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C_cMM9iU0AAY2Fr.jpg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의 차원을 넘어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현행 대입제도가)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는 말도 했다. (▶️관련 기사: 조국 후보자 논란에...문대통령 "대입 제도 전반 재검토")

 문 대통령의 말에서 두 가지를 짚을 수 있다. 우선 발언의 취지다. 기본적으로 문 대통령은 이번 논란이 젊은 세대에게 상처가 된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문제는 조국 후보자가 아니라 입시 제도에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앞선 짧은 글(▶️ "조국이 아니라 입시제도에 분노해야 한다"는 말에 관하여)에서 “이번 파문의 핵심은 ‘입시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조국 후보자의 딸은 한국 교육의 핵심 모순을 폭로했다. 그것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부모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자본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는 이들을 우대한다는 진실이다. 그것은 비단 ‘복잡한 입시’나 ‘학종’이나 ‘수능’과 같은 입시제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한국 교육 시스템은 최소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등으로 대학 서열화 해체”를 꿈꿀 수 있어야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그리고 교육 시스템만이 아니라 교육이 충분치 않아도 불평등하게 임금을 받지 않는 노동 시스템, 노동하지 않거나 못해도 삶의 수준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이 함께 조성되어야 한다. 교육개혁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건 난망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 나온 2020년도 교육부 예산안에는 이번에도 문 대통령의 고등교육 공약인 ‘공영형 사립대’ 예산이 1원도 책정되지 않았다. 2년째다. 눈에 띄는 건 대학 강사 관련 예산이 늘어난 것 정도다. 고등교육 개혁에 대한 건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얘기다. 이래놓고 입시 제도만 건드리는 건 학교 현장을 또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문 대통령이 여전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를 거론한 점이다. 과연 이번 일이 ‘기회의 평등’이 저해되어 벌어진 걸까. 이에 대해선 사회학자인 김창환 선생의 이 글(▶️ 한국에서 기회평등은 오히려 개선되었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을 보면, 한국에서 기회평등은 이미 개선되고 있다. 문제는 기회가 아니라 결과의 평등이다. 김 선생도 “기회가 평등해서 도리어 불행한 사회가 되는 아이러니. 즉, 높은 불평등과 연동된 기회평등은 필연적으로 경쟁 심화를 동반함. 그래서 사회변화의 기획을 기회평등의 기획이 아닌, 결과 평등의 기획, 계급적 격차 축소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아직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실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고 안 되고는 핵심 쟁점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조국 후보자로 인해 폭로된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를 풀 두 가지 쟁점, 고등교육 개혁과 결과의 평등 이슈다. 이 두 가지를 직시하지 않으면 지금의 문제는 점점 더 곪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2014년 참사와 두 갈래의 촛불 file

  • 2020-02-11
  • 조회 수 26

한국 사회의 2010년대는 두 가지 사건으로 설명된다. 하나는 2014년 세월호 참사이고, 다른 하나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그때까지 한국 사회를 지탱해왔던 최소한의 시스템마저 붕괴했다는 걸 보여줬다.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선택이나 작동하지 않은 수난 구조 체계 문제는 오로지 시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위 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청해진해운은 회사 과실로 사고가 난 사실이 드러나면 선체 보상금이 감액되기 때문에 퇴선 명령을 주저했다. 참사 2년 전 국회는 예산을 절감한다며 수난 ...

‘84%’ 청년들과 양당 정치 file

  • 2020-02-11
  • 조회 수 61

이달 초 <한겨레>가 연재한 기획 시리즈 ‘한국 청년이 만약 100명이라면’은 청년 기획이지만 청년 기획이 아니다. 이 기획은 평소 언론을 통해 서울 4년제 대학생, 특히 ‘스카이’(SKY) 대학생의 목소리가 과잉대표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국의 청년이 100명뿐이라고 가정하고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과 성비, 학력과 학벌 등을 고려해 분류해봤더니, 서울 4년제 대학생은 16명, 스카이 대학생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이에 평소 과소대표됐던 84명의 비서울 대학생과 전문대생, 고졸자 등을 전국에서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두 ...

코로나 집단감염, 지금 여기의 책임윤리 file

  • 2020-03-30
  • 조회 수 94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동안 크게 세차례 집단감염 사례가 있었다. 첫번째는 지난달 22일 사상 최초로 코호트 격리가 집행된 경북 청도대남병원이다. 이 병원 정신병동에서 100명 넘는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7명이 숨졌다. 두번째는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마음아파트다. 이 아파트 입주자 142명 가운데 4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거주시설 중에서 첫 코호트 격리 사례가 됐다. 세번째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코리아빌딩 콜센터다. 보험사 하청업체 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8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직원의 가족과 지인까지...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합격생이 남긴 질문 file

  • 2020-02-11
  • 조회 수 99

나는 이성애자 남성이다. 43년 동안 살면서 나의 성 정체성이 무시나 배제의 동인이 된 적은 없다. 나의 성 정체성을 두고 누군가 특이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본 적도 없고, 특정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네가 그걸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도 없으며, “왜 우리가 쟤네를 특별대우 해야 하느냐”는 말에서 ‘쟤네’의 자리에 서본 적도 없다. 그런 무경험은 그 자체로 특권이다. 특권의 존재는 내게 최소한 사회적 다수자임을 인지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을 부여한다. 나는 말기신부전 투석환자다. 5년3개월째, 일주일에 세번 혈액...

‘강한 일본’과 공화국의 책무 file

  • 2019-08-18
  • 조회 수 114

일본은 패전 직후인 1947년 교육기본법을 제정했다. 그 전까지 일본은 메이지 일왕의 '교육칙어'에 기반한 국가였다. '신민의 충효'를 국체의 정신으로 규정했다. 이 정신을 받든 군국주의는 무수한 일본인을 전쟁으로 몰아넣었다. 교육기본법은 이 '교육칙어'를 부정하고 개인의 존엄을 위한 교육을 강조했다. 평화헌법과 함께 '국가를 위해 개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위해 국가가 있다'는, 일본의 전후 체제를 만드는 핵심 뼈대가 됐다. 그러던 교육기본법이 2006년 12월15일, 59년 만에 개정됐다. 아베 신조가 처음 총리가 된 지...

여성 대상 폭력은 왜 사적인 일로 여겨지는가

  • 2018-05-22
  • 조회 수 127

#1.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구선수 ㄱ 씨가 사귀던 여자친구 ㄴ 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ㄱ 씨는 지난해 12월 31일 대구 동성로에서 ㄴ 씨를 발로 차고 목을 조르는 등의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ㄱ 씨의 집착과 욕설을 힘겨워한 ㄴ 씨가 친구에게 ‘사귀기 힘들다’고 호소한 메신저 내용을 ㄱ 씨가 엿보면서, 이날의 물리적 폭력이 시작됐다. 사건을 다룬 <중앙일보> 기사에서 피해자인 ㄴ 씨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당시 남자친구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해 file

  • 2018-05-29
  • 조회 수 129

긴 글을 쓰다가 모두 지웠다. 이 사진 두 장만 오랫동안 기억하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을 깎은 것도 모자라서, 취업 규칙 변경과 관련해 노동자가 대등하게 결정에 참여해야 하는 원칙 자체를 삭제하는 선례를 남겼다.

팀추월 ‘피해자’ 노선영이 옳았다

  • 2018-03-17
  • 조회 수 142

지난달 막 내린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컬링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경기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성 팀추월이었다. 동료 노선영 선수를 따돌린 듯한 모습을 보인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거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두 선수에 대한 국가대표 자격 박탈 요구에는 순식간에 61만여 명이 동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상 최다 추천을 받은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씨 출소 반대 청원에 버금가는 추천 수다. 김보름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용품을 후원해온 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몰리자 올림픽을 끝...

방탄소년단 ‘원폭 티셔츠’가 문제적인 이유

  • 2018-12-12
  • 조회 수 143

2년 전 가본 일본 히로시마 모토야스 강은 유난히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다. 강을 가로지르는 ‘상생(相生)의 다리’라는 뜻의 아이오이 다리 옆에 ‘원폭 돔’이라고 불리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이 서 있었다. 5층으로 이뤄진 돔을 3층 건물이 감싸고 있는 구조였다. 철강 골조로 된 외벽은 대부분 무너진 채 골격만 앙상했다. 1945년 8월6일 오전 8시15분, 아이오이 다리 상공 570m에서 터진 원자폭탄으로 3~4천도의 열기와 초속 340m 폭풍이 들이닥쳤다. 이 건물을 제외한 반경 1.6km 주변 모든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출근과...

한개의 상산고와 신분 사회 file

  • 2019-07-09
  • 조회 수 153

2010년 9월 서울시교육청의 한 회의실. 초중고 각급 학교 교사, 빈곤 아동을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대학생 비영리 교육봉사단체 간부 10명이 모였다. 경쟁에서 낙오한, 이른바 ‘학습 부진아’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첫 회의여서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하고 각자 처한 상황을 공유했다. 그런데, 서울 강북에 있는 한 공립 특성화고 교사가 말을 떼자 회의실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우리 학교는 성적 하위 98~99% 학생들이 모인 곳입니다. 시험 문제를 내도 아무도 풀지 않습니다. 전교생이 320명인데 272명...

59살 순옥씨의 삶 file

  • 2019-06-04
  • 조회 수 161

순옥(가명)씨는 59살이다. 24살 때 결혼했다. 아이를 낳아 어느 정도 키운 뒤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사업하는 남편은 벌이가 고정적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후 30여년 동안, 순옥씨는 한 번도 일을 쉬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고 식당에서 일하고 공장에 다녔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홀로 키우고, 시부모도 모셨다. 여느 베이비붐 세대처럼, 순옥씨도 자신을 ‘낀 세대’라고 불렀다. 부모 부양 의무를 지는 마지막 세대이자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첫 세대다. 순옥씨 세대는 하루 8시간 노동 개념이 없었다. 식당에서 일할 ...

버닝썬과 인공혈관, 주체 없는 권력의 도구들 file [1]

  • 2019-04-16
  • 조회 수 168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시작된 폭행 사건이 연예인과 경찰의 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연예인들의 카톡방 친구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엘리트 경찰 간부와의 친분을 앞세워 불법촬영 피해 여성들의 고소와 클럽 불법운영 등을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그렇게 10명에 이르는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가 법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사회는 그 사실에 분노하고 있는데, 정작 수사기관의 반응은 달랐다. 경찰은 이번 일 때문에 숙원 사업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물거품이 될까 애태운다. 검찰은 경찰의 곤란한 처지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

‘20 대 80’ 담론과 결과의 평등 file

  • 2020-02-11
  • 조회 수 169

최근 <한겨레>가 연재한 기획 시리즈 ‘조국, 그 이후’의 두 번째 기사 ‘다시 문제는 불평등이다’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불평등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최상위 1%를 대상으로 나머지 99%가 연대해 분노를 표출해온 ‘1% 대 99%’ 담론이 ‘20% 대 80%’ 담론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와 정치철학자 매슈 스튜어트의 <부당세습>에 담긴 생각을 빌린 ‘20 대 80’ 담론은 정의와 공정을 거론하며 하위 80%와 함께 최상위 1%를 비판하던 상위 20%가 ...

시스템과 영웅, 물신과 광신 사이-국가, 관료주의 그리고 세월호 file

  • 2020-04-18
  • 조회 수 170

유례없는 180석 민주 여당의 탄생과 세월호 6주기를 동시에 맞은 지난 16일,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지금은 사라진 월간 <나·들>에 연재한 글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이때의 무력감 중에 일부가 2016년 촛불 때 나온 '정상국가의 복원'이라는 문제 의식과 연결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문제 의식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정부가 안긴 정치적 효능감과 맞물리면서 180석 거대 여당의 탄생이라는 결과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일까. 그 정치적 효능감이 '예외 상태'에서 더 치열하게 동원된 공공보건 종사자...

가난은 정신장애를 범죄로 이끈다 file

  • 2019-05-03
  • 조회 수 172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2살 남성 안아무개씨가 방화·살인 사건을 일으켰다. 숨진 5명은 여성이거나 10대 혹은 노인이거나 장애인이었다. 많은 살인범들처럼 안씨도 약자만 골라 살해했다. 덩치 큰 남성들은 마주쳐도 공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은 상대를 잔혹하게 해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다치기 싫었기 때문이거나 혹은 약자를 공격해 피해 규모를 키워야 더 큰 이슈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범행이 더 큰 이슈가 되어야 자신의 ‘억울함’과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려는 의도가 성공할 수 있다. 경찰과 언론은 ‘억울함’...

‘모두가 정규직이 되면 김용균 같은 죽음이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file

  • 2018-12-26
  • 조회 수 174

2011년 12월 9일 0시 29분께 인천공항철도 계양역에서 검암역 쪽으로 1.2㎞ 떨어진 철길. 백인기(당시 54살) 씨 등 6명의 노동자가 선로 보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자정, 서울역에서 출발해 검암역으로 향한 공항철도 마지막 열차가 시속 80㎞로 달리다 이들의 등 뒤를 덮쳤다.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1명은 다리가 부러졌다. 이들은 사고 전날까지 인천공항 쪽 운서역부터 검암역 사이 구간에서 선로 보수작업을 해왔다. 공항철도 인천공항행 막차는 0시 20분 이전에 이 구간을 통과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계양역과 검암역 사이...

홀로 불가능과 싸워온 노회찬의 죽음 file

  • 2018-07-31
  • 조회 수 193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김상봉 전남대 교수는 “그가 마을 뒷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한 시대가 끝났음을 알았다. 그는 바로 우리 시대였다”라고 썼다. “오월 광주의 죽음에서 시작”된 시대를 가장 폭넓게 대변한 노무현이 실패한 저항의 책임을 지고 “파멸을 선택함으로써, 적어도 비겁한 시대가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기 위해 “자기를 던졌”다고, 김상봉은 썼다. 노회찬 의원이 서울 남산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했다는 속보를 들었을 때, 나는 멍한 상태로 김상봉의...

‘조국 사태’라는 거대한 변곡점 file

  • 2019-09-22
  • 조회 수 212

한달 동안의 ‘조국 사태’는 2019년의 한국 사회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정확히 조명했다. 수많은 이들이 사태의 의미에 말을 보탰다. 어떤 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응원하는 이유’를 열변했고, 다른 이는 ‘조국이 최순실이나 우병우와 다른 게 뭐냐’고 꼬집었다. 누군가는 ‘입시제도의 개선’을 요구했고, 또 다른 이는 ‘검찰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자 서 있는 자리를 이렇게나 선명하게 드러낸 쟁점이 또 있었을까. 한국 사회는 이제까지 어떤 현안을 두고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뉘어 싸워왔다. 1970~80년대에는 한쪽이 ...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공허한 싸움

  • 2018-10-10
  • 조회 수 221

TV를 켜면 10개 채널 가운데 최소한 서너개는 먹방이다. 요리의 맛을 경쟁하는 방송, 외국 여행을 하면서 먹는 방송,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먹는 방송, 쉽게 맛을 내는 비결을 알려주는 방송, 숨겨진 맛집을 알려주는 방송, 그냥 맛있게 먹는 모습 그 자체로 충분한 방송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요즘에는 먹는 장사를 컨설팅하는 방송, 무턱대고 포장마차를 차리고 먹는 장사를 하는 방송도 인기다. TV만이 아니다.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는 먹방의 주요 무대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의하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유튜브...

예멘 난민과 무슬림 혐오, 오발탄이 된 저항

  • 2018-06-26
  • 조회 수 239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 500여 명이 한국 사회를 시험대에 올려놨다.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을 계기로 올라온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은 게재 열흘 만인 23일 현재 37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SNS와 커뮤니티, 포털 댓글에는 예멘 난민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무슬림 혐오 표현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무슬림에 대한 거부감은 크게 4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한국에 이슬람이 퍼지기 시작하면 바로 유럽처럼 테러에 시달리게 된다”는 안전 위협론, “무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