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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TV를 켜면 10개 채널 가운데 최소한 서너개는 먹방이다. 요리의 맛을 경쟁하는 방송, 외국 여행을 하면서 먹는 방송,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먹는 방송, 쉽게 맛을 내는 비결을 알려주는 방송, 숨겨진 맛집을 알려주는 방송, 그냥 맛있게 먹는 모습 그 자체로 충분한 방송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요즘에는 먹는 장사를 컨설팅하는 방송, 무턱대고 포장마차를 차리고 먹는 장사를 하는 방송도 인기다. TV만이 아니다.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는 먹방의 주요 무대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의하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유튜브 크리에이터 가운데 구독자 수 상위 10위권에 먹방 크리에이터가 2명 포함되어 있다. 먹방을 하는 벤쯔(5위)의 구독자 수는 287만 명이고, 떵개떵(7위)의 구독자 수는 260만 명이다.

먹방을 통한 ‘푸드 포르노’가 6~7년 가까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작동한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사회비평가 박권일의 분석을 경청해볼 필요가 있다.

“‘불황기의 상실감과 공허감, 불안이 가장 본능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테다. 또 ‘복잡하고 논쟁적인 주제를 회피하다 보니 결국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욕구로만 쏠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둘 다 일리가 없지 않으나 딱 하나의 정답은 없다. 해석이 있을 뿐이다. 나는 영상기술의 발전도 음식 콘텐츠의 인기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HD, UHD, 초고화질 디지털 픽셀로 구현되는 음식의 이미지는 실물보다 더 실물 같은, 과잉의 핍진성을 선사한다. 우리는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지만, 그릴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튀어 오르는 최고급 안심의 육즙과 아산화질소 거품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스푸마의 ‘분자요리적 순간’을 레스토랑의 좌석에서 TV보다 생생하게 감상하기란 불가능하다.” (박권일 ‘후각사회, 그리고 후각사회적 현상으로서 ‘푸드 포르노”)

그는 이어 ‘푸드 포르노’가 범람하는 사회를 두고 “실제로 발현되지 않는 감각을 상상적으로 재현하면서 대리만족한다는 점에서, 설득이나 논쟁 따위가 일절 필요 없는, 오직 매혹과 열광만이 존재하는 세계”라고 지적했다.

‘불황기의 상실감과 공허감, 불안이 가장 본능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라는 박권일의 설명대로, 빅카인즈 검색에서 한국 사회에 ‘먹방’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건 2012년 6월 즈음이다. 아프리카TV 등을 통한 1인 미디어가 조금씩 확산하고 있던 시점이기도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한국에도 불황의 여파가 남아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대기업 취업이나 전문직 종사보다 정기적으로 한 달에 200만 원만 벌 수 있다면 어떻게 든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그 때 즈음이다.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가 더 이상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이고, 그 헤게모니가 좌가 됐든 우가 됐든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특정 엘리트 집단에만 이익을 안겨줬다는 진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거대 담론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알기 때문에 냉소한다. 그 냉소의 자리에 삶의 의미를 던져주는 요소가 바로 취향에 부합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소소한 행복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다. 맛을 느끼는 행위는 직접적이면서도 즉자적이다.

게다가 2010년대 초반의 한국 정치는 그야말로 단순 명확한 시대였다. 이명박처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버는 일에 올인하거나 혹은 반이명박 시대 정신에 따라 다가온 박근혜 시대를 거부하거나. 이어서 박근혜처럼 노골적으로 우직하게 욕망하거나 혹은 반박근혜로 위선 없는 정의감을 앞세우거나. 여기에 ‘복잡하고 논쟁적인 주제’, ‘설득이나 논쟁’ 따위는 끼어들 틈이 없다. 그것은 보수 정권의 허구성이 만천하에 드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먹방과 푸드 포르노라는 1차원적인 미각의 세계는 복잡한 담론을 거부한 채 모두가 ‘매혹과 열광’에 쉽게 동의할 수 있게 만드는, 보편성이 지배하는 세상을 상징한다.

보편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단 한 명의 인간으로 체화할 수 있다면, 그는 바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일 것이다. 백종원은 특별한 전문성을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대중에게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음식점에서 먹을법한 요리를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음식과 요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언어로 쉽게 설명해주며, 한국 사회에 가장 보편적으로 통할 것 같은 프랜차이즈 음식점 요리 비법을 식당 점주들에게 컨설팅하는 역할도 한다.

수돗물과 누룩으로 막걸리를 만든다는 한 청년 사장에게 대중적인 일본식 입국과 아스파탐, 감미료를 넣은 막걸리를 컨설팅한 <골목식당> 막걸리 편은 백종원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보편성이 지배하는 세상’을 상징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소비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편적인 대중의 취향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 보편적 취향을 자신만 특수하게 생산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일이다. 백종원은 거기에 더해 보편적인 대중의 취향을 창조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왼쪽),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오른쪽)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백종원 비판은 그런 점에서 ‘보편성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의문 제기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황교익은 왜 대중에 의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걸까. 물론 황교익이 비판받는 이유에는 음식에 대해선 자신의 논리가 절대적이고, 이 절대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은 무지하고 미개한 이들인 것처럼 발언한 문제도 있고, 떡볶이나 만능 간장, 프랜차이즈를 비판해놓고 정작 떡볶이와 만능 간장, 프랜차이즈 커피 광고에 출연해 이 음식들을 좋게 평가한 이중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그런 비판은 충분히 타당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황교익이 정말 하고자 한 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황교익의 말을 살펴보면, 대체로 단맛이나 매운맛 등 자극적인 양념이나 조미료로 낸 맛이 아니라 좋은 원재료를 정직하게 사용해 원재료 본연의 맛을 담백하게 살려낸 맛을 이상향으로 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가 달고 매운 양념이 들어간 떡볶이나 걸쭉하고 진한 양념을 쓰는 전라도 음식에 대해 비판적인 이유도 자신이 삼고 있는 이상향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고, 백종원이 쓴 설탕에 대해 거세게 비판한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나름의 일관성은 있다고 할 수 있다. 떡볶이나 전라도 음식을 비판하면서 내민 근거나 한국인들의 설탕 소비에 대해 발언한 내용 가운데 오류가 있음을 고려하고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정작 황교익의 문제는 따로 있다. 황교익이 바라는 맛의 이상향을 추구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그 이상향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가 말하는 맛의 이상향은 특정한 소수를 위한 이상향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대로 좋은 원재료를 정직하게 사용해 원재료 본연의 맛을 담백하게 살려낸 맛을 즐길 수 있을 만한 경제적 혹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소수다. 좋은 원재료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건 원재료 생산지에 쉽게 갈 수 있거나 혹은 굳이 가지 않고도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좋은 원재료가 있다고 해도 본연의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그것은 결코 보편적이 될 수 없는, 애초부터 특별한 어떤 이들을 위한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황교익이 ‘보편적 대중’과 논쟁하고 다퉈서 대중을 계몽하기 위해 내세우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교익은 되레 복잡한 논쟁을 거부한 채 ‘자신만의 취향’의 절대성을 인정하길 강요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황교익과 대중의 논쟁을 보면서 황교익의 ‘지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중의 ‘반지성’을 염려하지만, 정작 이번 논쟁에서 ‘반지성주의’적 면모가 더 부각된 건 대중이 아니라 황교익이다. 거센 비아냥 속에서도, 몇몇 누리꾼들이 황교익의 주장에 대해 반박이 가능한 쟁점을 제시했지만, 황교익은 이들을 차단하고 비하하는 말을 썼다.

황교익이 말하는 한국 음식의 고유성을 지키자는 얘기에서도 별다른 가치를 찾을 수 없다. 음식 문화란 민족적 고유성보다 지리적으로 접해 있는 문화권 간에 서로 교류하면서, 보편적인 재료와 지역 특성을 가진 재료가 합쳐진, 그 지역만의 특별한 그 무엇이 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황교익이 비판적으로 말하는 ‘오염된 한국 음식’과 ‘진정한 한국 음식’을 구분해야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문화는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정작 문제는 문화적 취향을 통해 드러나는 특정한 사람들의 사회적 위치다. 문화적 이슈에 대한 논의의 관건은 어떤 이들의 취향이 은연중에 그들의 계급 위계를 강화하는 기제로 쓰이진 않는지, 그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그 무엇’이 어떤 이들을 소외시키고 있진 않은지 살피는 일이다. 그런데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는 백종원에 대한 황교익의 문제 제기, 그리고 황교익과 다수 대중의 논쟁에는 정작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없고, 서로 진정성의 주체임을 선점하려는 공허한 다툼만 난무하고 있다. 그런 다툼에 우리가 왜 소모되어야 하는가.

*<뉴스민>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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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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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구선수 ㄱ 씨가 사귀던 여자친구 ㄴ 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ㄱ 씨는 지난해 12월 31일 대구 동성로에서 ㄴ 씨를 발로 차고 목을 조르는 등의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ㄱ 씨의 집착과 욕설을 힘겨워한 ㄴ 씨가 친구에게 ‘사귀기 힘들다’고 호소한 메신저 내용을 ㄱ 씨가 엿보면서, 이날의 물리적 폭력이 시작됐다. 사건을 다룬 <중앙일보> 기사에서 피해자인 ㄴ 씨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당시 남자친구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사람들은 왜 김어준의 음모론에 호응하는가

  • 2018-04-18
  • 조회 수 174

#1.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지난달 22일 방송에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2011년 12월23일 정봉주 전 의원의 행적이 담긴 사진들을 공개했다. 당일 사진 780여장 가운데 일부였다. 방송은 이날 오후 1~2시쯤 사진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며 그 시간 정봉주 전 의원이 성추행 장소로 특정된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이 아니라 홍대 녹음실과 식당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성추행 사실을 부인한 정봉주 전 의원의 해명에 힘을 실어준 보도였다. 하지만 이후 성추행 피해자가 오후 5시 이후 렉싱턴호텔에 머물렀던 SNS 기록을 ...

팀추월 ‘피해자’ 노선영이 옳았다

  • 20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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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막 내린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컬링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경기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성 팀추월이었다. 동료 노선영 선수를 따돌린 듯한 모습을 보인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거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두 선수에 대한 국가대표 자격 박탈 요구에는 순식간에 61만여 명이 동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상 최다 추천을 받은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씨 출소 반대 청원에 버금가는 추천 수다. 김보름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용품을 후원해온 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몰리자 올림픽을 끝...

“아빠는 ‘옳은 일’ 했는데 왜 감옥에 갔을까요” file

  • 2017-09-25
  • 조회 수 8439

8년 싸운 해고자 아들의 눈으로 본 세상, 다큐 〈안녕 히어로〉 ‘산 자’이면서 ‘죽은 자’들의 구렁텅이에 함께 뛰어든 사람들이 있었다. 눈 한 번 질끈 감고 외면했다면 7년 동안 고통 없이 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그들에게 틈입되지 않는 이야기다. 2009년 쌍용자동차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2646명의 구조조정을 노동조합에 통보했을 때, 김정운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었다. ‘산 자’로 불렸다. 하지만 김정운은 ‘죽은 자’들과 함께 옥쇄파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해고 노동자가 되어 꼬박 7년 8개월 동안 거리에서 투쟁했다. 옥쇄...

탁현민, 언제까지 버틸건가 file

  • 2017-07-02
  • 조회 수 1836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3학년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밝히며 “얼굴이 좀 아니어도 신경 안 썼다. 그 애는 단지 섹스 대상”이라고 썼다. 이 여성을 “친구들과 공유했다”고도 했다. 이 여성에 대한 책임감을 묻는 말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 나 자신에 대한 걱정을 했다. 그녀를 걱정해서 피임에 신경 썼다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조심했다”고 답했다. 임신한 교사에게 성적 판타지를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내 연애에 대해서는 “닭장 안의 닭은 잡아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

사드 '보고 누락'이 아니라 '허위 보고'다 file

  • 2017-06-07
  • 조회 수 15309

국방부 장관 한민구에겐 네 번의 기회가 있었다. 5월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 참석했고, 17일엔 문 대통령의 국방부 초도순시에 배석했다. 26일엔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위원 점심 간담회가 있었고, 28일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한민구는 안보를 위해 자신들이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주장하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추가 반입 사실을 한 차례도 군 통수권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의용 안보실장이 “이미 사드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묻자 “그런 게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