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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관습, 인식의 재구성을 위하여.

부천문화재단에서 일했으며 예술과 정치 사이를 오가며 글을 씁니다. 주로 여성과 성소수자 관련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남성 정치인의 아내

조회 수 10484 추천 수 0 2017.04.19 10: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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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아내가 남편을 돕기 위해 하는 일은 어디까지 공적인 지원이고 어디까지 아내의 개인적 내조에 해당할까. 정치인을 남성으로 두고 배우자는 대부분 아내라는 이름의 여성이기 때문에 이 여성들이 남성 배우자를 지원하는 일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정서가 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한 정치인의 아내가 다른 정치인 아내를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를 위해 선물을 사느라 시간을 쓴다면 이는 공적으로 지원요청을 할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닌가.

안철수 후보의 아내 김미경씨의 갑질논란을 보면서 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배우자의 과도한 간섭, 배우자의 사적인 업무를 보좌관에게 시킴, 사적으로 의원실 차량과 기사 사용, 모두 논란이 될 필요없는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다. 그런데 언급된 많은 문제들 중에 어떤 부분은 깔끔하게 아내의 갑질로 정리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문제들이 일부 뒤얽혀 있다. 여기서 사적인일의 범위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남편 지원을 위해 정치인 아내들끼리의 만남이 있다면, 이는 공적인 일이다.

남성 정치인의 아내 동원은 당연한가. 여성 정치인의 남편은 이 아내들만큼 자주 동원되는가. ‘누구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아내들끼리 함께 밥 봉사를 다닐 때 이 아내들의 노동은 어떤 위치에 있을까. 아내들의 시간을 사용하는 남편들의 공적 활동을 너무 자연스럽게들 여긴다. 문재인 후보의 아내 김정숙씨와 이재명 시장의 아내 김혜경씨가 함께 배식봉사를 했다. 김정숙씨는 매주 거르지 않고 봉사를 한다고 한다. 이는 사회적 노동인가 남편을 위한 사적 노동(봉사와 내조라는 이름으로)인가.

기본적으로 아내의 시간을 뺐는다는 개념도 실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아내의 시간은 종속적이다. 아내라는 이름으로 한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남편과 가족을 위해 쓰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만약 자신을 위한 휴식시간으로 카페에 앉아있으면 남편 등꼴 빼먹는여자가 된다. 기혼 여성이란, 한 남자를 비롯한 그 남성 가족의 지배에 동의한 사람처럼 취급받기 일쑤다. 훌륭한 내조란 마치 자신의 시간을 남편을 위해 사용하지만 자신의 존재는 드러내지 않는 상태로 그려진다. 그게 우렁각시. 뒤에서 보이지 않게 헌신적으로 봉사를 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여기면서 앞에 나서면 설치는 치맛바람이 된다.

물론 갑질에 반대한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갑질만큼이나 아내들의 내조 노동도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여성의 설쳐댐은 공분의 대상이 되면서 여성의 내조를 칭찬한다면 이는 지극히 남성중심의 시각이다. 남성의 삶에 공/사는 있는데 도무지 아내라 불리는 이 여성들의 삶에 어디까지가 공이며 어디까지가 사인가. 이 아내들은 집 안에서는 가족들을 위해 밥을 푸고 밖에 나와 공적으로 얼굴을 보이며 또 밥을 푼다. 공통점은 둘 다 모두 무급이라는 점이다. 정치인의 아내는 실질적인 보좌관 역할을 하지만 설치면 안 된다.

안철수 후보는 아내에게 못해본 말이 밥 줘였다고 한다. 남성 후보는 밥 달란 소리만 안 해도 성평등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할 수 있는데, 여성 후보인 심상정은 집에서 남편과 아들에게 밥 못해줘서 가족들이 서운해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여성 후보의 전업주부 남편은 방송에서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쉽지 않으셨을 거 같다는 위로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도 듣는다. 남성 배우자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일을 여성 배우자에게 당연하게 여긴다. 아내를 남편의 무급 비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거철에 드러나는 남성 정치인들의 아내 역할은 남성의 공적 활동이 어떻게 여성의 사적 노동을 연료로 삼아 활활 타오르는지 잘 보여주는 영역이다. /사를 구별하려면 정말 제대로 구별하는 게 좋지 않을까.


댓글 '1'

소년의노래

2017.04.19 12:41:37

또 한번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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