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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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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9일 0시 29분께 인천공항철도 계양역에서 검암역 쪽으로 1.2㎞ 떨어진 철길. 백인기(당시 54살) 씨 등 6명의 노동자가 선로 보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자정, 서울역에서 출발해 검암역으로 향한 공항철도 마지막 열차가 시속 80㎞로 달리다 이들의 등 뒤를 덮쳤다.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1명은 다리가 부러졌다.

이들은 사고 전날까지 인천공항 쪽 운서역부터 검암역 사이 구간에서 선로 보수작업을 해왔다. 공항철도 인천공항행 막차는 0시 20분 이전에 이 구간을 통과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계양역과 검암역 사이 구간에서도 평소와 같이 0시 20분이 지난 뒤 선로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들이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계양역과 검암역 사이 구간에는, 서울역을 출발해 검암역까지만 운행하는 막차가 한 대 더 남아 있었다.

사고를 낳은 핵심 문제점은 세 가지였다. 첫째, 누구도 이들에게 0시 20분 이후에 남은 열차가 한 대 더 있다는, 간단하지만 무거운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둘째, 이들은 형광 작업복이나 야광 반사판 같은 보호 장구를 하나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열차 기관사는 이들을 발견하지 못했고, 경적조차 울리지 못한 채 이들을 덮쳐야 했다.

셋째, 선로 보수작업에는 안전 책임자인 관리 감독원이 동행해야 하지만, 이날 현장에는 관리 감독원이 없었다. 관리 감독원은 하청에 맡긴 한 달이라는 작업 기간 동안 겨우 사흘 나타났을 뿐이다.

사고를 당한 6명의 노동자는 원청인 코레일공항철도㈜로부터 공항철도의 선로작업을 하청받은 코레일테크㈜ 소속 비정규직이었다. 코레일테크는 2003년 코레일이 시설운영 부분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설립한 사실상 코레일의 자회사다. 직원 1200여명 가운데 정규직은 40여명에 불과하고, 96%가 비정규직이었다.

사고를 당한 6명의 노동자는 철도 설비만 10~20년씩 해온 베테랑 기술자들이었지만, 누구도 자신의 안전 보장에 대해 회사에 요구할 수 없었다. 회사에 안전 문제를 거론했다가 언제 계약이 해지될지 모르는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청이든 하청이든 ‘열차 진입 정보’라는 단순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신경 쓰지 않았고, 안전 장구를 갖출 비용을 마련해주지 않았으며, 열차가 다가오고 있다는 현장에서 확인해줄 관리 감독원조차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어이없이 죽임을 당했다.

7년 전 발생한 이 죽음은 한국 사회에 ‘위험의 외주화’라는 개념을 처음 공론화하게 만들었다. 이 공론화 이후 위험 노동 현장에서 다수의 죽음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한국 사회는 대체로 그들이 하청 노동자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3년 3월 여수국가산업단지 폭발사고 때 목숨을 잃은 6명의 노동자는 모두 한달짜리 초단기 계약직 노동자였고, 2013년 5월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에서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진 5명의 노동자들도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2014년 3월과 4월에는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5명의 하청 노동자가 추락이나 폭발사고 등으로 사망했다. 2015년 7월에는 한화케미칼 울산공장 폐수처리 저장조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로 현장에서 작업하던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졌다.

이런 죽음들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로 사망한 하청 노동자는 1426명에 이른다. 하루에 0.85명의 하청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주요 업종별 30개 기업에서 발생한 209건의 중대재해에서 사망자가 245명에 달했는데, 이들 가운데 하청 노동자가 무려 86.5%(212명)를 차지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죽음들을 낳은 이유도 공항철도 선로 보수작업 노동자들의 참변 이후 7년째 반복되고 있다. 첫째, 원청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위험 업무를 맡기면서도 안전 교육을 하지 않고,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 않는다.

둘째, 원청은 하청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업무 일정을 강요한다. 하청 업체는 재계약을 따내기 위해 원청의 무리한 요구에 복종하고, 하청 노동자들을 압박한다. 하청 노동자들도 하나의 작업으로 받을 수 있는 임금이 적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일정으로 업무를 끝내고 다른 업무로 모자란 임금을 충당하기 위해 무리한 일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셋째, 하청은 역시 최소한의 비용으로 원청의 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건비를 최소화한다. 이에 ‘2인 1조’와 같은 업무 매뉴얼을 무시한 채 최소한의 인력을 투입하고, 위험 업무 현장에 훈련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유연하게’ 교체해가면서 투입한다. 넷째, 수많은 업무가 외주화한 상태에서 안전을 감시해야 할 업무마저 외주화해서 누가 어디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관리되지 않는다. 다섯째, 노동자가 이렇게 죽어 나가도, 원청이나 하청업체 사업주는 약간의 벌금만 내면 될 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 이유들을 풀 해결책은 두 가지 정도다. 하나는 정부와 의회가 ‘죽음을 부른 이유’들을 방지하는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2016년 6월 서울메트로의 외주로 스크린도어 관리를 맡은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던 19살 김아무개군이 홀로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을 수리하다 참변을 당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2년 정도의 논의 끝에 올해 초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내놨다. 전면 개정안은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대폭 늘리고, 안전보건조처 위반으로 노동자가 숨졌을 때 사업주가 받는 징역형에 ‘1년 이상’의 하한형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형사처벌을 강화했으며, 유해작업의 하도급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입법 예고가 시작되면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총공세에 나섰고,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이 이들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면서 전면 개정안은 누더기가 됐다. 일각에서 얘기가 나왔던 ‘기업 살인법’ 제정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은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그렇게 아무런 진전 없이 정기 국회가 마무리된 직후인 지난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4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한국 사회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 참변이 발생하는 이유는 언제나 자명하다. 문제는 그 이유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회 정치는 몫 없는 자들의 목소리보다는 자본과 정보력을 갖춘 이들의 목소리에 휘둘리고, 기업은 위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외주를 선택한 뒤 간편하게 책임을 외면한다.

사법기관은 의회 정치가 만들어놓은 법을 핑계 삼고, 기업 자본이 유려하게 해석해놓은 변론을 발판 삼아 역시 몫 없는 자들을 외면한다. 이렇게 이 명징한 죽음의 이유들을 두고도 한국 사회는 7년 동안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고, 그러는 동안 구의역 김군도, 태안 서부발전 김용균 씨도, ‘꽃다운 청춘’이 아니어서 죽임당했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도, 기업에 의해, 나아가서는 한국 사회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런 상황이니, 남은 해결책 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 해결책은 위험 업무에 투입되는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사회와 기업에 위험 업무에 대한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감시하면서 동시에 싸우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요구를 하려면, 최소한 노동자들이 그런 요구와 감시와 싸움을 했다는 걸 빌미로, 요구와 감시와 싸움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나 각종 노동 조건에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 발전과 원전, 철도와 지하철, 항공과 병원, 각종 주요 산업 시설 등에서 위험 업무와 안전 업무를 맡는 이들이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건 그런 까닭에서다. 이런데도 과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위험의 외주화’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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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과 영웅, 물신과 광신 사이-국가, 관료주의 그리고 세월호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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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180석 민주 여당의 탄생과 세월호 6주기를 동시에 맞은 지난 16일,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지금은 사라진 월간 <나·들>에 연재한 글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이때의 무력감 중에 일부가 2016년 촛불 때 나온 '정상국가의 복원'이라는 문제 의식과 연결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문제 의식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정부가 안긴 정치적 효능감과 맞물리면서 180석 거대 여당의 탄생이라는 결과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일까. 그 정치적 효능감이 '예외 상태'에서 더 치열하게 동원된 공공보건 종사자...

코로나 집단감염, 지금 여기의 책임윤리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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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확산하는 동안 크게 세차례 집단감염 사례가 있었다. 첫번째는 지난달 22일 사상 최초로 코호트 격리가 집행된 경북 청도대남병원이다. 이 병원 정신병동에서 100명 넘는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7명이 숨졌다. 두번째는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마음아파트다. 이 아파트 입주자 142명 가운데 4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거주시설 중에서 첫 코호트 격리 사례가 됐다. 세번째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코리아빌딩 콜센터다. 보험사 하청업체 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8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직원의 가족과 지인까지...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합격생이 남긴 질문 file

  • 20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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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성애자 남성이다. 43년 동안 살면서 나의 성 정체성이 무시나 배제의 동인이 된 적은 없다. 나의 성 정체성을 두고 누군가 특이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본 적도 없고, 특정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네가 그걸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도 없으며, “왜 우리가 쟤네를 특별대우 해야 하느냐”는 말에서 ‘쟤네’의 자리에 서본 적도 없다. 그런 무경험은 그 자체로 특권이다. 특권의 존재는 내게 최소한 사회적 다수자임을 인지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을 부여한다. 나는 말기신부전 투석환자다. 5년3개월째, 일주일에 세번 혈액...

‘84%’ 청년들과 양당 정치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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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한겨레>가 연재한 기획 시리즈 ‘한국 청년이 만약 100명이라면’은 청년 기획이지만 청년 기획이 아니다. 이 기획은 평소 언론을 통해 서울 4년제 대학생, 특히 ‘스카이’(SKY) 대학생의 목소리가 과잉대표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국의 청년이 100명뿐이라고 가정하고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과 성비, 학력과 학벌 등을 고려해 분류해봤더니, 서울 4년제 대학생은 16명, 스카이 대학생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이에 평소 과소대표됐던 84명의 비서울 대학생과 전문대생, 고졸자 등을 전국에서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두 ...

‘20 대 80’ 담론과 결과의 평등 file

  • 20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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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겨레>가 연재한 기획 시리즈 ‘조국, 그 이후’의 두 번째 기사 ‘다시 문제는 불평등이다’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불평등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최상위 1%를 대상으로 나머지 99%가 연대해 분노를 표출해온 ‘1% 대 99%’ 담론이 ‘20% 대 80%’ 담론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와 정치철학자 매슈 스튜어트의 <부당세습>에 담긴 생각을 빌린 ‘20 대 80’ 담론은 정의와 공정을 거론하며 하위 80%와 함께 최상위 1%를 비판하던 상위 20%가 ...

2014년 참사와 두 갈래의 촛불 file

  • 2020-02-11
  • 조회 수 28

한국 사회의 2010년대는 두 가지 사건으로 설명된다. 하나는 2014년 세월호 참사이고, 다른 하나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그때까지 한국 사회를 지탱해왔던 최소한의 시스템마저 붕괴했다는 걸 보여줬다.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선택이나 작동하지 않은 수난 구조 체계 문제는 오로지 시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위 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청해진해운은 회사 과실로 사고가 난 사실이 드러나면 선체 보상금이 감액되기 때문에 퇴선 명령을 주저했다. 참사 2년 전 국회는 예산을 절감한다며 수난 ...

‘조국 사태’라는 거대한 변곡점 file

  • 201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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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동안의 ‘조국 사태’는 2019년의 한국 사회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정확히 조명했다. 수많은 이들이 사태의 의미에 말을 보탰다. 어떤 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응원하는 이유’를 열변했고, 다른 이는 ‘조국이 최순실이나 우병우와 다른 게 뭐냐’고 꼬집었다. 누군가는 ‘입시제도의 개선’을 요구했고, 또 다른 이는 ‘검찰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자 서 있는 자리를 이렇게나 선명하게 드러낸 쟁점이 또 있었을까. 한국 사회는 이제까지 어떤 현안을 두고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뉘어 싸워왔다. 1970~80년대에는 한쪽이 ...

조국 후보자가 폭로한 두 가지 쟁점 file

  • 2019-09-07
  • 조회 수 334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의 차원을 넘어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현행 대입제도가)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는 말도 했다. (▶️관련 기사: 조국 후보자 논란에...문대통령 "대입 제도 전반 재검토") 문 대통령의 말에서 두 가지를 짚을 수 있다. 우선 발언의 취지다. 기본적으로 문 대통령은 이번 논란이 젊은 세대에게 상처가 된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문제는 조국 후보자가 아니라 입시 제도...

“조국이 아니라 입시제도에 분노해야 한다”는 말에 관하여 file

  • 2019-08-26
  • 조회 수 731

“고등학생이 논문의 제1 저자가 되는 게 말이 안 된다, 특혜다, 좌파들도 결국 하는 짓은 똑같다는 비난보다 저런 일까지 해 가며 대학을 가야 하는 ‘입시제도’에 분노해야 한다”는 글이 공유되면서 호응을 얻는 것을 보고 세 가지 짧은 생각이 들었다. 1. ‘입시제도’에 대해 분노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교육 공약 가운데 핵심은 “대학입시를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세 가지로 단순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교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교육 공약 발표 때 “학교 공부...

‘강한 일본’과 공화국의 책무 file

  • 2019-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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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패전 직후인 1947년 교육기본법을 제정했다. 그 전까지 일본은 메이지 일왕의 '교육칙어'에 기반한 국가였다. '신민의 충효'를 국체의 정신으로 규정했다. 이 정신을 받든 군국주의는 무수한 일본인을 전쟁으로 몰아넣었다. 교육기본법은 이 '교육칙어'를 부정하고 개인의 존엄을 위한 교육을 강조했다. 평화헌법과 함께 '국가를 위해 개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위해 국가가 있다'는, 일본의 전후 체제를 만드는 핵심 뼈대가 됐다. 그러던 교육기본법이 2006년 12월15일, 59년 만에 개정됐다. 아베 신조가 처음 총리가 된 지...

한개의 상산고와 신분 사회 file

  • 2019-07-09
  • 조회 수 156

2010년 9월 서울시교육청의 한 회의실. 초중고 각급 학교 교사, 빈곤 아동을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대학생 비영리 교육봉사단체 간부 10명이 모였다. 경쟁에서 낙오한, 이른바 ‘학습 부진아’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첫 회의여서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하고 각자 처한 상황을 공유했다. 그런데, 서울 강북에 있는 한 공립 특성화고 교사가 말을 떼자 회의실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우리 학교는 성적 하위 98~99% 학생들이 모인 곳입니다. 시험 문제를 내도 아무도 풀지 않습니다. 전교생이 320명인데 272명...

59살 순옥씨의 삶 file

  •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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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옥(가명)씨는 59살이다. 24살 때 결혼했다. 아이를 낳아 어느 정도 키운 뒤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사업하는 남편은 벌이가 고정적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후 30여년 동안, 순옥씨는 한 번도 일을 쉬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고 식당에서 일하고 공장에 다녔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홀로 키우고, 시부모도 모셨다. 여느 베이비붐 세대처럼, 순옥씨도 자신을 ‘낀 세대’라고 불렀다. 부모 부양 의무를 지는 마지막 세대이자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첫 세대다. 순옥씨 세대는 하루 8시간 노동 개념이 없었다. 식당에서 일할 ...

가난은 정신장애를 범죄로 이끈다 file

  •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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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2살 남성 안아무개씨가 방화·살인 사건을 일으켰다. 숨진 5명은 여성이거나 10대 혹은 노인이거나 장애인이었다. 많은 살인범들처럼 안씨도 약자만 골라 살해했다. 덩치 큰 남성들은 마주쳐도 공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은 상대를 잔혹하게 해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다치기 싫었기 때문이거나 혹은 약자를 공격해 피해 규모를 키워야 더 큰 이슈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범행이 더 큰 이슈가 되어야 자신의 ‘억울함’과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려는 의도가 성공할 수 있다. 경찰과 언론은 ‘억울함’...

버닝썬과 인공혈관, 주체 없는 권력의 도구들 file [1]

  • 20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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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시작된 폭행 사건이 연예인과 경찰의 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연예인들의 카톡방 친구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엘리트 경찰 간부와의 친분을 앞세워 불법촬영 피해 여성들의 고소와 클럽 불법운영 등을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그렇게 10명에 이르는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가 법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사회는 그 사실에 분노하고 있는데, 정작 수사기관의 반응은 달랐다. 경찰은 이번 일 때문에 숙원 사업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물거품이 될까 애태운다. 검찰은 경찰의 곤란한 처지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

20대 남성과 문재인, '젠더 갈등'이라는 맥거핀

  • 2019-02-02
  • 조회 수 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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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정규직이 되면 김용균 같은 죽음이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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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원폭 티셔츠’가 문제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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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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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김상봉 전남대 교수는 “그가 마을 뒷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한 시대가 끝났음을 알았다. 그는 바로 우리 시대였다”라고 썼다. “오월 광주의 죽음에서 시작”된 시대를 가장 폭넓게 대변한 노무현이 실패한 저항의 책임을 지고 “파멸을 선택함으로써, 적어도 비겁한 시대가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기 위해 “자기를 던졌”다고, 김상봉은 썼다. 노회찬 의원이 서울 남산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했다는 속보를 들었을 때, 나는 멍한 상태로 김상봉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