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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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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다른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자 비판받은 후보의 지지자들이 욕설 섞인 항의전화를 걸어오고, 당 게시판에도 인신공격성 글이 폭주했다. 더 당혹스러운 일은 이 정당 내부에서 벌어졌다. 일부 당원들이 게시판에 탈당 선언을 했다. 정의당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에게 벌어진 일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정의당은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통합진보당은 2012년 4월 총선 과정의 경선 파동을 통해 이정희 등 민족해방(NL) 계열 일부가 떨어져나가면서 유시민과 천호선 등으로 대변되는 국민참여계, 일부 남은 NL 인천연합계, 심상정과 노회찬 등으로 대변되는 진보신당 통합파 등이 한데 모인 연합정당이다. 뚜렷한 계파는 없지만 유시민·노회찬·진중권이 만든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등을 통해 새로 유입된 당원들도 있다. 이들은 민주당보다 왼쪽에 있는 사회를 바라기보다, 지역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고 진성당원을 중심으로 한 정당정치를 추구하지만 민주당으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대체로 민주정부 10년에 우호적이고, 참여정부에 별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며, 문재인이나 유시민만큼이나 노무현에게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정의당이 몸집 불리기식 확장성만 생각했던 2012년 통합진보당 프로젝트의 후과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통합진보당의 통합 과정과 이후 정의당을 유지해가는 과정에서 정의당은 진보적 지향성을 점점 후퇴시켜왔다. 사람들에게 정의당이 바라는 사회가 민주당과 차별적으로 인식되지 않게 된 것이다. 새로운 세상은 민중이 한꺼번에 열어젖히기도 하지만, 정치세력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차츰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의당 내부에서 새로운 진보를 말하고 나선 이들도 뚜렷한 진보적 지향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기존 정당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방법론적이고 학술적인 정치에 집중했다. 그러니 정의당을 아는 이들은 대체로 정의당을 민주당과 함께 ‘적폐 세력’과 싸우는 같은 편이라고 생각할 뿐 민주당의 한계를 넘어설 정당이라거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정당으로 보지 않는다. 대선 TV토론에서 ‘적폐 세력’과 손잡으려는 안철수나 ‘적폐 세력’과 함께 있는 홍준표, 유승민보다 ‘같은 편’ 문재인을 비판하는 심상정이 뒤통수에 대고 총을 쏘는 사람으로 보인 까닭이다.

진보적 지향성이 전부는 아니다. 한때 진보의 전성기를 이끈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지향성을 현실화할 정책 연구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15년 전 대선에서 무상급식·무상교육·무상의료 등과 함께 이를 실현하기 위한 부유세 도입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 원내 10석을 차지했다.

현행 한국의 선거제도도 문제다. 양대 정당에 유리한 현행 한국의 소선거구 제도는 진보정당에 가혹하다. 촛불과 탄핵으로 오랜만에 양대 정당의 한 축이 무너진 지금이야말로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다. 하지만 정의당이 기본소득을 내걸고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해도 지향성이 뚜렷하지 않으면 그 목소리는 그저 ’같은 편’의 투정 정도로 읽히고 만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국 사회가 냉소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2017년 한국 사회는 촛불을 통해 최고권력을 무너뜨렸음에도 여전히 냉소적이다. 촛불에서 가장 크게 나온 목소리는 ‘정상 국가의 복원’이고, 그들이 말하는 정상 국가란 대략 2008년 이전 사회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 정도의 사회로 돌아가는 것조차 이렇게 힘겨운데 그 이상의 것을 어떻게 바랄 수 있느냐’는 식의 냉소는 한국 사회를 1987년 이후 별다른 진보 없는 사회로 고착시켜온 동력이다. 이런 냉소에 기반한 선택이 반복되면 새로운 세상은 조금도 열리지 않는다.


*<한겨레21>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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