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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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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확산하는 동안 크게 세차례 집단감염 사례가 있었다. 첫번째는 지난달 22일 사상 최초로 코호트 격리가 집행된 경북 청도대남병원이다. 이 병원 정신병동에서 100명 넘는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7명이 숨졌다. 두번째는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마음아파트다. 이 아파트 입주자 142명 가운데 4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거주시설 중에서 첫 코호트 격리 사례가 됐다. 세번째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코리아빌딩 콜센터다. 보험사 하청업체 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8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직원의 가족과 지인까지 포함하면 확진환자는 더 늘어나 수도권 최대 집단감염 사례가 됐다.

이 세가지 사례를 두고 유통된 주된 열쇳말은 ‘신천지’였다. 청도대남병원은 신천지 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의 친형이 지난 1월 말 급성폐렴으로 숨지면서, 이곳에서 열린 장례식에 전국 곳곳은 물론 중국 우한에서도 신천지 교인들이 몰려와 코로나19를 전파했다는 의혹을 샀다. 한마음아파트는 입주자 142명 가운데 94명이 신천지 교인으로 밝혀지면서 대구시가 임대하는 저렴한 아파트에 신천지 교인들끼리 특혜성 입주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구로구 콜센터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콜센터 직원 중 신천지 교인이 2명”이라는 사실을 공표했다. 아울러 그 직원들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도 했다. 집단감염과 무관한데도 굳이 그 사실을 언급해 신천지 쪽으로 책임 추궁을 이끈 것이다.

그러는 사이 어떤 사실들은 축소되거나 배제됐다. 사태 초기 사망자가 쏟아진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들은 오랫동안 비위생적인 폐쇄병동에 갇힌 채 집단생활을 한 탓에 면역력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였다.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았다.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조현병 환자 평균 병원 재원 기간은 50일이다. 한국은 그보다 6배 긴 303일이다. 인구 1천명당 정신병상 수도 한국은 1.25병상으로 오이시디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5위다. 게다가 한국의 조현병 입원환자 60.5%는 의료급여 수급자다. 한국 사회는 그만큼 저소득층에 몰려 있는 정신장애인들을 더 많은 시설에 오랫동안 격리해 ‘정상사회’ 외부로 배제해놓고 그들의 존재를 잊고 산다.

한마음아파트는 대구시가 운영하는 기숙형 임대아파트다. 만 35살 이하 미혼 여성이 입주 대상이다. 35년 전 지어진 낡고 좁은 이 아파트의 임대료는 월 2만2천~5만4천원이다. 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젊은 여성들이 입주했다고 한다. 콜센터 상담사의 대다수도 역시 20~30대 여성이고, 평균 임금은 월 150만원대 언저리다. 실제 이번 집단감염이 발생한 콜센터 하청업체의 최근 채용 공고를 보면, ‘월 156만원’ ‘고정급 150만원 및 성과급’ ‘월 160만원’ 등의 급여 정보가 적혀 있다.

그러니 저 세가지 사례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신천지’가 아니라 ‘가난’이 되어야 한다. 신천지라는 신흥 종교는 가난한데다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이 딛고 설 정치가 부재한 틈을 타 이들을 흡수한 하나의 매개에 불과하다. 종교학자 김진호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은 고통과 대면할 때 고통과 마주 서기보다 주로 회피를 택한다. 이때 회피하는 방식에는 오락 중심의 대중문화가 주는 즐거움에 자신을 내맡기거나 혹은 봉사나 종교활동으로 얻는 감동을 통해 고통을 망각하는 방식이 있다. 종교의 변두리에 있는 어떤 메시아적 존재는 자신과 메시아적 존재를 동일시하는 모방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신천지를 찾아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콜센터 노동자들도 장시간 노동과 감정노동으로 격한 삶을 살면서도 여전히 가난에 허덕여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주는 고통을 메시아적 존재를 추앙하고 모방하면서 망각하고 회피하려 했던 것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당장, 진보 좌파 정치가 애끓는 마음으로 달려가야 할 곳은 바로 저 사람들의 ‘사회적 거리’ 안이다. 그것이 탈정치 시대에 감염되지 않는, 지금 여기의 책임윤리다.

*<한겨레>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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