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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정치와 비정치로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치라는 하나의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세상읽기.

경희대에서 문화학을 가르치고 다양한 매체에서 문화비평을 수행해왔다. 아시아적 근대성을 통해 서구이론의 문제의식을 재구성하는 연구작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인생론><마녀 프레임><이것이 문화비평이다><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무례한 복음> 등이 있다.

인문학자의 빙하기

조회 수 183 추천 수 0 2018.12.21 12:00:25

'인문학자'라는 말은 참으로 이상한 한국식 명칭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인문학을 일컬어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풀이해놓고 있으니 '인문학자'란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자"라고 추측할 수 있겠다. 이 풀이에 따르면, "언어, 문학, 역사, 철학"을 모두 아울러 뭔가를 하고 있는 나도 '인문학자'임에 틀림없다.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이라는 책 제목이 말해주듯, 인문학이란 말이 일반 교양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렇듯 인문학과 일반 교양을 동일시하는 경향은 식민지 시기를 거쳐 해방 이후 '압축적인 경제 발전'이라고 불리는 박정희 체제의 근대화 과정에서 하나의 신화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춘문예를 비롯해서 사상계에서 창비와 문지에 이르기까지 이 신화를 존속하게 만든 물적 토대는 그 무엇도 아닌 신문과 잡지였다.

이 신문과 잡지는 길게 보면 임마누엘 칸트 같은 유럽 지식인들이 '글로벌 정보'를 취득하던 방식에서 출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온 탐험가들을 만나는 한편으로 칸트가 당시의 신문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했다는 사실은 이른바 계몽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의 논리를 구성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실상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인문학의 위기는 상당 부분 이런 지식생산과 유통체계의 붕괴에 따른 것이다.

빅토리아시대의 영국 작가들이나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미국 작가들과 프랑스 지식인들이 글만 쓰는 '전업작가'로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신문과 잡지의 융성 덕분이었다. 헤밍웨이의 중편 <노인과 바다>는 당시 주간지인 <라이프>에 게재되어서 가판대에서 불티나게 팔렸고 작가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라이프>는 1936년 '잡지왕' 헨리 루스가 창간한 포토저널리즘을 기치로 내세운 시사잡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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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작가들을 먹여살린 것은 신문과 잡지였다. 비록 식민지 시기였지만, 1930년대에 '문인논객'의 원고료는 120원에서 350원에 달했다. 당시 신문기자 월급이 70원이었고 의사 월급이 100원이었던 것에 비한다면, 정말 높은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가 되는 것이 의사가 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득이었던 셈이다. 이런 물적 토대가 있었기에 인문학 또는 인문학자의 신화도 가능했다. 카프카처럼 공무원으로 복무하면서 글을 쓰는 비전업작가도 있었지만, 결국 그를 발굴하고 평가해서 오늘날 우리가 인정하는 작가로 만들어준 것은 근대의 신문과 잡지, 그리고 그에서 파생한 출판시장 덕분이었다. 

애석하게 오늘날 인문학에 황금기를 가져다줬던 전후의 풍요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억울하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미디어의 중심이 신문과 잡지에서 인터넷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이제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은 계속 살아 있다. 이 사실이 인문학자의 명맥을 유지하게 만드는 근거일 뿐이다. 이 현실에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 빼박 인문학자라면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한때 대학이 인문학자의 온실 역할을 해줬지만, 신자유주의는 대학마저 교육소비자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오늘날 대학은 기업과 같은 경영방식을 도입해서 무늬는 기업처럼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이윤과 무관한 이상한 기업으로 변화했다. 시장의 논리대로 한다면, 대학이라는 기업이 이윤을 올리려면 더 많은 소비자들을 매혹시켜야한다. 앞으로 3년 내에 닥쳐올 인구 감소는 이런 명령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 '질 높은 교육'보다 '학벌'이 고등교육의 목표인 한국 교육 시장의 특성상 대학 교육은 점점 '알쓸신잡' 같은 예능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여전히 한국 대학 교육의 문제는 좋은 교육을 받는 문제이라기보다 순위 높은 대학을 가는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대학들이 대학평가에 목을 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학벌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한국 대학교육의 질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학마저 인문학자의 온실이 되어줄 수 없는 빙하기라는 사실을 직시해야하겠다. 출판시장의 판도도 글을 써서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유명한 사람이 글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책을 쓰는 이유가 강연과 방송 출연이 되어 버린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나는 방송에서 나를 봤다는 분은 많이 만났지만, 내 책을 읽었다는 분을 거의 만나 본 적이 없다. 이런 조건에서 원고료로 생계를 잇겠다는 '전업작가'는 쥬라기의 공룡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전업작가'가 될 수 없는 인문학자라면, 결국 국가나 조직에서 '녹'을 받아야하는 '비루한 월급쟁이'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런 인문학자의 모습은 작고한 김윤식 선생이 평생 마음 깊이 간직했던 그 낭만적 지식인과 달라도 한참 다른 상일 수밖에 없다. 하여 지금 인문학자의 처지는, 패트론의 지원 없이 생존할 수 없었던, 그렇기에 더욱 진리와 단독으로 대결할 수 있었던 중세의 학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단,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필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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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잔치는 끝났다 file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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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논쟁에 대하여 fil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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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때 아닌 집밥 논쟁이 뜨거웠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프로그램 때문인데, 그 중심에 백종원이라는 한 사내가 있다. ‘백주부’ 또는 ‘백선생’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사내를 둘러싼 다양한 견해들이 가히 ‘백종원 현상’이라고 부를만한 흥미로운 사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발단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쓴 백종원의 요리에 대한 논평이었다. 한 마디로 백종원의 요리프로그램은 맛있는 음식보다도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업소 레시피”를 소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였다. 여기에서...

종말의 시간을 살아가기: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어떤 혁명에 대한 환상 fil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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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아예 대학원 비평수업의 소재를 제공하고자 작정하고 만든 것 같다. 온갖 철학적 주제를 암시하는 상징과 알레고리로 잔뜩 치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주제적인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음향이나 시각효과에서 이 영화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할리우드 방식의 컴퓨터그래픽 영화를 넘어서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배우들에게 지옥을 경험하게 했을 액션의 리얼리즘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도 이 영화를 시대착오적이기에 훌륭한 성취로 만들어주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차기 대통령의 딜레마: '큰 정치'의 전망을 기대한다 fi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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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수 6027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려야할 시기는 격동이라는 한 단어로 담아내기에 너무도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후 세계 질서를 구축했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퇴조하고 보호무역주의로 대표되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태동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제일주의’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트럼프라는 개인이 원인 제공자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사실상 전후 세계 질서가 표방했던 개방주의는 2008년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점차 폐기되어 갔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이야말로 개방주의를 기치로 내건 전후 세계 질서에 가장 잘 적응해온 아시...

강남역 사건과 여성혐오 fi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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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수 4972

강남역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 사건은 그 동안 한국 사회에 잠재해 있던 뇌관 하나를 터트렸다. 이 뇌관은 엄연히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 되었던 문제를 수면으로 띄워 올렸다. 바로 그것은 여성차별이다. 겉으로 보기에 이 문제는 ‘여성혐오’라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속내를 파고들어 가보면 더 복잡한 층위들을 감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은 처음에 ‘여혐’에 근거한 증오범죄인지 아닌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불타올랐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증오범죄보다는 조현병의 망상에 따른 ‘묻지마 살인’으...

한병철과 헬조선 fil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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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수 4271

한병철 교수의 특강이 모종의 '퍼포먼스'였던 모양이다. (▶참고 글) 이 문제에 대해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린 평가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철학자의 객기" 정도였는데, 이를 두고 벌어지는 풍경이 자못 심각해서 짧게 몇 마디 보태고자 한다. 참석한 관객들의 '증언'과 이후 알려진 정보들에 따르면, 저자는 출판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본인의 강연을 그런 식으로 진행하고자 했던 것 같다. 피아노를 미리 주문해놓은 것을 봐도 무엇인가 특별한 계획이 그에게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결과가 성공적이었다기보다는 일종의 해프닝...

100만 인파의 의미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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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의 인파가 서울 광화문에 모여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서울이라는 장소성을 넘어선 ‘시민들’의 집결이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집회는 인터넷은 물론 지상파 방송을 타고 생중계되었다. 누구는 봉기라고 했고, 누구는 거대한 콘서트 같다고도 했고, 누구는 엄청난 인파에도 폭력 없이 평화롭게 끝난 시위에서 대한민국의 힘을 느꼈다고도 했다. 여하튼 언론들은 100만이라는 숫자와 질서정연하게 끝난 비폭력 평화시위를 강조했다. 이렇게 100만 명의 인파가 청와대를 ‘포위’한 듯 연출한 보도사진이 지면을 장식했다. 장관은 SN...

미투 운동과 한국의 진보주의 file

  • 2018-03-17
  • 조회 수 3942

미투(#MeToo)라는 말이 처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폭발적인 운동으로 번져갈 것이라는 예상을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들불처럼 퍼져나간 미투는 이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누구는 이렇게 한국 사회에 성범죄가 만연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터져야할 문제가 지금에야 터진 것이라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성범죄, 특히 남성이 저지르는 성 관련 범죄는 거의 먼지처럼 일상에 퍼져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우리는 할리우드로 간다": "곡성", 어떤 '촌스러움'에 대한 혐오 file [14]

  • 2016-05-16
  • 조회 수 3911

* 이 글은 결정적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영화를 보신 분이나 아니면 보실 생각이 없는 분들에 한해 읽으시기 바랍니다.  <곡성>은 한 마디로 감독이 제대로 소재를 장악하지 못해서 우왕좌왕한 영화이다. 반짝이는 장면들도 없진 않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교과서적인 장르 영화 장면들의 오마주들이 지루하게 반복되었다. 감독 자신은 이 영화를 코미디에 장르물이고 상업영화라고 했지만, 코미디라기에는 너무 진지하고, 장르물이라기에는 너무 엉성하고, 상업영화라기에는 너무 예술적이다. 자기 장난감 자랑하는 아이 같은 ...

비트코인 신드롬 file [1]

  • 2018-01-27
  • 조회 수 2913

가히 비트코인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하다. 빌 모러가 2015년 <어떻게 결제하시겠습니까?>라는 책을 쓸 때만 해도 비트코인은 기술발전이 가져올 화폐의 미래 중 하나로 취급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암호화폐라는 다소 생소한 표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비트코인은 갑자기 ‘투기’의 대상으로 비난 받게 되었다. 유시민 같은 이들이 앞장서서 비트코인 신드롬을 ‘광풍’으로 진단하면서 투기를 조장하는 ‘작전세력들’을 비난했다. 이런 비난은 비트코인에 대한 다소 과도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지만, 유시민 같은 이들의 주장을 문제 삼기 위해...

랑시에르를 만나다 file

  • 2018-04-23
  • 조회 수 2099

자택 문이 열리자 자크 랑시에르는 변함없이 보랏빛 스웨터를 입고 나를 맞이했다. 처음부터 인터뷰를 기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파리에 학술행사가 있어서 들른 차에 잠깐 찾아뵙고자 했던 것인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길어져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도 청탁할 것이 있었고, 또한 다른 부탁도 이메일을 통해 주고 받고 있던 참이었다. 안내를 받아 자리를 잡고 앉은 거실도 변함없었다. 아담한 살굿빛 소파가 놓여 있는 정경은 몇 년 전에 찾았던 기억을 되살려주었다. 지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특강 때문...

그들은 왜 부채춤을 추었는가 file

  • 2015-04-09
  • 조회 수 1868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 '피습 사건'은 이제 망각의 강을 건너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사건의 '배후'를 의심했던 수사기관도 김기종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사건 당시에 목격했던 기이한 반응들은 쉽사리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리퍼트 미대사의 쾌유를 빈다는 명목으로 등장했던 일련의 '퍼포먼스'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정상적인 것으로 보였던 것들이 돌연 비정상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여기에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미 대사에서 ...

트럼프는 무엇의 이름인가 file [2]

  • 2016-11-10
  • 조회 수 1841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선에서 승리했다.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던 이들에게 혼란과 절망을 안긴 결과였다. 클린턴 지지자였던 폴 크루그먼은 트위터에서 생뚱맞게 샌더스 때문에 클린턴이 패배했다고 개탄하다가 나오미 클라인에게 반박을 당했다.  이 모든 일들이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지 않은가. 노무현 정부가 가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던 무렵에 벌어졌던 일들과 겹쳐지는 장면들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노무현 정부와 비슷한 정부였다고 볼 수 있다.  노무현과 오바마는 대통령으로서 훌륭했을지 몰라도, 그...

이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트럼프 현상을 다시 생각하자 [2]

  • 2016-12-25
  • 조회 수 1822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백인’의 타락에서 기인했다기보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가치’를 만들어낸 전후 자유주의가 쇠퇴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적인 배경으로 인해 트럼프 정권의 성공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미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는 미디어의 생리를 정확히 꿰뚫어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기층의 불만을 결집하는 데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마침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경악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만큼 미국답지 않은 선택이라는 뜻일...

2015년 신경숙 표절 논쟁은 무엇이었나 file [6]

  • 2015-12-13
  • 조회 수 1623

표면상 '표절 논쟁'이었지만, 2015년에 일어난 '신경숙 표절 문제'는 두 가지 층위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신경숙의 표절 여부이고, 두 번째 문제는 신경숙 자체이다. 둘은 서로 다른 사안이지만, 이른바 '표절 논쟁'을 경과하면서 서로 겹쳐 보이게 되었다. 이런 착종이 곧 증상이라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이 증상은 여러 가지 진실을 말해준다. 메시지를 읽을 것이 아니라, 이 증상의 논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문제, 그러니까 신경숙의 표절 여부는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석연찮은 논리이긴 했지만, 본인도 ...

자코메티 file

  • 2017-12-09
  • 조회 수 1567

“나는 예술에도 관심 있지만, 본능적으로 진리에 더 관심이 많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말이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작업을 하면 할수록 더 다르게 본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진리’는 그러므로 ’다르게 보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겠다. 아니나 다를까 자코메티는 ”미술은 보기의 일종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예술은 어떤 신비감도 내포하고 있지 않다. 얼마 전 도쿄에 가서 봤던 자코메티 전은 띄엄띄엄 마주쳤던 자코메티의 조각상들을 일별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 전시를 둘러보면서 종종 ‘현대인의 고독’을 표...

소녀상 file

  • 2016-02-11
  • 조회 수 1518

인간은 상징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20세기 구조주의 인류학자들은 이런 ‘상징 행위’의 의미에서 역사를 재구성하는 문화의 작동방식을 실증해서 보편이론을 만들고자 했다. 그만큼 상징은 보편적이고, 보편적인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물론 문화에 따라서 상징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길조를 뜻하는 까치는 서양의 상징체계에서 보면 흉조이다. 상징의 문제는 상징물이라는 구체적인 물질성을 획득하는 순간, 다른 차원을 얻기도 한다. 상징물은 분명 추상적인 상징성을 실현한 것이...

페미니즘과 자유주의 file [1]

  • 2015-04-01
  • 조회 수 1493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페미니즘 논쟁이 뜨거웠지만, 그렇게 생산적이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본격 거론되고, 한국 사회와 관련한 문제가 여성의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권리가 많이 신장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성문제는 사회를 구성하는 근본문제 중 하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여성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른 정치적 차원을 열어내는 의제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증명이라도 ...

트럼프와 촛불, 두 개의 공화국 file [3]

  • 2017-01-30
  • 조회 수 1437

“트럼프도 박근혜처럼 임기 중에 탄핵당했으면 좋겠다.” 힐러리 지지자였던 미국의 지인이 내게 보낸 메시지이다. 그만큼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많은 힐러리 지지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사건이었다. 트럼프의 당선이 한반도의 정세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역시 트럼프 당선 못지않게 극적인 것이다.  이 상황은 어떻게 극적인가? 2012년을 상기해보자. 박근혜 정부의 출현은 보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상화’를 의미했다. 이 ‘정상화’를 다른 용어로 번역하면 ‘정치...

프로듀스 101, ‘국민’을 호명하는 어떤 방식 file [8]

  • 2016-04-19
  • 조회 수 1285

“당신의 한 표가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 한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듀스 101>이라는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문구이다. 소속사의 연습생을 ‘국민 투표’로 101명 선출해서 ‘드림팀’을 만들어낸다는 취지를 가진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국민 프로듀서”라는 언급이다. 101명의 연습생은 “국민 프로듀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비밀은 이 “국민 프로듀서”라는 말에 감춰져 있다. 겉으로 보면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