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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낭설'은 특별한 카테고리의 주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현상,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한겨레 기자.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다. 빈민, 이주노동, 교육 문제 등을 취재했다. 공저서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논리>가 있다.

탁현민, 언제까지 버틸건가

조회 수 1818 추천 수 0 2017.07.02 00: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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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3학년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밝히며 “얼굴이 좀 아니어도 신경 안 썼다. 그 애는 단지 섹스 대상”이라고 썼다. 이 여성을 “친구들과 공유했다”고도 했다. 이 여성에 대한 책임감을 묻는 말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 나 자신에 대한 걱정을 했다. 그녀를 걱정해서 피임에 신경 썼다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조심했다”고 답했다. 임신한 교사에게 성적 판타지를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내 연애에 대해서는 “닭장 안의 닭은 잡아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이 표현들이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제는 하나다. 글을 쓴 사람에게 여성은 관계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저 말들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그와 함께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기분으로 바라봄의 대상이 되었는지, 그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기분은 차단한 채 자기 안의 욕망에만 충실했던 것이다.

물론 인간은 상대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없다. 상대보다 나를 우선 생각하려는 경향이 강하기도 하다. 그런 한계와 경향은 사회적 관계 없이 홀로 존재하거나, 관계에 권력이 개입되지 않을 때라야 존중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자체가 이미 사회적이다. 게다가 저 글에서 다룬 남녀 관계에는 권력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위에서 말한 한계와 경향은 존중받을 수 없다. 특히 저 글을 쓴 이는 누구보다 성적 판타지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관계에 대한 욕망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그것이 비록 성적 관계에 매몰된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그는 책 말미에 “성적인 것 혹은 남녀상열지사가 여전히 금기인 것은 OECD 국가로서 ‘조낸’ 쪽팔린 현실”이라고 썼지만, 한국에서 ‘성적인 것 혹은 남녀상열지사가 여전히 금기’인 이유는 관계의 상대를 그저 자신만의 욕망을 위해 소비하고 도구화하는 남성들 때문이다. 돼지발정제를 먹여 여성을 성폭행함으로써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인식을 가감 없이 책으로 남긴 사람도 역시 같은 범주에 속한다. 정말 쪽팔리는 건 이런 남성들이 청와대 2급 상당의 고위 공직자가 되고,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로 완주한 뒤 고스란히 제1야당 대표가 되는 현실이다.

심지어 위의 두 사람은 이런 생각을 책으로 남겼다. 혼자 저런 판타지에 젖어 있거나 친구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주고받은 말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책은 철저하게 자기 책임 아래 대중에게 공표되는 결과물이다. 책을 쓰고 출판하는 일이 자기 생각과 소신을 남과 공유하고 싶다는 의지 없이는 이뤄지기 어렵다. 그러니 말이 아니라 글에 대해서는 발화자의 책임이 더 무겁다. 책 쓴 사람이 자신의 이전 생각이 문제라고 뒤늦게 판단했다면, 최소한 그 책을 절판하는 성의는 보여야 한다.

그런데 ‘돼지발정제’ 사건 때와 달리 이번 사건에선 옹호하는 반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저작물인데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권력으로부터 약자인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지 약자- 여기선 여성- 를 배제하는 데는 쓰일 수 없다.

어떤 이는 청와대 비서관도 아니고 ‘일개’ 행정관인데 인사 검증 대상이 되느냐고 얘기한다. 그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공무원 직급상 2급 상당에 해당한다. “99% 민중은 개돼지처럼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발언을 했던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공무원 직급상 2급이었다. 

“저런 건 남자의 본능이자 본심인데 새삼 문제라고 말하는 건 위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위선은 되레 사회에서 마주하는 이들을 사람으로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공적 일을 맡겠다는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말 아닐까.

그러니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이제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을 보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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