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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알 자지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월간 <말>에서 기자로 일했고 여러 매체에 칼럼과 사회비평을 쓴다. 지은 책으로 <소수의견><우파의 불만><지금, 여기의 극우주의><88만원세대> 등이 있다.

<아이즈>에 한국방송 '일베 기자' 사건 관련해 글이 올라왔는데 제가 <파벨라>에 쓴 글에 대한 비판도 포함되어 있어서 간단히 재비판해보았습니다. 짤방은 없습니다. 죄송..

일베 인베이젼│① 우리 밖의 일베와 실전에서 싸우는 법
http://www.ize.co.kr/articleView.html?no=2015041219387258030

1) "가령 박권일은 미래의 사상검증의 피해자를 우려하며 일베 기자를 배제하는 것에 신중하게 접근하길 제언하지만, 정작 역사적으로 그러한 사상검증을 정당화했던 건 바로 일베 기자가 보여준 것과 같은 혐오와 차별의 정당화였다. 그걸 막기 위해 제도적 규칙의 범위 안에서 구체적 혐오 행위를 배제하자는 주장을 일베의 차별 메커니즘과 동일선상에 놓고 우려하는 건 과하다."

2) "그들의 말대로 어떤 이념을 배제할 선험적 기준은 없으며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바로 그 합의가 진행되려면 이상적 논증 게임의 조건을 충족하는 제도적 규범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해당 일베 기자의 혐오 발언은 이미 이 규범에 미달한다."

위근우 기자의 주장('일베기자를 당장 한국방송에서 배제해야 한다)에 대한 근거라고 지목할 수 있는 것은 저 부분인 것 같다. 먼저 1)에 대해 비판하자면, 나는 "제도적 규칙 안에서 구체적 혐오 행위를 배제하자는 주장을 일베의 차별 메커니즘과 동일선상에 놓고 우려"한 일이 없다. 오히려 반대다. 나는 한국사회에서 구체적 혐오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방책들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을 글에서 굳이 언급했고, 그런 제도적 방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좌우를 떠나 최소한 저 정도의 선은 지켜야 한다는, 윤리적 마지노선. 예를 들어 광주항쟁이나 민간인학살사건 같은, 이미 학문적으로 결론이 나고 사실관계의 확인이 끝난 역사를 전면부정하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발언을 계속한다면, 정치이념을 떠나 법적 제재를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몇몇 심포지움들이 열린 적도 있지만 아직 가시적으로 성과가 나오고 있진 않은 상태다)"  
http://fabella.kr/xe/blog2/481

만약 위근우 기자의 주장대로 내가 일베의 차별 메커니즘과 저런 방식을 정말로 동일선상에서 우려했다면, 그리고 그 우려가 일관적이려면, 나는 일종의 '사상적 리버태리언'이어야 한다. 즉 그 어떤 종류의 사상/이념적 표현행위에 대해서도 담론시장에 맡기고 사회적으로 제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야 옳다. 물론 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2)에 대해서도 간략히 말해본다. 위근우 기자가 말하는 "이상적 논증 게임의 조건"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지금이 논리실증주의의 전성시대도 아닌데, 과연 그런 조건이란 게 실재할지 대단히 의심스럽다. 나는 차라리 "담론은 사회적 의미를 둘러싼 투쟁"이라는 스튜어트 홀의 말이 현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위 기자는 "제도적 규범"이라는 말을 했는데, (윤리적-도덕적 규범이 아니라) 굳이 제도적 규범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아마 사법체계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위 기자는 "해당 일베 기자의 혐오 발언은 이미 이 규범에 미달한다"고 단언하지만, 과연 그럴까. 문제가 된 한국방송 기자가 언시생 시절 일베 게시판에 올린 혐오발언들을 현재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로 명확히 제재할 수 있었다면, 우리가 굳이 시간을 써가며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게다. 

위근우 기자의 상상과 달리 한국에 혐오발언에 대한 제도적 규범 같은 건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것이 존재했다면, 즉 특정인을 향한 모욕이 아니라 여성일반, 지역민 전체 등을 향한 모욕과 혐오발언 등에 대한 법적 처벌 범위와 규준이 존재한다면, 이번 한국방송 기자 건도 일단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지금 혐오표현 등에 대해 한국의 여러 학자들과 정치인들이 심포지움을 열고 해외사례를 연구하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는, 혐오표현이라는 문제에 대해 개별 대응해야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요컨대 급속히 확산되는 사회적 혐오발언들(일베만의 문제는 아니다)에 대해 현 시점의 제도적 규범으로 제대로  규율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찌됐든 한국방송 '일베기자'에 대한 징계/제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과 일, 이년 전까지 온갖 종류의 혐오발언을 쏟아내며 살아온 사람이 아무런 제지없이 공영방송 기자로 활동하는 것은 공공선을 해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징계가 강한 경우에는 '해고'나 '권고사직'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다. 수많은 '일베충' 중 한 명을 한국방송에서 잘라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그 '일베충'을 제재하는가다. 쉽게 말해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결과보다 과정이다. 나는 과정의 합리성, 일관성, 윤리성이야말로 일베스러운 사람들과 일베스럽지 않은 사람들을 구별짓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치를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만이 일베 밖에도 온통 넘실거리는 저 도저한 일베적인 것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실무적인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향후에 유입될 수 있는 '일베기자'류를 채용과정에서 걸러낼 수 있는 장치, 그리고 혐오발언을 하는 구성원을 제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사규 또는 노사협약의 형태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 당장 착수해야할 일이다. 지금 '일베기자' 채용취소를 요구하는 한국방송의 일부 구성원들도 이 문제가 단지 일개 방송국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혐오발언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으로 승화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나중을 위해서도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꼼꼼히 기록해두었으면 좋겠다. 

엮인글 :

댓글 '3'

소년의 노래

2015.04.14 18:22:53

http://na-dle.hani.co.kr/arti/issue/730.html(검색창에 박권일 치시면 더 많은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제가 링크한 글을 함께 읽어 보는 게 좋으실 겁니다. 개인적으로 일베에 대한 권일님의 생각은 저 글들 속에 다 있다고 생각하는지라 더는 이와 관련된 글은 가급적 안 쓰셨으면 좋겠습니다.(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하고)
오죽하면 '진정한 일베빠'라는 별명이 붙을까요?ㅡ ㅡ;;;. 암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ㄱㅆ

2015.04.19 00:25:55

송양지인이 생각나는구나. 일베에게는 이러저러 좋은말로 신중하게 대해서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짐짓 관대한척하지만 본인에게 향하는 비판은 치졸하게 반응하는 인간이 어찌 우습지 않겠나. 본인이 신도 아니고 실수나 오류를 범할수 있는 인간임을 안다면 자신에 대한 비판 또한 옳을수 있을터인데 왜 그런 가능성은 못보나? 못난 인간같으니라고.

ㄱㅆ

2015.04.19 00:29:30

여전히 잘못을 범한 원인에서 해결방법을 찾기 보다는 피해받은 사람들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얼토당토하지 않는 개소리를 내뱉다니 언제쯤이나 사람다운 글을 쓸건지 궁금하네그려. 왜 힘들게 선후관계를 뒤집어서 해결하려고 하는지 이해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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