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알 자지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월간 <말>에서 기자로 일했고 여러 매체에 칼럼과 사회비평을 쓴다. 지은 책으로 <소수의견><우파의 불만><지금, 여기의 극우주의><88만원세대> 등이 있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2년임에도 찔끔찔끔 낡은 부동산 대책들을 재탕하고 있다. 투기세력들은 이제 신경조차 쓰지 않는 식상한 대책들이다. 특히 부동산 잡겠답시고 나온 종부세 개편안은 솜방망이를 넘어 재벌과 투기세력에 '그린 라이트'를 보냈다. 거기에 서울 시장의 "개발" 한 마디에 자고 일어나면 5천만원씩 집값이 뛰었다. 이 와중 ‘강남 사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두가 강남 살 이유 없다"는, 자해 수준의 발언을 했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얘기까지 나오면서 상황은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조중동의 비이성적, 몰사실적 정권 비판이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적 책임과 원인은 문재인 정권에 있다. 천금 같은 시기를 김동연, 장하성 같은 자들에게 맡겨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다. 무슨 대단한 신념의 대립인양 김동연과 장하성의 갈등을 보도하는 각종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카레맛 똥이냐, 똥맛 카레냐'를 놓고 격돌하던 소셜 미디어 논쟁을 보는 것 같다. 문 지지자 일부는 또다시 "좌우협공" 운운하며 정권의 책임을 조중동과 진보세력에게 떠넘기는 중이다.
소득주도성장의 경우, 아직 판단을 유보하는 게 맞다. 그러나 부동산 등 불로소득 규제 강화는 문재인 정권이 적임자였음에도 전혀 기대에 못미쳤다. 그토록 강조하는 정의로운 사회, 혹은 '혁신성장'을 위해서라도 불로소득 규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노동할 의욕 뿐 아니라 혁신 및 투자 동기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규제완화와 토건개발의 유혹과 압력에 굴복해 다시금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려고 한다.
종부세는 이미 해봤고, 효과가 제한적이며 조세저항도 극심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럼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게 맞다. 최근 국토보유세 논의가 다시 나온 데에도 다 맥락과 이유들이 있었다. 땅을 조금이라도 가진 사람에게 모두 세금을 물리자는 거다. 어마어마한 돈이지만 땅 많이 가진 사람, 어차피 극소수다. 국민 100명 중 94명이 돈을 다시 돌려받기 때문에 조세저항도 적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도 다시 추진해야 한다.
불로소득의 명확한 규제야말로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아니 한국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다양한 안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국토보유세 같은 세금을 통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건물주만 돈을 버는 구조를 무너뜨려가는 게 중요하다. 그것은 공정한 조치일 뿐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기도 하다. 실천적/정책적 결론은 결국 증세인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도 증세는 필수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문재인 정권이 다시 시민들의 지지를 모아낼 수 있는 건 결국, 불평등과의 정면대결 뿐이다. 가장 힘들지만 가장 절박한 과제인 경제민주화에 앞장서는 일이다. 그 핵심 중 핵심이 바로 불로소득에 대한 철저하고 단호한 규제다. 투기로 가는 돈을 차단해야만 소득이 소비와 투자로 선순환해 혁신을 자극할 수 있다.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 기득권 저항을 돌파하는 액션플랜은 '촛불정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