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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관습, 인식의 재구성을 위하여.

부천문화재단에서 일했으며 예술과 정치 사이를 오가며 글을 씁니다. 주로 여성과 성소수자 관련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쳐들어오는 말들 file

  • 2017-01-02
  • 조회 수 1742

지금은 사라진 '대한민국 출산지도' 김혜수의 매력은 꺼질 줄 모르는가 싶을 정도로 여전히 신선한 모습을 과시하는 영화 <굿바이 싱글>. 김혜수가 연기한 극중 배우 고주연에게서 아주 당연하지만 사회에서는 전혀 당연하게 취급받지 못하는 말 한디가 쏟아져 나온다. 임신한 고등학생의 미술대회 입장을 가로막는 학부모들에게 고주연은 “임신시킨 남자애는 국가대표로 나갔는데 왜 임신한 여학생은 미술대회 못 나가냐!”고 소리친다. 성’관계’라고는 하지만 이 ‘관계’에 대한 책임은 주로 한쪽이 담당한다. 임신은 온전히 여자의 몫이...

<베어, 더 뮤지컬> : 변태, 걸레, 못난이 file

  • 2015-08-26
  • 조회 수 1724

  <베어, 더 뮤지컬>은 처음부터 “우리 중에 변태 있어~”라며 시작한다. ‘파격적 소재’라고 하지만 이미 브로드웨이에서 15년 전 초연했던 작품으로 이제 미국에서는 동성결혼 합법화까지 되었기에 그 파격의 농도는 과거와 다르게 읽힌다. 늘 논란이 동반되기는 하지만, ‘안방’ 극장에서도 작가 김수현이 2010년 동성애를 다룬 적이 있으니 뮤지컬의 소재로 딱히 ‘파격적’이라는 수사까지는 필요 없어 보인다. 단지 동성애를 다룬다는 사실만으로 소재의 신선함을 앞장세우기에 이미 대중문화는 훨씬 앞서있다. 이야기의 얼개는 간단하다...

죽음을 돌보기 file [2]

  • 2015-08-10
  • 조회 수 1641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는다면 죽음도 선택할 수 없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안락사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 일까. 다만 무조건 ‘살아있음’이 ‘생명존중’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방에서 자꾸만 백세시대라고 하는데 참으로 염려스러운 백세시대다. 돈 없고 나이 많고 병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을까.   영국인 호스피스전문 간호사가 안락사를 선택했다. (관련기사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702930.html) 죽음과 죽음에 가까운 사...

여자의 말 file [4]

  • 2015-12-06
  • 조회 수 1543

  Thomas Gainsborough(1727~1788), <Conversation in a park>, 1746~7년 경 레이놀즈와 함께 18세기 영국의 대표적 화가인 토마스 게인즈버러의 작품이다. 그림 속의 커플은 작가 게인즈버러와 그의 부인 마가렛이며 결혼 기념으로 남긴 그림이다. 당시로서는 풍경과 인물이 함께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졌다는 면에서 새로운 장르 개척이나 다름 없었다. 귀족들의 사적인 일상을 우아하게 보여주는 그의 그림들은 상류층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공원에서의 대화>는 내가 가끔 들여다 보며 홀로 웃는 그림 중 하나다. ‘대화’하는 부부의 모...

여성을 연기하기 [1]

  • 2015-03-27
  • 조회 수 1374

 지난 주말 파리 근교에서 ‘국제여성영화제’가 있었다. 해마다 이 즈음이면 열리고 올해로 37번째다. 여성이 제작하고, 감독하고, 여성에 대한 주제로 가득한 이런 영화제를 보면서 왜 ‘남성영화제’는 없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여성부는 있는데 남성부는 없으니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여학생회, 여직원 휴게실, 여성할당제처럼 ‘여성’의 이름으로 호출되는 자리가 많다는 건 ‘특혜’가 아니라, 그만큼 일상에서 여성의 자리가 협소하다는 뜻이다. “헐리우드에서 여자로 사는 건 힘들다”는 리즈 위더스푼의 말대로 영...

술 마시는 여자

  • 2015-03-31
  • 조회 수 1168

<여자 술꾼>, Pieter de Hooche(1629~1684) 아무런 긴장감 없이 늘어뜨린 왼팔, 편하게 죽 뻗은 다리, 발그레한 볼에 미소를 띤 여자의 얼굴을 보니 벌써 여러 잔 걸친 모양이다. 다음 잔을 위해 옆에서 남자가 술을 따르고 있고 옆에는 나이 든 하녀가 가슴에 손을 얹은 채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창 밖이 훤하다. 여자는 애미, 애비도 못 알아본다는 그 무서운 낮술을 마시는 중이다. 바닥에 잠들어있는 강아지에게도 어쩌면 술을 줬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든다.   17세기 네덜란드 작가 피에터 드 후흐의 <여자 술꾼>은 순간을 즐...

여성 혐오, 그 개념을 붙들어야 하는 이유 file [1]

  • 2016-06-06
  • 조회 수 1139

대안교육 전문지 격월간 <민들레> 105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게 왜 이슈가 되는가 <인천 콘크리트 바닥 속 백골 시신, '20대 여성 알몸' 추정>, 얼마 전 이 기사를 읽으며 그동안 수없이 죽어간 익명의 여성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라고 생각했다. 26년 전에 지어진 건물, 옷도 소지품도 없이 백골로 나타난 20대 여성의 시신(기사는 ‘알몸’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이 시신에 대해 밝혀진 정보가 없다. 이름도 모르는 한 여성이 건물 바닥에 백골로 묻혀있는 사건은 하나의 상징처럼 다가왔다. 여성의 죽음은 인간이 쌓...

핵무기, 혹은 기생충 file [1]

  • 2017-12-14
  • 조회 수 913

폭스 뉴스에서 “핵무기가 있는 북한과 함께 하는 삶은 가능한가” 이런 주제로 논의를 하고 있길래, 흥, 놀고들 있네, 라고 툭 뱉어버렸다. 이스라엘은 핵무기가 없어서 잘 지내냐, 기꺼이 예루살렘을 수도라고 굳이 ‘인정’ 해주기까지 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도 가능한데, 가증스럽게 북한의 핵무기 타령은...... 궁시렁 궁시렁. 미국은 북한 스토커인가 싶을 정도로 언제나 북한에 대한 뉴스가 멈출 날이 없다. 어느 날 CNN에서는 북한을 방문한 특파원의 북한 주민 인터뷰가 나온다. 밭에서 일하고 나오는 한 여성에게 기자는 묻는다...

윤리적 창작 file [1]

  • 2015-11-13
  • 조회 수 737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Jean Honoré Fragonard (1732~1806), <La Gimblette (침대 위에서 강아지와 노는 소녀)>, 1770년 경 가슴을 드러내고 아랫도리를 벗은 소녀의 성기를 강아지의 꼬리로 가리고 있다. 그 점 때문에 당시에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못했다. ‘서스펜스의 대가’ 히치콕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영화화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원작이 있는 2차 창작물의 경우 본래 그 원작을 아끼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가 여간 쉽지 않다. ‘성스러운 텍스트’는 더욱 그렇다. 영화 <노아>는 성경을 왜곡하고 ...

마지막 상영 file

  • 2016-03-24
  • 조회 수 213

사진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83045 그 이름이라도 한 번 불러줘야 도리일 것 같다. ‘신영극장’. 2007년 폐관 후 2012년 다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으로 문을 열였지만 나에게는 그냥 ‘신영극장’이다. 강릉에 있는 신영극장이 지난 2월 말에 ‘마지막 상영’을 하고 휴관을 했다고 한다. 너무 안타까운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이렇게 안타까움을 표현이라도 해야겠다. 나의 청소년기 극장 중 하나다. 극장은 신영극장, 서점은 단골서점, 강릉의 상징적인 장소였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