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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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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날 아침, 교체가 확정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발로 단신 뉴스가 보도됐다. 형사 미성년자인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살에서 만 13살 미만으로 내리는 내용의 형법과 소년법 개정을 올해 안에 추진하도록 국회와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촉법소년’에 해당하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고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와 보호처분 등을 받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 개정 추진 이유에 대해 “과거보다 현저히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23일 청와대 SNS를 통해 “올 상반기 만 10~13살의 범죄 증가율은 7.9%, 만 13살 범죄 증가율은 14.7%에 달한다”며 “13살 이후 범죄가 급증한다면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3살 미만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7년과 2016년 전체범죄 중 강력범죄 비율이 1.1%에서 1.6%로 늘어난 반면 청소년 강력범죄는 2.2%에서 4.4%로 증가했다”고도 했다. 이 말은 지난 6월 서울 관악산과 노래방 등에서 또래 여고생을 때리고 추행한 14~17살 사이의 중·고교생 9명의 집단폭행 가해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을 개정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2건이 55만여 명의 동의를 얻으면서 나온 청와대의 답변이다. 이 말은 또 촉법소년의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으니 더 강력하게 이들을 처벌해서 경각심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범죄를 줄여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잔혹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엄벌주의 여론은 소년들의 범죄가 이슈가 될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과 9월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때도 소년법을 개정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40만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SNS와 커뮤니티에서 관련 피해 사실이 참혹한 이미지와 함께 이슈가 되면, 언론이 이 피해 상황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앞다퉈 보도하고, 대중은 가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공분하면서 소년법 개정으로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 정치권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대중의 여론을 정치로 수렴해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소년법을 입법하면서 대중의 환영을 끌어낸다. 이런 점에서 소년법이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처벌 연령을 낮춰 엄벌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2007년과 2018년의 대통령은 시민과 민주주의의 힘을 앞세운 노무현과 문재인이고, 정부 여당은 공히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은 왜 강화하는 걸까. 첫째, 대중이 피해자의 고통에 자신을 잠재적 피해자로 동일시할 수 있는 매개가 과거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고통과 가해자의 비윤리성을 확증편향적으로 공유하게 하는 SNS와 커뮤니티는 대중이 자신을 피해자와 동일시하게 되는 중요한 도구다. 지난해 9월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람들은 피해자가 무릎을 꿇은 채 폭행당하고 있는 장면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SNS와 커뮤니티로 공유하면서 공분했고, 범죄 이후에도 가해자들이 죄책감 없는 SNS 댓글을 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분노를 증폭했다. 물론 이 댓글은 사칭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은 범죄 이후 바로 소년원에 갇혔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쓸 수 없었다.

둘째, 소년 범죄의 피해자 역시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다는 점도 대중의 공분을 자극하는 요소다. 한국 사회는 한 번 정상성에서 이탈하면 다시 재기할 기회를 주지 않는 곳이다. 이런 사회에서 범죄 피해를 당해 ‘정상성에서 이탈’ 당하는, 그것도 ‘성공’에 도전할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어린 소년 소녀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셋째, 여기서 ‘순수한 피해자’라는 판타지도 함께 작동한다. 한국 사회는 범죄 피해자들에게 순수한 피해자다움을 갖추길 원한다. 특히 성폭력 사건에서 그러한데, 여기서 ‘순수한 피해자’란 ‘범죄를 당할만한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이를 일컫는다. 물론 ‘범죄를 당할만한 잘못’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런 것이 존재하느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10대의 어린 소년 소녀는 어른보다 상대적으로 순수하다고 여겨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10대의 어린 소년 소녀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가해를 당한 ‘순수한 피해자’가 손쉽게 될 수 있다. 그러니 가해자에 대한 공분은 더 커진다.

넷째,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소년법 개정이 11년 만에 민주당 정부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상징적이다. 사람들은 재벌가와 정치인에 대한 공정하지 못한 처벌에 더욱더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범죄에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은 공정하지 못한 처벌에 대한 분노처럼 즉자적인 정의를 이뤄내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대중은 한국의 보수 정부에게 공정함과 정의로움을 요구하진 않는다. 그들에게 요구하고자 하는 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년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가 어떤 합리적 토론이나 과학적 분석 없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가 앞서 내세웠던 촉법소년의 범죄 증가와 청소년의 강력범죄 증가는 의구심이 드는 통계다. 보통 범죄율은 통계적 착시를 방지하기 위해 인구 10만명당 범죄 건수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통계는 단순히 나잇대와 범죄 숫자만 가지고 집계했다는 점에서 정확성에 의문이 든다. 게다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성명(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성명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정책에 반대한다’ )에 의하면, 정부의 집계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도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검찰에서 사건 처리된 전체 소년 범죄자 가운데 14살 미만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2.8%, 2009년 1.8%, 2010년 0.4%, 2011년 0.4%, 2012년 0.8%, 2013년 0.5%, 2014년 0.04%, 2015년 0.1%, 2016년 0.1% 등으로 지속해서 줄어들거나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경찰통계에서도 촉법소년의 수는 2012년 1만2799명을 기점으로 해마다 줄어들어 2016년에 6788명에 그치고 있다.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명제는 입증된 적이 없다. 되레 소년에 대한 엄벌주의는 부작용이 더 컸다. 미국에선 미성년자라고 하더라고 특정 범죄를 저질렀거나 재범의 위험이 크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형사이송제도’를 해마다 확대해왔지만, 이 제도에 의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받은 소년들이 소년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들과 견줬을 때 재범 범죄의 수가 더 많았고 재범까지 걸린 시간도 더 짧았다. 소년에 대한 엄벌주의가 되레 직업적 범죄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1997년 초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한 사카키바라 사건(아즈마 신이치로라는 14살 소년이 사카키바라라는 가명으로 1997년 저지른 연쇄살인사건을 말한다. 동생의 친구인 11살 소년의 머리를 잘라 중학교 교문 앞에 두는 등의 사건을 저질러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사회에도 큰 충격을 줬다.)을 계기로 2000년에 소년형사처벌 연령을 16살에서 14살로 낮췄고, 이후에도 지속해서 소년에 대한 엄벌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했지만, 이후에 소년 범죄가 줄었다는 보고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소년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를 강화하는, 실효성도 없는 대책을 내놓고 자기 할 일을 다 했다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것이 가난에 대한 책임을 빈곤을 낳는 사회 구조가 아니라 온전히 “노력하지 않고 투자하지 않은” 개인에게 묻는 것처럼,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권력관계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즉각 저항하지 않은” 피해자에게 묻는 것처럼, 소년들의 범죄를 낳은 사회의 실패를 논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 실효성 없는 대책이 한국의 극심한 서열과 경쟁을 방치해온 교육부에서 나왔다는 점 역시 징후적이다. 이렇게 엄벌로 인해 사회에서 더 가혹하게 축출된 소년 범죄 가해자들은 더더욱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찾아내 또 다른 폭력을 가하는 데 열을 올릴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고? 이상하지 않다. 그게 지금 한국 사회가 ‘정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교육’의 이름으로 이들에게 가르치는, 생존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뉴스민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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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정유라 체포 보도 정말 문제였나 fi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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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수 68496

JTBC 기자가 덴마크에서 정유라를 추적하다 행적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취재해 보도한 사실을 두고 저널리즘 원칙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보도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저널리즘 고유의 원칙을 두고 JTBC가 경찰에 신고하든 보도를 하든 하나만 선택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건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가 쓴 '경찰에 정유라를 신고한 JTBC 기자,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은 박상현 이사의 글에 대한 반론이 아니다. 그 글을 계기 삼아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써...

세월호 인양과 온전한 애도 file

  •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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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3일 새벽 3시45분. 전남 진도 맹골수도의 검은 물 위로 세월호 선체의 우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객실과 조타실이 있는 흰색 상부는 녹슬고 부식돼 검게 물들어 있었다. 화물칸이 있는 파란색 하부는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져 붉은 속내를 드러냈다. 배 이름은 지워지고 없었다. 선체의 형상이 점점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마음 한 켠에 묻어뒀던 기억도 또렷하게 소환됐다. 2014년 4월16일. 검은 바다 위에서 점점 기울어가던, 그렇게 304명의 비명을 집어삼키던, 저 배를 어찌 바로 세울 수 없나 절규하던, 그 세월호였다. 그 세월호였...

그러니까 "우리가 남이가" file

  • 201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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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큰아버지’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두 가족이 친척보다 가깝게 지내면서 자연스레 그렇게 부르게 됐다. 큰아버지는 내게 삶의 지혜를 알려주고, 성찰적 삶에 대해 조언해주는 분이었다. 그 자신이 성실한 삶으로 모범이 됐다. 큰아버지가 며칠 전 할 말이 있다며 전화했다. 서울에 있는 유명 여론조사 전문업체 대표의 이름을 대며 “들어본 적 있느냐”고 했다. 같은 고향에 고등학교 동문인데, 이 사람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서울이라는 큰물에서 크게 노는 사람인데 알아둬서 나쁠 것 없지 않겠냐...

'파산관재인' 문재인, 홍준표의 새빨간 폭로 file

  • 2017-04-05
  • 조회 수 27593

‘파산관재인’이라는 말이 있다. 파산한 기관이나 법인, 기업이나 개인의 채권을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역할을 주로 하는 사람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회사가 망했을 때 남은 돈을 찾아내서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법원이 지정하는데, 주로 변호사가 선임된다. 2017년 3월28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문재인 전 더불이민주당 대표가 변호사 시절 세월호 실소유주인 세모의 파산관재인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 공적 자금이 들어간 유병언의 업체에 1153억원 채무 탕감...

그 당원들은 왜 심상정을 욕하나 file

  • 201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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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다른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자 비판받은 후보의 지지자들이 욕설 섞인 항의전화를 걸어오고, 당 게시판에도 인신공격성 글이 폭주했다. 더 당혹스러운 일은 이 정당 내부에서 벌어졌다. 일부 당원들이 게시판에 탈당 선언을 했다. 정의당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에게 벌어진 일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정의당은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통합진보당은 2012년 4월 총선 과정의 경선 파동을 통해 이정희 등 민족해방(NL) 계열 일부가 떨어져나가면서 유시민과 천호선 등으로 대변되는 국민참여계, 일부 남은 NL...

‘가짜뉴스’ 조작된 뉴스의 위협 file [1]

  • 2017-02-16
  • 조회 수 18953

‘가짜뉴스’는 거짓 정보나 유언비어가 담긴 조작된 뉴스를 말한다. 공신력 있는 언론사가 작성한 기사처럼 포장해 사실인 양 유통되기도 한다. 가짜뉴스가 주목받은 건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때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리하고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리한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발표했다’는 가짜뉴스는 페이스북에서 반응이 96만 건에 이르렀다. ‘클린턴 후보가 테러단체 ISIS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가짜뉴스는 79만 건의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반응 건수는 미국...

황교익 출연금지에 담긴 정치 혐오 file

  • 2017-01-24
  • 조회 수 17220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KBS 출연 금지를 당했다. 그는 최근 유력 대선 후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 출연이 예정됐던 프로그램은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이다. 주제는 ‘맛있는 식재료 고르는 요령’. <아침마당> 제작진은 ‘제작 가이드라인’을 언급했다. 여기에는 “선거기간 중 비정치 분야 취재를 하는 경우, 후보자 또는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거나 특정 정당·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적혀 있다. 가이드라인만 ...

사드 '보고 누락'이 아니라 '허위 보고'다 file

  • 2017-06-07
  • 조회 수 15308

국방부 장관 한민구에겐 네 번의 기회가 있었다. 5월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 참석했고, 17일엔 문 대통령의 국방부 초도순시에 배석했다. 26일엔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위원 점심 간담회가 있었고, 28일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한민구는 안보를 위해 자신들이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주장하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추가 반입 사실을 한 차례도 군 통수권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의용 안보실장이 “이미 사드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묻자 “그런 게 있었...

태극기에게 박근혜란 무엇인가 file

  • 2017-03-07
  • 조회 수 13792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는, 만만찮은 수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탄핵 각하”를 선언하고 “빨갱이를 죽이자”고 외친다. 진보 언론은 물론 보수 언론마저 국정 농단 파문에서 박근혜가 문제의 핵심임을 지적하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든 언론이 조작된 뉴스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광장은 종교적 맹신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지난 삼일절 집회에서 광장을 메운 태극기 물결은 대체로 50대 이상 장년층이었다. 40대가 5명 중 1명, ...

경향신문 녹음 파일 보도로 JTBC와 손석희가 잃은 것 file [16]

  • 2015-04-17
  • 조회 수 13729

죽음을 앞둔 사람이 마지막으로 찾은 기자. 어떤 억울함에 대한 증명으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이 그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선택한 기자라면 평소에 그 기자는 취재원과 상당한 신뢰 관계를 쌓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 억울함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말이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인터뷰한 경향신문 이기수 기자는 그런 분이라고 한다. 경향신문은 훌륭한 기자를 두었고, 십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중요한 인터뷰를 했으며, 이를 잘 벼려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50분 동안의 인터뷰 가운데 핵심적인 사안을 하나씩 꺼내 보...

박근혜 게이트, 붕괴된 믿음 체계와 분노 file

  • 2016-11-06
  • 조회 수 12079

수화기 너머에서 어머니는 내게 “정신이 멍하고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도 했다. 그것은 어떤 정신적인 붕괴처럼 보였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떤 믿음 체계가 한순간 와해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의 동반 붕괴.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파문을 대하는 대부분 시민들의 반응은 내 어머니와 비슷한 것 같다. 내 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40년 동안 메울 수 없었던 차이처럼, 박근혜를 지지했던 지지하지 않았던 말이다. 세대와 지역, 성별과 정치적 지향을 막론하고 ...

“아빠는 ‘옳은 일’ 했는데 왜 감옥에 갔을까요” file

  • 2017-09-25
  • 조회 수 8435

8년 싸운 해고자 아들의 눈으로 본 세상, 다큐 〈안녕 히어로〉 ‘산 자’이면서 ‘죽은 자’들의 구렁텅이에 함께 뛰어든 사람들이 있었다. 눈 한 번 질끈 감고 외면했다면 7년 동안 고통 없이 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그들에게 틈입되지 않는 이야기다. 2009년 쌍용자동차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2646명의 구조조정을 노동조합에 통보했을 때, 김정운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었다. ‘산 자’로 불렸다. 하지만 김정운은 ‘죽은 자’들과 함께 옥쇄파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해고 노동자가 되어 꼬박 7년 8개월 동안 거리에서 투쟁했다. 옥쇄...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file

  • 2016-12-09
  • 조회 수 8400

어찌 보면 익숙한 포즈다.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책임을 말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결정하지 않으면서 가장 먼저 그 자리에서 탈출하는 모습.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직후 재난구호의 최종 책임자임에도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을 해서 책임질 사람은 모두 엄벌토록 할 것”이라고 말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붕괴하는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다. 이번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의 주범으로 지탄받는 상황에서 “저의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홀가분한 표정으로 돌아서 결정을 회피했다. ...

20대 남성과 문재인, '젠더 갈등'이라는 맥거핀

  • 2019-02-02
  • 조회 수 8129

한국 사회에서 20대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늘 대상으로 존재한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 ‘OO세대’로 호명하고 싶어 한다. 흥미로운 건 보수나 진보나 이런 욕망은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보수는 주로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 ‘능력주의’나 ‘탈이념성’, ‘한국 사회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읽어내려고 애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 태어나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자라난 세대’라는 어떤 신문의 ‘G세대’ 담론이 대표적이다. 진보는 ‘삼포세대’나 ‘헬조선’ 담론과 같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 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몫없는 자’들에 대한 기만이다 file

  • 2018-05-30
  • 조회 수 4400

국회가 결국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과 식대·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새로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찬성 160, 반대 24, 기권 14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의 25%(올해 기준 월 39만3천원)를 초과하는 정기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월 11만원)를 넘는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이 비율은 매년 점차 줄어들어 2024년에는 정기 상...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등장한 ‘이슬람 미개론’ file [1]

  • 2015-03-25
  • 조회 수 4209

우리는 사건을 둘러싼 구조를 살피자는 제의를 ‘촌스럽다’고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건의 끔찍함이 강렬할수록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가해자에게 격분한다. 격분은 문제의 책임을 가해자에게 집중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사건을 낳은 구조의 문제는 성찰하지 않는다. 구조의 문제는 쉽게 인식하기 어렵다. 게다가 사건을 해결하는 즉자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건의 끔찍함은 피해자만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한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안긴다. 때로는 자신을 피해자의 지위에 대입해 같은 피해 상황...

‘갓물주의 하루’와 ‘우리끼리 싸움’ file

  • 2015-09-06
  • 조회 수 3537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령처럼 도는 글이 있다. 제목은 ‘갓물주의 하루’. ‘갓물주’는 ‘신(god)’과 ‘건물주’의 합성어다. 올해 1월 발간된 한 경제 잡지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마포구에 3채의 빌딩, 강남구와 제주도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이 갓물주는 임대 수익으로 월 17억원을 번다. 아침 식사를 한 뒤 골프 레슨을 받고, 특급 호텔로 가서 사우나와 점심 식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와 건물 관리자에게 자산 관련 보고를 받고 휴식하는 게 그의 일과다. 주 1회 백화점에서 부인과 쇼핑을 하고, 분기별 1회 ...

후쿠오카와 한국의 '싱크홀' file [2]

  •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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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새벽 5시15분께.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역 앞 5차선 도로가 푹 꺼지듯 무너졌다. 폭 15m, 길이 20m, 깊이 15m에 달하는 거대한 싱크홀이었다. 새벽 시간이었지만 평일이었고, 이 일대가 후쿠오카에서 손꼽히는 번화가라는 점에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부상자는 단 한 명 발생했다. 그것도 싱크홀로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발생한 정전 때문에 어둠 속에서 계단을 헛디딘 이가 발목을 삐끗해서 생긴 경상이었다. 그런데 이 사고를 두고 가장 화제가 된 건 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 싱크홀을 완벽하게 복구한 일...

하나고와 사도, 소비자 정체성과 체념적 각자도생 file [6]

  •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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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하나고에 다닌다는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왔다. “한겨레 18년 독자인데 구독을 끊었다”고 했다. 입학 전형에서 남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서 남녀 성비를 고의로 맞춘 의혹을 공익 제보한 하나고 교사에게 학부모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기사를 쓴 다음날이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 교사가 왜 공익 제보자인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비리를 처음 제기했고 하나고도 이 사실을 인정했으니 단순 폭로자가 아닌 공익 제보자”라고 했더니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인데 왜 공익 제보자냐”라고 되물었다.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나...

"그 '일베 기자'를 잘라라"라는 말에 대하여 file [32]

  • 2015-04-03
  • 조회 수 2796

KBS 일베 수습기자의 정식 임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파벨라에 박권일, 김민하가 관련 글을 썼다. 박권일은 ‘’일베기자‘ 관련 메모: 일베스럽지 않게 일베와 싸워야할 의무’에서 “우리는 ‘일베’라는 정체성이 아니라, 일베에서 쓴 글의 내용, 즉 ‘구체적 행위를 문제삼아야 한다”며 “여론을 업고 일베 기자를 싹둑 잘라내면 속은 시원할 테지만 그 잠깐의 속시원함 외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사회적 차별발언의 범위를 논의해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하는 ’KBS 일베 기자에 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