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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정치와 비정치로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치라는 하나의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세상읽기.

경희대에서 문화학을 가르치고 다양한 매체에서 문화비평을 수행해왔다. 아시아적 근대성을 통해 서구이론의 문제의식을 재구성하는 연구작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인생론><마녀 프레임><이것이 문화비평이다><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무례한 복음> 등이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페미니즘과 자유주의 file [1]

  • 2015-04-01
  • 조회 수 1640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페미니즘 논쟁이 뜨거웠지만, 그렇게 생산적이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본격 거론되고, 한국 사회와 관련한 문제가 여성의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권리가 많이 신장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성문제는 사회를 구성하는 근본문제 중 하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여성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른 정치적 차원을 열어내는 의제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증명이라도 ...

트럼프와 촛불, 두 개의 공화국 file [3]

  • 2017-01-30
  • 조회 수 1490

“트럼프도 박근혜처럼 임기 중에 탄핵당했으면 좋겠다.” 힐러리 지지자였던 미국의 지인이 내게 보낸 메시지이다. 그만큼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많은 힐러리 지지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사건이었다. 트럼프의 당선이 한반도의 정세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역시 트럼프 당선 못지않게 극적인 것이다.  이 상황은 어떻게 극적인가? 2012년을 상기해보자. 박근혜 정부의 출현은 보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상화’를 의미했다. 이 ‘정상화’를 다른 용어로 번역하면 ‘정치...

프로듀스 101, ‘국민’을 호명하는 어떤 방식 file [8]

  • 2016-04-19
  • 조회 수 1454

“당신의 한 표가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 한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듀스 101>이라는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문구이다. 소속사의 연습생을 ‘국민 투표’로 101명 선출해서 ‘드림팀’을 만들어낸다는 취지를 가진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국민 프로듀서”라는 언급이다. 101명의 연습생은 “국민 프로듀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비밀은 이 “국민 프로듀서”라는 말에 감춰져 있다. 겉으로 보면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

<레오파드>, 비스콘티의 극장에서 그람시를 보다 file

  • 2015-06-17
  • 조회 수 1370

루키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이후를 보여주는 ‘오래된 미래’이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가 보여준 그 혁명의 열기가 식은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영화가 <레오파드>인 것이다. 1963년도에 개봉한 영화와 2015년에 개봉한 영화가 이렇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이른바 ‘전후 체제’의 모든 것은 반복되었을 뿐,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레오파드>는 이 통찰을 선취하고 있는 영화이다. 물론 <레오파드>는 ‘빈 체제’라는 ‘...

청문회와 '문자폭탄' file

  • 2017-07-20
  • 조회 수 1244

최근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알렌카 주판치치는 자신의 짧은 에세이에서 이탈로 스베보의 소설 <제노의 양심>에 등장하는 애연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애연가는 언제든지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계속 담배를 피운다. 애연가의 ‘양심’에 비추어본다면, “담배를 끊는다”는 그의 진술은 담배를 끊지 못하고 계속 피우는 행동에 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애연가는 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모순적인 진술과 행동을 지속하는 것일까. 달리 묻자면 이 애연가는 왜 서로 충돌하는 것이 빤한 자신의 진술과 행동...

“우리는 잘못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file [2]

  • 2015-06-02
  • 조회 수 1218

“우리 시대는 진정한 비판의 시대”라고 독일 철학자 칸트는 말했다. 옳거나 그른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이성을 포기하지 않아야한다는 신념이 드러나는 발언이다. 생각하는 능력으로서 이성은 그러므로 비평 정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것도 선험적으로 옳거나 그른 것은 없다. 비판과 반비판이 교차하는 공론의 과정에서 대상에 대한 판단은 판가름 난다. 그러나 이 공론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판단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진리의 척도가 필요하다. 예전 같으면 그 척도를 신과 같은 선험적 범주에서 찾을 수...

'잔혹동시'보다 더 잔혹한 현실 file

  • 2015-05-16
  • 조회 수 1159

‘잔혹동시’ 논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어린이가 그런 시를 쓸 수 있는가’라는 놀라움이다. 이런 놀라움은 ‘어린이는 이러이러해야한다’는 규범적인 가치판단을 전제한다. 특정한 어린이만이 어린이일 수 있다는 믿음은 말 그대로 믿음일 뿐, 사실이 아니다.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 어린이라는 말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어린이라는 말 자체가 근대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어린이에 대한 정의는 발명된 것이지 처음부터 존재했던 무엇이 아니다. 서양...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무엇인가 file [1]

  • 2015-10-30
  • 조회 수 1024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말했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 말은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핵심을 관통하는 진실을 드러낸다. 말하자면, 이번 교과서 논란의 핵심은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미리 염려하는 것도 본질이 아니다. 바로 ‘국정화’ 자체가 이번 논란의 쟁점인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향후 집필할 교과서에 ‘어떤 내용...

조국 말고 검찰에 요구해야할 것 file

  • 2019-09-07
  • 조회 수 971

정치만큼 묘한 생물이 어디에 있을까. 말 많고 탈 많던 조국 후보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청문회 이전까지는 이 세상이 한국당과 민주당 둘만으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청문회가 끝나고 나자 반전이 일어났다. 한국당과 민주당이 펼치던 쇼 무대에 갑자기 검찰이 난입한 것이다. 기성 정치진영을 대표하던 두 당 사이에 끼어든 이 생뚱 맞은 검찰의 출현은 '국민'의 이름으로 이루어졌다. '국민의 의혹'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행정부 국정을 담당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무위원 후보의 부인이 ...

최순실이라는 균열 file

  • 2016-10-27
  • 조회 수 932

박근혜 정부는 인기를 잃어버린 보수가 극우의 포퓰리즘을 포섭하면서 탄생한 정부이다. 이 정점에 박근혜라는 이름이 있다. 박근혜라는 이름은 특정한 개인의 호명이라기보다 보수와 극우의 간극을 지우는 '국민'의 대리물이었다. 그러나 꽉찬 것처럼 보이던 이 이름이 사실은 텅 비어 있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폭로되었다.  이처럼 너무도 견고해보였던 보수-극우 연합전선에 결정적인 균열을 초래한 원인은 최순실이라는 변수(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상수)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균열을 이끌어낸 최초의 계기가 이대 투쟁이었다는 사실이...

거기 '내가 있었다': 소셜미디어와 체감의 정치 file [1]

  • 2016-11-28
  • 조회 수 925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에게 문자는 인간을 게으르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문자로 무엇인가를 표기해놓으면 주객이 전도되어서 그 문자를 해석하느라 갑론을박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문자에 담긴 이데아를 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악명 높은 ‘시인추방론’과 일맥상통하는 논리인 셈이다.  그러나 인류 중에서 살아남은 우리 사피엔스는 플라톤의 우려와 달리 “돌에 정보를 새기는 능력” 덕분에 사회를 이루고 이렇게 지구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는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다. 문자가 없었다면 우리도 없었을 것이다. 이 문자야말로 괴테가...

규범화의 덫: 국정화에서 아이유까지 file

  • 2015-11-13
  • 조회 수 850

요즘 한국 사회는 거의 아노미 상태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아노미의 원인은 다름 아닌 시장 민주주의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시장의 진리를 침해하지 않는 조건에서 모든 것은 평등하다는 이념이 시장 민주주의의 핵심일 것이다. 시장의 교환에서 모든 사물이 평등하다는 이런 전제는 교환 불가능한 것들, 가령 '무엇을 위해'라는 정치적 대의는 쓸모없거나 위험한 것으로 간주해서 폐기하거나 배제해버린다. 이 상태가 모든 가치를 상대주의에 빠트리게 되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이야기한 ‘세계 없음’의 상태가 이처럼 적확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보다 file

  • 2020-10-16
  • 조회 수 506

2019년 특강을 위해 초청 받은 오사카 대학에 갔을 때였다.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선 골목 어귀 파출소 게시판에 붙어있던 수배 전단지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별 생각 없이 훑어봤는데 거기에 적혀 있는 문구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이름도 생소한 무장조직의 가담자 둘을 수배하는 내용이었다. 호기심에 정보를 검색해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974년 8월부터 시작해서 5월까지 도쿄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를 비롯해서 주요 일본 기업과 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 이후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박항서 매직 file

  • 2019-02-22
  • 조회 수 324

‘박항서 매직’이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10년 만에 사상 두 번째로 스즈키컵 우승을 이끌고, 베트남 A매치 16경기 무패 ‘세계신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 축구를 FIFA 랭킹 역대 최고로 끌어올렸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을 이끈 히딩크 감독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흥미롭게도 박항서 감독의 말에 따르면,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과 함께 수석 코치를 하면서 지도자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박항서 매직’의 비결이 무엇인지 묻는 ...

인문학자의 빙하기 file

  • 2018-12-21
  • 조회 수 316

'인문학자'라는 말은 참으로 이상한 한국식 명칭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인문학을 일컬어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풀이해놓고 있으니 '인문학자'란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자"라고 추측할 수 있겠다. 이 풀이에 따르면, "언어, 문학, 역사, 철학"을 모두 아울러 뭔가를 하고 있는 나도 '인문학자'임에 틀림없다.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이라는 책 제목이 말해주듯, 인문학이란 말이 일반 교양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렇듯 인문학과 일반 교양을...

자본주의 리얼리즘에서 애시드 공산주의까지: 마크 피셔의 문화비평 file [2]

  • 2020-12-18
  • 조회 수 251

1. 워릭 시절 마크 피셔(Mark Fisher)는 나에게 각별한 비평가이다. 내가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의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에 도착했을 때, 그는 그곳에서 박사 과정 막바지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내가 입학한 철학과 대학원은 사디 플랜트(Sadie Plant)와 닉 랜드( Nick Land)가 남겨 놓은 펑키한 분위기를 유물처럼 간직하고 있었다. 피셔 역시 이들이 만든 사이버네틱 문화연구부(Cybernetic Culture Research Unit)의 일원이었다. 대학에서 정식으로 인준한 연구단체는 아니었지만, CCRU로 통했던 이 단체는 기본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