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알 자지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월간 <말>에서 기자로 일했고 여러 매체에 칼럼과 사회비평을 쓴다. 지은 책으로 <소수의견><우파의 불만><지금, 여기의 극우주의><88만원세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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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헬조선지도.jpg](http://fabella.kr/xe/files/attach/images/137/443/061/0c89cc6d8674d14bc559e06474042ca2.jpg)
헬조선 담론에 대한 두 개의 칼럼. 글쓴 두 분 모두 진보적 성향이고 나보다 연배가 한참 위인 분들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9152112085&code=990100
http://www.hankookilbo.com/v/72d598f843d54cb2833ccb58ea0a7328
결은 다르지만 사실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헬조선 담론이 "폭발(이동연)"이나 "혁명"(이재현)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담론은 청년들의 것이므로) "폭발"과 "혁명"으로 전화해야 하지 않나, 하는 당위적 기대감이다. 내 관점은 더 비관적인데 그 이유는 담론에 내재한 인식이 주체화를 끊임없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일전 파벨라 글에 간략히 설명했다.
내가 아는 한,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된 담론적 인식이 대규모의 집단적 실천으로 정치화하는 데 성공했던 유일한 경험은 안티조선운동이다(정확히는 온라인이 사태의 시발점이라 말하긴 어려운데, 최장집 사상검증 사건과 강준만의 조선일보 제몫 찾아주기 운동 제안 등 오프라인에서 촉발된 극우언론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온라인 커뮤니티 우리모두를 중심으로 확산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부터 온라인 담론이 활발했다는 점에서 온라인 거점 시민운동이라는 규정이 틀린 것은 아니다). 참고로 일베는 성격이 다르다. 사상이 달라서 다른 게 아니라 커뮤니티의 속성 자체가 전혀 다르다. 일베는 정치적 실천을 추구한다기보다 이념성을 온라인 주목경쟁의 도구로 삼는 일탈적 놀이 공동체에 가깝다. 그들이 정말 진지하게 정치세력화의 욕망이 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게다. 헬조선 담론이 안티조선운동의 담론과 일베 담론 중 어디에 더 가까운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헬조선 담론에 대한 과소한 분석은 담론의 잠재력에 대한 과대평가를 낳기 쉽다. 파벨라 글에서도 강조했던 것처럼, '공동체의 후진성에 대한 인식'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한국인에게는 특히 진부한 망딸리떼다. 그 인식은 시대에 따라 정치적 실천으로 전환되기도 했는데, 그 인식과 실천 사이에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 주관적 인식이 객관적 인식으로, 다시 주체의 각성으로, 그리고 마침내 집단의 실천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사실 정교한 이론화가 불가능하며 오직 사후적으로, 현실의 변화를 통해 증명될 수 있을 따름이다.
담론분석은 그것만으론 담론이 혁명으로 전화할지 여부를 판별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담론에 담긴 현실인식의 밀도와 주체성의 농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동시에 담론분석은 사회적 의미를 둘러싼 싸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위이며 그 행위들의 축적이 곧 파편화된 개별자의 인식을 연결하는 노드가 될 수 있다. 이 노드들은 늘어날수록 좋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는데 그 불만이 정치화되지 못했다'는 결론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왜 불만이 정치화되지 못해왔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