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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정치와 비정치로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치라는 하나의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세상읽기.

경희대에서 문화학을 가르치고 다양한 매체에서 문화비평을 수행해왔다. 아시아적 근대성을 통해 서구이론의 문제의식을 재구성하는 연구작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인생론><마녀 프레임><이것이 문화비평이다><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무례한 복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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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만큼 묘한 생물이 어디에 있을까. 말 많고 탈 많던 조국 후보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청문회 이전까지는 이 세상이 한국당과 민주당 둘만으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청문회가 끝나고 나자 반전이 일어났다. 한국당과 민주당이 펼치던 쇼 무대에 갑자기 검찰이 난입한 것이다. 기성 정치진영을 대표하던 두 당 사이에 끼어든 이 생뚱 맞은 검찰의 출현은 '국민'의 이름으로 이루어졌다. '국민의 의혹'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행정부 국정을 담당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무위원 후보의 부인이 청문회 중에 전격 기소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초유의 사태인만큼 후폭풍이 없을리 없고, '항명'이니 '쿠데타'라는 말이 힘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분위기는 그 동안 조국 후보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던 이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대표적으로 정의당은 데스노트에서 조국 후보를 제외하면서 압수수색과 대면 조사 한번 없이 혐의 사실만으로 전격 행동을 취한 검찰과 각을 세웠다. 검찰 개혁이라는 의제와 맞물려 분명 이런 검찰의 태도는 초법적인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가만히 따져보면, 검찰이 아무런 이유 없이 '정치 개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런 일을 즉흥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 볼 수는 없다.

윤석열 총장의 속내를 분석하는 주장도 난무하고 있지만, 검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공소시효 만료라는 테크니컬한 문제와 함께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는 국민 여론의 향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무리수를 두더라도 기소를 밀어붙인 배경에는 기소 유지에 대한 자신감 못지않게 조국 후보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의 우세에 호응한다는 검찰 자체의 정당성도 한몫 했다고 본다. 물론 검찰이 이렇게 전면에 나서서 정치행위를 압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존중할 만하다. 그러나 그 정치행위의 당사자들이 법의 맹점을 이용해서 기득권을 챙긴다고 대다수의 국민이 불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정치에 대한 검찰의 개입은 의외의 반전을 예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특정 이데올로기의 붕괴는 외부의 적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이데올로기의 주체가 이데올로기를 진정으로 실천하려고 할 때 이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을 임명할 때,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그런 자세"를 높이 사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도 똑 같이 그런 자세로 대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금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검찰의 행보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해줄 말이 어디에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속내를 짐작해서 소설을 쓰기에 앞서 이렇게 일단 보이는 증거에서 검찰의 행보에 대한 이해를 구해봐야할 것이다.

검찰이 진정 이렇게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실천하려고 하는지 어떤지 확실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는 검찰에게 조국 후보와 관련한 수사를 멈추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조국 후보에 국한하지 말고 모든 기득권 세력으로 성역없는 수사를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옳다. 이런 요구야말로 여론을 조직해서 검찰과 기득권 세력을 동시에 밀어붙일 수 있는 방법이다. 최소한 계급적 불평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여전히 공포 서사를 되풀이하면서 현상 유지에 열을 올리는 386세대 정치인들의 흑백논리에 부하뇌동하는 훈수질은 그만 두고 소리높여 검찰에게 기득권 세력 모두를 수사하라고 외쳐야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 지금 중요한 것은 조국 후보의 법무부 장관 임명 여부가 아니다. 이토록 소동을 유발하는 검찰개혁이라는 집권세력의 명분조차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가리려는 연막처럼 보일 정도다. 오히려 국민은 조국 후보 덕분에 기득권 세력이 어떻게 합법적으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재생산하는지 확인하게 되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조국 후보를 비롯한 386세대 정치인들은 개혁의 대상이지 개혁의 주체일 수 없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집권세력이 주장하는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물어야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나는 현재 집권세력이 내세우는 검찰개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별반 관심 없다. 그런 개혁은 집권세력이 알아서 할 일이다. 지금 이 교착상태에서 나에게 중요해 보이는 것은 검찰이 '조국 후보 논란'과 관련해서 경북대 총학생회가 성명서로 발표한 제안을 전격 수용, 조국 후보의 자녀뿐만 아니라, 모든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비리를 낱낱이 파헤치는 것이다. 검찰이 이렇게 국민 여론에 호응해서 이 수사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한국당과 민주당이 독점하고 있는 기득권 정치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이다. 이 반전의 키를 검찰이 쥐게 되었다는 것이 좌파 부재의 한국 정치가 초래한 비극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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