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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관습, 인식의 재구성을 위하여.

부천문화재단에서 일했으며 예술과 정치 사이를 오가며 글을 씁니다. 주로 여성과 성소수자 관련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노력에 대한 보상

조회 수 44142 추천 수 0 2017.06.23 05: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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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95204.html)


지난 겨울 한국에서 만난 한 교육계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대학생들이 만우절에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오는 경우가 있어요. ‘일반고교복 틈에서 자사고나 특목고 교복이 눈에 띄지요. 그러다가 저쪽에서 누군가가 도포 자락 휘날리며 걸어오면 전부 기 죽는 거에요.” 도포자락이요? “민족사관고요.” ...

다소의 과장이 섞인 이야기겠지 생각하면서도, 이런 슬픈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로 인간들의 분리작업이 섬세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노력에 대한 보상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얼핏 듣기에 노력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어 나는 금방 대꾸를 못하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렇지 않아도 재능기부를 권하는 시대에 보상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좀 더 이야기를 들은 후 그가 말한 노력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노력의 개념이 변모하고 있으며 이 노력의 원천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공부를 잘 하는 이유가 순전히 개인적인 노력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공부 못하는 이유는 그저 노력을 안 하는 게으름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게으른 인간은 보상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며, 여기서 보상이란 경제적 차원만이 아니라 인격적 차원까지 확장된다. 그렇게 차별에 찬성한다.

그날의 결론은 이게 다 어른들이 보여준 모습이지요.”라는 뻔한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너와는 다른 등급의 인간이라고 필사적으로 바둥거리는 모습은 결국 우리가 보여준 중요한 단면임을 인식하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업무 성과에 따라 등급을 매겨 임금에 차등을 두는 성과연봉제로 저성과자는 조직에서 퇴출한다. ‘능력이 없으면 조직에서 과감히 버려져도 당연한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새 정부가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대해 폐기 수순을 밟는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소위 금수저 고교라고 불리는 강남 3구의 몇몇 고등학교와 자사고, 특목고가 서울대 합격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는 개인의 노력 차원이 아님을 전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부모의 부와 학벌이 자식에게 대물림 되는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란 세습에 기초한다. “돈도 실력이야. 니들 부모를 원망해라.”라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이런 사회를 함축하는 하나의 정언명령처럼 메아리친다.

드라마의 안티고니스트들이 주로 뱉는 대사, “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 유명한 연민정도 이 대사를 빼먹지 않았다. 나의 현재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외치며 비록 이 현재가 또 다른 누군가를 착취하더라도 나는 나의 과거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울부짖음이다.

학교에서 입학 전형에 따라 이름을 붙여 무슨충이라고 하며 무시하듯이 직장 내에서도 각종 등급에 따라 서로 간의 반목이 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해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왜 나처럼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 나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전혀 근거가 없는 마음은 아니겠으나 개인의 노력과 능력의 원천이 어디에서 오는가. 개인적이지만은 않다. 또한 능력에 따라 인격적 대우까지 달라지는 현상이 능력에 대한 올바른 보상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초기 공상적 사회주의자인 샤를 푸리에가 예상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은 풍요로부터 비롯된다’. (공상적이지 않은 부분도 많다) 어떤 집단의 빈곤이 다른 집단의 풍요 때문에 생겨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누군가의 풍요는 다른 한 쪽의 빈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찬가지로, 성과 중심의 사회에서 나의 능력이란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무/능력자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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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에 대한 보상 file

  •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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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겆이에서 돼지흥분제까지 fil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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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발생한 테러, 사람들의 일상을 꾸준히 위협하는 실업문제가 ‘더 중요한’ 사안이기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프랑스는 올랑드 집권 동안 ‘작은’ 성과도 있었다. 환경정책을 비롯하여 내각의 성별과 인종 구성, 동성혼 합법화,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법 도입 등. 대부분 ‘성’정치에 해당한다. 성과 밥벌이가 분리된 사람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문제다.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상징하는 빵과 장미가 어떤 사람에게는 밥과 여자에 해당한다. 여자가 행복추구권의 매개 역할을 한다. 배가 고파 밥을 먹고 ‘2차로’ 후식처럼 여자를 ‘...

남성 정치인의 아내 fil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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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아내가 남편을 돕기 위해 하는 일은 어디까지 공적인 지원이고 어디까지 아내의 개인적 내조에 해당할까. 정치인을 ‘남성’으로 두고 배우자는 대부분 아내라는 이름의 여성이기 때문에 이 여성들이 남성 배우자를 지원하는 일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정서가 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한 정치인의 아내가 다른 정치인 아내를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를 위해 선물을 사느라 시간을 쓴다면 이는 공적으로 지원요청을 할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닌가. 안철수 후보의 아내 김미경씨의 ‘갑질’ 논란을 보면서 좀 복...

본다는 것 : ‘더러운 잠’을 둘러싼 시선의 정치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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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봐, 어디 눈을 똑바로 뜨고. 모두 ‘어디 감히 보느냐’를 뜻한다. 낯선 사람에게 나도 두어번 당해봤다. 어떤 사람에게 본다는 것은 위험하다. 반대로 나는 수도 없이 보여졌다. 보기만 할까. 품평도 한다.  ‘시선강간’이라는 말이 있다. 성별때문에 시선을 통한 폭력을 경험하는 여성들의 상황을 표현하는 언어다. 이 표현이 정확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언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여성들은 시선의 침략에 수시로 맞닥뜨린다는 점을 생각하자. 표현의 정확성은 다시 고민하면 된다.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를 묘사한 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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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엘가 힉스 George Elgar Hicks, <여성의 임무 :  Woman’s Mission: Guide of Childhood >, 1862–3 <여성의 임무> 는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에게 일종의 지침서로 사용하기 위해 3부작으로 구성되었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 남자의 동반자인 아내, 노인을 돌보는 딸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캠페인의 육아 정책 홍보 비디오에는 “엄마이며, 아내이며,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방카 트럼프가 목소리를 낸다. 그는 “엄마는 여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직업”이라고 한다. 그도 물론 아내이며 무려 아이를 셋이나 낳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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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진 '대한민국 출산지도' 김혜수의 매력은 꺼질 줄 모르는가 싶을 정도로 여전히 신선한 모습을 과시하는 영화 <굿바이 싱글>. 김혜수가 연기한 극중 배우 고주연에게서 아주 당연하지만 사회에서는 전혀 당연하게 취급받지 못하는 말 한디가 쏟아져 나온다. 임신한 고등학생의 미술대회 입장을 가로막는 학부모들에게 고주연은 “임신시킨 남자애는 국가대표로 나갔는데 왜 임신한 여학생은 미술대회 못 나가냐!”고 소리친다. 성’관계’라고는 하지만 이 ‘관계’에 대한 책임은 주로 한쪽이 담당한다. 임신은 온전히 여자의 몫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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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게 하는 신사>, The Irritating Gentleman,  Berthold Woltze, 1874 벌써 십 수년 전이다. 나와 업무상 메일만 1년 가량 주고받다가 어떤 행사 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보게 된 한 시인이 있다. 나를 만난 그날, 그 시인은 나의 선배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젊은 여자를 봤더니 가슴이 너무 뛰어서 집에 가는 길에 약 사먹다”고. 내가 이걸 어떻게 알까. 그 선배가 내게 직접 면전에서 전해줬기 때문이다. 히히 웃으면서, “집에 가는 길에 약 사먹었대”라고 내게 친절히 전해줬다. 많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이러한 ‘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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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은 <성옹지소록>에서 아버지 초당 허엽의 스승인 화담 서경석의 일화를 소개한다. “아버님께서는 화담 선생에게 가장 오래 배우셨다. 일찌기 칠월에 선생의 집으로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가 화담 농막으로 간 지 벌써 엿새째라고 했다. 곧 뒤따라 갔었는데 가을 장마로 물이 한창 넘쳐나서 건널 수가 없었다. 저녁 때 여울물이 조금 줄었으므로 겨우 건너가셨더니, 선생은 한창 거문고를 타면서 높게 읆조리고 있었다. 아버님께서 저녁밥 짓기를 청하자, 선생은 “나도 먹지 않았으니 함께 짓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머슴이 부엌...

여성 혐오, 그 개념을 붙들어야 하는 이유 fil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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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전문지 격월간 <민들레> 105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게 왜 이슈가 되는가 <인천 콘크리트 바닥 속 백골 시신, '20대 여성 알몸' 추정>, 얼마 전 이 기사를 읽으며 그동안 수없이 죽어간 익명의 여성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라고 생각했다. 26년 전에 지어진 건물, 옷도 소지품도 없이 백골로 나타난 20대 여성의 시신(기사는 ‘알몸’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이 시신에 대해 밝혀진 정보가 없다. 이름도 모르는 한 여성이 건물 바닥에 백골로 묻혀있는 사건은 하나의 상징처럼 다가왔다. 여성의 죽음은 인간이 쌓...

마지막 상영 file

  •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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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83045 그 이름이라도 한 번 불러줘야 도리일 것 같다. ‘신영극장’. 2007년 폐관 후 2012년 다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으로 문을 열였지만 나에게는 그냥 ‘신영극장’이다. 강릉에 있는 신영극장이 지난 2월 말에 ‘마지막 상영’을 하고 휴관을 했다고 한다. 너무 안타까운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이렇게 안타까움을 표현이라도 해야겠다. 나의 청소년기 극장 중 하나다. 극장은 신영극장, 서점은 단골서점, 강릉의 상징적인 장소였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

대통령 마음대로 file

  • 2016-03-05
  • 조회 수 30070

몇 달전 한 학생에게서 인상적인 메일을 받은 적 있다. 그는 “고통을 상상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할 윤리적 의무”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졸업논문과 관련한 문의였으나 내가 그렇게 거대한 주제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깜냥은 못 되기에 그냥 그의 생각을 듣고 공감하는 차원으로 마무리했다. 나는 그저 그의 고민 자체가 굉장히 반가웠다. 내 고통에 대한 생각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생각은 내게 (아직) 오지 않은 고통에 대한 치열한 상상이다. 타인과 세계에 대한 상상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나와 무관한 일...

여성의 장소 fi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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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1911~2010), <여성-집 Femme Maison> 연작, 1946~47년   며칠 전 간단한 다과를 준비할 일이 있어서 스타벅스에서 케이터링 서비스로 커피를 구매했다. 나는 그런 서비스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커피를 내려서 보온병에 담아 갈까(보온병이 없네), 인스턴스 커피를 사서 뜨거운 물에 각자 타먹게 할까(인스턴스 커피 싫어하면 어떡하지), 그냥 주스만 마실까(커피를 찾으면 어떡하지),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스타벅스에 가면 보온이 되는 큰 통에 담아준단다. 오, 그런 좋은 서비스가! 양도...

남성 페미니스트 file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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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수 2451

 정희진, ‘남성 페미니스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18409.html   뒷북. 진작에 읽었으나 도무지 쓸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공감과 비판적 의견이 교차하는 글이라 내 의견을 적어보고 싶었다. 일단 이 글이  “나와 지인들의 경험을 종합해” 두 가지 유형의 남성 페미니스트를 정리했기에 나도 그 기준에 맞춰 ‘나와 지인들의 경험을 종합해’도 상관없을 것이다.(각자 자신과 제 주변의 경험을 종합해 보면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유형으로 “일상에서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이들과 “자신...

여자의 말 file [4]

  • 201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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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omas Gainsborough(1727~1788), <Conversation in a park>, 1746~7년 경 레이놀즈와 함께 18세기 영국의 대표적 화가인 토마스 게인즈버러의 작품이다. 그림 속의 커플은 작가 게인즈버러와 그의 부인 마가렛이며 결혼 기념으로 남긴 그림이다. 당시로서는 풍경과 인물이 함께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졌다는 면에서 새로운 장르 개척이나 다름 없었다. 귀족들의 사적인 일상을 우아하게 보여주는 그의 그림들은 상류층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공원에서의 대화>는 내가 가끔 들여다 보며 홀로 웃는 그림 중 하나다. ‘대화’하는 부부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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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Jean Honoré Fragonard (1732~1806), <La Gimblette (침대 위에서 강아지와 노는 소녀)>, 1770년 경 가슴을 드러내고 아랫도리를 벗은 소녀의 성기를 강아지의 꼬리로 가리고 있다. 그 점 때문에 당시에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못했다. ‘서스펜스의 대가’ 히치콕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영화화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원작이 있는 2차 창작물의 경우 본래 그 원작을 아끼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가 여간 쉽지 않다. ‘성스러운 텍스트’는 더욱 그렇다. 영화 <노아>는 성경을 왜곡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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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어, 더 뮤지컬>은 처음부터 “우리 중에 변태 있어~”라며 시작한다. ‘파격적 소재’라고 하지만 이미 브로드웨이에서 15년 전 초연했던 작품으로 이제 미국에서는 동성결혼 합법화까지 되었기에 그 파격의 농도는 과거와 다르게 읽힌다. 늘 논란이 동반되기는 하지만, ‘안방’ 극장에서도 작가 김수현이 2010년 동성애를 다룬 적이 있으니 뮤지컬의 소재로 딱히 ‘파격적’이라는 수사까지는 필요 없어 보인다. 단지 동성애를 다룬다는 사실만으로 소재의 신선함을 앞장세우기에 이미 대중문화는 훨씬 앞서있다. 이야기의 얼개는 간단하다...

죽음을 돌보기 fi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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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수 1615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는다면 죽음도 선택할 수 없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안락사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 일까. 다만 무조건 ‘살아있음’이 ‘생명존중’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방에서 자꾸만 백세시대라고 하는데 참으로 염려스러운 백세시대다. 돈 없고 나이 많고 병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을까.   영국인 호스피스전문 간호사가 안락사를 선택했다. (관련기사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702930.html) 죽음과 죽음에 가까운 사...

‘순수’에 저항하기 : <솔로강아지> 전량 폐기를 보며 file

  • 2015-05-27
  • 조회 수 2112

격월간지 <민들레> 6월호에 실리는 글입니다. <민들레>의 허락 하에 이 곳에도 글을 올립니다.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 <체리를 든 소년 (Gamin aux Cerises)>, 1858년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면 아무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무표정이 잘 어울리는 배우 이나영이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표정으로 등장하는 한 카드광고. 같은 광고의 유해진 편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라고 한다. 가만히 있기, 긍정적인 태도, 바로 이 시대가 원하는 인...

징계 받은 키스 fi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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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이성애적인 것으로 만들면 ‘여자’와 ‘남자’의 표면적 특질로 이해되는 ‘여성성’과 ‘남성성’ 간의 분명하고 불균형적인 대립이 생산되어야 하고 또 제도화되어야 한다.”   - 주디스 버틀러 / 조현준 역, <젠더 트러블>, 문학동네, 2008년, 116쪽 Camille Félix Bellanger (1853-1923), <Abel>, (1874-1875)   현실 세계의 폭력보다 가상 세계의 연애에 더 당혹감과 분노를 드러내는 경우는 흔하다. 옆집의 가정폭력보다 드라마 속의 ‘불륜’을 더욱 막장으로 바라본다. 또한 영화 속의 ‘야한 장면’을 볼 수 있는 나이와 실제 성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