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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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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결국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과 식대·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새로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찬성 160, 반대 24, 기권 14표로 가결했다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의 25%(올해 기준 월 393천원)를 초과하는 정기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월 11만원)를 넘는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이 비율은 매년 점차 줄어들어 2024년에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로 지급되는 전체 금액이 최저임금에 들어가게 된다.

이 글에선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과 관련해 두 가지 쟁점을 짚어보려 한다

  

1. 

첫 번째 쟁점은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양대 정당이 노동자들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이 두 정당 의원들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 과정에서 줄기차게 “연봉 2500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불이익이 없다”고 주장해왔다먼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최저임금 개정안을 의결해 본회의에 상정한 날인 지난 25일 자유한국당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연봉 2500만원 미만 근로자는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고그 이상의 고임금은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저임금 노동자내년 기대 월급보다 10만원 넘게 줄어들 수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한정애 의원도 마찬가지다한 의원은 지난 28일 트위터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관해 묻는 트위터 이용자에게 답하며 최저임금을 받는 분들은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고 있는 분들은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인상되기는 어려운 것이라며 최저임금 노동자와 최저임금 대비 130% 정도를 받고 있는 노동자까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밝혔다민주노총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선출되기 직전 환노위원장을 지내며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주도한 홍영표 의원 역시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대해 저로선 납득이 안 된다며 “(연봉) 2500만원 이하를 받는 사람들에게 영향이 없는 것임에도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홍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문제는 저임금 근로자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최저임금을 통과시킨 (범위에) 25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사람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고 난 뒤 양대 정당 노동 관련 핵심 의원들의 이런 말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고용노동부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다음 날인 29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수익이 줄어드는 연 소득 2500만원 이하 저소득 노동자가 최대 216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 관련 주요 내용’ 브리핑을 열고 연 소득 2500만원 이하 노동자 중 최저임금 인상 기대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노동자는 최대 216000명으로 추정된다소득별로는 1분위 47000, 2분위 84000, 3분위 85000이라며 “(216000명은) 2500만원 이하 노동자로서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324만명의 6.7% 정도다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산입범위 기준을 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연봉 2500만원이하 최저임금 불이익 없다”?…사실과 달랐다)

사실 이런 문제 제기는 노동계에서 진작에 제기된 적이 있다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지난 25일 펴낸 ‘개악 최저임금법연봉 2500만원 미만 저임금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이 문제가 제기되어 있다. 음식·숙박업청소·경비 등 저임금 업종에서 일하는 조합원 602명을 조사한 결과, 내년 최저임금이 15% 인상을 가정했을 때 최저임금의 1~1.2배 이하로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가운데 29%가 정기상여금(25%)과 복리후생비(7%)의 최저임금 산입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저임금의 1~1.2배로 이하로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가운데 10%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15% 오른다 해도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라 올해와 똑같이 동결된 임금을 받게 된다

교육공무직 노조(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도 전체 교육공무직 14만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 개정안으로 인한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법정 최저임금이 2019년 8700, 2020년 1만 원이 된다고 가정하더라도불이익 금액이 월 62719(연 752528), 월 85500(1026천원)으로 점차 늘어 2024년엔 월 36833(연 433만 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특히 노조는 연봉 2359만원인 학교 비정규직 1년 차도 2019년 75만원 수준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연 소득 2500만원 미만 노동자에겐 영향 없다는 환노위 주장은 허위라고 밝혔다(“최저임금 개악” 민주노총 총파업… 학교 비정규직 절반 이상 피해)

민주노총 정책연구원과 교육공무직 노조가 최저임금법 개정 전에 제기했던 이런 우려는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사실과 다르다며 거세게 비판을 받았지만고용노동부의 29일 발표로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게다가 더 큰 문제는 내년에 최대 216000명으로 추정된최저임금법 개정안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된 저임금 노동자들 규모가 앞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이번 개정안은 해가 갈수록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산입 비율이 점점 낮아져 2024년에는 모든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된다그러므로 불이익이 생기는 저임금 노동자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되는 구조다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최소 216000명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투명 인간에 불과한가.

  

2.

다음 쟁점은 약한 고리부터 쳐낸 정부와 국회의 임금체계 ‘합리화’ 방식이다최저임금법 개정안 과정에서 진보 일각에서도 기본급에 더해 정기 상여금을 임금으로 본 통상임금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에도 정기 상여금을 산입하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나왔다이러면서 각종 수당까지 임금을 일원화해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이런 와중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한 말도 눈길을 끌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기본급 등 일부 임금만으로 산입범위가 제한돼 발생한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바로잡은 것”이라면서 “그동안 높은 상여금과 후생복리 등 실제로는 고임금을 받으면서도 기본급이 낮아 연 소득 3000~4000만원이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됐다이에 사업주는 법 위반을 우려하고, (최저임금의 보호가꼭 필요한 보호계층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현실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김 장관의 이 말은 마치 기본급은 최저임금으로 받지만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각종 수당 등을 더해 연 소득 3000~4000만원을 받는 노동자들이 이런 복잡한 임금체계를 만든 주범인 것처럼 해석된다과연 그럴까.

첫째기본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받고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각종 수당 등을 더해 연 소득 3000~4000(연 소득 3000만원이라고 해도 월 250만원, 4000만원이라고 하면 월 333만원 정도에 불과하다)을 버는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대기업 정규직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약하거나 아예 없는, 중소기업 노동자이거나 혹은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들일 가능성이 크다특히 생산 현장 노동자들의 경우 “한 달이 30일이면 14일 야간 조 근무를 하고 14일은 주간 조로 2교대 근무를 하면서 주말도 없이 28일씩 근무를 하기 때문에 야근과 특근만근 수당 등을 더해 월 300만원 400만원 받는 것”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실제 <한겨레고한솔 기자가 지난 227일부터 318일까지 “1분마다 70여개의 마스크팩이 시차를 두고 작업대 위로 쏟아지는” 제조 공장에서 주야 맞교대 노동자로 생활하고 이 생활기를 ‘노동orz’ 기획 시리즈로 썼다. 이 기사를 보면, 파견업체는 상여 100%, 주야 2교대마스크팩 포장 사원 모집이라는 공고를 냈고, 2018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7530원을 준다고 했다하루 8시간 기본근무를 하면 한달 209시간 노동에 1573770원을 손에 쥔다만약 파견업체가 추가로 설명한 대로 ‘(기본급 1573770+상여100%+만근 수당+연차수당+잔업(150%)+특근(150%)+심야(50%)’라는 공고에 맞게 일하게 될 경우, 3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아갈 수 있다잔업 포함해 하루 10.5시간씩 일하고 토요일일요일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주말 특근을 로 뛰어 한 달 303시간(3월 기준)을 일해야 도달할 수 있는 액수라고 한다. (▶고한솔 기자의 노동orz 기사) 

이런 왜곡된 임금체계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대기업 정규직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약하거나 아예 없는. 중소기업 노동자이거나 혹은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들일 가능성이 큰 까닭은 이들이 대기업 정규직이라면 2013년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기본급에 더해 정기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산입하는 후속 조처를 이행하기 위해 어떤 단계를 거쳤을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에 더해 상여금과 각종 수당그리고 복리후생비로 합쳐진 복잡한 임금체계를 가지게 된 건 기본급 기준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을 줄여보려는 기업의 꼼수 때문이다. 또 이 꼼수를 없애라고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했음에도 노동조합이 없거나 노동조합의 힘이 약해 이 판결 후속 조처를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둘째임금체계의 ‘합리화’와 관련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음에도 왜 통상임금을 둘러싼 법적 쟁점부터 정리하고 최저임금 개정안으로 넘어오지 못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2013년 12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확정판결했다자동차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의 노동자와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및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며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합의는 무효’라고 판시했다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 “임금이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의 대가로서 일정 조건이나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며(일률성지급 여부가 업적·성과 등 추가조건에 관계없이 사전에 미리 확정돼 있으면(고정성그 명칭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돼도 정기적(정기성)이면 통상임금이므로 일반적인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모든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임금이어야 하고(일률성), 성과나 업적 차이에 상관없이 노동자라면 일하는 대가로 받을 수 있는 임금이기 때문에 오늘 하루 일하고 내일 퇴직한 노동자도 그 하루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게 지급받을 수 있어야 하며(고정성), 매달 지급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면(정기성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개념을 설정한 것이다이렇게 풀어서 설명해도어떤 임금이 일률성과 고정성정기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심지어 법관들도 개념 적용을 두고 엇갈리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하급심에서 대법원 판결과 엇갈리는 판결도 나왔다.

게다가 대법원은 여름 휴가비와 명절상여금김장보너스와 선물비 등 각종 복리후생비에 대해서는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오늘 하루 일하고 내일 퇴직한 노동자에게는 여름 휴가비와 명절상여금 등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앞서 얘기한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 판결이 나오고 노동자들의 왜곡된 임금체계가 합리화됐을까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다 해도통상임금의 범위와 적용 시점 등은 노사의 개별 교섭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이 때문에 노동조합이 없거나 노동조합의 힘이 약한 곳은 통상임금 적용에서 방치된다노동조합이 있는 일부 대기업 노동자들 가운데 교섭에 성공하거나 노동조합이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이긴 일부만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의 ‘혜택’을 받고 있다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이 난 지 4년 6개월이 되어가는데 관련 소송을 진행했거나 하고 있는 115개 기업 가운데 노동조합이 승소한 기업은 기아차 등 일부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 발표를 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대상 노동자는 19172000명이다그런데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이는 1966000명에 불과하다노조 조직률은 10.3%.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보면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은 훨씬 더 심각해서 1.9%에 그치고 있다결국 노동조합 조직대상 노동자 전체 가운데 10.3% 정도가 통상임금과 관련해 사 쪽과 개별 교섭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고그마저 힘 있는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만이 통상임금 적용을 위한 소송을 제기할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특히 비정규직 가운데 하청업체와 실질적인 노동 여건을 결정하는 원청업체 모두를 상대해야 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통상임금 적용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이후 5년 동안 기본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각종 수당으로 나머지 임금을 채워온 한국 기업들의 기형적인 임금체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진작부터 노동계와 법학자들 사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통상임금의 정의와 범위를 법률로 명문화하고전체 노동자들의 기본급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는 이 판결의 의미를 퇴색시키면서 되레 대법원 판결을 한층 더 기업 쪽에 유리하게 해석한 ‘통상임금 지침’을 내놨다.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임금 체계에 통상임금 적용을 꺼리면서 각종 소송으로 노동조합과 대립각을 세웠고노동조합이 약하거나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은 이 문제에 개입할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최저임금 개정안은 정작 대법원 확정판결로도 건드리지 못한 임금체계 ‘합리화’를 명분으로 ‘만만한’ 저임금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 심지어 대법원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한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말이다. 


이 두 가지 쟁점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역시 두 가지다.

하나, 최저임금법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인데 한국 사회에선 최저임금만큼만 주면 사람을 아무렇게나 부릴 수 있는 최저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 아울러 이제는 아예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임금체계 왜곡의 책임을 묻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거대 양당에 노동자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은 그들 눈에 보이는 어떤 ‘모순’의 책임을 전가할 대상일 뿐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몫 있는 자’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심지어 그 모순을 해결할 의지조차 저 거대 양당들엔 없다. 

이래도 최저임금 개정안을 계속 ‘개정안’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진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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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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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막 내린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컬링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경기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성 팀추월이었다. 동료 노선영 선수를 따돌린 듯한 모습을 보인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거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두 선수에 대한 국가대표 자격 박탈 요구에는 순식간에 61만여 명이 동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상 최다 추천을 받은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씨 출소 반대 청원에 버금가는 추천 수다. 김보름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용품을 후원해온 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몰리자 올림픽을 끝...

“아빠는 ‘옳은 일’ 했는데 왜 감옥에 갔을까요” file

  • 2017-09-25
  • 조회 수 8423

8년 싸운 해고자 아들의 눈으로 본 세상, 다큐 〈안녕 히어로〉 ‘산 자’이면서 ‘죽은 자’들의 구렁텅이에 함께 뛰어든 사람들이 있었다. 눈 한 번 질끈 감고 외면했다면 7년 동안 고통 없이 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그들에게 틈입되지 않는 이야기다. 2009년 쌍용자동차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2646명의 구조조정을 노동조합에 통보했을 때, 김정운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었다. ‘산 자’로 불렸다. 하지만 김정운은 ‘죽은 자’들과 함께 옥쇄파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해고 노동자가 되어 꼬박 7년 8개월 동안 거리에서 투쟁했다. 옥쇄...

탁현민, 언제까지 버틸건가 file

  • 2017-07-02
  • 조회 수 1818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3학년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밝히며 “얼굴이 좀 아니어도 신경 안 썼다. 그 애는 단지 섹스 대상”이라고 썼다. 이 여성을 “친구들과 공유했다”고도 했다. 이 여성에 대한 책임감을 묻는 말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 나 자신에 대한 걱정을 했다. 그녀를 걱정해서 피임에 신경 썼다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조심했다”고 답했다. 임신한 교사에게 성적 판타지를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내 연애에 대해서는 “닭장 안의 닭은 잡아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

사드 '보고 누락'이 아니라 '허위 보고'다 file

  • 2017-06-07
  • 조회 수 15299

국방부 장관 한민구에겐 네 번의 기회가 있었다. 5월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 참석했고, 17일엔 문 대통령의 국방부 초도순시에 배석했다. 26일엔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위원 점심 간담회가 있었고, 28일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한민구는 안보를 위해 자신들이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주장하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추가 반입 사실을 한 차례도 군 통수권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의용 안보실장이 “이미 사드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묻자 “그런 게 있었...

정상 국가의 복원 #그런데 민주시민은? file

  • 2017-05-25
  • 조회 수 939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직접 발표하고,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임명했다. 왜 이 사람들이어야 하는지 설명했다. 앞으로도 자주 나와서 설명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든 수석비서관이든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다. 오히려 질문에 능숙하지 않은 기자들이 균형추를 무너뜨리는 느낌이다. 대통령이 와이셔츠만 입은 채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수석비서관들과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도 공개됐다. 청와대 직원이 대통령의 재킷을 받으려고 하자 대통령은 “제 옷은 제가 벗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당원들은 왜 심상정을 욕하나 file

  • 2017-04-27
  • 조회 수 20659

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다른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자 비판받은 후보의 지지자들이 욕설 섞인 항의전화를 걸어오고, 당 게시판에도 인신공격성 글이 폭주했다. 더 당혹스러운 일은 이 정당 내부에서 벌어졌다. 일부 당원들이 게시판에 탈당 선언을 했다. 정의당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에게 벌어진 일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정의당은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통합진보당은 2012년 4월 총선 과정의 경선 파동을 통해 이정희 등 민족해방(NL) 계열 일부가 떨어져나가면서 유시민과 천호선 등으로 대변되는 국민참여계, 일부 남은 NL...

'파산관재인' 문재인, 홍준표의 새빨간 폭로 file

  • 2017-04-05
  • 조회 수 27557

‘파산관재인’이라는 말이 있다. 파산한 기관이나 법인, 기업이나 개인의 채권을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역할을 주로 하는 사람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회사가 망했을 때 남은 돈을 찾아내서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법원이 지정하는데, 주로 변호사가 선임된다. 2017년 3월28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문재인 전 더불이민주당 대표가 변호사 시절 세월호 실소유주인 세모의 파산관재인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 공적 자금이 들어간 유병언의 업체에 1153억원 채무 탕감...

세월호 인양과 온전한 애도 file

  • 2017-03-28
  • 조회 수 41188

3월23일 새벽 3시45분. 전남 진도 맹골수도의 검은 물 위로 세월호 선체의 우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객실과 조타실이 있는 흰색 상부는 녹슬고 부식돼 검게 물들어 있었다. 화물칸이 있는 파란색 하부는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져 붉은 속내를 드러냈다. 배 이름은 지워지고 없었다. 선체의 형상이 점점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마음 한 켠에 묻어뒀던 기억도 또렷하게 소환됐다. 2014년 4월16일. 검은 바다 위에서 점점 기울어가던, 그렇게 304명의 비명을 집어삼키던, 저 배를 어찌 바로 세울 수 없나 절규하던, 그 세월호였다. 그 세월호였...

태극기에게 박근혜란 무엇인가 file

  • 2017-03-07
  • 조회 수 13785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는, 만만찮은 수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탄핵 각하”를 선언하고 “빨갱이를 죽이자”고 외친다. 진보 언론은 물론 보수 언론마저 국정 농단 파문에서 박근혜가 문제의 핵심임을 지적하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든 언론이 조작된 뉴스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광장은 종교적 맹신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지난 삼일절 집회에서 광장을 메운 태극기 물결은 대체로 50대 이상 장년층이었다. 40대가 5명 중 1명, ...

‘가짜뉴스’ 조작된 뉴스의 위협 file [1]

  • 2017-02-16
  • 조회 수 18942

‘가짜뉴스’는 거짓 정보나 유언비어가 담긴 조작된 뉴스를 말한다. 공신력 있는 언론사가 작성한 기사처럼 포장해 사실인 양 유통되기도 한다. 가짜뉴스가 주목받은 건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때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리하고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리한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발표했다’는 가짜뉴스는 페이스북에서 반응이 96만 건에 이르렀다. ‘클린턴 후보가 테러단체 ISIS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가짜뉴스는 79만 건의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반응 건수는 미국...

황교익 출연금지에 담긴 정치 혐오 file

  • 2017-01-24
  • 조회 수 17209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KBS 출연 금지를 당했다. 그는 최근 유력 대선 후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 출연이 예정됐던 프로그램은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이다. 주제는 ‘맛있는 식재료 고르는 요령’. <아침마당> 제작진은 ‘제작 가이드라인’을 언급했다. 여기에는 “선거기간 중 비정치 분야 취재를 하는 경우, 후보자 또는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거나 특정 정당·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적혀 있다. 가이드라인만 ...

JTBC 정유라 체포 보도 정말 문제였나 file [2]

  • 2017-01-04
  • 조회 수 68480

JTBC 기자가 덴마크에서 정유라를 추적하다 행적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취재해 보도한 사실을 두고 저널리즘 원칙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보도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저널리즘 고유의 원칙을 두고 JTBC가 경찰에 신고하든 보도를 하든 하나만 선택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건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가 쓴 '경찰에 정유라를 신고한 JTBC 기자,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은 박상현 이사의 글에 대한 반론이 아니다. 그 글을 계기 삼아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써...

그러니까 "우리가 남이가" file

  • 2016-12-27
  • 조회 수 38785

나에겐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큰아버지’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두 가족이 친척보다 가깝게 지내면서 자연스레 그렇게 부르게 됐다. 큰아버지는 내게 삶의 지혜를 알려주고, 성찰적 삶에 대해 조언해주는 분이었다. 그 자신이 성실한 삶으로 모범이 됐다. 큰아버지가 며칠 전 할 말이 있다며 전화했다. 서울에 있는 유명 여론조사 전문업체 대표의 이름을 대며 “들어본 적 있느냐”고 했다. 같은 고향에 고등학교 동문인데, 이 사람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서울이라는 큰물에서 크게 노는 사람인데 알아둬서 나쁠 것 없지 않겠냐...

2016년 촛불, 그 미완성의 승리 file

  • 2016-12-25
  • 조회 수 2618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최대 232만명이 모이고, 심지어 횃불로 타올랐던 촛불은 잠시 소강상태다.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주저하던 의회를 가결로 이끈 것은 오롯이 촛불과 촛불을 응원하는 시민의 힘이었다. 의회가 상황논리를 대며 망설일 때마다 시민들은 압도적 숫자로 의회를 압박했다. 촛불은 이제 헌법재판소에 맡겨둔 대통령에 대한 제도적 파면권이 어떻게 행사될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권한이 오용될 경우, 제도적 파면권은 대통령이 아니라 헌재를 향할지도 모른다. 소강상태인 촛불이 언제든 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file

  • 2016-12-09
  • 조회 수 8395

어찌 보면 익숙한 포즈다.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책임을 말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결정하지 않으면서 가장 먼저 그 자리에서 탈출하는 모습.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직후 재난구호의 최종 책임자임에도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을 해서 책임질 사람은 모두 엄벌토록 할 것”이라고 말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붕괴하는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다. 이번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의 주범으로 지탄받는 상황에서 “저의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홀가분한 표정으로 돌아서 결정을 회피했다. ...

후쿠오카와 한국의 '싱크홀' file [2]

  • 2016-11-28
  • 조회 수 3177

지난 8일 새벽 5시15분께.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역 앞 5차선 도로가 푹 꺼지듯 무너졌다. 폭 15m, 길이 20m, 깊이 15m에 달하는 거대한 싱크홀이었다. 새벽 시간이었지만 평일이었고, 이 일대가 후쿠오카에서 손꼽히는 번화가라는 점에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부상자는 단 한 명 발생했다. 그것도 싱크홀로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발생한 정전 때문에 어둠 속에서 계단을 헛디딘 이가 발목을 삐끗해서 생긴 경상이었다. 그런데 이 사고를 두고 가장 화제가 된 건 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 싱크홀을 완벽하게 복구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