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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팅 비평은 모종의 ‘미적 질감’ 비평을 끌어내보기 위한 작업이다. 여기서는 미술과 미학 문제로 다룬다.

그간 미술비평과 큐레이터 일을 했다. 인문학박물관을 만들어 학예실장으로 일 한적도 있고 일민 시각총서 편집장 일도 했다. <미학이란 무엇인가>(사계절)를 비롯해 미술서 몇 권 썼고, <문화적 기억_야나기 무네요시전>, <공감_정기용 건축전>을 비롯해 <격물치지>, <공장>, <우리 학문의 길_새 생활과 새 윤리의 학>, <수레바퀴 밑에서> 등의 전시도 기획했다.

자전적 문화론이자 지하생활자의 수기로 문명과 미감 사이 곤경(困境)의 질감(質感)에 대해 써보고 싶어 그야말로 노력 중이다. 인생의 불편함, 불쾌함에 대한 사회적 존재론이자 우주론 독본을 계획만 하고 있는 건데, 스스로도 그 모양새를 알 수 없다.

미학이란 무엇인가

조회 수 1275 추천 수 0 2015.05.07 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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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미학'이란 단어를 들으면 누구나 조금은 그 뜻을 막연해한다. 그래도 '미에 대한 학문'이니까 예술에 관한 전문지식체계를 다루거나 미용 등 구체적인 생활분야에서 무언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과 관련될 때 미학을 언급한다는 정도는 알 수 가 있다. 사실 이런 차원에서의 미학 이해는 틀리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미학'은 얼핏 대하기 만만치 않은 아우라와 수수께끼로 가득 차 보인다. 통념이 과연 맞는 것인가 반신반의 하게 된다.

한편 미학에 대한 통념이 미학에서 실제 다루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미학에서 주로 다루는 문제가 주로 '취미'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언뜻 보기엔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도 미학이 서구에서는 원래 '취미의 학'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하면 조금은 당황스러워한다. 하지만 이때도 예술과 미의 문제가 취미생활과 관련 있는 것이라는 점은 알 수 있기에, 미처 미학이 '취미의 학'이라고 까지는 생각 못하지만, 관련이 있다는 것을 수긍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미학에 좀 더 전문적으로 입문하고 싶어 서구미학사의 대표적인 논문들을 접하자마자 당장 느끼는 것은 서구미학에서 다루는 '미'와 '취미', '예술' 개념 등이 상당히 추상적이고 난해하며 거의 전혀 비일상적인 접근법으로 예술이나 미의 개념들을 다룬다는 사실이다. 생활인이 느끼는 미와 예술의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의식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렇듯 뭔가 낯선 비일상적 철학적 문제들로 지리한 얘기들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전문적인 학적(學的) 미학 논의들도 알고 보면 일상적 미적 경험에서 출발하고 대개의 사람에게 공통적인 미적 감각문제이다. 미와 예술의 문제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여러 인식적 전제들을 궁극적으로 추론하다가 미학적 연구가 거의 항상 이르는 지점은 미와 예술에 대한 철학적 비판적 논의이다.  인간이 내린 '판단'의 '능력'이  문제가 되기에 판단력에 대한 문제를 궁구하다보면 답하기 어려운 인식론적, 가치론적, 존재론적 난제들에 봉착하게 돼 결국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판단능력'은 미와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능력'이라는 것이 떠오르고, 그래서 이것을 미학의 핵심과제로 다루면서 판단에 대한 판단이 미학의 기본내용이 되버리는 것이다. 이쯤되면 미학은  미와 예술을 다루는 문제같아 보이지 않게된다.   


이런 미학의 내용과 과제에 대한 확신에 이르게 되는 과정은 서구 근대사회의 형성과 함께한다. 18세기 서구에서 새로운 학문으로 떠오른 미학은 근본적으로 취미에 대한 학문이요 취미에 관련된 정신의 능력을 다루는 학문으로 자리잡는다.(미학은 독어 '에스테틱'의 번역어로 일제강점기 일본학계와 경성제국대학 미학연구소등에서 사용하기 시작해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진 학문이다.) 바움가르텐(A. Baumgarten, <미학>, 1750/1758)이 체계적으로는 최초로 미학의 고유영역을 세우려 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미학을 '저급한 감성적 인식의 학'으로 명명한다. 그는 이성에 비해 인식력이 덜한, 그래서 저급한 것으로 알려진 감성의 인식능력인 ‘취미’에 주목했고 (취)미를 연구하는 이론영역을 ‘미의 학’으로 규정한다.

인간은 누구나 무엇인가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미적 체험은 특이한 인간 고유의 체험이다. 어떤 사물이나 인간, 상태를 앞에 두고 느끼는 미적 감정은 그것이 '미적'이구나 하는 판단에 따른 결론이되 감각적 판단이다. 즉 감정적, 주관적인 판단이다. 감성은 대상이 지닌 보편성이 아니라 특이성(특수성, 특성, 유니크함)을 알아채면서 '차이의 질'을 판단한다. 그렇지만 '판단'이기에 판단의 기준인 보편성을 공유하는 판단이다. 판단결과 우리 감정의 쾌감과 불쾌감으로 나타나는, 만족과 불만족을 주는 감정(感情)의 추이들이 있다. 감정의 이런 움직임도 정신능력이되 이성의 체험판단, 추론판단과는 다른 차원에서 인간의 세계 내 체험을 구성한다. 취미능력은 감정의 이 능력을 '보편적이고도 특수한 대상'에 대해 보다 고도로 훈련하고 고양시킨 판단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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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미학사의 가장 대표적 이론가 격인 칸트(I. Kant)의 미학저술은 '(취미)판단력비판'으로 명명돼있다. 우리가 요즘 흔히 '취미'라고 할 때의 취미와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칸트가 쓴 <판단력비판>의 내용처럼 취미개념은 복합적인 철학적 문제를 담고 있다. 여기서 취미의 어의는 판단력, 곧 이성과는 다른 구분능력인 감성적인 판단력을 가리킨다.(판단력의 개념에는 취미판단력만이 있는 것은 아니나 이성적 판단력과 취미판단력은 밀접하게 연계된 개념으로 사용된다. 칸트철학 저술 전체가 이를 설명하는데 핵심적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더 자세한 것은 본인의 <미학이란 무엇인가> 중 '미학과 취미판단력 부분 참조.  ) 

감성개념도 취미처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개념으로 바꾸면 '감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보자면 미학은 '판단의 능력'문제를 다루되 '명석, 판명(데카르트, clear, distinct)'한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이론적 인식과 달리 감정적인 판단인 주관적 판단, 즉 대상에 의해 야기된 개별적인 판단의 인식문제를 다룬다. 미학에서는 주관적 판단이 안고 있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문제들을 연구한다.

미학사 전통에 의하면 '판단'은 사물에 대해, 사물의 본질을 알기 위해 하는 ‘인식’과는 다르다. '판단'은 과학적인 인식 곧 사물의 본질에 대한 과학적 추리 끝의 분명하고 확실한 인식과는 다르다. 인식은 사물을 구분하지만, 판단은 사물의 인간에 대한 관계를 판단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감정이 하는 역할로 감정은 사물이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느냐 공포를 주느냐 등을 판단한다. 곧 사물을 보고 쾌와 불쾌의 감정이 생겼다면 그는 자기가 인지하는 사물에 대해 '판단'한 것이고 그래서 그 사물에 대한 쾌, 불쾌의 감정을 갖게 된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사물을 과학적으로 인식할 뿐 만 아니라 사물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판단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대상이 우리를 즐겁게 하느냐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가,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하는가 등을 판단하며 대상을 감정적으로도 인식한다. 아름답다는 판단은 이런 유의 감정적 판단에 속한다. 이것은 미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 판단이라는 말이다. 예술은 인간의 감정능력으로 행해지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판단, 그 차이를 창조성의 원리로 한다.

문제는 판단에는 그것이 판단인 한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보편적 기준이 있어야 판단이 행해진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러니 인간의 판단능력은 보편적 가치기준을 지닌 것으로 논리적으로 전제해야 판단능력으로 인간이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개인이 느끼는 사물에 대한 감정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논리적 전제와 사실상의 경험이 모든 인간이 행하는 판단에서 동시에 발생한다. 이 지점부터 미학은 매우 복합적인 인간 정신능력의 특성, 그 보편성과 특수성의 문제를 동시에 가능한 것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문제를 안게된다. 하지만 바로 이런 특수한 과제로 인해 미와 예술, 미학의 과제는 보편적인 가치기준을 놓치지 않고도 특수한 개인적 감정의 차이로 인한 대상이해를 수용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의를 띠게 된다. 이 능력은 현대사회로의 진입과 더불어 점점 더 중요해진다. 인간을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게다가 보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차이들에 대해 가장 예민하고 정확하게 감지하며 우리 감정을 즐겁게 하는 것을 알아채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능력이 찾아나서고 있는 최선의 인간성 이념을 뒷받침 해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E. 버크(Edmund Burke)는 "단순한 즐거움이나 고통이든 아니면 이들의 변형된 형태든, 사람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는 관념들 거의 대부분을 우리는 자기보존과 사회라는 두 가지 항목 아래 분류할 수 있다. 모든 감정들은 이 두가지 목적 중 하나를 이루가 위해 존재한다.", "사회적인 감정들은 사회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그것들이 기여하게 되어 있는 다양한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분화된다. 이러한 감정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세가지는 공감, 모방, 그리고 야망이며 이성의 이론적 추론에 앞서 우리를 몰아대는 본능인데 기실 그 정체는 사회적인 자기보존논리에 있다“(에드먼드 버크, 김동훈 옮김, <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 83-84쪽, 90쪽,도서출판 마티, 2006)고 본다. 미적 취미는 감정적 쾌, 불쾌의 다양한 훈련을 거친 미적 차원의 고수(취미판단력이 뛰어난 사람)를 길러낸다고 보았고, 감정판단력연구는 실제 그랬듯 사회적 태도의 적절함(교양인, 신사숙녀)을 알게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미학의 전망은 이런 역사적 실제를 지금 넘어가고 있다. 자기보존과 공감 등의 본능에 기반을 둔 매우 개별적인 경향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문제의 힘을 의미하는 감정의 힘, 그 힘이 내미는 판단력, 그리고 그 힘이 보는 비전이 바로 '미적 차원'인 것인데, 미학은 이런 힘에 대해 연구하는 스스로의 과제를 자각하면서 인문학의 이념을 구축하고 있다. 인류학과 철학을 넘어 이념학에 이르고 있다.

미적 차원은 일종의 해답이고 모순이면서도 비전인 차원이다. 19세기 이후 예술과 미적차원은 도덕과 종교와 철학이 했던 역할을 떠맡고 오늘날에도 철학적 논쟁은 예술에서 매개된다. 미적 차원은 언더그라운드의 쑥덕공론 모양새로 여론의 공공성 모양새로 근대철학의 진리기능을 담보한다. 미학은 인문학적 가치 판단력의 신(新)기관이다. 오늘날 예술가는 시대정신을 판단하고 감정의 진리치를 구하는 철학의 신기관이다.


<아티클> 2011.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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