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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관습, 인식의 재구성을 위하여.

부천문화재단에서 일했으며 예술과 정치 사이를 오가며 글을 씁니다. 주로 여성과 성소수자 관련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뭘 봐, 어디 눈을 똑바로 뜨고. 모두 어디 감히 보느냐를 뜻한다. 낯선 사람에게 나도 두어번 당해봤다. 어떤 사람에게 본다는 것은 위험하다. 반대로 나는 수도 없이 보여졌다. 보기만 할까. 품평도 한다.  ‘시선강간이라는 말이 있다. 성별때문에 시선을 통한 폭력을 경험하는 여성들의 상황을 표현하는 언어다. 이 표현이 정확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언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여성들은 시선의 침략에 수시로 맞닥뜨린다는 점을 생각하자. 표현의 정확성은 다시 고민하면 된다.

모더니티의 수도파리를 묘사한 이들은 주로 남성이다. 보들레르를 시작으로 벤야민에 이르기까지. 홀로 이동하고 볼 수 있는, 그러나 남들의 대상이 될 걱정이 없는 남성 만보객이다. 남성들이 묘사한 근대의 모습과 여성이 묘사한 근대는 다르다. (간단히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파리는 여자였다>만 읽어봐도 도시에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홀로 거리를 활보하며 변하는 도시와 변하는 사람을 응시할 수 있는남성에 의해 주로 모더니즘의 우울한 정조가 탄생한다.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그 보는 대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사람만이 안전하게 취할 수 있는 태도다. 본 것을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살인사건의 목격자처럼 위험해진다. 볼 수 있는 권력이란 곧 말할 수 있는 권력이다.

보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대표적인 두 가지는 예술 창작과 언어다. (물론 동물도 그들의 언어가 있다) 이는 타자화가 되지 않는 주체에게 가장 필요한 기본 조건이다. 이에 근거하여 인간은 동물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타계한 존 버거의 <본다는 것의 의미>는 인간이 동물을 보는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룬다. 근대와 함께 박물관처럼 동물원이 세워지면서 인간은 동물원에서 동물을 구경할 뿐, 동물과 만나는일이 없어졌다. 정해진 공간 안에 갇힌 동물들은 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보여지기 위해 그 곳에 있다.

19세기 유럽에서, 제국주의가 퍼져나갈수록 에로틱한 여성 누드는 활발해졌다. 남성 누드가 군사력과 영웅을 상징한다면 여성 누드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살롱에서 여성 누드는 무려 50% 가까이 차지했다. 식민지를 개척하면 개척할수록 여성 누드는 번창했다. 여성의 수동적인 벗은 몸은 식민지 지배의 메타포다. 동물과 식물은 수집되어 진열되었다. 인간 남성이 그렇게보는 존재의 위치를 점한다. 오늘날에도 흐트러진 머리와 말없이 초첨 없는 눈동자의 모습은 자연과 여성을 조합한 여성적인 이미지로 통한다. 여성-동물-자연은 남성-문명에 의해 철저하게 타자화되고 지배받는 대상으로 존재한다. 간혹 남성 지식인이 자연 훼손을 비판한다며 강간이나 매춘이라는 표현을 극구 고집하는 이유는 이렇게 나름의 논리(?)에 근거한다.

여성은 남성의 언어로 남성의 시선을 통해 묘사된 세상을 읽는다. 여성이 자기 자신을 대상화하는 태도는 특별하지 않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모두 여성을 보기때문이다. 여성은 유체이탈과 다름 없는 상태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에 길들여졌다. 외모뿐 아니라 태도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훨씬 더 자기검열에 시달리는 이유다. 여성이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의 힘을 다해서 이 분열된 자아를 붙들어야 한다. 고통스럽게 자신의 눈과 목소리를 찾는 과정이 없으면 계속 읽히는존재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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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라는 정치적 탄압에 저항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가 국회에서 전시를 열었다. 그 중에서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 문제다.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와 마네의 <올랭피아>에서 기본 구조를 가져와 박근혜 얼굴을 합성한 풍자. 작품 속에서 박근혜는 조르조네 그림 속의 비너스의 몸과 합쳐진 채 잠이 들었으며 그 옆에는 하녀의 모습을 한 최순실이 주사다발을 들고 서 있다. 전체 구도는 <올랭피아>인데 누워있는 박근혜의 몸은 <잠자는 비너스>에서 가져왔다.

이제 그림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더러운 잠>에서 박근혜는 입꼬리를 얌전히 올린 채 눈을 감고 있다. 이 작품이 구도를 빌려온 마네의 <올랭피아>는 다름 아닌 여성의 시선에 의미가 있다. 그 여성(창녀)은 관객을 (감히) 본다. 입은 (감히) 웃지 않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에 눈을 맞춘다. 수많은 여성 누드가 범람하던 시기인 1863년에 제작한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 특별한 의미로 남아있는 이유다. 그러나 애초에 패러디의 원본인 <올랭피아>박근혜 풍자는 맥락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더러운 잠>에서 등장인물의 시선은 필요없었다. 그저 조롱받을 여성이라는 몸이 필요했기에 누워있는 박근혜의 몸은 평면적인 <올랭피아>의 몸이 아니라 전통적 방식으로 몸의 굴곡을 표현한 <잠자는 비너스>에서 빌려온다.

대신 보는역할을 하는 인물은 따로 있다. 뒷편에 침몰하는 세월호가 있고 아주 작게 잠수사가 그려져 있다. 잠수사는 창문을 통해 누워있는 박근혜를 들여다본다’. 이 작품에 대해 뛰어난이해를 보여준 한 언론의 글에 의하면,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12513531396159)

상상은 '국민의 한사람'인 이구영 작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참담한 현실과 무심한 권력이라는 두 주제를 극명히 대비시키기 위해 누드 작품 패러디를 택했다.”라고 한다. 아마 잠수사의 시선은 참담한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심한 권력을 보여주기 위해 박근혜의 누드는 왜 필요했을까.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궤변이다.

(게다가 이런 문제에서 미국타령하고 서구에서는어쩌고 하는 방식은 정말 웃음이 나오는데, 그 이유는 한국의 여성인권이 국제적으로 어느 지경인지 무시한 채 여자를 벗기는문제에서만 평등자유를 찾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이 기사에는 미국에서 대선 후보를 누드로 패러디해도 젠더 문제로 확장시킨 사례는 전무하다는 틀린 정보가 들어있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 어떤 특정 작품을 패러디 한다면 그 원작을 가져온 이유가 있어야 한다. ‘왜 그 작품을 선택했는가는 이미 패러디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랭피아>, <잠자는 비너스>도 박근혜가 저지른 부정한 국정 운영과 연결지을 맥락이 없다. 그저 여자 누드가 나오는 유명한 그림이 필요했을 뿐이다. 작가의 얄팍한 의도가 드러난다. 패러디의 기본이 잡히지 않은 채 미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작품이 단지 저항을 한다는 명목만으로 저항하는작품이 되진 않는다. 저항을 어떻게하느냐라는 질문을 놓고 볼 때 공허하기 짝이 없으며 또 다른 권력인 남성의 시선 권력을 확인할 뿐이다.

정치인 박근혜를 비판하기 위해 여성의 벗은 몸을 들고나온 풍자는 대통령을 풍자한다기 보다는 여성을 조롱하는 행위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사실은 이 그림에 복수를 하는 이들의 태도가 증명하고 있다. 박사모를 비롯하여 이 작품에 분노하는 이들은 복수를 위해 전시회를 기획한 표창원 의원을 공격하기로 했다. 그러나 표창원이 아니라 그의 여성가족을 선택한다. 표창원은 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남성의 몸과 여성의 몸은 읽히는 맥락이 다르다. 그러니 남성 정치인에게는 복수가 성립되지 않는다. 대신 그의 아내를 끌어와 공격한다. 박근혜를 모욕했다며 목소리를 내는 새누리당 여성 국회의원들도 네 마누라도 벗겨주마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 행동들은 결국 벗김을 통해 모욕을 주려는 대상은 여성이라는 성별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박근혜의 몸과 표창원 아내의 몸을 공격대상으로 서로 주고받는 행위에서 남는 문제는 결국 여성이다. 젠더와 상관없다고 말한다면 기만이다. (이와 별개로 항상 과 관련되면 여성 의원들이 주르륵 나서는 현상도 일종의 성차별적 정치에 해당한다. ‘성정치는 여성이 담당하라는 태도다.) 김용민이 이라크 전쟁을 비판한다며 미국 여성 국무장관을 향해 강간해서 죽이자는 발언을 했던 사실을 떠올려보자. 여성이라는 사람에 대한 비난, 응징, 복수, 분노, 저항은 모두 성적인 공격으로 향한다. ‘더러운 저항이다.

여성이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일어난 과실이 그의 성별로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여기서 성별에 집착하면 남성이 아닌몸에 대한 조롱을 필연적으로 낳는다. 성별이 아니라 다른 개념으로 바꿔보자. 장애인이 정치를 했는데 실정을 했다면 그의 장애가 있는 몸으로 조롱받아야 할까. 지금까지 등장한 그림들, 박근혜 출산 그림부터 누드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의 성별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했다. 여성을 몸으로 비난하지 않고는 표현할 수 있는 생각을 못한다.

더러운

제목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왜 이 작품의 제목은 나쁜잠도 못된잠도 한심한잠도 아니라 더러운잠이 되었을까. ‘더러운이라는 낙인은 주로 특정 성별에게 더 자주 향한다. 오염에 중립은 없다. ‘더러운 년’, ‘걸레’. 그 반대는 순결이다. 깨끗함과 더러움으로 분리되는 성별은 여성이다. 나아가 성소수자를 비난하기 위해 늘 결석을 모르고 출석하는 표현이 항문성교. ‘더러움이라는 낙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쁘다, 무능하다 보다는 더럽다를 여성을 가장 욕되게 하는 수사로 활용한다. ‘더러운 잠이라는 제목이 이러한 관념과 과연 무관하게 우연히 만들어진 제목일까.

서구 국가에서 주로 국가의 상징으로 가상의 인물인 여성을 활용하는 이유도 여성의 깨끗함과 관련있다. 프랑스의 마리안느, 영국의 브리타니아, 그리고 독일의 게르마니아, 모두 여성이다. 미국의 자유의 여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실제 여성이 국가에서 권력을 행사하거나 시민으로 인정받은 역사는 짧다. 그러나 가상의 이 여신들은 일치감치 국가의 상징이 되었다. 여성을 존중해서는 물론 아니다. 국가와 제도가 남성을 상징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어머니처럼 자애로운이미지인 여성 인물을 국가 상징으로 내세워왔다. 또한 피터지는 전쟁과 살육의 이미지는 여성의 깨끗하고 온화한 이미지로 씻어낸다. 여성 인권과는 무관한 여성의 이미지일 뿐이다.

보는 사람들

본다는 것. 시선에는 관계가 담겨있다. ‘보고싶다는 말처럼 사랑스럽고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 또 있을까. ‘보고싶다는 만나고 싶다는 뜻이며 애정이 담긴 관계에 대한 갈망이다. 보고싶다라는 마음의 교류가 사랑의 방식이다. 그러나 교류가 아닌, 보는 사람과 보여지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면 이는 권력관계가 된다. 동물원에서 일정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 동물과 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관계처럼. 표현의 자유를 위해 동원된 여성의 몸을 바라볼 때, 표현의 자유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으로 현재 구속 중인 조윤선을 다루는 종편의 모습도 이러한 시선의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화장하지 않은 모습이 강조되어 그는 자신이 저지른 죗값과 무관하게 또 다른 영역에서 보는 대상이 된다. 여기서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누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여성의 민낯, 여성의 나체를 소비하는 행위에 동참하면서 이룰 수 있는 민주주의는? 누구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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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유출동영상 기다리는 남자들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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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에 비디오 유출로 크게 피해를 본 배우는 한 동안 방송에 나오지 못했다. 상대 남자는 몇 년 후에 책을 냈다. 지금은 절판된 '성고백 에세이'라는 명목으로 책을 냈다. 당시 비디오를 본 많은 남성들은 남자가 '기술이 좋다'며 부러워했다. (쌍욕을 참는다) 물론 판매는 어려웠지만 시장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의 출판이 가능했을 것이다. 2000년대 초에 또 비디오 유출로 피해를 보고 기자회견으로 국민 앞에 '사과'까지 했던 가수도 한 동안 활동을 못했다. 상대 남자가 몇 년 후 여러 언론에서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억울함...

성구매의 일상화 fil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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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 전 프랑스에 연수를 온 공무원들을 친구 소개로 며칠간 도와준 적 있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반갑게 대했으나 반나절만에 별 꼴을 다 봤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내게는 아주 이질적인 경험이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석굴암이 더 멋있지! 우리 석굴암이 진짜 대단한 거라고!”를 외치며 분에 찬 표정으로 씩씩거렸다. 이 '석굴암 남자'는 카페에서 내가 사과 파이를 주문하며 맛있으니 먹어보라고 권하자 “우리나라 사과보다 더 맛있어? 응, 더 맛있냐고?”라는 소리...

반성 없는 목소리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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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혹은 기생충 fil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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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뉴스에서 “핵무기가 있는 북한과 함께 하는 삶은 가능한가” 이런 주제로 논의를 하고 있길래, 흥, 놀고들 있네, 라고 툭 뱉어버렸다. 이스라엘은 핵무기가 없어서 잘 지내냐, 기꺼이 예루살렘을 수도라고 굳이 ‘인정’ 해주기까지 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도 가능한데, 가증스럽게 북한의 핵무기 타령은...... 궁시렁 궁시렁. 미국은 북한 스토커인가 싶을 정도로 언제나 북한에 대한 뉴스가 멈출 날이 없다. 어느 날 CNN에서는 북한을 방문한 특파원의 북한 주민 인터뷰가 나온다. 밭에서 일하고 나오는 한 여성에게 기자는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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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발둥, <인생의 세 시기와 죽음>, 1541~1544 기본적으로 세대론에 조금 거리를 두는 편이다. 세대론이 늘 의미없다거나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특정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성격은 분명 있고 이를 담론화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그런데 이때, 세대론의 담론을 이끄는 성별과 계층이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특정 세대 중에서 일부의 특징을 과하게 부풀려서 오히려 세대간에는 반목을, 세대 내에서는 박탈감을 조장하기도 한다. 어떤 세대에 이름을 붙이는 태도에는 오히려 그 세대의 실제 현상을 반영한다기보다, 그 세...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fil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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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리버' : 동물과 여성, 그리고 초월적 사냥꾼 fi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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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음. 잭슨 폴락의 고향, 와이오밍은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주지만 황량하다기보다는 차라리 역동적이다. 와이오밍이라는 보수적이며 야생적인 지역을 중심으로 동성애, 살인사건, 약물중독 등을 다룬 애니 프루의 단편집 <브로크백 마운틴>은 이 와이오밍의 지역성을 소설의 중심에 놓은 작품이다. 애니 프루는 <브로크백 마운틴> 이후로도 ‘와이오밍 이야기’를 단편으로 꾸준히 썼다. 와이오밍은 지리적 관점에서 이야기 생산을 자극하는 지역이다. 주로 평원이 펼쳐진 중서부에 비하면 로키 산맥이 뻗어있는 와이오밍...

여성의 액체를 말하라 file [6]

  • 201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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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Sarah Levy가 자신의 생리혈로 그린 도널드 트럼프 초상 그레타 거윅의 연기가 만개하는 <20세기 여성들>. (왜 한국 제목은 <우리의 20세기>인가) 애비(그레타 거윅)는 손님들과 함께 앉은 식탁에서 “나 생리중이야”라고 말하며 ‘월경menstruation’이라는 단어를 또렷하게 내뱉는다. 영화 속 배경은 79년. 당시 20대인 50년대 생 애비의 행동은 20년대 생 도로시(아네트 베닝)의 눈에는 당혹스러웠다. 그의 발언을 지적하자 애비는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에게 ‘월경’ 이라는 단어를 말하도록 설득한다. 모...

노력에 대한 보상 file

  •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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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95204.html) 지난 겨울 한국에서 만난 한 교육계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대학생들이 만우절에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오는 경우가 있어요. ‘일반고’ 교복 틈에서 자사고나 특목고 교복이 눈에 띄지요. 그러다가 저쪽에서 누군가가 도포 자락 휘날리며 걸어오면 전부 기 죽는 거에요.” 도포자락이요? “민족사관고요.” 아... 다소의 과장이 섞인 이야기겠지 생각하면서도, 이런 슬픈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로 인간들의 ‘분리’ 작업이 섬세해졌음을 알 수 있다. ...

설겆이에서 돼지흥분제까지 file [1]

  • 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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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발생한 테러, 사람들의 일상을 꾸준히 위협하는 실업문제가 ‘더 중요한’ 사안이기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프랑스는 올랑드 집권 동안 ‘작은’ 성과도 있었다. 환경정책을 비롯하여 내각의 성별과 인종 구성, 동성혼 합법화,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법 도입 등. 대부분 ‘성’정치에 해당한다. 성과 밥벌이가 분리된 사람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문제다.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상징하는 빵과 장미가 어떤 사람에게는 밥과 여자에 해당한다. 여자가 행복추구권의 매개 역할을 한다. 배가 고파 밥을 먹고 ‘2차로’ 후식처럼 여자를 ‘...

남성 정치인의 아내 file [1]

  • 2017-04-19
  • 조회 수 10665

정치인의 아내가 남편을 돕기 위해 하는 일은 어디까지 공적인 지원이고 어디까지 아내의 개인적 내조에 해당할까. 정치인을 ‘남성’으로 두고 배우자는 대부분 아내라는 이름의 여성이기 때문에 이 여성들이 남성 배우자를 지원하는 일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정서가 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한 정치인의 아내가 다른 정치인 아내를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를 위해 선물을 사느라 시간을 쓴다면 이는 공적으로 지원요청을 할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닌가. 안철수 후보의 아내 김미경씨의 ‘갑질’ 논란을 보면서 좀 복...

본다는 것 : ‘더러운 잠’을 둘러싼 시선의 정치 file

  • 2017-02-23
  • 조회 수 9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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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가장 중요한 직업 file [1]

  • 2017-01-23
  • 조회 수 83871

조지 엘가 힉스 George Elgar Hicks, <여성의 임무 :  Woman’s Mission: Guide of Childhood >, 1862–3 <여성의 임무> 는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에게 일종의 지침서로 사용하기 위해 3부작으로 구성되었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 남자의 동반자인 아내, 노인을 돌보는 딸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캠페인의 육아 정책 홍보 비디오에는 “엄마이며, 아내이며,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방카 트럼프가 목소리를 낸다. 그는 “엄마는 여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직업”이라고 한다. 그도 물론 아내이며 무려 아이를 셋이나 낳은 엄마...

쳐들어오는 말들 file

  • 20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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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진 '대한민국 출산지도' 김혜수의 매력은 꺼질 줄 모르는가 싶을 정도로 여전히 신선한 모습을 과시하는 영화 <굿바이 싱글>. 김혜수가 연기한 극중 배우 고주연에게서 아주 당연하지만 사회에서는 전혀 당연하게 취급받지 못하는 말 한디가 쏟아져 나온다. 임신한 고등학생의 미술대회 입장을 가로막는 학부모들에게 고주연은 “임신시킨 남자애는 국가대표로 나갔는데 왜 임신한 여학생은 미술대회 못 나가냐!”고 소리친다. 성’관계’라고는 하지만 이 ‘관계’에 대한 책임은 주로 한쪽이 담당한다. 임신은 온전히 여자의 몫이...

"‘동네 아줌마’보다 못한" file

  • 20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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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3의 성’이라고 불리는 ‘아줌마’입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자기소개를 하던 자리였다. 또래보다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던 한 여성이 자기소개를 하면서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했다. ‘제3의 성’이라는 그의 표현은 재치있는 유머였지만 나름 뼈가 있는 말이었다. 아줌마로 분류되는 기혼 여성의 세계에 살고 있는 그에게 ‘뒤늦게 공부하는 아줌마’라는 주변의 눈치가 꽤 있었다. (여담이지만 남의 인생에 ‘늦은 나이’라는 말 좀 함부로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여성학자 정희진의 글에서 이와 비슷...

나는 몰랐다 file

  • 20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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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게 하는 신사>, The Irritating Gentleman,  Berthold Woltze, 1874 벌써 십 수년 전이다. 나와 업무상 메일만 1년 가량 주고받다가 어떤 행사 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보게 된 한 시인이 있다. 나를 만난 그날, 그 시인은 나의 선배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젊은 여자를 봤더니 가슴이 너무 뛰어서 집에 가는 길에 약 사먹다”고. 내가 이걸 어떻게 알까. 그 선배가 내게 직접 면전에서 전해줬기 때문이다. 히히 웃으면서, “집에 가는 길에 약 사먹었대”라고 내게 친절히 전해줬다. 많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이러한 ‘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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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은 <성옹지소록>에서 아버지 초당 허엽의 스승인 화담 서경석의 일화를 소개한다. “아버님께서는 화담 선생에게 가장 오래 배우셨다. 일찌기 칠월에 선생의 집으로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가 화담 농막으로 간 지 벌써 엿새째라고 했다. 곧 뒤따라 갔었는데 가을 장마로 물이 한창 넘쳐나서 건널 수가 없었다. 저녁 때 여울물이 조금 줄었으므로 겨우 건너가셨더니, 선생은 한창 거문고를 타면서 높게 읆조리고 있었다. 아버님께서 저녁밥 짓기를 청하자, 선생은 “나도 먹지 않았으니 함께 짓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머슴이 부엌...

여성 혐오, 그 개념을 붙들어야 하는 이유 file [1]

  • 201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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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전문지 격월간 <민들레> 105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게 왜 이슈가 되는가 <인천 콘크리트 바닥 속 백골 시신, '20대 여성 알몸' 추정>, 얼마 전 이 기사를 읽으며 그동안 수없이 죽어간 익명의 여성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라고 생각했다. 26년 전에 지어진 건물, 옷도 소지품도 없이 백골로 나타난 20대 여성의 시신(기사는 ‘알몸’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이 시신에 대해 밝혀진 정보가 없다. 이름도 모르는 한 여성이 건물 바닥에 백골로 묻혀있는 사건은 하나의 상징처럼 다가왔다. 여성의 죽음은 인간이 쌓...

마지막 상영 file

  • 2016-03-24
  • 조회 수 193

사진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83045 그 이름이라도 한 번 불러줘야 도리일 것 같다. ‘신영극장’. 2007년 폐관 후 2012년 다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으로 문을 열였지만 나에게는 그냥 ‘신영극장’이다. 강릉에 있는 신영극장이 지난 2월 말에 ‘마지막 상영’을 하고 휴관을 했다고 한다. 너무 안타까운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이렇게 안타까움을 표현이라도 해야겠다. 나의 청소년기 극장 중 하나다. 극장은 신영극장, 서점은 단골서점, 강릉의 상징적인 장소였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

대통령 마음대로 file

  • 201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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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 한 학생에게서 인상적인 메일을 받은 적 있다. 그는 “고통을 상상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할 윤리적 의무”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졸업논문과 관련한 문의였으나 내가 그렇게 거대한 주제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깜냥은 못 되기에 그냥 그의 생각을 듣고 공감하는 차원으로 마무리했다. 나는 그저 그의 고민 자체가 굉장히 반가웠다. 내 고통에 대한 생각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생각은 내게 (아직) 오지 않은 고통에 대한 치열한 상상이다. 타인과 세계에 대한 상상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나와 무관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