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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커버스토리: 죽음도 차별이 되나요?] 방구석 탐정 만들어낸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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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분명 이례적이었다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빅카인즈에서 손씨가 실종된 425일부터 한달 동안 ‘손정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모두 1811건의 뉴스가 검색된다하루에 뉴스가 60건씩 쏟아진 셈이다빅카인즈에 등록되지 않은 수많은 디지털 매체들의 보도를 더하면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기자협회보> 428일부터 510일까지 13 동안 네이버에서 관련 뉴스 수를 확인한 결과 검색된 기사 수는 모두 2458건이었다고 한다기간이 3분의 1 줄었는데기사 수는 1.4 늘었다.

 손씨 실종 사흘 전 숨지면서 많은 이들이 손씨와 죽음의 무게를 견주었던 대학생 이선호(23) 사망 사고에 대한 뉴스는 어땠을까평택항에서 무게 300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이씨의 이름으로 빅카인즈에서 422일부터 한달 기간을 설정해 검색해보면모두 523건의 뉴스가 검색된다손씨 관련 뉴스가 3.5배나 많은 것이다뿐만 아니다. 2019 1014 극단적인 선택으로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가수 설리와 관련된 뉴스가 역시 빅카인즈 검색에서 이후 한달 동안 1776건이었던 점에 견줘도손씨 사건에 대한 보도는 무엇보다 분량에서 다른 이슈들을 압도했다언론이 그만큼 손씨의 죽음을 과잉 의제화했다는 얘기다.


추측·추정 보도 양산한 언론


 손씨가 실종 상태였던 지난 4  언론은 실종의 안타까움을 공유하는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실종 당시에도 손씨와 한강에 함께 있었던 친구 A씨의 행적을 의심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을 전하는 보도가 있었지만이보다는 손씨의 평소 행실이나 신상실종 당일 상세한 행적 등을 전하는 보도가 대부분이었다그러면서 손씨가 ‘의대생이라는 장학퀴즈에 나가서 준우승을 했다는  등을 앞세우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그 보도들은 일반적으로 한 평범한 대학생의 실종 사건이 사회적 의제가 되기 어렵지만손씨가 이렇게 “탁월한 청년이었기 때문에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고 애써 항변하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손씨가 의대생이라는 점과 장학퀴즈에 나가서 준우승을 했다는 점은 실종 사건과 연관이 없고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누군가 갑자기 실종됐고  배경에 사회가 함께 고민할 문제가 존재한다면그가 탁월한 삶을 살아왔든 그렇지 않든 보도될 가치가 있어야 한다.

 430 손씨가 끝내 숨진  발견되면서 언론은 본격적인 추측 보도에 나선다부검  아들의 머리에서 “날카롭게 인위적으로 그은 것처럼 보일 만한 상처”(430 <중앙일보>) 봤다고 말하는  타살설을 제기하는 손씨 아버지 손현씨의 발언이 적극 보도되기 시작했다급기야 3명의 남성이 한강변을 뛰어가는 CCTV 영상을 두고 “실종된 대학생 주변에 있던 남성들로 추정된다”(430 <서울신문>) 추측 보도도 나왔다민주시민언론연합이 내놓은 모니터를 보면 영상은 아무런 근거 없이 “‘한강 실종 대학생’ 쫓기고 있었나?”(52 <채널A>), “ 사람들 맞다면 실종 아냐”(53 <서울경제>) 등과 같이 확인되지 않은 추정 보도로 인용됐고이후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확산했다하지만  보도 사흘만인 53 <뉴시스> “경찰 조사 결과 영상  남성 3명은 모두 10였고 “자기들끼리 장난치고 뛰어노는 장면이 찍힌 것이지 손씨 죽음과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보도했다.

 오류가 드러났지만 부정확한 추정 보도는 멈추지 않았다언론 보도의 다음 순서는 손씨 친구 A씨가 용의자임을 전제로  의혹 부풀리기였다손현씨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해 “신발을 보여달라고 A 아버지에게 얘기했을  0.5 만에 나온 답은 ‘버렸다였다 A씨의 행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하자언론은 잇따라 이를 인용하며 ‘신발을 둘러싼 의혹’(53 <세계일보>), ‘의대생 아버지가 품은 의문점’(53 <중앙일보>) 등의 기사를 썼다손현씨가 “만약 친구(A) 자기 부모와 통화를 했던 (새벽) 330분쯤 내게 연락을 하기만 했어도 정민이는 죽지 않았을 이라며 “5시가 넘어도 나와 아내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데에 대한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한다 말한 보도(53 <머니투데이>)도 나왔다이 보도는 “A씨는 지난 1 차려진 정민씨의 빈소를 아직 찾아오지 않았으며 연락 두절 상태라고 한다”(53 <중앙일보>) 전언 보도와 함께 누리꾼들이 A씨의 행보에 대해 본격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이후에도 언론은 “민간구조사가 A씨의 박살난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손현씨의 말을 인용해 A씨가 휴대전화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그래서일까. ‘손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재 하루 만에 동의자 20만명을 훌쩍 넘겼다하지만  휴대전화 역시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그런데도 언론은 다시 A씨의 휴대전화 기종과 색깔까지 거론(56 <국민일보> <헤럴드경제>, 57 <세계일보>)하며 A씨를 용의자로 기정사실화하는 의혹 보도를 이어갔다.


개인 악마화하는 보도, 걸러냈어야


 유가족과 누리꾼들이 제기하는 의혹이 무분별하게 보도됐다가 경찰 조사에서 하나씩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이번에는 경찰 조사에 대한 불신을 얘기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 친구 아버지가 OO” 경찰 불신  번지는 음모론’(56 <국민일보>), ‘ 손정민 사건국민적 관심사인데경찰은  침묵하나’(56 <머니투데이>), ‘변호사대표교수한강사망 카더라’ 판쳐도 침묵한 경찰’(56 <중앙일보>) 등과 같은 보도가 대표적이다. ‘손정민 “서울경찰청우리 미워하고 친구 변호인만 사랑한다”’(528 <중앙일보>) 같은 발언이 여과 없이 보도된 것도 경찰에 대한 불신을 확산하는 역할을 했다.

 손씨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의 문제는 의혹 제기의 대상이  명의 무고한 개인이라는 점에 있다빅카인즈 검색에서 키워드 ‘손정민으로 검색된 1811건의 뉴스 검색 결과 안에서 ‘A 키워드로 재검색하면, 1059건의 뉴스가 검색된다손씨 사건을 다룬 보도 가운데 58.5% 되는 뉴스에 A씨가 등장하는 것이다그동안 경찰은   번도 A씨를 용의선상에 올린 적이 없다그러니 손씨 사건은 지금까지도 ‘변사 사건으로 남아 있다변사는 자연사 이외에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사망을 뜻한다범죄가 아니라는 말이다그런데도 언론은 유튜브와 SNS,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된 각종 근거 없는 의혹을 확인 취재조차 없이 보도하면서 A씨를 ‘사회적 용의자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김희원 <한국일보논설위원은 이에 대해 “보도하지 말아야  것을 걸러내는  언론의 역할이고피해자를 만들 위험이 있다면 낙종을 하는  옳다”(56 ‘지평선’ 칼럼) 지적했다언론의 의혹 보도는 사실에 기반을  검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만약 완성되지 않은 일부 팩트에 기반해 의혹을 제기하려면 그 검증 대상은 주로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과 같은 기득권과  기득권을 행사하는 주체를 향해야 한다특히 이번처럼 자식 잃은 부모의 애끓는 감정이나 이에 호응한 사람들의 왜곡된 원성에 편승해  명의 개인을 악마화하는 보도는  대상이 누구라도 미리 걸러냈어야 했다.

 피해자 유가족의 말을 여과 없이 보도한 점도 문제였다블로그와 직접 인터뷰 등을 통해 아들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손현씨의 목소리는 종종 음모론적 과잉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자체를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자식의 죽음이라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직면하면 인간은 누구나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설명할  있게 되기를 원한다원인을   없는 고통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7 동안 진실 규명을 호소하는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의 눈물, 서부발전 태안화력 산업재해 피해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의 호소평택항 산재 피해자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의 절규는 손현씨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다한국 사회는 생방송을 통해 생떼 같은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다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어가는 믿을  없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7 동안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죽음에 대한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사람들이 음모론에 기대서라도 이 죽음들을 해석하려 애쓰는 모습에는 그때의 충격이 부분적으로라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하지만 피해자 가족들과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집단적 고통에 감정을 이입하는 마음과  고통을 언어화하는 실재는 끝내 달라야 한다특히  언어가 언론 등을 통해 사회적인 것으로 나아갈 때 다름의 기준은 훨씬  엄격해진다.


불신의 시대, 진정한 언론의 용기는


 손씨의 죽음이 어떤 과정에 의해 발생했는지우리는 끝내 진실을 확인할  없다하지만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견지해  태도는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주어진 사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이렇게 검증한 사실의 총체를 재구성해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이해하자는 실증주의적 합의였다언론 역시 이런 실증주의적 합의를 바탕으로 파악한 현실을 세상에 매개하는 것으로 사회적 역할을 해왔다저널리즘은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되 그들이 제기한 문제를 냉철하게 검증한  보도해야 한다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이런 역할을 잊지 않은 언론은 일부에 불과했다대부분의 언론은 자식의 죽음이라는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를 과잉 의제화했다이런 행태는 되레 피해자의 고통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된다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제기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 될수록 의혹이 검증을 거쳐 사실로 승격했다고 여기게 된다그러나 이후 시간이 지나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때가 되면 누구도 그들의 추락을 보호해주지 않는다게다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언론의 관심은 멀어지고해갈되지 않은 의혹만 남아 그들을 평생 괴롭히게  것이다.

 언론은 앞으로도 자주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사람들은 굳이 언론을 통하지 않고도 이슈를 만들어낼  있게 됐다커뮤니티와 SNS, 유튜브는 언제나 이슈를 갈망한다 갈망은 실증주의적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 언론과 달리 현실을 상상적으로 재구성할  있다고 믿는 이들의 확증편향적 태도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고무슨 내용이 됐든 클릭을 유도해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상업주의적 목적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며다분히 엘리트 친화적이거나 정파적이라고 생각하는 언론에 대한 불신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손씨 사건처럼 이슈가 폭발할  언론은  가지 대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하나는 전략적 배제다가장 최근 통계인 2019 경찰통계연보를 보면, 2019   동안 변사는 모두 24417 발생했다하루 67건꼴이다같은  실종과 가출 사건은 117822 발생했다하루 322건꼴이다 가운데 연보 발간 때까지 발견되지 않은 이는 모두 1622명이다하루 4.4명꼴이다물론 이렇게 흔하게 발생하는 평범한 사건이라고 해서 경찰이 수사를 소홀히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다만 최소한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언론이 이를 의제화하려면우리가 함께 공유할 가치가 있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실종 혹은 변사 사이에 연결점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음모론에 기반을  문제 제기는 어떤 합리적인 설명이 주어져도 잠잠해지지 않는다언론이 실증주의적 태도를 견지해 검증 보도를 하면 커뮤니티와 SNS, 유튜브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일부는 이를 수긍하지만 다른 일부는 기어코 언론의 빈틈 찾아냈다고 주장하며  다른 불신을 부추긴다그러니 언론은 이들이 제기하는 프레임을 벗어난 의제를 생산하는 배제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그것은 손씨 사건 안에 혹시 있을  모르는 손씨의 죽음을 야기한 구조적인 문제를 집중 보도하는 일이  수도 있고혹은 손씨 사건에서 벗어나 비슷한 시점에 숨진 이선호씨 사건처럼 사회적 모순이 보다 더 뚜렷한 이슈를 의제화하는 일이  수도 있다.

  하나는 이슈를 정면으로 팩트체크하는 심층 보도다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경청하고 가운데 의혹을 제기할만한 쟁점을 분류한 경찰  수사기관과 전문가 집단그리고 의혹의 대상이  당사자의 항변과 CCTV 등의 물증을 취재해 총체적인 사실을 종합 검증하는 보도를 내놓는 것이다그것이 비록 진실이라고 확신할  없다고 해도 현재까지 파악할  있는 사실의 최대한을 쏟아붓는 그것이 바로 사회적 혼란을 바로잡는 언론의 역할 가운데 하나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마주하는 가족과 지인의 죽음이 가져오는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다그러나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절대 체감할  없다다만  고통을 짐작하고고통에 감정을 이입하려 애쓰며고통받는 자의 고통을 위로하는 몸짓을 취할 뿐이다다만 그렇다고 해서 고통을 당사자의 문제로만 남겨둘 수도 없다특히  고통이 사회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문제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고  문제를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모색하는  시민적 윤리일 것이다저널리즘은 그 시민적 윤리를 보편화하기 위한 최선의 매개다.  매개가 비록 사람들에게 가닿을  있는 건지 확신할  없더라도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기 위해   있는 최대한을 쏟아붓는 그것이 바로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저널리스트의 용기 아닐까


*신문과 방송 2021년 7월호에 실렸음

*사진 : 김혜윤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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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등장한 ‘이슬람 미개론’ file [1]

  • 2015-03-25
  • 조회 수 250869

우리는 사건을 둘러싼 구조를 살피자는 제의를 ‘촌스럽다’고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건의 끔찍함이 강렬할수록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가해자에게 격분한다. 격분은 문제의 책임을 가해자에게 집중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사건을 낳은 구조의 문제는 성찰하지 않는다. 구조의 문제는 쉽게 인식하기 어렵다. 게다가 사건을 해결하는 즉자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건의 끔찍함은 피해자만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한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안긴다. 때로는 자신을 피해자의 지위에 대입해 같은 피해 상황...

JTBC 정유라 체포 보도 정말 문제였나 file [2]

  • 2017-01-04
  • 조회 수 68559

JTBC 기자가 덴마크에서 정유라를 추적하다 행적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취재해 보도한 사실을 두고 저널리즘 원칙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보도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저널리즘 고유의 원칙을 두고 JTBC가 경찰에 신고하든 보도를 하든 하나만 선택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건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가 쓴 '경찰에 정유라를 신고한 JTBC 기자,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은 박상현 이사의 글에 대한 반론이 아니다. 그 글을 계기 삼아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써...

세월호 인양과 온전한 애도 file

  • 2017-03-28
  • 조회 수 41248

3월23일 새벽 3시45분. 전남 진도 맹골수도의 검은 물 위로 세월호 선체의 우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객실과 조타실이 있는 흰색 상부는 녹슬고 부식돼 검게 물들어 있었다. 화물칸이 있는 파란색 하부는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져 붉은 속내를 드러냈다. 배 이름은 지워지고 없었다. 선체의 형상이 점점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마음 한 켠에 묻어뒀던 기억도 또렷하게 소환됐다. 2014년 4월16일. 검은 바다 위에서 점점 기울어가던, 그렇게 304명의 비명을 집어삼키던, 저 배를 어찌 바로 세울 수 없나 절규하던, 그 세월호였다. 그 세월호였...

그러니까 "우리가 남이가" file

  • 2016-12-27
  • 조회 수 38832

나에겐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큰아버지’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두 가족이 친척보다 가깝게 지내면서 자연스레 그렇게 부르게 됐다. 큰아버지는 내게 삶의 지혜를 알려주고, 성찰적 삶에 대해 조언해주는 분이었다. 그 자신이 성실한 삶으로 모범이 됐다. 큰아버지가 며칠 전 할 말이 있다며 전화했다. 서울에 있는 유명 여론조사 전문업체 대표의 이름을 대며 “들어본 적 있느냐”고 했다. 같은 고향에 고등학교 동문인데, 이 사람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서울이라는 큰물에서 크게 노는 사람인데 알아둬서 나쁠 것 없지 않겠냐...

'파산관재인' 문재인, 홍준표의 새빨간 폭로 file

  • 2017-04-05
  • 조회 수 27655

‘파산관재인’이라는 말이 있다. 파산한 기관이나 법인, 기업이나 개인의 채권을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역할을 주로 하는 사람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회사가 망했을 때 남은 돈을 찾아내서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법원이 지정하는데, 주로 변호사가 선임된다. 2017년 3월28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문재인 전 더불이민주당 대표가 변호사 시절 세월호 실소유주인 세모의 파산관재인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 공적 자금이 들어간 유병언의 업체에 1153억원 채무 탕감...

그 당원들은 왜 심상정을 욕하나 file

  • 201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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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다른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자 비판받은 후보의 지지자들이 욕설 섞인 항의전화를 걸어오고, 당 게시판에도 인신공격성 글이 폭주했다. 더 당혹스러운 일은 이 정당 내부에서 벌어졌다. 일부 당원들이 게시판에 탈당 선언을 했다. 정의당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에게 벌어진 일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정의당은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통합진보당은 2012년 4월 총선 과정의 경선 파동을 통해 이정희 등 민족해방(NL) 계열 일부가 떨어져나가면서 유시민과 천호선 등으로 대변되는 국민참여계, 일부 남은 NL...

‘가짜뉴스’ 조작된 뉴스의 위협 file [1]

  • 2017-02-16
  • 조회 수 19004

‘가짜뉴스’는 거짓 정보나 유언비어가 담긴 조작된 뉴스를 말한다. 공신력 있는 언론사가 작성한 기사처럼 포장해 사실인 양 유통되기도 한다. 가짜뉴스가 주목받은 건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때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리하고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리한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발표했다’는 가짜뉴스는 페이스북에서 반응이 96만 건에 이르렀다. ‘클린턴 후보가 테러단체 ISIS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가짜뉴스는 79만 건의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반응 건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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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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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KBS 출연 금지를 당했다. 그는 최근 유력 대선 후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 출연이 예정됐던 프로그램은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이다. 주제는 ‘맛있는 식재료 고르는 요령’. <아침마당> 제작진은 ‘제작 가이드라인’을 언급했다. 여기에는 “선거기간 중 비정치 분야 취재를 하는 경우, 후보자 또는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거나 특정 정당·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적혀 있다. 가이드라인만 ...

사드 '보고 누락'이 아니라 '허위 보고'다 file

  • 2017-06-07
  • 조회 수 15376

국방부 장관 한민구에겐 네 번의 기회가 있었다. 5월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 참석했고, 17일엔 문 대통령의 국방부 초도순시에 배석했다. 26일엔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위원 점심 간담회가 있었고, 28일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한민구는 안보를 위해 자신들이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주장하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추가 반입 사실을 한 차례도 군 통수권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의용 안보실장이 “이미 사드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묻자 “그런 게 있었...

태극기에게 박근혜란 무엇인가 file

  • 2017-03-07
  • 조회 수 13864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는, 만만찮은 수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탄핵 각하”를 선언하고 “빨갱이를 죽이자”고 외친다. 진보 언론은 물론 보수 언론마저 국정 농단 파문에서 박근혜가 문제의 핵심임을 지적하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든 언론이 조작된 뉴스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광장은 종교적 맹신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지난 삼일절 집회에서 광장을 메운 태극기 물결은 대체로 50대 이상 장년층이었다. 40대가 5명 중 1명, ...

경향신문 녹음 파일 보도로 JTBC와 손석희가 잃은 것 file [16]

  • 2015-04-17
  • 조회 수 13826

죽음을 앞둔 사람이 마지막으로 찾은 기자. 어떤 억울함에 대한 증명으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이 그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선택한 기자라면 평소에 그 기자는 취재원과 상당한 신뢰 관계를 쌓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 억울함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말이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인터뷰한 경향신문 이기수 기자는 그런 분이라고 한다. 경향신문은 훌륭한 기자를 두었고, 십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중요한 인터뷰를 했으며, 이를 잘 벼려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50분 동안의 인터뷰 가운데 핵심적인 사안을 하나씩 꺼내 보...

박근혜 게이트, 붕괴된 믿음 체계와 분노 file

  • 2016-11-06
  • 조회 수 12126

수화기 너머에서 어머니는 내게 “정신이 멍하고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도 했다. 그것은 어떤 정신적인 붕괴처럼 보였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떤 믿음 체계가 한순간 와해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의 동반 붕괴.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파문을 대하는 대부분 시민들의 반응은 내 어머니와 비슷한 것 같다. 내 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40년 동안 메울 수 없었던 차이처럼, 박근혜를 지지했던 지지하지 않았던 말이다. 세대와 지역, 성별과 정치적 지향을 막론하고 ...

“아빠는 ‘옳은 일’ 했는데 왜 감옥에 갔을까요” file

  • 2017-09-25
  • 조회 수 8505

8년 싸운 해고자 아들의 눈으로 본 세상, 다큐 〈안녕 히어로〉 ‘산 자’이면서 ‘죽은 자’들의 구렁텅이에 함께 뛰어든 사람들이 있었다. 눈 한 번 질끈 감고 외면했다면 7년 동안 고통 없이 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그들에게 틈입되지 않는 이야기다. 2009년 쌍용자동차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2646명의 구조조정을 노동조합에 통보했을 때, 김정운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었다. ‘산 자’로 불렸다. 하지만 김정운은 ‘죽은 자’들과 함께 옥쇄파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해고 노동자가 되어 꼬박 7년 8개월 동안 거리에서 투쟁했다. 옥쇄...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file

  • 2016-12-09
  • 조회 수 8432

어찌 보면 익숙한 포즈다.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책임을 말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결정하지 않으면서 가장 먼저 그 자리에서 탈출하는 모습.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직후 재난구호의 최종 책임자임에도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을 해서 책임질 사람은 모두 엄벌토록 할 것”이라고 말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붕괴하는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다. 이번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의 주범으로 지탄받는 상황에서 “저의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홀가분한 표정으로 돌아서 결정을 회피했다. ...

20대 남성과 문재인, '젠더 갈등'이라는 맥거핀

  • 2019-02-02
  • 조회 수 8333

한국 사회에서 20대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늘 대상으로 존재한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 ‘OO세대’로 호명하고 싶어 한다. 흥미로운 건 보수나 진보나 이런 욕망은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보수는 주로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 ‘능력주의’나 ‘탈이념성’, ‘한국 사회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읽어내려고 애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 태어나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자라난 세대’라는 어떤 신문의 ‘G세대’ 담론이 대표적이다. 진보는 ‘삼포세대’나 ‘헬조선’ 담론과 같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 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몫없는 자’들에 대한 기만이다 file

  • 2018-05-30
  • 조회 수 4532

국회가 결국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과 식대·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새로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찬성 160, 반대 24, 기권 14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의 25%(올해 기준 월 39만3천원)를 초과하는 정기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월 11만원)를 넘는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이 비율은 매년 점차 줄어들어 2024년에는 정기 상...

‘갓물주의 하루’와 ‘우리끼리 싸움’ file

  • 2015-09-06
  • 조회 수 3667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령처럼 도는 글이 있다. 제목은 ‘갓물주의 하루’. ‘갓물주’는 ‘신(god)’과 ‘건물주’의 합성어다. 올해 1월 발간된 한 경제 잡지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마포구에 3채의 빌딩, 강남구와 제주도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이 갓물주는 임대 수익으로 월 17억원을 번다. 아침 식사를 한 뒤 골프 레슨을 받고, 특급 호텔로 가서 사우나와 점심 식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와 건물 관리자에게 자산 관련 보고를 받고 휴식하는 게 그의 일과다. 주 1회 백화점에서 부인과 쇼핑을 하고, 분기별 1회 ...

하나고와 사도, 소비자 정체성과 체념적 각자도생 file [6]

  • 2015-10-12
  • 조회 수 3320

딸이 하나고에 다닌다는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왔다. “한겨레 18년 독자인데 구독을 끊었다”고 했다. 입학 전형에서 남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서 남녀 성비를 고의로 맞춘 의혹을 공익 제보한 하나고 교사에게 학부모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기사를 쓴 다음날이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 교사가 왜 공익 제보자인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비리를 처음 제기했고 하나고도 이 사실을 인정했으니 단순 폭로자가 아닌 공익 제보자”라고 했더니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인데 왜 공익 제보자냐”라고 되물었다.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나...

후쿠오카와 한국의 '싱크홀' file [2]

  • 2016-11-28
  • 조회 수 3265

지난 8일 새벽 5시15분께.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역 앞 5차선 도로가 푹 꺼지듯 무너졌다. 폭 15m, 길이 20m, 깊이 15m에 달하는 거대한 싱크홀이었다. 새벽 시간이었지만 평일이었고, 이 일대가 후쿠오카에서 손꼽히는 번화가라는 점에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부상자는 단 한 명 발생했다. 그것도 싱크홀로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발생한 정전 때문에 어둠 속에서 계단을 헛디딘 이가 발목을 삐끗해서 생긴 경상이었다. 그런데 이 사고를 두고 가장 화제가 된 건 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 싱크홀을 완벽하게 복구한 일...

"그 '일베 기자'를 잘라라"라는 말에 대하여 file [32]

  • 2015-04-03
  • 조회 수 2913

KBS 일베 수습기자의 정식 임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파벨라에 박권일, 김민하가 관련 글을 썼다. 박권일은 ‘’일베기자‘ 관련 메모: 일베스럽지 않게 일베와 싸워야할 의무’에서 “우리는 ‘일베’라는 정체성이 아니라, 일베에서 쓴 글의 내용, 즉 ‘구체적 행위를 문제삼아야 한다”며 “여론을 업고 일베 기자를 싹둑 잘라내면 속은 시원할 테지만 그 잠깐의 속시원함 외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사회적 차별발언의 범위를 논의해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하는 ’KBS 일베 기자에 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