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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관습, 인식의 재구성을 위하여.

부천문화재단에서 일했으며 예술과 정치 사이를 오가며 글을 씁니다. 주로 여성과 성소수자 관련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성의 액체를 말하라

조회 수 6824 추천 수 0 2017.09.07 01: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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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Sarah Levy가 자신의 생리혈로 그린 도널드 트럼프 초상


그레타 거윅의 연기가 만개하는 <20세기 여성들>. (왜 한국 제목은 <우리의 20세기>인가) 애비(그레타 거윅)는 손님들과 함께 앉은 식탁에서 나 생리중이야라고 말하며 월경menstruation’이라는 단어를 또렷하게 내뱉는다. 영화 속 배경은 79. 당시 20대인 50년대 생 애비의 행동은 20년대 생 도로시(아네트 베닝)의 눈에는 당혹스러웠다. 그의 발언을 지적하자 애비는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에게 월경이라는 단어를 말하도록 설득한다. 모두 다같이 월경!

월경을 생리라고 에둘러 말하듯이 menstruationperiod라고 한다. 혹은 그날’. 광고에서도 그날이라고 한다. 내게 처음 여성의 생리를 알려준 고모는 멘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번도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어릴 때는 생리대라고 말하기보다 손가락으로 암호를 만들어 소통하는 방식이 있었다. 중학교 입학할 즈음 누군가가 가르쳐 준 기억이 난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생리대라는 말조차 듣기 불편하다고 위생대라 부르자던 정치인도 있다. 나는 언제 처음 생리대를 마트에서 직접 구입했을까.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히 중고등학교 때는 엄마가 사다줬다. 마트에서 생리대를 사면 주인이 배려해서 검은 봉지에 담아줬다.

생리대 부작용 논란의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그 중 하나는 여성의 몸에 대해 이처럼 침묵하게 만든 악습에 있다. 생리에 대해 말하지 못하도록 만든 사회가 결국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한 꼴이다. 1980 9월부터 오후 9시 이전에 TV에서 주류 광고와 함께 생리대 광고가 전면 금지되었다가 90년대 들어 다시 생리대 광고가 TV에 등장했다. 그때 광고에 등장한 액체는 파란색이었다. 순진한 남학생은 진짜 여자들은 거기에서 파란색 피가 나오냐도 묻기도 했다. 생리대를 위생대라고 말하고 싶어하듯이,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 현상에 대해 위생이라는 개념은 더 강하게 개입한다.

인간의 몸은 70%가 수분이라고 한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우리는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견고한 액체덩어리나 다름없다. 게다가 아이가 여성의 자궁에서 세상으로 나올 때 뽀송뽀송 깨끗한 모습으로 쑥 나오지 않듯이, 인간은 태생부터 여성의 액체를 뒤집어쓰고 세상에 나온다. 그러나 이 액체에 대해 들키지 않도록 강요받는다. 여학생들에게 성인이 되면 겨드랑이에 땀이 안 나는 수술을 하라고 말하던 고등학교 때 한문 선생님에게 충격받은 적 있다. 반면 땀 흘리는 남자에 대한 섹시한 이미지는 사회적으로 유포된다. 운동이든 노동이든 적극적인 신체 활동의 남성화를 부추기는 이미지다. 땀뿐 아니라 왜 남성이 노상방뇨를 더 많이 하겠는가. 때로 남성의 액체는 남성성을 과시하는 도구다. 내 앞에서 밤꽃 냄새를 말하던 남학생들이 생각난다.

<추격자>에서 오형사(박효주)와 단 둘이 남게 되었을 때 지영민(하정우)은 성희롱을 한다. 머리 길면 섹시할 것 같은데 왜 짧은 머리를 하냐는 둥 헛소리를 실실 하다가 생리하시나봐요. 냄새가 비린 게라고 말하며 강력계 형사를 순식간에 여성성을 빌미로 모욕하려는 시도를 한다. 여성의 액체는 냄새라는 성질과 결합해서 더욱 부정적이고 불순하며 수치스러운 물질이 된다. 그 후 야간에 산을 수색하는 장면에서 이 오형사만 미끄러진다. 이 장면이 왜 필요했을까. 생리 중인 여성의 부적절한 업무 능력을 무의식중에 표현한 것인지,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생리혈이 아니더라도 오줌, 콧물, 땀 등을 여성은 더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 여성에게 관대하게허락한 액체는 눈물이다. 애교와 마찬가지로 눈물이라는 약자의 무기를 쥐어주고  여성성을 드러내도록 한다. 영화에서는 생리혈보다 처녀를 증명하는 피를 더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여성의 몸에서 나오는 액체 중에서 눈물과 함께 관대한 대접을 받는 액체다. ‘처녀막이 터져서피가 나오는 전설을 가부장제는 사랑한다. 또한 시각 매체에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장면은 주로 여성의 젖가슴으로 향한다. 그 가슴에서 나오는 milk’이 아니다.

여성의 몸을 수치스럽게 만든 문화가 여성이 스스로의 몸을 알지 못하게, 그리고 이에 대한 정보를 교류할 수 없게 만들었다. 많은 여성들이 분개하는 이유는 그동안 내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줄알았었기 때문이다. 내가 몸에 안 좋은 것만 먹었나, 관리를 제대로 못했나,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몸에서 찾는다. 여성의 몸에 씌어진 원죄 의식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스며들어있다. 여성은 가리고, 부끄럽고, 수치심을 느껴야 마땅한 동물이니까.

나는 40대가 되자 생리 현상의 변화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생리양이 더 젊을 때에 비하면 줄어들었다. 31일 정도 하던 생리 주기가 일년 전부터 28일이 되더니 두달 전에는 26일만에 생리를 하기도 했다. 다음 달, 그 다음 달에는 어떨지 지켜보는 중이다. 생리양이 줄어들거나 생리 주기가 짧아지는 현상을 보며 그냥 노화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 되었다. 이어지는 많은 여성들의 고백을 보며 혼란스럽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생리대 성분에 대한 정보가 불투명하다.

내게 앞으로 생리를 할 날은 얼마나 남았을까. 한국 여성의 평균 폐(완)경 연령은 49.7세라고 한다. 평균을 기준으로 하자면 9년 정도 남았다. 횟수로 따지면 앞으로도 110회 정도 더 해야 한다. 생리대 착용 기간은 700일이 넘을 것이다. 사소한 일이 아니다. 여성의 자궁에 집착하는 사회지만 자궁 건강에는 무관심하며 나아가 여성을 속이고 있다. 생리컵이나 면 생리대는 하나의 선택지가 되어야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여성을 내몰아서는 안 된다.

여성의 몸에 대한 일기를 쓰자. "만약 이 일기를 공개한다면, 우선은 여자들에게 바치고 싶다. 그 대신 나도 여자들이 자기 몸에 관해 쓴 일기를 읽어보고 싶다. 미스터리를 다소나마 벗겨보고 싶어서다. 무슨 미스터리냐고?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자기 젖가슴의 모양과 무게에 관해 어떤 느낌을 갖는지 전혀 모른다."(285쪽) 다니엘 페나크의 놀라운 소설 <몸의 일기>는 12세 부터 87세까지 한 남자의 일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자들이 자기 몸에 관해 쓴 일기라.... 나는 15세(만 13세)에 첫 생리를 했다고 당시 일기에 적었다. 두려우면서 한편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실상은 내가 기대했던 근사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여성이 몸의 일기를 쓰면 전혀 다른 역사가 나온다. 일단 '총각 딱지 떼기 거위 놀이' 가 아니라, 내 몸을 향한 수많은 침범들이 기록될 것이다. 기록할 수 있는 여성은 그나마 자궁 밖으로 살아서 나온 경우다. 진짜 '미스터리'는 입이 없어 말할 수 없다. 여성의 몸이라는 이유로 세상으로 나오기 전에 엄마의 양수 속에서 이미 죽었으니까.


댓글 '6'

ㅇㅇ

2017.09.10 22:58:08

프로불편러 납셨네

김강

2017.10.14 18:57:38

본인 이야기죠?

ㅇㅇ

2017.09.10 23:03:30

액체라는 관점에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군요. 정말 여성이라는 성은 은근하고 사소하면서도 매우 폭력적인 방식으로 억압된 존재라는 게 실감이 갑니다. 미소지니는 공기처럼 우리 주변에 퍼져있다는 말이 새삼스레 무섭게 다가오네요. 배우고 갑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글쓴이

2017.09.10 23:08:46

글이 몹시 저급하고, 수준이 낮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글이란 자신을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이지만, 이 또한 말을 하기 전 생각을 하는 그것과 같이, 정제되어지고 몇번씩 반복적으로 수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식의 글은 그저 머릿속에서 생각나는데로 써갈긴 것에 불과하다.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어떠한 동의와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공감하는이

2017.09.12 09:13:07

공감은 댓글 쓰신이가 안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공감하고 통감합니다.

2017.09.11 06:11:22

잘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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