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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TV를 켜면 10개 채널 가운데 최소한 서너개는 먹방이다. 요리의 맛을 경쟁하는 방송, 외국 여행을 하면서 먹는 방송,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먹는 방송, 쉽게 맛을 내는 비결을 알려주는 방송, 숨겨진 맛집을 알려주는 방송, 그냥 맛있게 먹는 모습 그 자체로 충분한 방송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요즘에는 먹는 장사를 컨설팅하는 방송, 무턱대고 포장마차를 차리고 먹는 장사를 하는 방송도 인기다. TV만이 아니다.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는 먹방의 주요 무대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의하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유튜브 크리에이터 가운데 구독자 수 상위 10위권에 먹방 크리에이터가 2명 포함되어 있다. 먹방을 하는 벤쯔(5위)의 구독자 수는 287만 명이고, 떵개떵(7위)의 구독자 수는 260만 명이다.

먹방을 통한 ‘푸드 포르노’가 6~7년 가까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작동한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사회비평가 박권일의 분석을 경청해볼 필요가 있다.

“‘불황기의 상실감과 공허감, 불안이 가장 본능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테다. 또 ‘복잡하고 논쟁적인 주제를 회피하다 보니 결국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욕구로만 쏠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둘 다 일리가 없지 않으나 딱 하나의 정답은 없다. 해석이 있을 뿐이다. 나는 영상기술의 발전도 음식 콘텐츠의 인기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HD, UHD, 초고화질 디지털 픽셀로 구현되는 음식의 이미지는 실물보다 더 실물 같은, 과잉의 핍진성을 선사한다. 우리는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지만, 그릴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튀어 오르는 최고급 안심의 육즙과 아산화질소 거품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스푸마의 ‘분자요리적 순간’을 레스토랑의 좌석에서 TV보다 생생하게 감상하기란 불가능하다.” (박권일 ‘후각사회, 그리고 후각사회적 현상으로서 ‘푸드 포르노”)

그는 이어 ‘푸드 포르노’가 범람하는 사회를 두고 “실제로 발현되지 않는 감각을 상상적으로 재현하면서 대리만족한다는 점에서, 설득이나 논쟁 따위가 일절 필요 없는, 오직 매혹과 열광만이 존재하는 세계”라고 지적했다.

‘불황기의 상실감과 공허감, 불안이 가장 본능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라는 박권일의 설명대로, 빅카인즈 검색에서 한국 사회에 ‘먹방’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건 2012년 6월 즈음이다. 아프리카TV 등을 통한 1인 미디어가 조금씩 확산하고 있던 시점이기도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한국에도 불황의 여파가 남아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대기업 취업이나 전문직 종사보다 정기적으로 한 달에 200만 원만 벌 수 있다면 어떻게 든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그 때 즈음이다.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가 더 이상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이고, 그 헤게모니가 좌가 됐든 우가 됐든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특정 엘리트 집단에만 이익을 안겨줬다는 진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거대 담론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알기 때문에 냉소한다. 그 냉소의 자리에 삶의 의미를 던져주는 요소가 바로 취향에 부합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소소한 행복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다. 맛을 느끼는 행위는 직접적이면서도 즉자적이다.

게다가 2010년대 초반의 한국 정치는 그야말로 단순 명확한 시대였다. 이명박처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버는 일에 올인하거나 혹은 반이명박 시대 정신에 따라 다가온 박근혜 시대를 거부하거나. 이어서 박근혜처럼 노골적으로 우직하게 욕망하거나 혹은 반박근혜로 위선 없는 정의감을 앞세우거나. 여기에 ‘복잡하고 논쟁적인 주제’, ‘설득이나 논쟁’ 따위는 끼어들 틈이 없다. 그것은 보수 정권의 허구성이 만천하에 드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먹방과 푸드 포르노라는 1차원적인 미각의 세계는 복잡한 담론을 거부한 채 모두가 ‘매혹과 열광’에 쉽게 동의할 수 있게 만드는, 보편성이 지배하는 세상을 상징한다.

보편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단 한 명의 인간으로 체화할 수 있다면, 그는 바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일 것이다. 백종원은 특별한 전문성을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대중에게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음식점에서 먹을법한 요리를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음식과 요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언어로 쉽게 설명해주며, 한국 사회에 가장 보편적으로 통할 것 같은 프랜차이즈 음식점 요리 비법을 식당 점주들에게 컨설팅하는 역할도 한다.

수돗물과 누룩으로 막걸리를 만든다는 한 청년 사장에게 대중적인 일본식 입국과 아스파탐, 감미료를 넣은 막걸리를 컨설팅한 <골목식당> 막걸리 편은 백종원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보편성이 지배하는 세상’을 상징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소비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편적인 대중의 취향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 보편적 취향을 자신만 특수하게 생산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일이다. 백종원은 거기에 더해 보편적인 대중의 취향을 창조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왼쪽),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오른쪽)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백종원 비판은 그런 점에서 ‘보편성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의문 제기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황교익은 왜 대중에 의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걸까. 물론 황교익이 비판받는 이유에는 음식에 대해선 자신의 논리가 절대적이고, 이 절대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은 무지하고 미개한 이들인 것처럼 발언한 문제도 있고, 떡볶이나 만능 간장, 프랜차이즈를 비판해놓고 정작 떡볶이와 만능 간장, 프랜차이즈 커피 광고에 출연해 이 음식들을 좋게 평가한 이중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그런 비판은 충분히 타당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황교익이 정말 하고자 한 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황교익의 말을 살펴보면, 대체로 단맛이나 매운맛 등 자극적인 양념이나 조미료로 낸 맛이 아니라 좋은 원재료를 정직하게 사용해 원재료 본연의 맛을 담백하게 살려낸 맛을 이상향으로 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가 달고 매운 양념이 들어간 떡볶이나 걸쭉하고 진한 양념을 쓰는 전라도 음식에 대해 비판적인 이유도 자신이 삼고 있는 이상향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고, 백종원이 쓴 설탕에 대해 거세게 비판한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나름의 일관성은 있다고 할 수 있다. 떡볶이나 전라도 음식을 비판하면서 내민 근거나 한국인들의 설탕 소비에 대해 발언한 내용 가운데 오류가 있음을 고려하고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정작 황교익의 문제는 따로 있다. 황교익이 바라는 맛의 이상향을 추구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그 이상향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가 말하는 맛의 이상향은 특정한 소수를 위한 이상향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대로 좋은 원재료를 정직하게 사용해 원재료 본연의 맛을 담백하게 살려낸 맛을 즐길 수 있을 만한 경제적 혹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소수다. 좋은 원재료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건 원재료 생산지에 쉽게 갈 수 있거나 혹은 굳이 가지 않고도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좋은 원재료가 있다고 해도 본연의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그것은 결코 보편적이 될 수 없는, 애초부터 특별한 어떤 이들을 위한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황교익이 ‘보편적 대중’과 논쟁하고 다퉈서 대중을 계몽하기 위해 내세우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교익은 되레 복잡한 논쟁을 거부한 채 ‘자신만의 취향’의 절대성을 인정하길 강요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황교익과 대중의 논쟁을 보면서 황교익의 ‘지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중의 ‘반지성’을 염려하지만, 정작 이번 논쟁에서 ‘반지성주의’적 면모가 더 부각된 건 대중이 아니라 황교익이다. 거센 비아냥 속에서도, 몇몇 누리꾼들이 황교익의 주장에 대해 반박이 가능한 쟁점을 제시했지만, 황교익은 이들을 차단하고 비하하는 말을 썼다.

황교익이 말하는 한국 음식의 고유성을 지키자는 얘기에서도 별다른 가치를 찾을 수 없다. 음식 문화란 민족적 고유성보다 지리적으로 접해 있는 문화권 간에 서로 교류하면서, 보편적인 재료와 지역 특성을 가진 재료가 합쳐진, 그 지역만의 특별한 그 무엇이 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황교익이 비판적으로 말하는 ‘오염된 한국 음식’과 ‘진정한 한국 음식’을 구분해야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문화는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정작 문제는 문화적 취향을 통해 드러나는 특정한 사람들의 사회적 위치다. 문화적 이슈에 대한 논의의 관건은 어떤 이들의 취향이 은연중에 그들의 계급 위계를 강화하는 기제로 쓰이진 않는지, 그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그 무엇’이 어떤 이들을 소외시키고 있진 않은지 살피는 일이다. 그런데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는 백종원에 대한 황교익의 문제 제기, 그리고 황교익과 다수 대중의 논쟁에는 정작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없고, 서로 진정성의 주체임을 선점하려는 공허한 다툼만 난무하고 있다. 그런 다툼에 우리가 왜 소모되어야 하는가.

*<뉴스민>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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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정유라 체포 보도 정말 문제였나 file [2]

  • 2017-01-04
  • 조회 수 68492

JTBC 기자가 덴마크에서 정유라를 추적하다 행적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취재해 보도한 사실을 두고 저널리즘 원칙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보도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저널리즘 고유의 원칙을 두고 JTBC가 경찰에 신고하든 보도를 하든 하나만 선택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건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가 쓴 '경찰에 정유라를 신고한 JTBC 기자,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은 박상현 이사의 글에 대한 반론이 아니다. 그 글을 계기 삼아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써...

세월호 인양과 온전한 애도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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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3일 새벽 3시45분. 전남 진도 맹골수도의 검은 물 위로 세월호 선체의 우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객실과 조타실이 있는 흰색 상부는 녹슬고 부식돼 검게 물들어 있었다. 화물칸이 있는 파란색 하부는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져 붉은 속내를 드러냈다. 배 이름은 지워지고 없었다. 선체의 형상이 점점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마음 한 켠에 묻어뒀던 기억도 또렷하게 소환됐다. 2014년 4월16일. 검은 바다 위에서 점점 기울어가던, 그렇게 304명의 비명을 집어삼키던, 저 배를 어찌 바로 세울 수 없나 절규하던, 그 세월호였다. 그 세월호였...

그러니까 "우리가 남이가" file

  • 201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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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큰아버지’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두 가족이 친척보다 가깝게 지내면서 자연스레 그렇게 부르게 됐다. 큰아버지는 내게 삶의 지혜를 알려주고, 성찰적 삶에 대해 조언해주는 분이었다. 그 자신이 성실한 삶으로 모범이 됐다. 큰아버지가 며칠 전 할 말이 있다며 전화했다. 서울에 있는 유명 여론조사 전문업체 대표의 이름을 대며 “들어본 적 있느냐”고 했다. 같은 고향에 고등학교 동문인데, 이 사람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서울이라는 큰물에서 크게 노는 사람인데 알아둬서 나쁠 것 없지 않겠냐...

'파산관재인' 문재인, 홍준표의 새빨간 폭로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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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수 27581

‘파산관재인’이라는 말이 있다. 파산한 기관이나 법인, 기업이나 개인의 채권을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역할을 주로 하는 사람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회사가 망했을 때 남은 돈을 찾아내서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법원이 지정하는데, 주로 변호사가 선임된다. 2017년 3월28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문재인 전 더불이민주당 대표가 변호사 시절 세월호 실소유주인 세모의 파산관재인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 공적 자금이 들어간 유병언의 업체에 1153억원 채무 탕감...

그 당원들은 왜 심상정을 욕하나 file

  • 2017-04-27
  • 조회 수 20674

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다른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자 비판받은 후보의 지지자들이 욕설 섞인 항의전화를 걸어오고, 당 게시판에도 인신공격성 글이 폭주했다. 더 당혹스러운 일은 이 정당 내부에서 벌어졌다. 일부 당원들이 게시판에 탈당 선언을 했다. 정의당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에게 벌어진 일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정의당은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통합진보당은 2012년 4월 총선 과정의 경선 파동을 통해 이정희 등 민족해방(NL) 계열 일부가 떨어져나가면서 유시민과 천호선 등으로 대변되는 국민참여계, 일부 남은 NL...

‘가짜뉴스’ 조작된 뉴스의 위협 file [1]

  • 2017-02-16
  • 조회 수 18951

‘가짜뉴스’는 거짓 정보나 유언비어가 담긴 조작된 뉴스를 말한다. 공신력 있는 언론사가 작성한 기사처럼 포장해 사실인 양 유통되기도 한다. 가짜뉴스가 주목받은 건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때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리하고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리한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발표했다’는 가짜뉴스는 페이스북에서 반응이 96만 건에 이르렀다. ‘클린턴 후보가 테러단체 ISIS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가짜뉴스는 79만 건의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반응 건수는 미국...

황교익 출연금지에 담긴 정치 혐오 file

  •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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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KBS 출연 금지를 당했다. 그는 최근 유력 대선 후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 출연이 예정됐던 프로그램은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이다. 주제는 ‘맛있는 식재료 고르는 요령’. <아침마당> 제작진은 ‘제작 가이드라인’을 언급했다. 여기에는 “선거기간 중 비정치 분야 취재를 하는 경우, 후보자 또는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거나 특정 정당·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적혀 있다. 가이드라인만 ...

사드 '보고 누락'이 아니라 '허위 보고'다 file

  •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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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장관 한민구에겐 네 번의 기회가 있었다. 5월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 참석했고, 17일엔 문 대통령의 국방부 초도순시에 배석했다. 26일엔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위원 점심 간담회가 있었고, 28일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한민구는 안보를 위해 자신들이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주장하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추가 반입 사실을 한 차례도 군 통수권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의용 안보실장이 “이미 사드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묻자 “그런 게 있었...

태극기에게 박근혜란 무엇인가 file

  • 2017-03-07
  • 조회 수 13790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는, 만만찮은 수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탄핵 각하”를 선언하고 “빨갱이를 죽이자”고 외친다. 진보 언론은 물론 보수 언론마저 국정 농단 파문에서 박근혜가 문제의 핵심임을 지적하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든 언론이 조작된 뉴스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광장은 종교적 맹신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지난 삼일절 집회에서 광장을 메운 태극기 물결은 대체로 50대 이상 장년층이었다. 40대가 5명 중 1명, ...

경향신문 녹음 파일 보도로 JTBC와 손석희가 잃은 것 file [16]

  • 2015-04-17
  • 조회 수 13715

죽음을 앞둔 사람이 마지막으로 찾은 기자. 어떤 억울함에 대한 증명으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이 그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선택한 기자라면 평소에 그 기자는 취재원과 상당한 신뢰 관계를 쌓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 억울함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말이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인터뷰한 경향신문 이기수 기자는 그런 분이라고 한다. 경향신문은 훌륭한 기자를 두었고, 십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중요한 인터뷰를 했으며, 이를 잘 벼려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50분 동안의 인터뷰 가운데 핵심적인 사안을 하나씩 꺼내 보...

박근혜 게이트, 붕괴된 믿음 체계와 분노 file

  • 2016-11-06
  • 조회 수 12078

수화기 너머에서 어머니는 내게 “정신이 멍하고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도 했다. 그것은 어떤 정신적인 붕괴처럼 보였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떤 믿음 체계가 한순간 와해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의 동반 붕괴.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파문을 대하는 대부분 시민들의 반응은 내 어머니와 비슷한 것 같다. 내 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40년 동안 메울 수 없었던 차이처럼, 박근혜를 지지했던 지지하지 않았던 말이다. 세대와 지역, 성별과 정치적 지향을 막론하고 ...

“아빠는 ‘옳은 일’ 했는데 왜 감옥에 갔을까요” file

  • 2017-09-25
  • 조회 수 8432

8년 싸운 해고자 아들의 눈으로 본 세상, 다큐 〈안녕 히어로〉 ‘산 자’이면서 ‘죽은 자’들의 구렁텅이에 함께 뛰어든 사람들이 있었다. 눈 한 번 질끈 감고 외면했다면 7년 동안 고통 없이 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그들에게 틈입되지 않는 이야기다. 2009년 쌍용자동차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2646명의 구조조정을 노동조합에 통보했을 때, 김정운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었다. ‘산 자’로 불렸다. 하지만 김정운은 ‘죽은 자’들과 함께 옥쇄파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해고 노동자가 되어 꼬박 7년 8개월 동안 거리에서 투쟁했다. 옥쇄...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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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수 8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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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과 문재인, '젠더 갈등'이라는 맥거핀

  • 2019-02-02
  • 조회 수 8094

한국 사회에서 20대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늘 대상으로 존재한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 ‘OO세대’로 호명하고 싶어 한다. 흥미로운 건 보수나 진보나 이런 욕망은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보수는 주로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 ‘능력주의’나 ‘탈이념성’, ‘한국 사회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읽어내려고 애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 태어나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자라난 세대’라는 어떤 신문의 ‘G세대’ 담론이 대표적이다. 진보는 ‘삼포세대’나 ‘헬조선’ 담론과 같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 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몫없는 자’들에 대한 기만이다 file

  • 2018-05-30
  • 조회 수 4383

국회가 결국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과 식대·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새로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찬성 160, 반대 24, 기권 14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의 25%(올해 기준 월 39만3천원)를 초과하는 정기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월 11만원)를 넘는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이 비율은 매년 점차 줄어들어 2024년에는 정기 상...

‘갓물주의 하루’와 ‘우리끼리 싸움’ file

  • 2015-09-06
  • 조회 수 3534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령처럼 도는 글이 있다. 제목은 ‘갓물주의 하루’. ‘갓물주’는 ‘신(god)’과 ‘건물주’의 합성어다. 올해 1월 발간된 한 경제 잡지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마포구에 3채의 빌딩, 강남구와 제주도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이 갓물주는 임대 수익으로 월 17억원을 번다. 아침 식사를 한 뒤 골프 레슨을 받고, 특급 호텔로 가서 사우나와 점심 식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와 건물 관리자에게 자산 관련 보고를 받고 휴식하는 게 그의 일과다. 주 1회 백화점에서 부인과 쇼핑을 하고, 분기별 1회 ...

후쿠오카와 한국의 '싱크홀' file [2]

  • 2016-11-28
  • 조회 수 3208

지난 8일 새벽 5시15분께.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역 앞 5차선 도로가 푹 꺼지듯 무너졌다. 폭 15m, 길이 20m, 깊이 15m에 달하는 거대한 싱크홀이었다. 새벽 시간이었지만 평일이었고, 이 일대가 후쿠오카에서 손꼽히는 번화가라는 점에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부상자는 단 한 명 발생했다. 그것도 싱크홀로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발생한 정전 때문에 어둠 속에서 계단을 헛디딘 이가 발목을 삐끗해서 생긴 경상이었다. 그런데 이 사고를 두고 가장 화제가 된 건 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 싱크홀을 완벽하게 복구한 일...

하나고와 사도, 소비자 정체성과 체념적 각자도생 file [6]

  • 2015-10-12
  • 조회 수 3199

딸이 하나고에 다닌다는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왔다. “한겨레 18년 독자인데 구독을 끊었다”고 했다. 입학 전형에서 남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서 남녀 성비를 고의로 맞춘 의혹을 공익 제보한 하나고 교사에게 학부모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기사를 쓴 다음날이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 교사가 왜 공익 제보자인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비리를 처음 제기했고 하나고도 이 사실을 인정했으니 단순 폭로자가 아닌 공익 제보자”라고 했더니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인데 왜 공익 제보자냐”라고 되물었다.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나...

"그 '일베 기자'를 잘라라"라는 말에 대하여 file [32]

  • 2015-04-03
  • 조회 수 2788

KBS 일베 수습기자의 정식 임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파벨라에 박권일, 김민하가 관련 글을 썼다. 박권일은 ‘’일베기자‘ 관련 메모: 일베스럽지 않게 일베와 싸워야할 의무’에서 “우리는 ‘일베’라는 정체성이 아니라, 일베에서 쓴 글의 내용, 즉 ‘구체적 행위를 문제삼아야 한다”며 “여론을 업고 일베 기자를 싹둑 잘라내면 속은 시원할 테지만 그 잠깐의 속시원함 외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사회적 차별발언의 범위를 논의해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하는 ’KBS 일베 기자에 대한 ...

2016년 촛불, 그 미완성의 승리 file

  • 2016-12-25
  • 조회 수 2618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최대 232만명이 모이고, 심지어 횃불로 타올랐던 촛불은 잠시 소강상태다.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주저하던 의회를 가결로 이끈 것은 오롯이 촛불과 촛불을 응원하는 시민의 힘이었다. 의회가 상황논리를 대며 망설일 때마다 시민들은 압도적 숫자로 의회를 압박했다. 촛불은 이제 헌법재판소에 맡겨둔 대통령에 대한 제도적 파면권이 어떻게 행사될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권한이 오용될 경우, 제도적 파면권은 대통령이 아니라 헌재를 향할지도 모른다. 소강상태인 촛불이 언제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