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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관습, 인식의 재구성을 위하여.

부천문화재단에서 일했으며 예술과 정치 사이를 오가며 글을 씁니다. 주로 여성과 성소수자 관련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겆이에서 돼지흥분제까지

조회 수 13161 추천 수 0 2017.05.09 01: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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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발생한 테러, 사람들의 일상을 꾸준히 위협하는 실업문제가 더 중요한사안이기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프랑스는 올랑드 집권 동안 작은성과도 있었다. 환경정책을 비롯하여 내각의 성별과 인종 구성, 동성혼 합법화,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법 도입 등. 대부분 정치에 해당한다. 성과 밥벌이가 분리된 사람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문제다.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상징하는 빵과 장미가 어떤 사람에게는 밥과 여자에 해당한다. 여자가 행복추구권의 매개 역할을 한다. 배가 고파 밥을 먹고 ‘2차로후식처럼 여자를 먹는다.’ 밥을 위헤 노동하고 휴식을 위해 여자를 끼고 논다. 나라를 위해 군복무를 하고 여자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 밖에서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린 뒤 집에 와서 여자를 팬다.

2015년 한 여성지에 실린 강용석의 인터뷰를 보니, 제 또래의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술마시지 않는다며 술친구로 여자들을 부른다는 말이 있었다. 인터뷰 담당 기자는 여성이었고 강용석의 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다시 물었다. 강용석은 그냥 본능적인 것이라며 주로 기자나 작가들을 부른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에게 밖에서 알게된 여성 기자나 작가는 술마실 때 부르는 술친구로 전환되는 모양이다.

대부분 은 유흥, 오락, 터부, 욕정, 사생활의 범주 안에서 생각하지만 이는 성이 굳이 정치화 될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성의 기득권자 입장에서만 맞는 얘기다. 여자가 음식(먹거나)이거나 꽃(보거나)인 이들. 반면 여성, 성 소수자에게 성은 일상의 정치다. 생존권의 문제이며 동시에 행복추구권의 문제다. 공적이며 사적이고 노동의 문제다. 이성애자 남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성은 빵과 장미를 아우른다. 분리되지 않는다. 성애화된 노동을 하고, 성애화된 노동이 아니더라도 일하다가 희롱당한다.

홍준표의 설겆이 발언에서 돼지발정제까지, 이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집안에서 밥하는 노예와 집밖의 성노예로 나눠 여성을 행복추구권의 도구로 활용한다. 밥을 먹기 위해 여자가 필요하고, 놀기 위해서도 여자가 필요하다. 이런 사람이 대선 후보로 등장하는 모습도 보기가 괴로운데 지지율이 점점 더 오르고 있어서 괜히 나의 불쾌지수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정권교체보다 더 큰 꿈을 꾸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차피 홍준표는 당선 안 될테니까라는 낙천적인 태도도 한숨이 나오긴 마찬가지다. 그를 사퇴시키지 못하는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일상의 범죄와 차별은 아무것도아닌 일이 된다.

개돼지에 분노하던 정의로운 민중은 혈기왕성한 18세 남성의 과거 강간 모의는 그럴 수 있는 일로 이해하며 한때의 추억으로 공유한다. “그땐 다 그랬다돼지발정제를 이용하여 강간 모의에 참여한 사람보다 메갈당이라는 낙인에 더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을 본다. 이 사회의 좌표를 보여준다. 여자를 하늘의 뜻에 따라 두 종류로 통치하던 홍준표가 토론에서 말하는 여자를 대하는 모습도 볼만하다. “말로는 못 이겨요”, “그렇게 배배 꼬여 가지고”, “토론 태도가 왜 그래요?” 이 말에서는 상대를 정치 라이벌로 보기보다는 말 잘하는 여자를 무시하고 싶은 의지가 보인다.

이러한 홍준표의 능청스러움, 막말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인다는 사람들도 있다. 토론이 지나고 나면 홍준표 후보를 향해 코미디언으로 표현하는 의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홍준표를 코미디언에 비유하는 시각은 위험하다. 강성노조,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 기업에게 자유를, 전교조 응징, 좌파정권, 북한 퍼주기, 월남전에 희열 느꼈냐, 재벌이 부럽다, 흉악범 사형, 군 가산점 등등 그는 철저하게 보수가 좋아하는 계산된 언어를 사용한다. 웃긴 얘기가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다. “세게 보이려고 그랬다”, “사내답게 같이 갑시다”, "사내가 그런 성깔이 없으면 어찌 사느냐"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 모습에서도 보듯이, 그는 사회의 약자들을 멸시하고 온갖 차별에 찬성하면서 남성성을 뽐내며 현재의 위치까지 왔다. 이게 '스트롱맨'의 실체다.

정치인들 중에 성범죄와 관련하여 정치에서 가장 확실하게 내침을 당한 사람은 윤창중이다. 그는 한국이 아닌 한국 바깥에서 대통령의 업무 수행 기간 동안 성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나라망신이라서 그의 행동에 대해서는 너도나도 입을 모아 비난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를 할 정도였다. 나라망신? 홍준표의 언어를 보자. 그가 공적영역에서 돌아다니는 그 자체가 망신이다. 날마다 분하다.


댓글 '1'

Nabi

2017.05.10 16:43:30

일상의 언어에서 보면 여성이 얼마나 대상화되고 타자화되었는지 알 수 있어요, 겉으로 가시적으로 보이는 상황만을 보고선 여성인권이 남성과 동등해졌다고 하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것인지 알 수 있었으면 하네요. 한국에서, 여러 분야에서 여성은 행복과 성욕을 충당하기 위한 매개이고, 남성이 어떠한 성과를 냈을 시 얻을 수 있는 보상이고, 자신이 보호하거나 억압, 훈육할 대상으로만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좀 깨우치고 "여성상시대위, 페미니즘 박멸"과 같은 무식한 구호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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