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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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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하나고에 다닌다는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왔다. “한겨레 18년 독자인데 구독을 끊었다”고 했다. 입학 전형에서 남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서 남녀 성비를 고의로 맞춘 의혹을 공익 제보한 하나고 교사에게 학부모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기사를 쓴 다음날이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 교사가 왜 공익 제보자인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비리를 처음 제기했고 하나고도 이 사실을 인정했으니 단순 폭로자가 아닌 공익 제보자”라고 했더니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인데 왜 공익 제보자냐”라고 되물었다.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는 관심없다”고 했더니 “이번 일로 내 딸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러니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고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라온 학부모들의 글도 공익 제보 교사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성비 조작이) 진실이었어도 지금 공부하는 학생들, 특히 앞으로 입시가 코앞에 있는 고3들, 졸업생들을 생각하면 꼭 그런 방법으로 해결을 보고 싶었을까”라거나 “정의라는 가면을 쓴 위선적 행동들이 모두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반응들이 있었다.

최근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들 사이에서 영화 ‘사도’가 인기라고 한다. 2015년 10월6일치 조선일보를 보면, 한 학부모는 “요즘 사춘기라 그런지 부쩍 말을 안 듣는데 이 영화가 스스로 ‘사도세자처럼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자녀와 영화를 본 뒤 “처음 생각대로 ‘엄마 말 안 듣고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사도세자처럼 된다’는 의식을 제대로 심어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사에선 ‘강남’ 학부모라고 대상을 한정하고 있지만, 사실 이런 현상은 비단 강남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준익 감독은 “정치에 빠진 멍청함에 대한 반성으로 탈정치를 선택했다”고 말했지만, 일부 관객에게 영화는 가장 정치적인 방법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두 가지 장면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건 노골적으로 표면화하고 있는 소비자 정체성이다. 하나고 학부모에게 학교는 더 이상 교육의 공간이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전국에 이름을 떨친 자율형 사립고 하나고의 상징과 서열을 구매해 경쟁의 정글에 서 있는 내 자식에게 갑옷처럼 입혀줄 수 있느냐 여부다. 그러니 학교는 구매의 대상이고, 그 학교는 사회적 공정성 따위가 아니라 구매한 소비자의 뜻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상품일 뿐이다. 남녀 성비 조작이라는 불공정 과정을 거쳤지만 결과적으로 나와 내 자식은 이 상징과 서열을 구매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과정의 공정함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저 걱정되는 것은 부정적인 언론 보도로 인해 하나고의 사회적 ‘가격’이 떨어지는 결과다.

자녀와 함께 영화 ‘사도’를 소비하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영화 ‘사도’는 자식을 교육하기 위해 도구적으로 필요한 구매 대상이다.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통한 훈육 효과를 상품으로서의 교환 가치로 소비하는 것이다. 만약 학부모들의 구매를 통한 훈육 행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학부모들은 대부분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내 돈 주고 내가 내 아이 교육한다는데 당신들이 왜 난리에요?”

사실 교육과 문화 상품을 소비의 대상으로 보는 정체성의 출현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눈여겨볼 점은 이제 사람들이 이런 소비자 정체성을 인터넷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적극적이고도 노골적으로 외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소비자 정체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동적으로 은폐되었다면, 요즘의 소비자 정체성은 공적으로 열린 공간에서 능동적으로 드러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2010년 한국 사회에선 한때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이 불었다. 이 열풍이 말하는 것은, 반칙하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목소리였다. 진보로 불리는 일부 지식인들도 이 열풍에 편승했다. 문제는 이런 공정함이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박근혜 정부는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무위의 통치를 선보였다. 무위의 통치는 모든 책임을 사회 속 개인들을 향해 전가했고, 자력구제와 각자도생을 시대정신으로 만들었다. 남들은 짓밟혀도 나만은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이다. 자력구제와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핵심은 소비자로 존재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 능력만이 오롯이 나와 내 가족을 생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 것이다.

소비자 정체성이 노골적이고 능동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어찌 보면 무엇을 해도 지금의 상황을 돌이킬 수 없다는 데서 나온 체념적 선택의 결과일 지도 모른다. 공적 담론이 무너진 상태에서 무엇을 요구해도 그것이 제도적 호응으로 재현되지 않는 사회. 일방적이면서도 무능한 무위의 통치만 남아 사회같지 않은 사회에 대한 집단적 체념. 최근 눈에 띄게 드러나는 타자에 대한 혐오와 환멸의 정서도 사실은 이런 체념에서 기인한 현상 아닐까.

 

*방송대학보 기고를 보충해서 게재함


댓글 '6'

소년의노래

2015.10.12 15:27:41

소비자 이데올로기는 이제는 하나의 본질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극복하거나 받아들이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것 자체를 인간 본성에 내재된 하나의 요인으로 보는 식이죠. '자본주의로 인해 인간들이 이기적으로 변했다.'고 얘기하면 '그건 자본주의 때문이 아니라 인간 자체가 원래 그런 존재입니다.'라고 얘기를 하고 '자본주의로 인해 세상이 상품화됐다.'고 얘기하면 '세상 천지 어디에도 상품화되지 않는 건 없습니다.'라고 대꾸하는 식이죠. 사실 글에서 예시가 된 저 학부모들의 경우는 다소 극단적인 사례로 보이지만 저들을 비판하며 올곧은 정치성과 합리성을 내포한 이들조차 마찬가지로 자본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인지하고 비판하는 데 인색한 경우가 흔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 역시도 '정상화한 자본주의'일 테니까요. 비판의 초점은 전자뿐 아니라 후자에게도 향해야한다고 봅니다. 요즘 들어 시장자유주의자들의 논리가 재훈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점점 세련되고 노골화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무늘보

2015.10.12 23:50:12

소비자 정체성에 대한 예로 하나고 문제와 영화 '사도'를 정치적으로 소비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예를 드셨습니다. 두번째 예는 동의하지만 첫번째 예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로 드신 이야기에서 기자님께 전화하신 학부모는 '아이가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일부 학부모들이 공부하는 학생들, 고3들, 또 졸업생들에게 제보가 피해를 준다고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것이 왜 하나고 학부모들이 학교를 교육의 공간으로 보지 않는 근거가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앞선 예들은 그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아닌가요? 하나고가 자율형 사립고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학생의 피해를 염려하는 모든 학부모가 아이를 학교라는 갑옷을 입혀 교육 경쟁에 내보내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보가 있었던 때는 고3학생들이 수시 원서를 쓰는 기간입니다. 현 대학 입시는 상당히 복잡해져서, 수능만으로는 대학에 가기 어렵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생들은 각종 활동들을 '자발'적으로 해야 합니다. 수시 원서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동아리를 만들어 연구를 하고 소논문을 쓰는 등의 활동을 해야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 원서를 쓸 수 있습니다. 하나고는 그런 제도에 최적화된 학교입니다. 교육과정이 다른 학교와 달리 선택제로 운영되고 교과도 일반고에 비해 다양해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넓습니다. 여하간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열심히 활동한 결과를 3학년 수시 기간에 정리하여 제출합니다. 그 과정에서 교사의 자기소개서 피드백과 추천서 등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기간에 하필이면 제보 사건이 터져서 학교가 난리가 났습니다. 그러면 이 기간에, 학부모들은 아이가 수시 원서를 쓰든 말든 '공익'을 위해 학교의 비리를 파헤쳐야 할까요? 그러지 않고 아이에게 갈 피해를 걱정한다면, 그것이 '소비자'로서의 행태이기 때문에 비판되어야 할까요? 아이가 수시 원서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학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 하는데, '내 딸이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나쁜 것'이라고 말한 것이 과정의 공정함을 무시하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주의를 내포하고 있는 말로 평가되어야 할까요?
물론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도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는 하나의 상품이 된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고 공교육 기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서울대를 보내어 학교 가치를 높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고, 학부모와 학생 또한 같은 입장에서 경주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시 기간에 이런 일이 터져 피해를 보아야 하는 학생과 그 학부모들이 이런 구조 속에서 공정함을 잃어버린 이기주의자로 여겨지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 의구심이 듭니다. 단순히 아이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로서의 걱정도 있지 않을까요? 학교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잘못도 아닌데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가 받고 있습니다. 이럴 때에 학부모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저는 듭니다.
물론 그런 학부모들의 말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드러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나고 학부모들이 진정한 교육이 아닌 하나고의 '가격'을 걱정하는 사람들로 여겨지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합니다.
기자님의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 현상을 넘어선 통찰에 감탄하며 저도 더 깊이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 이렇게 긴 댓글을 답니다.

asd

2015.10.20 15:34:42

안녕하세요? 파벨라 독자인데 나무늘보님 댓글을 읽고 몇 가지 의문이 들어서 답댓글을 답니다.
1. 남녀성비를 고의로 맞추었다는 의혹에 대한 공익 제보가 어떤 식으로 학생을 '피해'가 가게 하나요? 교사들이 '난리' 때문에 자기소개서, 피드백, 추천서 따위를 잘 못 써준다는 얘긴가요? 실제로 이런 '피해'가 있나요? 그리고 그러하다면 그건 그런 사건을 있게 만든 학교의 잘못인가요 아니면 그 사건을 제보한 교사의 잘못인가요?
2.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이 되기 위한 입학 과정에서 단지 성별 때문에 제외당한 '학생'들의 피해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미 입학한 학생들의 입시가 우선되어야 하니까 다른 학생들의 피해는 다음으로 미루어야 하나요? 그럼 수시 다음으로 제보를 미루어볼까요? 그런데 그 다음에는 정시가 있네요? 그 다음에는 전국 모의고사가 있고 그 다음에는 공모전이 있고 ㅠㅠ 그럼 도대체 언제가 제일 좋을까요?
3. 그런데 공익이 아니라 나의 아이(가 입힐 피해)에만 신경쓰는 것이 '소비자' 아닌가요?

qwer

2015.10.26 10:23:12

어떠한 피해를 입었냐고 물으셨는데요. 수업을해야할 수업시간에 이번 사태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학생들에게 강요하였습니다. 또한 본인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의 이름을 따로 적으셨습니다. 이미 기사로도 올라와있는 사실입니다.

발뒤꿈치

2015.10.26 21:41:00

이재훈 기자님도 글에서 제보하신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좋은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신 것 같은데,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이 사안에서 중요한 것은 선생님의 제보가 사실이냐, 공익에 도움이 되느냐이지 그 분이 인격이 완벽하신 분이냐, 제보 과정에서 완벽하게 대처를 하셨느냐가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네, 수능 끝나고 제보를 하셨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지요. 네, 수업시간에 그렇게 하신 것은 잘못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들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공익을 위한 제보까지 비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나무늘보님 글이 정말 조심스럽게 쓰여져 있어서 저도 asd님과 비슷한 의문이 들었지만 선뜻 답글을 달기가 어렵더군요.
물론 어머니로서 자녀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자녀가 힘든 것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비리를 저지른 학교가 아니라 왜 제보 교사를 향해야 하는지요? 저는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교가 잘못을 저질러서 아이들의 고통의 원인을 제공했으니 학교가 비난 받아야 하는것이 아닌지요?
그리고 부모님들께서 학생들에게 대학을 가기 위한 기술보다 바른 사람이 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일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설혹 적극적으로 공익을 위해 행동하지는 못하더라도 공익을 위해 제보한 교사를 비난하고 나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도덕이나 정의는 대학(과 그것이 가져다 둘 수 있는 사익)을 위해 당연히 접어두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그렇게 접어두지 못한 교사를 당당하게 비난하신 것입니다. 그것이 부모님들만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렇게 굴러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무늘보님도 부모님들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하지만 이 일과 그 이면에 있는 학부모들의 사고방식이 정말 진지하게 "어쩔 수 없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대학의 타이틀과 그에 부수하는 이익들은 도덕보다 중요한 것이 결코 아니고 학생들이 겪게 될 심리적 어려움은 충분히 통제가능한 어려움이며 그것으로 인해 수시에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정시를 치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고 부모님들이 다 하나같이 제보 교사를 비난만 하셨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중에서는 조금 입시가 염려스럽더라도 공익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침묵하시는 분들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공익도 중요하다는 것을, 원하셨다면 충분히 고려하실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교사를 비난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여담이지만 한겨레 신문사에 전화하셨다는 어머니는 18년동안 구독하셨으면 정말 오래 구독하시긴 했네요.. 신문 바꾸실때도 되긴 되신듯합니다.

ㅇㅀㅇㄹ

2015.10.13 11:49:49

소비자정체성, 공정담론의 붕괴, 무위의 정치, 각자도생. 등등... 고개가 모두 끄덕여 지는 화두들인데,
그런데, 왜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죠.

헬조선이니, 망한민국이니 지옥불반도니 하면서 비명과 외침만 있지, 실제론 망하지 않고, 여전히 굴러가는것 같은데,
박근혜가 무의의 통치를 하는 자신감과 그 이유는 따로 있는게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실재적으론 진보분야만 망했지, 그 반대쪽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이야기가 아닌것인지 두렵기까지 해집니다. 진보쪽에서는 자기들만 망해가는것인데, 모두가 망할것 처럼 파국담론을 퍼트리는게 아닌것일까 하는 의심도 생기고요.

바다의 온도가 바뀌면, (예를들어 온도가 상승하면) 어종이 바뀌는것이지, 바닷물 생명체가 모두 사라지는게 아니듯이 말입니다. 물론 어종변화과정에서 기존의 한대성 어종 (기존의 진보노선자들)들은 사라지겠지요. 심하게 이야기하면, 적도지방의 열대바다속에도 비록 열대어종만으로 구성된 생태계이지만, 생태계의 역할은 나름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지금 망해가는 한국의 기존진보쪽 사람들이 이런점들을 애써 외면하는것 같아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저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온도만 변화하는게 아니라, 오일과 수질이 변해서 모두가 전멸하는 변화일지도 모르지요. 그럼 오일과 수질오염을 명백하게 제시해야 하지 않는지요.

소비자 정체성, 공적담론의 붕괴등등은 미국이나 기존의 앵글로 색슨계통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미 수십년전에 모두 일어났던 현상들인데, 여전히 그 국가들은 붕괴하지 않고 있고, 좌파나 우파도 그냥 저냥 적응하면서 이어져 오고 있지요. (아참, 미국은 좌파가 상당히 약화 되어버린긴 하였죠).

그냥 안타까운 마음에 횡설수설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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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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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한겨레 김명진 기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화가가 8년 동안 가수 조영남의 그림을 대신 그렸다고 한다. 이 화가는 그림 1점당 10만원의 대가를 받았다. 검찰은 사기 혐의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 그림을 조영남 자신이 그린 것처럼 속여서 전시하고 판매했다는 것이 검찰의 생각이다. 화투 시리즈가 대표적인 조영남의 작품 가격은 호당 50만원 정도다. 주로 팔리는 크기는 20~30호로 1000만~1500만원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계 일부는 반발했다. 미학자 진중권은 <매일신문> 기고에서 “적어도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4.13 총선은 '선거 혁명'이 아니었다 file [4]

  • 2016-04-24
  • 조회 수 1974

축제는 끝났다. 누구도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새누리당은 12년 만에 참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시적이나마 원내 1당이 됐다. 국민의당은 둘 사이를 비집고 나와 제3지대를 구성했다. 진보 정당은 발걸음을 더 내딛지 못했다. 언론은 ‘선거 혁명’이라는 말까지 썼다. ‘징벌 투표’라는 말도 나왔다. 한 사회학자는 이번 선거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버금간다며 “이제 국민들도 성장 신화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증거”(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칼럼 '박정희 성장 신화는 이제 마침...

두 가지 공포와 정치의 복원 file

  • 2016-03-20
  • 조회 수 460

대통령은 집권 3년 내내 하나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자신의 권력을 끊임없이 재확인하는 일이다. 모든 말은 그 목적에 의해서만 발화한다. 그 목적에 대한 거역 혹은 의구심은 곧 배제로 이어진다. 우리는 그 모습을 새누리당의 4.13 총선 공천 결과에서 똑똑하게 목도하고 있다. 단 한 번이라도 대통령을 불편하게 했던 이들은 모조리 내침을 당하고 있다. 한 명도 빠지지 않았다. 소속 정당이나 주변 정치인들의 그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도 대통령의 권력 재확인 작업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대통령의 말은 자주 주술 관계가 연결...

13살 소녀의 죽음과 사회적 방임 file

  • 2016-02-22
  • 조회 수 363

2015년 3월15일. 갓 중학교에 입학한 13살 소녀가 집에서 뛰쳐나왔다. 종아리와 손에 멍이 들어 있었다. 친구가 이유를 물었다. 소녀는 “어제 부모한테 많이 맞았다”고 말했다. 소녀가 중학교에 등교한 건 겨우 8일. 의지할만한 관계가 생길 겨를이 없었다. 이튿날 소녀가 찾아간 사람은 그래서,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교사였다. 소녀의 친구는 “딱히 갈 데가 없어서 찾아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교사는 다시 소녀의 부모를 선택했다. 폭력을 당해 집에서 뛰쳐나온 소녀를 달래 집으로 돌려보냈다. 3월17일. 소녀의 아버지는 오전 ...

이자스민과 '설지'를 밟고 일어선 정상성의 세계 file

  • 2016-01-27
  • 조회 수 562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정치적 위치를 막론하고 미움 받는 인물이다. 비백인 이주민과 여성 정체성, 그럼에도 ‘내겐 없는 권력’을 가진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이라는 요소가 버무려지거나 혹은 독립적으로 원한 감정을 키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20년 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왔어요?’라고 물었다면 요즘은 ‘왜 왔어요?’라고 물어요”라고 했다. 비백인 이주민에 대한 시선이 호기심 돋는 대상에서 우리가 건설한 국가에 유입된 무임승차자로 변했다. 인터뷰 기사에는 이자스민 의원을 두고 “한국민들 세금을 필리핀 돈줄로...

박근혜와 한상균, 예외상태의 일상화 file [2]

  • 2015-12-14
  • 조회 수 743

예외상태는 법의 작동이 중단되는 공백 상태다. 여기서 작동이 중단된 ‘법’은 한국의 대통령이 자주 거론하는 질서로서의 ‘법’이 아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즉, 예외상태는 법 질서를 보존하기 위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개인을 억압할 수 있는 상태라고 거칠게 설명할 수 있다. 칼 슈미트는 “주권자는 예외를 결정하는 자”라고 말했다. 예외상태에서 개인은 억압되지만, 법 질서가 회복되면 종국에는 체제가 존속되면서 국민의 안전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게 슈미트의 논리다. 이 논리는 바이마르 ...

아이유와 ‘제제’ 논란이 남긴 두 가지 증상 file [9]

  • 2015-11-13
  • 조회 수 2118

아이유의 ‘제제’를 향한 비판은 세 가지 갈래에서 폭력적이었다. 첫 번째 갈래는 “표현의 자유도 대중들의 공감하에 이뤄지는 것”이라는 출판사 동녘의 말이다. 표현의 자유는 대중의 즉자적인 여론재판이나 특정 시기에 일반화한 기분에 따라 승인 여부가 임의로 결정될 수 없다. 어떤 결기에 의해 자유를 박탈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자유의 영역이 아니다. 게다가 언제나 삐뚤어진 폭력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출판사는 ‘제제’라는 가상 캐릭터를 동원해 학대 피해 아동을 ‘순수하고도 가여워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폭력도 ...

하나고와 사도, 소비자 정체성과 체념적 각자도생 file [6]

  • 2015-10-12
  • 조회 수 3294

딸이 하나고에 다닌다는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왔다. “한겨레 18년 독자인데 구독을 끊었다”고 했다. 입학 전형에서 남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서 남녀 성비를 고의로 맞춘 의혹을 공익 제보한 하나고 교사에게 학부모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기사를 쓴 다음날이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 교사가 왜 공익 제보자인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비리를 처음 제기했고 하나고도 이 사실을 인정했으니 단순 폭로자가 아닌 공익 제보자”라고 했더니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인데 왜 공익 제보자냐”라고 되물었다.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나...

‘갓물주의 하루’와 ‘우리끼리 싸움’ file

  • 2015-09-06
  • 조회 수 3643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령처럼 도는 글이 있다. 제목은 ‘갓물주의 하루’. ‘갓물주’는 ‘신(god)’과 ‘건물주’의 합성어다. 올해 1월 발간된 한 경제 잡지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마포구에 3채의 빌딩, 강남구와 제주도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이 갓물주는 임대 수익으로 월 17억원을 번다. 아침 식사를 한 뒤 골프 레슨을 받고, 특급 호텔로 가서 사우나와 점심 식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와 건물 관리자에게 자산 관련 보고를 받고 휴식하는 게 그의 일과다. 주 1회 백화점에서 부인과 쇼핑을 하고, 분기별 1회 ...

온전한 개인으로 홀로 설 수 있는 특권 file [2]

  • 2015-08-18
  • 조회 수 2253

‘신경숙 표절 사건’은 ‘신경숙’이라는 유명 작가가 표절했다는 사실만큼이나 신경숙이라는 ‘유명 작가’를 옹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출판계의 문학 권력이 파문을 일으켰다. 여러 비판자들이 이 사건에서 문학 권력의 구조적 개입이 끼친 악영향을 성토했다. 그런데 파문이 잠잠해지자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경숙 표절 사건에 대한 여론이 “여론재판이라는 ‘광풍’의 성격을 띠었”으며 “신경숙은 혐의에 비해 과도한 징벌을 받았”다는 반론이 나왔다. “‘전설’의 표절 혐의 자체도 문학적 논의에 부쳐져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