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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JTBC 기자가 덴마크에서 정유라를 추적하다 행적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취재해 보도한 사실을 두고 저널리즘 원칙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보도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저널리즘 고유의 원칙을 두고 JTBC가 경찰에 신고하든 보도를 하든 하나만 선택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건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가 쓴 '경찰에 정유라를 신고한 JTBC 기자,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은 박상현 이사의 글에 대한 반론이 아니다. 그 글을 계기 삼아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써두는 소고 정도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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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저널리즘 고유의 원칙은 정말 저널리즘의 절대 당위로 존재해야 하는가. 저널리즘은 사안과 마주하다 보면 당연히 상황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객관적인 척하거나 평가하고 관찰하는 자리에 머무르는 것으로 자신들을 내세우는 언론이 되레 상황과 독자들을 기만하는 경우에 자주 가닿는다. 다만 저널리즘은 끝끝내 그 사안 그 자체나 주체가 될 수 없는 존재다. 사안 그 자체가 되거나 주체 당사자가 되는 건 저널리즘의 자리에서 어설픈 개입 정도로 이룰 수 없는 어떤 지위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저널리즘은 개입할 수 없는 존재이지 개입하지 말아야 할 존재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개입하지 않는 절대적 객관자 포지셔닝을 가장 잘 고수하고 있는 언론인 중의 한 명인 손석희 사장이 있는 JTBC에서 이번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아이러니 때문에 이번 논란이 생각보다 커진 것 아닐까 싶다.

제기되고 있는 이해 상충 관계에서의 문제도 나는 조금 달리 봐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JTBC의 기록이 어느 정도 공공적 가치에 기여하느냐의 관점이 대체로 평가 잣대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저널리즘의 원칙과 잣대는 상당 부분 상업적 저널리즘의 영역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 저널리즘의 원칙들이 영미 언론학계에서 주로 세워졌고, 그것이 초기 상업적 저널리즘의 토대 아래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해 상충 관계의 문제에서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은 대체로 JTBC가 '개입하여 독점보도하고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다. 물론 언론사는 사기업이고 취재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정부 등을 통한 공적 지원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하지만 언론사가 행하는 취재와 그 결과물인 보도는 다분히 공적 행위에 해당한다. 보도 행위 자체가 끼치는 사회적 영향 역시 다분히 공적이다. 그러니 언론사는 존재 기반과 존재 당위가 일정 정도 모순을 지닌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언론은 대체로 공적 지위를 누리면서 그 지위를 사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데 써 왔다. 그러니 사람들은 당연히 언론의 사적 이해관계에 주목할 수밖에 없고, 그 관점에서 비판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너머를 생각하고, 저널리즘의 공적 영역에 대한 책무를 함께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나는 내 주변의 많은 언론인들이 공적 가치를 위해 복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JTBC의 이번 사안을 사적 이해를 추구한 보도 행위라고만 봐야 할까, 라는 의문이 든다. 한국 사회의 시스템 근간을 뒤흔든 정유라라는 중요한 범죄 혐의자의 체포 과정은 그 기록 자체로 공적이고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 그것을 보도한 기자의 의도는 차후의 문제이고, JTBC가 그것을 얼마나 과대 포장했는지는 별론의 영역이다. 또 JTBC가 이전에 일으켰던 몇 가지 문제-나는 이 문제에 대해 지속해서 비판한 적이 있다- 역시 우려는 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과 묶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울러 나는 사실 최근 저널리즘을 둘러싼 이슈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쟁점은 따로 있다고도 생각한다. 지난 1월1일 청와대 기자단은 사실상 굴욕적인 조처를 당했다. 박근혜가 노트북과 카메라 없이 신년 간담회를 하자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내가 아는 한 청와대 기자단에서는 아무런 저항이나 보이콧 움직임이 없었다.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법률적 행정적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심지어 기록할 수 있는 도구마저 빼앗긴 채 그 자리에 가 준 청와대 기자단은 대체 무엇인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에 있어서 어떤 범죄 피의자도 당연히 항변권이 주어져야 한다고도 생각하고, 그럴 경우 언론이 마이크를 내밀고 목소리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박근혜는 이미 이 사안에서 과도하게 항변권을 누렸고, 필요한 질문-도 많진 않았지만-에 답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지어 기자들에게 그 항변을 기록할 도구조차 인정하지 않고 편의적 이익만 취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이 수첩만 들고 법적 정치적 전달자 역할만 해야 했던 가에 대한 질문이 며칠 동안 가시지 않는다. 대체 이 물음은 어디로 간 걸까. 반복된 상황에 무뎌진 걸까. 이 문제가 어찌 무뎌질 수 있는 문제인가.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댓글 '2'

침묵하는 시민

2017.01.05 00:52:28

이참에 왕창 떠보고 싶은마음(사욕)에 무리수를 두는jtbc아닌가? 내는 그래본다

힘내세요

2017.01.05 07:03:18

떠보고 싶은마음 무리수?
개소리 하시지마시길...
다른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중 한명이다.
기자도 국민중 한명이다.
이 사건은 별개다
대통령과 연관된 국가위기상황이다.
토달지마라
잘햇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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