혀 재현을 얻지 못한다.

이들은 굳이 규범에서 언급할 대상들이 아니다. 여기서의 문법은 성곽내의 인자(人子)들에게만 전달되어야 좋을 체계의 것이다. 공유는 여기서 끝나고 나머지는 공유된 바의 체계에 따라 각자 공유된 재산의 표현의 정치학에서 백성들에게 표현되어도 알바 없는 일이다.

서울의 전체상에 대한 동시대 사람들의 공유재산은 있는가? 서울이 품은 공유재산의 거대담론과 미시사에 문법을 그려볼 수 있다면, 서울이라는 장르에 정치가 들어 갈 수 있게 된다.

문법이 정치이고 문법이 문법이 속한 사회의 인문학을 지시한다. 미학과 미술사는 그 인문학의 은폐된 정체를 드러낸다. 미학과 미술사가 없어서 지금 시장만 있게 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서울의 전체상과 서울의 미시한 감정사를 드러낸 그림들을 공유재산으로 한 미학과 미술사가 없다면, 결국 근현대 생명들을 위한 정치적 그림도 없다는 얘기이다. 근현대의 수선전도(修善全圖)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래서 모든 그림들, 가치관과 세계관, 이상과 동경과 전망들은 떠돌고 있다. 근현대 정신의 노력들이 아무런 몸을 얻지 못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유유산수전 도록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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