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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관습, 인식의 재구성을 위하여.

부천문화재단에서 일했으며 예술과 정치 사이를 오가며 글을 씁니다. 주로 여성과 성소수자 관련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여성의 가장 중요한 직업 file [1]

  • 2017-01-23
  • 조회 수 83871

조지 엘가 힉스 George Elgar Hicks, <여성의 임무 :  Woman’s Mission: Guide of Childhood >, 1862–3 <여성의 임무> 는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에게 일종의 지침서로 사용하기 위해 3부작으로 구성되었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 남자의 동반자인 아내, 노인을 돌보는 딸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캠페인의 육아 정책 홍보 비디오에는 “엄마이며, 아내이며,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방카 트럼프가 목소리를 낸다. 그는 “엄마는 여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직업”이라고 한다. 그도 물론 아내이며 무려 아이를 셋이나 낳은 엄마...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file [3]

  • 2017-10-13
  • 조회 수 45183

영화 <박열>을 보고 가네코 후미코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 동안 잘 몰랐다는 생각에 빨리 알아서 스스로 이 민망함을 지우자는 조급함도 있었다. 책을 찾아 보니 세 종류가 있다. 하나는 가네코 후미코가 쓴 옥중수기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학자 야마다 쇼지가 쓴 평전 <가네코 후미코>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저자가 박열과 후미코 두 사람을 함께 다룬 책이 있었는데 이는 영화 개봉과 비슷한 시점에 출간되었다. 평전과 함께 옥중수기를 읽으려고 보니 옥중수기가 무려 세 종류였다. 이 중 두 종류는 영화보다 한참 전인 201...

노력에 대한 보상 file

  • 2017-06-23
  • 조회 수 44607

이미지 출처(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95204.html) 지난 겨울 한국에서 만난 한 교육계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대학생들이 만우절에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오는 경우가 있어요. ‘일반고’ 교복 틈에서 자사고나 특목고 교복이 눈에 띄지요. 그러다가 저쪽에서 누군가가 도포 자락 휘날리며 걸어오면 전부 기 죽는 거에요.” 도포자락이요? “민족사관고요.” 아... 다소의 과장이 섞인 이야기겠지 생각하면서도, 이런 슬픈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로 인간들의 ‘분리’ 작업이 섬세해졌음을 알 수 있다. ...

대통령 마음대로 file

  • 2016-03-05
  • 조회 수 30113

몇 달전 한 학생에게서 인상적인 메일을 받은 적 있다. 그는 “고통을 상상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할 윤리적 의무”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졸업논문과 관련한 문의였으나 내가 그렇게 거대한 주제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깜냥은 못 되기에 그냥 그의 생각을 듣고 공감하는 차원으로 마무리했다. 나는 그저 그의 고민 자체가 굉장히 반가웠다. 내 고통에 대한 생각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생각은 내게 (아직) 오지 않은 고통에 대한 치열한 상상이다. 타인과 세계에 대한 상상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나와 무관한 일...

"‘동네 아줌마’보다 못한" file

  • 2016-11-02
  • 조회 수 22758

“저는 ‘제3의 성’이라고 불리는 ‘아줌마’입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자기소개를 하던 자리였다. 또래보다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던 한 여성이 자기소개를 하면서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했다. ‘제3의 성’이라는 그의 표현은 재치있는 유머였지만 나름 뼈가 있는 말이었다. 아줌마로 분류되는 기혼 여성의 세계에 살고 있는 그에게 ‘뒤늦게 공부하는 아줌마’라는 주변의 눈치가 꽤 있었다. (여담이지만 남의 인생에 ‘늦은 나이’라는 말 좀 함부로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여성학자 정희진의 글에서 이와 비슷...

설겆이에서 돼지흥분제까지 file [1]

  • 2017-05-09
  • 조회 수 13120

연이어 발생한 테러, 사람들의 일상을 꾸준히 위협하는 실업문제가 ‘더 중요한’ 사안이기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프랑스는 올랑드 집권 동안 ‘작은’ 성과도 있었다. 환경정책을 비롯하여 내각의 성별과 인종 구성, 동성혼 합법화,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법 도입 등. 대부분 ‘성’정치에 해당한다. 성과 밥벌이가 분리된 사람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문제다.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상징하는 빵과 장미가 어떤 사람에게는 밥과 여자에 해당한다. 여자가 행복추구권의 매개 역할을 한다. 배가 고파 밥을 먹고 ‘2차로’ 후식처럼 여자를 ‘...

남성 정치인의 아내 file [1]

  • 2017-04-19
  • 조회 수 10665

정치인의 아내가 남편을 돕기 위해 하는 일은 어디까지 공적인 지원이고 어디까지 아내의 개인적 내조에 해당할까. 정치인을 ‘남성’으로 두고 배우자는 대부분 아내라는 이름의 여성이기 때문에 이 여성들이 남성 배우자를 지원하는 일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정서가 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한 정치인의 아내가 다른 정치인 아내를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를 위해 선물을 사느라 시간을 쓴다면 이는 공적으로 지원요청을 할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닌가. 안철수 후보의 아내 김미경씨의 ‘갑질’ 논란을 보면서 좀 복...

본다는 것 : ‘더러운 잠’을 둘러싼 시선의 정치 file

  • 2017-02-23
  • 조회 수 9435

뭘 봐, 어디 눈을 똑바로 뜨고. 모두 ‘어디 감히 보느냐’를 뜻한다. 낯선 사람에게 나도 두어번 당해봤다. 어떤 사람에게 본다는 것은 위험하다. 반대로 나는 수도 없이 보여졌다. 보기만 할까. 품평도 한다.  ‘시선강간’이라는 말이 있다. 성별때문에 시선을 통한 폭력을 경험하는 여성들의 상황을 표현하는 언어다. 이 표현이 정확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언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여성들은 시선의 침략에 수시로 맞닥뜨린다는 점을 생각하자. 표현의 정확성은 다시 고민하면 된다.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를 묘사한 이들은...

여성의 액체를 말하라 file [6]

  • 2017-09-07
  • 조회 수 6750

작가 Sarah Levy가 자신의 생리혈로 그린 도널드 트럼프 초상 그레타 거윅의 연기가 만개하는 <20세기 여성들>. (왜 한국 제목은 <우리의 20세기>인가) 애비(그레타 거윅)는 손님들과 함께 앉은 식탁에서 “나 생리중이야”라고 말하며 ‘월경menstruation’이라는 단어를 또렷하게 내뱉는다. 영화 속 배경은 79년. 당시 20대인 50년대 생 애비의 행동은 20년대 생 도로시(아네트 베닝)의 눈에는 당혹스러웠다. 그의 발언을 지적하자 애비는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에게 ‘월경’ 이라는 단어를 말하도록 설득한다. 모...

혼자 못 사는 남자들 file [1]

  • 2016-07-11
  • 조회 수 6271

허균은 <성옹지소록>에서 아버지 초당 허엽의 스승인 화담 서경석의 일화를 소개한다. “아버님께서는 화담 선생에게 가장 오래 배우셨다. 일찌기 칠월에 선생의 집으로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가 화담 농막으로 간 지 벌써 엿새째라고 했다. 곧 뒤따라 갔었는데 가을 장마로 물이 한창 넘쳐나서 건널 수가 없었다. 저녁 때 여울물이 조금 줄었으므로 겨우 건너가셨더니, 선생은 한창 거문고를 타면서 높게 읆조리고 있었다. 아버님께서 저녁밥 짓기를 청하자, 선생은 “나도 먹지 않았으니 함께 짓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머슴이 부엌...

반성 없는 목소리 file

  • 2018-02-09
  • 조회 수 4696

  1. 돕겠다 “우리가 돕겠습니다.” “절대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얼마 전 TV탐사보도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배우, 국회의원, 가수, 영화감독 등 유명한 남성들이 이렇게 선언했다. 안타깝지만, 그들의 선언이 반갑기는커녕 마음 속에서 싸늘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미 공분이 일어난 후에 취하는 안전한 분노를 보며 고마워해야 하나. 일단 ‘돕겠다’는 말부터 거슬렸다. 여성은 동등한 인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도와주는 나’를 과시하는 사람치고 그 도움 받는 대상을 존중하는 사람 없다. 게다가 여성은 남성의 도움이 필요...

여성의 장소 file [2]

  • 2016-02-08
  • 조회 수 3373

루이즈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1911~2010), <여성-집 Femme Maison> 연작, 1946~47년   며칠 전 간단한 다과를 준비할 일이 있어서 스타벅스에서 케이터링 서비스로 커피를 구매했다. 나는 그런 서비스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커피를 내려서 보온병에 담아 갈까(보온병이 없네), 인스턴스 커피를 사서 뜨거운 물에 각자 타먹게 할까(인스턴스 커피 싫어하면 어떡하지), 그냥 주스만 마실까(커피를 찾으면 어떡하지),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스타벅스에 가면 보온이 되는 큰 통에 담아준단다. 오, 그런 좋은 서비스가! 양도...

나는 몰랐다 file

  • 2016-10-28
  • 조회 수 2761

<짜증나게 하는 신사>, The Irritating Gentleman,  Berthold Woltze, 1874 벌써 십 수년 전이다. 나와 업무상 메일만 1년 가량 주고받다가 어떤 행사 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보게 된 한 시인이 있다. 나를 만난 그날, 그 시인은 나의 선배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젊은 여자를 봤더니 가슴이 너무 뛰어서 집에 가는 길에 약 사먹다”고. 내가 이걸 어떻게 알까. 그 선배가 내게 직접 면전에서 전해줬기 때문이다. 히히 웃으면서, “집에 가는 길에 약 사먹었대”라고 내게 친절히 전해줬다. 많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이러한 ‘징...

성구매의 일상화 file [1]

  • 2018-03-08
  • 조회 수 2667

1.    오래 전 프랑스에 연수를 온 공무원들을 친구 소개로 며칠간 도와준 적 있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반갑게 대했으나 반나절만에 별 꼴을 다 봤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내게는 아주 이질적인 경험이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석굴암이 더 멋있지! 우리 석굴암이 진짜 대단한 거라고!”를 외치며 분에 찬 표정으로 씩씩거렸다. 이 '석굴암 남자'는 카페에서 내가 사과 파이를 주문하며 맛있으니 먹어보라고 권하자 “우리나라 사과보다 더 맛있어? 응, 더 맛있냐고?”라는 소리...

남성 페미니스트 file [7]

  • 2016-01-13
  • 조회 수 2622

 정희진, ‘남성 페미니스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18409.html   뒷북. 진작에 읽었으나 도무지 쓸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공감과 비판적 의견이 교차하는 글이라 내 의견을 적어보고 싶었다. 일단 이 글이  “나와 지인들의 경험을 종합해” 두 가지 유형의 남성 페미니스트를 정리했기에 나도 그 기준에 맞춰 ‘나와 지인들의 경험을 종합해’도 상관없을 것이다.(각자 자신과 제 주변의 경험을 종합해 보면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유형으로 “일상에서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이들과 “자신...

'윈드 리버' : 동물과 여성, 그리고 초월적 사냥꾼 file [2]

  • 2017-10-07
  • 조회 수 2601

* 스포일러 있음. 잭슨 폴락의 고향, 와이오밍은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주지만 황량하다기보다는 차라리 역동적이다. 와이오밍이라는 보수적이며 야생적인 지역을 중심으로 동성애, 살인사건, 약물중독 등을 다룬 애니 프루의 단편집 <브로크백 마운틴>은 이 와이오밍의 지역성을 소설의 중심에 놓은 작품이다. 애니 프루는 <브로크백 마운틴> 이후로도 ‘와이오밍 이야기’를 단편으로 꾸준히 썼다. 와이오밍은 지리적 관점에서 이야기 생산을 자극하는 지역이다. 주로 평원이 펼쳐진 중서부에 비하면 로키 산맥이 뻗어있는 와이오밍...

소비와 세대 file

  • 2017-11-24
  • 조회 수 2224

한스 발둥, <인생의 세 시기와 죽음>, 1541~1544 기본적으로 세대론에 조금 거리를 두는 편이다. 세대론이 늘 의미없다거나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특정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성격은 분명 있고 이를 담론화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그런데 이때, 세대론의 담론을 이끄는 성별과 계층이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특정 세대 중에서 일부의 특징을 과하게 부풀려서 오히려 세대간에는 반목을, 세대 내에서는 박탈감을 조장하기도 한다. 어떤 세대에 이름을 붙이는 태도에는 오히려 그 세대의 실제 현상을 반영한다기보다, 그 세...

징계 받은 키스 file [2]

  • 2015-04-24
  • 조회 수 2195

“욕망을 이성애적인 것으로 만들면 ‘여자’와 ‘남자’의 표면적 특질로 이해되는 ‘여성성’과 ‘남성성’ 간의 분명하고 불균형적인 대립이 생산되어야 하고 또 제도화되어야 한다.”   - 주디스 버틀러 / 조현준 역, <젠더 트러블>, 문학동네, 2008년, 116쪽 Camille Félix Bellanger (1853-1923), <Abel>, (1874-1875)   현실 세계의 폭력보다 가상 세계의 연애에 더 당혹감과 분노를 드러내는 경우는 흔하다. 옆집의 가정폭력보다 드라마 속의 ‘불륜’을 더욱 막장으로 바라본다. 또한 영화 속의 ‘야한 장면’을 볼 수 있는 나이와 실제 성관계...

‘순수’에 저항하기 : <솔로강아지> 전량 폐기를 보며 file

  • 2015-05-27
  • 조회 수 2149

격월간지 <민들레> 6월호에 실리는 글입니다. <민들레>의 허락 하에 이 곳에도 글을 올립니다.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 <체리를 든 소년 (Gamin aux Cerises)>, 1858년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면 아무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무표정이 잘 어울리는 배우 이나영이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표정으로 등장하는 한 카드광고. 같은 광고의 유해진 편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라고 한다. 가만히 있기, 긍정적인 태도, 바로 이 시대가 원하는 인...

불법유출동영상 기다리는 남자들 file

  • 2018-10-06
  • 조회 수 2137

90년대 말에 비디오 유출로 크게 피해를 본 배우는 한 동안 방송에 나오지 못했다. 상대 남자는 몇 년 후에 책을 냈다. 지금은 절판된 '성고백 에세이'라는 명목으로 책을 냈다. 당시 비디오를 본 많은 남성들은 남자가 '기술이 좋다'며 부러워했다. (쌍욕을 참는다) 물론 판매는 어려웠지만 시장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의 출판이 가능했을 것이다. 2000년대 초에 또 비디오 유출로 피해를 보고 기자회견으로 국민 앞에 '사과'까지 했던 가수도 한 동안 활동을 못했다. 상대 남자가 몇 년 후 여러 언론에서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억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