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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20대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늘 대상으로 존재한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 ‘OO세대’로 호명하고 싶어 한다. 흥미로운 건 보수나 진보나 이런 욕망은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보수는 주로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 ‘능력주의’나 ‘탈이념성’, ‘한국 사회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읽어내려고 애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 태어나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자라난 세대’라는 어떤 신문의 ‘G세대’ 담론이 대표적이다. 진보는 ‘삼포세대’나 ‘헬조선’ 담론과 같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 불안정하게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로 20대를 규정하거나 ‘20대 개새끼론’과 같이 정치적으로 계몽하려는 시선으로 20대를 바라본다. 그런데 진보가 최근 20대를 보는 버전은 두 가지 정도 늘었다. ‘공정성’을 내세우고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보이는 ‘보수화한 20대’라며 이들을 가열차게 비판하거나 혹은 뜬금없이 자기 반성문을 쓰면서 자책하거나.

▲지난해 12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연천 육군 제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해 시간을 보냈다. (사진=청와대)

최근 20대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 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 현상 때문이다. 지난해 말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선 결과가 몇 차례 나오면서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20대 남성이 동원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정 수행 지지율(29.4%)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고, 60대 남성의 지지율(34.9%)보다 낮다”고 발표하면서 동시에 “이는 ‘젠더 갈등’이 심화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은 언론이 ‘20대 남성’을 타깃으로 어떤 프레임을 설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리얼미터의 조사 발표에는 문제가 있었다. 문 대통령 지지율과 ‘젠더 갈등’에 대해 조사하면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 ‘젠더 갈등’이란 답을 얻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한국 사회의 갈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 뒤 얻은 답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연결하는 결론을 도출했다. 결론이 무리수라는 얘기가 된다.

물론 20대 남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단, 그 반감은 주로 혐오에 똑같은 혐오로 맞서면서 윤리적·법적 일탈마저 정당화하려는 모습에 집중되어 있다. 20대 남성 다수는 혐오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작 지적되어야 할 문제는 사회가 20대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시선 모두 온리인상의 극단적인 행태만 손쉽게 소환한 뒤 전체를 일반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가 20대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부 커뮤니티나 일베 등 사이트에서 나온 혐오 표현과 극단적 견해가 주류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고,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을 보는 시선 역시 혐오를 기반으로 주목 경쟁을 하는 일부 커뮤니티의 극단적인 행태가 주류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다. 혐오를 기반으로 주목 경쟁을 하는 ‘페미니즘 운동’이 일부에 불과한 데다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는 것처럼, 실제 20대 남성들의 모습도 그렇게 획일화되어 있지 않다.

최근 공개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를 보면, 20대 남성 10명 가운데 7명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답한 20대 남성은 지난해 7월과 11월 각각 14.6%, 10.3%로 조사됐다.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율도 45%에 달했다. 20대 남성 10명 중 3명은 일상생활 중 여성 대상 고정관념 및 차별 심각성, 여성혐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44.6%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을 ‘잘못된 판결’이라고 생각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에 대한 응원과 혐오를 기반으로 주목 경쟁을 하는 온라인상의 극단적 행태에 대한 반감은 20대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20대 남성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서 설명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공정성’을 거론하는 20대들을 하나로 묶어 ‘탈이념적’이라고 규정하는 시선 역시 섣부를 지도 모른다. 20대에게는 “다른 사람보다 나를 공정하게 대접해달라”는 목소리와 “우리를 공정하게 평가해달라”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내미는 ‘공정성’이라는 카드는 이들의 불안함에 시대가 주입한 ‘집단적 연대’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한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 ‘정상 경로’에서 탈락할지 모르는 불안함 말이다. 앞선 조사를 관장한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도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적잖은 20대 남성들은 본인이 남성으로서 혜택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과거의 권위적 남성성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세대이다. 동시에 자신의 행복과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계획을 세워야 할 시기에 징병으로 인해 어떤 생산적 계획도 갖추기 힘든 처지에 놓여 있는 입장이다. 이런 징병 문제의 복합적인 요소에 정직하게 접근하지 않으면서 젠더 갈등만 이야기하는 것은 비겁한 면이 크다.”

그런 점에서 사실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건 20대 남성보다 20대 여성이어야 한다. 20대 여성들도 20대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한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 ‘정상 경로’에서 탈락할지 모르는 생존 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문제는 20대 여성들은 이런 생존 경쟁에 따른 경제적 불안과 함께 젠더 권력 격차에 의해 언제 죽임이나 차별을 당할지 모른다는 실존적 공포까지 함께 지니고 산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 20대 여성 10명 중 7명은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답한 20대 여성은 지난해 7월 48.9%, 11월 42.7%에 이르렀다. 이는 한국 사회의 20대 여성이 20대 남성보다 훨씬 더 폭넓게 하나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20대가 모두 생존 경쟁의 불안함을 겪고 있지만, 20대 여성들은 실존적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싸움을 하면서 정치적 연대를 구축해 현실 속 공포에 맞서고 있다. 반면 20대 남성들은 정치적 연대를 위한 어떤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불안한 현실 속에 표류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약한 고리인 여성들을 타깃 삼아 일단의 구심점을 구축해보려고 나서는까닭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사회는 기대만큼 근원적인 변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 않다. 경기 부양과 복지 강화 등에 재정을 투입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물 건너가고, 3년 연속으로 20조 원대 초과 세수(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더 많이 걷히는 일) 발생이 예상된다. 정부는 되레 ‘재정 건전성’ 신화에 사로잡혀 지난해 12월 초과 세수를 사용해 나랏빚 4조 원을 조기 상환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격차 해소를 위한 재정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대기업의 고용 확대에 목을 매고, 그들의 민원 사항을 착착 이행하고 있다. 그러니 어쩌면 20대 남성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두어들이고 있는 건, 지금까지 그다지 변하지 않고 있는 사회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일 지도 모른다. 그런 20대 남성들을 ‘반페미니즘’ 담론으로 비난하는 건 20대 남성들에게 여성에 대한 분노를 유발해 정작 변하지 않고 있는 사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20대 남성이 분노하는 이유를 여성들에게 전가하려는 목적이 숨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작 우리가 지적해야 할 문제는 이 지점에 있는 것 아닐까.

*뉴스민에 실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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