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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알 자지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월간 <말>에서 기자로 일했고 여러 매체에 칼럼과 사회비평을 쓴다. 지은 책으로 <소수의견><우파의 불만><지금, 여기의 극우주의><88만원세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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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앞이 미켈 란다, 뒤에서 바닥 보는 선수가 크리스토퍼 프룸이다. 2017년 투르 드 프랑스의 경기 장면.)


'스케이트맘의 폭로…“우리 아들은 이승훈의 ‘탱크’였다”' 제하의 <서울신문> 기사 는 금메달을 위해 다른 선수가 희생하는 스케이트 국가대표팀의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의미가 없지 않지만,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은 기사인지는 의문이다. 기사에서 언급한 '탱크' 작전은 일등 한명을 위해 나머지 선수가 헌신하고 희생하는 방식을 가리키는데,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스포츠는 매스스타트만 있는 게 아니다. 

매스스타트는 사이클 레이스와 유사하다. 많은 로드바이크 동호인들이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건 투르드프랑스 같은 장거리 야외 경주를 가리킨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프로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월드투어 사이클 레이스에서, 선수들은 팀으로 참여해 같은 유니폼을 입고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게 된다.

팀들끼리 경쟁하지만 우승자는 개인 한명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머지 팀원들이 희생하는 구도가 연출된다. 팀의 한 사람이 결승선에 제일 먼저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사이클 팀의 목표다.

사이클 경기 특성상 바람, 즉 공기저항이 끼치는 영향은 ‘결정적’이다. 단적으로 말해 자전거 경주는 바람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의 선수들은 에이스 앞과 옆에 붙어 ‘바람막이’가 된다. 에이스가 사고나 낙차 등으로 선두그룹이나 펠로톤(대규모로 뭉쳐서 달리는 집단)에서 뒤쳐지는 경우, 도움선수가 에이스 앞에서 끌어주며 유리한 포지션까지 에이스를 ‘배달’한다. 만약 에이스의 자전거에 문제가 생기면, 도움선수들 중 가장 가까운 이가 지체없이 자신의 자전거나 휠을 내주고, 때에 따라 보급식량과 물까지 에이스에게 전부 넘겨준다. 사이클은 헌신과 희생과 고통의 스포츠다. 그래서 더 감동적인 것이고.

에이스의 기량이 아무리 출중해도 동료의 협력이 없으면 우승은 불가능하다. 에이스를 돕는 도움선수를 흔히 도메스티크 또는 리드아웃맨이라 부른다. 특히 리드아웃맨은 스프린트 경기에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를 악물고 에이스를 끌어주다가 결승선 바로 앞에서 연료를 소진하고 장렬히 산화한다. 힘을 아끼던 에이스는 그때부터 부스터를 점화하며 치고나가 다른 팀 에이스와 우승을 다투게 된다.

사이클 역사에서 위대한 챔피언에게는 늘 위대한 도움선수가 있었다. 그리고 도움선수였다가 위대한 챔피언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크리스토퍼 프룸은 당시 영국 사이클의 자존심이던 브래들리 위긴스가 투르드프랑스에서 염원하던 우승을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도메스티크였다. 기량이 완숙해지면서 프룸은 레이스 도중 야심을 드러내며 팀 지시를 어기는 일이 점점 잦아졌다. 에이스 위긴스와도 갈등이 생기고 팀 내부 긴장도 높아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룸은 남았지만 위긴스는 팀을 떠나야 했다. 에이스가 교체된 것이다. 이후 투르드프랑스 4회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등 프룸은 위긴스를 뛰어넘어 영국 역사상 최강의 선수로 성장했다. 한편 2010년대 본격화된 프룸의 전성기를 받쳐준 최대의 조력자는 미켈 란다라는 당대 최고의 도움선수였다. 란다는 최근 도메스티크가 아닌 챔피언이 되기 위해 프룸의 팀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도움선수로 만족하는 선수는 없다. 누구나 에이스, 챔피언이 되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조력자로 활동했지만 만약 에이스의 기량이 예전같지 않고 내 실력이 더 낫다고 느끼게 되면 자기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기 마련이다. 팀내에서 인정받아 에이스가 교체되는 ‘평화적 정권교체’도 없지는 않지만 역시 이미 자리잡은 돌은 빼내기 쉽지 않다. 다른 팀으로 가서 실력을 증명하고 명실상부한 챔피언이자 에이스로 거듭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도움선수로 일류였지만 에이스가 되어서는 끝내 챔피언이 되지 못한 사례도 허다하다.

실내경기라 좀 덜하단 차이는 있지만 공기저항에 영향을 받는 점에서 매스스타트나 사이클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에이스가 동료의 헌신으로 힘을 비축하고 승부처에서 단번에 결정짓는 형태의 전략이 유효하다. 따라서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선수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을 비난하긴 어렵다는 생각이다. 경기의 성격이 그러하기 때문에 비난하려면 경기 방식 자체를 비난해야 한다. 서울신문 기사는 그런 면에서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미켈 란다는 기꺼이 수년간 프룸의 도움선수로 희생했지만, 자신이 챔피언이 되고 싶다고 마음먹자 몸값을 높여 다른 팀으로 옮길 수 있었다. 프룸을 포함한 팀 동료들은 아쉬워하긴 했어도 미켈 란다의 선택을 따뜻하게 격려하고 응원해줬다. 그러나 특정 세력이 장악한 국가대표팀에서는 그런 장면이 불가능하다. 안현수처럼 다른 나라로 귀화하는 게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다른 대다수의 경주들처럼, 사이클 레이스 역시 패자에게 가혹하다. 스폿라이트는 우승자에게 집중된다. 성적지상주의도 만연해 있고, 그에 따른 도핑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하지만 금메달이란 결과에만 목을 매는 한국 빙상 국대팀과는 달리, 프로 사이클 레이스는 우승자가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관련단체, 선수, 업계 언론, 팬 모두가 '팀 스포츠'로서 도로자전거 경기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사이클은 우승 상금을 팀원 전원이 N분의 1로 공평하게 나누는 게 관례인 스포츠이고, 도메스티크에게도 명예가 확실히 주어지는 생태계다. 미켈 란다는 큰 대회 우승경력이 적지만 일류 도메스티크로 존중받았으며, 팀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갖고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 못따면 선수생명을 위협받는 한국 빙상 대표팀에서는 미켈 란다 같은 선수가 나오기 어렵다. 

사이클과 빙상 종목은 시장규모가 다르다. 그럼에도 한국 빙상 대표팀의 문제를 단지 '시장의 규모' 문제로 환원할 수는 없다. 사이클 레이스는 관련 산업의 크기나 유명세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영세한 스포츠다. 극소수 팀을 제외하면 일년 앞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며, 프로 사이클팀이 어지간한 아마추어 축구팀이나 실업 야구팀보다 돈이 없는 경우도 흔하다. 사이클만으로 먹고 사는 선수도 드물다. 대개는 따로 생업에 종사하면서 대회에 출전한다. 나는 한국 빙상 대표팀 문제가 성적지상주의'에만' 기인한다 보지도 않는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 역시 철저한 성적지상주의로 운영되어 왔지만 빙상연맹처럼 혼탁하지는 않다(고 알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에이스와 희생하는 선수로 역할이 분담되는 상황이 아니라, 그 분담 과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인가이다. 현시점의 경기력으로 팀내 역할이 투명하게 결정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팀의 역량을 높은 상태로 유지하며 세대교체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희생한 선수에게 어떻게 보상하고 또 에이스 도전 기회를 부여할 것인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은 이런 종류의 질문이 아닐까. (노파심에 덧붙여두자면, 이런 '능력주의적 강박'은 스포츠 영역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데엔 이유가 있다. 분명 한국 빙상연맹이란 생태계에는 특유의 조직구조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댓글 '12'

냉무

2018.03.03 15:44:40

뚜르 드 프랑스와 메스스타트를 비교하기 힘든게 뚜르 드 프랑스의 경우 팀부문도 팀원 9명 중 상위 3명 기록을 합산하여 시상합니다. 물론 개인 우승이 더 주목을 받긴 하지만 개인경기내에 팀경기가 녹아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승자독식구조인 매스스타트와 비교하는건 어렵지않나 싶습니다. 따라서 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에 팀기록을 통해 국가별 수상을 따로 하지 않는 이상 타종목과 형평성을 고려(예:군면제 및 연금은 제외되어야함)한 어떠한 보상이 주어진다해도 해당희생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는착각하에 역할을 나누어도 마찬가지입니다.(역할분배시 기록이 곧 올림픽 경기 당일의 기록이라 할 수 없기 때문에) 따라서 팀수상을 따로하지않는이상 매스스타트는 유시민씨 발언대로 올림픽 헌장에 따라 개인경기를 하는게 맞습니다. 글쓴이의 논리대로 보상이주어지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역할을 분배한다해서 옳은일이라면 쇼트트랙 결승에 두선수가 진출시 금메달을 위해 한선수가 고의로 넘어지는일 역시 괜찮지 않을까요?( 물론 이 경우 선발의 공정성이 아니라 해당 경기의 공정성이 문제되긴합니다. 하지만 넘어지면서 다른선수들을 휘말리게하는경우는 안보이나 실제로 두선수가 인코스아웃코스를막으며 경기하는경우는 옳다여겨지지않으나 존재함)

박권일

2018.03.03 21:34:54

투르 드 프랑스와 매스스타트가 당연히 '동일'하지는 않죠. 다만 유사하죠. 투르 드 프랑스는 본래 개인 경쟁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개인의 능력을 경쟁하는 대회입니다. 대회 공식 규정에도 이런 표현이 나오죠. "Depending on their individual speciality (flat, sprint, mountain, etc.) they will vie for stage wins and the honour of wearing distinctive jerseys."
(http://guide.letour-games.com/en/2017/ps4/letour )

옐로우 져지(마이요 존느), 그린 져지, 폴카닷 져지 등 투르 드 프랑스를 상징하는, 나아가 사이클이라는 스포츠 자체를 상징하는 져지들이 팀이 아니라 개인에게 주어지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냉무님은 "팀수상을 따로하지않는이상"이라고 지적하면서 팀 수상 여부를 가지고 판단하고 계시지만, 그리고 그것이 일리가 없지 않지만, 투르드프랑스에서 팀 전체에 주어지는 상은 사실 본상이라기보다 명예상 내지 공로상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본래 투르드프랑스에서는 팀 시상식 없었지요. 개인만 시상하다가 팀 상은 나중에 생겼습니다. 그것도 1961년까지는 개인이 속한 국가(프랑스, 이탈리아 같은)에게 팀 시상을 하다가, 196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팀'에게 시상을 시작했지요.

매스스타트가 신생종목이기에 앞으로 어떻게 룰이 바뀔지 알 수 없습니다. 투르 같은 형태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죠. 규정이 대폭 바뀔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한국팀이 현재 규정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전술을 사용했다고 볼 여지는 있죠.

덧붙여, 유시민 씨는 평소 '현실'을 강조하며 원론이나 원칙을 비웃기로 유명한 분인데, 이럴 때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갖다쓰시는군요. 이것이 정말로 올림픽 헌장을 위배한 중대한 잘못(인종차별 등등)이라면 IOC가 나서서 징계를 해야겠지요. 그들이 그렇게 할지, 이게 그 정도 사안일지에 대해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냉무

2018.03.06 02:59:50

네. 일리가없지않다면서 명예상이라고 하시는데 그 명예상이라도 있으니 동기부여요소가 있어서 팀경기를 할 수 있는거죠.

그리고 과거에는 팀수상이없었다?? 현재 팀수상이 있을때 팀동료 역할이야기하시면서 과거에는 팀수상이 없었다고 이야기하시는건 무슨 논리죠?

일리가 없지 않다 하시고 반박하는 모양의 글을 쓰셨지만 실제론 반박도 아니며 글쓴이 자신이 내세운 논리에 맞추려 과거에는 없었다고 말씀하시네요

그리고 제가 유시민씨 의견에 동의해서 글쓴이 글에 대해 지적한것인데 그 지적에 반론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제대로 된 답변이 없을뿐더러 단순히 본인의 주장이 정도가 아닌것 같으니 유시민씨는 이럴 때만 원론을 이야기한다고 폄하하는군요 원칙이 잘못되었으면 비웃더라도 맞는 원칙은 지켜야하는거아닌가요? 평소행실과 상관없이 해당 사안만 놓고 보아야지 평소행실 운운하시는거 잘못되었습니다.

징계할정도의 명확한 위배사안이 아니라고 회피하시는데 그러면 아이오씨가 징계하면 무조건 잘못이고 징계안하면 잘못이없는건가요? 우선 이 사안은 당연히 징계가 어렵겠죠 해당 헌장을 명확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사실이 중대 명백한지 밝히기 상당히 어려운 사안이니깐요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경기에서 우승을 위한 타 선수의 희생을 그냥 멋진경기로만 보아야할지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박권일

2018.03.06 13:44:51

1. "과거에는 팀수상이없었다?? 현재 팀수상이 있을때 팀동료 역할이야기하시면서 과거에는 팀수상이 없었다고 이야기하시는건 무슨 논리죠? 일리가 없지 않다 하시고 반박하는 모양의 글을 쓰셨지만 실제론 반박도 아니며 글쓴이 자신이 내세운 논리에 맞추려 과거에는 없었다고 말씀하시네요"->

팀 얘기는 님이 먼저 꺼낸 거죠. 나는 투르드프랑스는 원래 개인 경쟁과 개인 수상이 우선이고, 팀은 그것에 부차적인 성격임을 지적한 것이죠. 그나마 팀 수상이 부각된 건 더 최근의 일이라고 친절히 설명까지 한 것이고. 매스스타트든 투르드프랑스든 승자독식구조입니다. 기본적으로 개인이 다 먹는 거예요. 다만 경기과정에서 팀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상금도 나눠가지고 하는 게 관례가 된 것. 이게 '관례'라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개인이 혼자 다 먹어도 공식적으론 아무 문제 없다는 뜻이죠. 물론 매스스타트와 투르드프랑스가 '유사'하다는 것은 글자그대로 유사하다는 것이고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 문제는 개인경기 아니면 전부 팀경기,팀경기 아니면 개인경기라는 식의 이분법으로 볼 문제가 아닙니다. 개인이 우선이고 팀이 부수적인 성격이란 것이죠. 투르드프랑스는 100년 넘게 지속되면서는 팀이 점점 더 부각되어 왔던 것이고 매스스타트는 개인 경기지만 현규정에서는 같은 국가 선수가 올라올 경우 팀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 그 차이입니다. 이 차이에 대해서 나는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2. 유시민 씨가 말한 올림픽 헌장 운운하는 게 공허한 소리인 이유는 이 스포츠에 대한 이해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기 때문이예요. 저 아래 다른 댓글에서 말한 것이기도 한데, 매스스타트는 마라톤이나 일반 스피드스케이트처럼 기록 중시 경기가 아니라 순위경쟁에 초점이 맞춰진 경기이고, 한 국가, 한 팀에서 다수가 올라올 경우 희생-몰아주기 전략이 쓰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 그래서 투르드프랑스와 유사한 경기라고 말한 것이지요. 룰이 지금과 같다는 가정 하에서, 매스스타트 선수들이 유시민씨가 말하는 소위 올림픽 헌장을 위배하지 않으려면 참가 선수들이 전부 평등한 개인이며 누구도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사회적 진공상태에 놓여있어야 합니다. 그럴 경우 매스스타트 선수는 비록 같은 나라 같은 팀일지라도, 선후배 사이일지라도, 팀내 위상이 전혀 다를지라도 신경 1도 쓰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의 우승만을 위해 달리겠죠.

3. "개인경기에서 우승을 위한 타 선수의 희생을 그냥 멋진경기로만 보아야할지"-> 이런 말 한 적 없으니 글 다시 읽으세요.

이상!

냉무

2018.03.06 16:02:38

1. “팀 얘기는 님이 먼저 꺼낸 거죠”

->“팀의 한 사람이 결승선에 제일먼저 도착할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사이클 팀의 목표다.”라고 본인께서 먼저 말씀하셨죠.(물론 팀수상은 제가 먼저 이야기한 것이 맞으나 본인이 이야기하신 최근 선수들은 팀수상이 있을때여서 과거에는 없었다라는 말과 어긋나는 글이라고 지적한겁니다.) 그러면서 스케이트 맘의 폭로 우리아들은 이승훈의 탱크였다라는 기사에서 스케이트 국가대표팀 비판에 의문을 제시하셨습니다.

그런데 본인께서도 이해하셨듯 사이클과 매스스타트의 차이점은 사이클에서 팀이 점점 부각되면서 팀수상을 하듯 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수상까지 하는 대회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팀수상없이 개인수상만 하는 매스스타트에서 희생을 사이클에서의 희생을 통해 이야기하는 점은 잘못된 예를 들었다고 이야기 한 겁니다.

 

2. 유시민씨 이야기가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는것과 평소 원칙에 비판적인 사람이 이럴 때만 원론 찾는다는 이야기가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군요. 그리고 필자께서는 스포츠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 말씀하시는데 개인종목이어도 상황과 조건이 같은 스포츠는 거의 없습니다. 육상경기도 일반적으로 34번레인이 유리하며 수영도 가운데 레인이 가장 저항이 적습니다. 그리고 쇼트트렉도 개인종목인데 진공상태에서 할까요? 모두 가장 먼저 달리면 혹은 가장 밖에서 경기하면 그만큼 힘든 사실을 감안하면서 그 안에서 전략적으로 경기하는 겁니다. 쇼트트렉에서도 가장 먼저 달리면 저항이 크기 때문에 눈치 싸움을 하게 되며 수영도 안쪽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예선에서부터 앞선수들의 기록을 보며 시간을 조절합니다. 그리고 매 경기 선수들은 팀내 위상과 상관없이 오직 자기 자신의 우승만을 위해 경기하죠.

물론, 당장 우리나라에 메달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면 개인경기에서 상호간 그런 전략을 쓸 수도 있겠으나 썰전에서 유시민씨 발언은 개인경기에서 그렇게 한두명을 희생해서 까지 메달을 따고 그 희생과 팀경기였던 여자추월을 비교하면서 저게 바로 팀이다라고 하는게 과연 옳게만 볼 일인지 지적하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경기였기 때문에 팀으로써의 개인의 희생이 미화되는 것이 잘못된 일 아닌가라고요.

 

3. 그런 의미에서 박권일씨가 본문에서 스케이트맘의 폭로 기사 및 스케이트 국가대표팀 비판에 대한 의문 그리고 문제의 본질은 희생이 아니라 그 희생을 맡을 역할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뽑아야한다는 점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비추어 볼 때 개인경기에서 우승을 위한 타선수의 희생은 불가항력적인 당연한듯한 뉘앙스로 느껴져 그렇게 작성한 겁니다. 그게 멋진경기로만 보아야할지는 제가 덧붙인 이야기고요. 문제의 본질이 희생이 아니라 희생을 맡은 역할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뽑아야한다는 것 그게 정말 문제의 본질일지 저는 의문을 가지며 이상 글을 마칩니다.(저는 글로 밥먹고사는 사람이 아니니 다소 글이 이해하기 힘드시더라도 잘봐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박권일

2018.03.06 23:03:07

견적이 안나오지만 다시 차근차근 설명드리겠습니다. 애당초 내가 썼던 블로그 글은 "개인 경쟁인데 한명이 희생하는 대신 다른 한명이 성과를 독차지 했잖아. 그건 나빠!" 라는 반응에 대해서 '틀렸다'고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내가 썼던 블로그 글은 '금메달 따기 위해서 희생할 수도 있는 거지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주장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쪽으로 몰아갔던 것은 블로그 글에는 등장하지조차 않은 유시민 얘길 꺼낸 댓글이었지요.

블로그 글의 논지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대략 다음과 같죠. '이번 매스스타트 결승전의 경우, 무조건 이승훈과 빙상연맹을 파렴치하다고 비난하기 어렵다, 다른 측면들도 종합적으로 보아야 한다. 이승훈-빙상연맹만을 지탄하는 것은 그런 행동을 하게 유도한 다른 '구조적 유인'들이 있음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그 구조적 유인들에 대해 논하지 않으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구조적 유인에 해당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매스스타트라는 종목은 개인경쟁을 표방한다. 하지만 현재 규정대로라면 같은 국가에서 두 명이상 경기에 참가할 경우, 한 명이 희생하며 팀플레이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지는 경기다. 에이스-도메스티크 전략이 절대적으로 유효한 투르드프랑스와 유사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한국팀은 결승에 두 명이 올라갔다. 그 중 한명은 매스스타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빙상스타이고, 한명은 그에 비하면 신진급 선수였다. (구조적 유인요소 1)

둘째, 한국사회는 금메달 개수로 국가순위를 정하고 그걸 올림픽 기간 내내 언론이 떠들어대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다. 한 마디로 '올림픽 금메달에 환장하는 사회'다.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일 경우, 해당 선수는 물론 관련 단체까지 엄청난 사회적 압력을 받는다. (구조적 유인요소 2)

셋째, 금메달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선수에게 별다른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반면에, 희생하지 않을 경우 그 선수가 받아야할 불이익은 상당 수준으로 예측된다. 빙상연맹의 전력과 한국 빙상계 상황은 그 예측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구조적 유인요소 3)

구조적 유인요소 1, 2, 3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이라면, 사실 이번에 우리가 목격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굉장히 높아지죠. '올림픽 헌장' 같은 소리해봐야, 현장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경기하고 경기운영하는 사람들한테는 뜬구름잡는 소리일 뿐입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잘했다는 소리가 아니라, 그런 모습이 연출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놓고서 고고한 소리나 하면서 비난하는 것은 좀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거죠. 게다가 올림픽 헌장에 따르면 저기 구조적 유인요소 2에 해당하는 것은 제 6조 1항에 완전히 위배되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 유시민씨가 매스스타트 사태만큼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었던가요? 올림픽 헌장 제 6조 1항: 올림픽 경기는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한) 선수들 간의 경쟁이다.

성선설을 믿는 원리원칙주의자라면 그래도 이해의 여지는 있죠. "그래도 선의를 가지고 노력하고 원칙과 도리는 지켜야지!"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유시민씨는 그 반대편 어딘가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정치 할 때도 이 양반은 자기보다 원칙적인 이야기 하는 좌파 정치세력한테 비현실적이라는둥 거기 찍으면 사표라는 둥 혼자 현실주의자 행세 다하던 양반이었는데 올림픽헌장 같은 걸 들고나와서 원칙 운운하니까, 보는 내가 참 민망한 것이죠.

아무튼 유시민 씨 얘기는 내가 꺼낸 것도 아니고, 뭐라 떠들든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일어난 사태에는 그렇게 될만한 구조적 유인요소들이 꽤 많았다는 것입니다. 개인들을 비난하고 욕해봐야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죠. 매스스타트 규정이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일 테고, 그렇다면 만약 다음번에 결승에 두 명 이상 올라갈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겠지요. 개인전이니 그냥 각개전투하고 각자도생하자? 메달 못따고 선수들도 실망하고 좌절하게 될 확률이 높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대안을 고려해야죠. 블로그 글에는 그 얘기도 포함되었죠.

그리고 이건 추신이랄까 보론.

'단체전'이라고 공식화되지 않은 개인 경주에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합니다.

a) 시간기록을 견주어 개인순위를 가리지만 경로를 구분하는 등 가능한 상호 영향을 가급적 최소화하며 팀플레이 여지가 거의 없는(은 없애고자 하는) 케이스.
예) 일반적 스피드 스케이팅, 수영 등 대다수 기록경쟁 개인전.

b) 시간기록이 중시되며 개인 순위를 가리고 팀플레이의 여지가 있으나 경기결과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케이스.
예) 마라톤 등의 경우.

c) 선착순으로 개인 순위를 가리고 팀플레이(가 가능할 경우) 영향이 큰 케이스. 시간기록은 덜 중시됨.
예) 투르드프랑스, 기타 프로페셔널 레이스 스포츠 등

d) 선착순으로 개인 순위를 가리고 팀플레이 영향이 크지 않거나 규정에 의해 제한되는 방식. 시간기록은 덜 중시됨
예) 쇼트트랙 등

매스스타트는 여기서 c) 유형에 가깝고, 개인간 담합 등 팀플레이를 제한하는 규정도 없기 때문에 투르드 프랑스와 유사하죠. 투르드프랑스는 소속팀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어웨이 그룹 내에서도 얼마든지 각자 다른 팀 소속 개인들이 일시적 담합을 통해 유리한 레이스를 펼치는 게 가능하고, 또 활발히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님은 "팀수상없이 개인수상만 하는 매스스타트에서 희생을 사이클에서의 희생을 통해 이야기하는 점은 잘못된 예를 들었다"는 지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투르드프랑스에서 팀상은 첫째, 개인상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비중이라는 것, 둘째, 팀상이 우승 도움선수나 우승자가 속한 팀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기준으로 선정된다는 것 등에 비추어볼 때, 적절한 반박이 될 수 없습니다. 팀상은 우승에 기여했다는 이유에서만 주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희생선수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2015년 투르드프랑스 우승자는 팀 스카이 소속 크리스 프룸이지만, 우승팀은 모비스타 팀이었죠.

기록 중시 레이스와 순위 중시 레이스의 상대적 차이도 중요한 지점이죠. 이게 큰 전략의 차이를 가져오거든요. 물론 기록 중시 레이스라도 배정된 코스마다 조금씩 유불리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걸 최소화하려고 노력합니다. 반면 순위 중심 레이스는 상대적으로 그런 노력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훨씬 덜하지요.

냉무

2018.03.07 14:57:41

정말 견적을 못 내시네요. 저도 글의 논지는 매스스타트와 사이클인 뚜르 드 프랑스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거였습니다. 해당 사안에 관하여 사이클을 통한 예시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린건데 그거하나를 인정 못하셔서 엄청난 아집을 부리시네요. 글쓰는 재주도 부족하고 논지해석도 부족하며 고집만 쎄시군요.

 

유시민씨 이야기는 제가 꺼냈지만 헌장에 따라야 한다는 유시민씨 의견이 맞다는 것이었을 뿐입니다. 근데 해당 의견이 아닌 유시민씨 평소 언행을 말씀하시는건 논리적인 글을 쓰셔야 하는 분이 맞나 모르겠네요

 

팀 수상이 우승에 기여했다고 주어지는 상이 아닌 점은 맞습니다. 상위 세명의 기록을 측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9명이 한팀으로 출전하여 상위 세 명이 좋은 기록을 노리는 동기부여가 되지요. 개인 우승을 위해서도 반드시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6명의 희생이 따를뿐더러 상위 세명이라하더라도 우승1명을 위해 2명은 경기 막판까지 상위권에서 달리면서 희생을 해야하죠.그렇기 때문에 막판까지 우승을 견인하도록 도움을 준 인원이 있는 팀일수록 개인 우승을 다툼니다. 따라서 상위 세 명의 기록으로 팀수상을 하면 희생된 6명도 그리고 개인수상을 한 인원 외의 인원들 모두 어느정도의 보상이 되는것입니다.

2015년을 예로 드셨는데 2017년을 예로 못드신 것은 2017년은 팀수상과 개인수상이 같은 팀이기 때문이죠. 팀수상이 개인수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경기막판은 희생한 선수들외에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간 개인 능력으로 결정지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팀수상이 의미 있는건 그만큼 끝까지 도움을 준팀이어야 개인 우승이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015년은 물론! 2016년 2017년 모두 개인순위 3등 안에 든 사람의 팀에서 팀수상이 이루어 졌습니다. 특히나 예로 드신 2015년은 팀수상을 한 모비스타팀이 개인 2위 3위를 하였죠.

 

그냥 예가 잘못되었던 점 인정하셨으면 되는 일인데 그걸 계속 지키시려는 아집 때문에 사이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시면서 끝까지 우기시지 말길 바랍니다.

덧붙여 해당 블로그는 기사에서 잘못된 점이 있는 것 같아 우연치 않게 들어오게 되었지만 글쓴이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되시면서 칼럼을 쓰고 계시다니 정말 이런 우연이 아니고서는 다신 들어올일이 없겠군요. 다시 댓글을 다시는건 자유이시나 전 이제 안들어올 예정이라 보지 않을 테니 괜한 수고하시지 말길 바랍니다.

박권일

2018.03.04 03:20:11

다음은 관련해 제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

중앙일보에 이어 한겨레 토요판에서도 파벨라에 실린 내 글을 인용해 기사를 썼다. 사안의 중요도에 비해 이상하게 인기가 있는데, 이유는 빤하다. 논쟁적인 이슈이기 때문이다.(라고 쓰고 어그로를 끈다고 읽는다).

중앙일보와 달리 이번에 기사를 작성한 한겨레 박세회 기자는 내게 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물어봤고 몇 가지 답변을 했다. 물론 이 한겨레 기사를 가지고도 나는 빙상연맹 실드 쳤다고 까였는데, 뭐 그건 예상한 바였으니 그렇다 치자.

이건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매스스타트의 경기방식과 한국사회라는 배경이 합쳐지면, 이번과 같은 일은 거의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금메달 하나하나에 전국민이 환호열광하며 금메달 개수로 세계 각국을 일렬로 줄세우는 걸 당연시하는 대한민국에서, 대표팀은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하므로 경기규정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이승훈과 같은 방식으로 우승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레이스에서 속도가 빨라지면 질수록 공기저항이란 요소는 점점 더 치명적이게 되고, 그럴 때 도움선수의 존재는 결정적이다. 이번 이승훈과 같은 전술은 너무나 효과적이기 때문에 매스스타트의 경기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한국팀만이 아니라 다른 팀도 조건이 된다면 이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물론 그런 방식이 썩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원인을 전부 빙상연맹의 간악무도함으로 몰아가는 것은 오히려 빙상연맹이 실제로 잘못한 게 무엇인지를 은폐하는 효과를 낸다. 이승훈이 그런 전략을 쓰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으며, 그중에선 매스스타트의 종목적 특성도 한몫 했다. 도움선수가 희생해 에이스를 우승시킨다는 점은 투르드프랑스와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나 투르드프랑스에서 도움선수는 우승선수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보상을 얻는다는 점이 매스스타트와 다르다.

가장 '공정'한 해법은,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을 낮추면서 아무도 남을 돕지 않고 각자도생 경기하는 것이다. 아니면 도움선수의 희생을 유도하는 매스스타트 경기를 보이코트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두 가지 해법은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한다. 무의미한 가정이기에 블로그에도 쓰지 않았다. 이 해법을 택하지 않는다면 관건은, '사실상 팀플을 할수밖에 없는 개인전'에서 발생하는 부조리함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블로그에 썼다.

유시민 씨는 '썰전'에서 매스스타트 대표팀 결승 경기를 두고 올림픽 헌장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분개했다고 한다. 그는 평소 '현실'을 강조하며 원론이나 원칙을 비웃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이럴 때는 올림픽 헌장 운운하며 원론적인 이야기를 갖다쓰고 있다. 한국팀이 정말로 올림픽 헌장을 위배한 중대한 잘못(인종차별 등등에 준하는)을 저질렀다면 IOC가 나서서 징계를 해야할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할지, 이게 그 정도 사안일지에 대해 나는 좀 회의적이다.

따지고보면 올림픽 헌장에 가장 노골적으로 어긋나는 짓은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특기였던 어떤 짓, 즉 금메달 개수를 집계해 국가별로 순위를 매겨 공표하고 일희일비하는 행태다. 올림픽 헌장 중 올림픽 대회의 성격을 규정한 6조 1항은 올림픽 경기가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개인전 단체전을 통한) 선수들 간의 경쟁이라 명시하고 있다.


한겨레 기사
http://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834450.html?_fr=mt2

파벨라 블로그 글
http://fabella.kr/xe/blog2/83052

TDF

2018.03.04 10:55:28

오렌지하고 사과를 비교하는 격입니다. 투르드프랑스는 팀을 조직할 때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선수들을 영입합니다. 리더인 팀의 1번은 전천후형 (타임트라이얼도 꽤 잘하고 마운틴스테이지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그 다음 두세명의 선수들은 21일의 대회 동안 리더를 잘 따라갈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외 선수들은 각자 팀내의 역할이 있습니다. 물도 차에서 받아서 전달해줘야 하고, 평지 구간에서는 스프린트 전문이 앞서고 산악구간에서는 그걸 잘하는 선수들이 나서는 등의 역할이 있는데 이런 팀플레이를 가지고 매스스타트하고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투르드프랑스에 참가한 선수들이 순위라는 동일한 목표를 목적으로 참가하는 대회가 아닙니다. 하지만 매스스타트는 참가선수가 이와는 다르게 순위를 다투기 위해 참가한 겁니다.
제대로 비교하려면 올림픽에서 사이클 도로경기나 마라톤일텐데 이런 데에서는 페이서가 없습니다.
물론 뉴욕마라톤, 런던마라톤, 베를린마라톤 같은 데에서는 페이서를 대회주최측에서 고용해서 기록을 단축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페이서들은 자신이 맡은 구간까지만 책임을 지고 일정거리에서 달리기를 멈춥니다.
현재의 구분 상 팀경기가 아닌 종목에서 팀플레이를 한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투르드프랑스를 예로 든건, 문제지적을 흐리는 '비열한' 예시제기입니다. 전혀 상관없는 걸로 비난하기....

박권일

2018.03.04 12:08:56

"현재의 구분 상 팀경기가 아닌 종목에서 팀플레이를 한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투르드프랑스를 예로 든건, 문제지적을 흐리는 '비열한' 예시제기입니다. 전혀 상관없는 걸로 비난하기..."라고 하셨네요.

'비열하다'는 말은 수긍 못하겠군요. 또 저는 저 글에서 뭘 "비난"한 적이 없습니다. 문제의 다른 측면을 지적했을 뿐이지요. 물론 결론부에서 시사한 것처럼 혼탁한 빙상연맹에 비판적이긴 합니다만, '비판을 하더라도 정확히 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님이 말한 "오렌지하고 사과를 비교하는 격"이라는 주장은 참으로 적확하네요!

"비열한" 반면 논리적 사고가 다소 안되는 님과 같은 분들은 인신공격을 하면서도 상대방의 논지를 오히려 강화해버리는 짓을 종종 하지요. 맞습니다. 투르드프랑스와 매스스타트를 비교하는 것은 오렌지하고 사과를 비교한 것이죠. 사과와 사과를 비교하거나 오렌지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처럼 완전히 동일한 것끼리 비교하는 것은 주로 분류(크기별, 산지별, 당도별...)를 위한 것이지, 어떤 사안에서 공통점과 차이를 끌어내는 지적 작업을 위해서가 아니죠.

바로 그렇기에 오렌지와 사과의 비교가 의미 있지요. 오렌지와 사과는 '과일'이라는 종적 동일성을 지니지만 맛과 향과 텍스쳐가 서로 다르니까요. 만약 '오렌지'와 '필통' 혹은 '사과'와 '자동차'를 비교했다면, 그건 말이 안되는 것이겠습니다. 하지만 투르드프랑스와 매스스타트를 오렌지와 사과에 대응시키는 것은 정말로 말이 됩니다!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좋은 요약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TDF

2018.03.04 13:29:53

제대로 비교하려면 마라톤하고 했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매스스타트: 국가에서 복수의 선수가 출전해서 경기를 할 수 있다. 물론 한명만 올라간 국가도 있고.
올림픽 마라톤: 대체로 세명의 선수가 출전해서 경기를 한다. 물론 한명만 올라간 국가도 있고.
둘다 철저한 순위경쟁이다.
리우올림픽 여자마라톤의 경우 미국출전선수 중 샐라한하고 에이미하고 꽤 긴거리를 같이 뛰었다. 하지만 누가 누구의 페이서를 한게 아니다. 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 케냐, 에티오피아 등등 마찬가지....

개인간 순위를 매기는 종목에서 복수의 같은 국가,단체의 선수들이 출전했다고 해서 한명은 사는 패, 다른 선수들은 죽는 패로 미리 정해놓고 경기를 시키는 걸 지적한 유시민씨의 논지에, 적절치도 않은 예를 대놓고는 '이런 면은 못 봤지?'하는 모양새가 딱하다는 말입니다. 왜 매스스타, 팀플을 해야 메달 가능성을 높인다... 그럼 마라톤은? 결국 당일 몸상태가 좋고 치고나갈 충분한 기량이 있다면 참가선수 누구라도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해야 합니다.
결국은 자신의 논리를 위해서 순위경쟁은 하는데 팀플하고 리더가 1등 시키는게 목표고 다른 팀원들은 기량이 있어도 팀 리더를 넘어서면 안되는 '불문율'이 있는 투르드프랑스를 가져다 유시민씨가 지적한 부분을 비판하면 되겠다하는 이런 생각이 보입니다.
내가 한 얘기가 댁의 논지를 강화해줬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셈치죠.
3주간이나 진행되는 투르드프랑스하고 비교하는 무리수는 차치하고...

박권일

2018.03.04 13:51:43

1. 애초 블로그 글의 주제가 유시민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네요. 유시민씨 얘기는 블로그 본문이 아니라 댓글에서 어떤 분이 꺼냈습니다. 저는 유시민 씨 평소 발언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줄도 몰랐지요. 댓글에서 보고 그제서야 확인한 것. 실제로 블로그 본문에는 유시민의 유자도, 썰전의 썰자도 없음. 따라서 "유시민 씨의 논지에 적절치도 않은 예를 대놓고는"이라는 말은 시간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성립불가능한 주장.

2. 자꾸 "제대로 비교하려면 매스스타트를 마라톤이랑 비교해야한다" 운운해서 한 마디. 마라톤은 순위경쟁이지만 그 이전에 기록이 매우 중요한 기록경기입니다. 과거 2시간 10분대를 깨느냐 마느냐가 전세계 초미의 관심사였을 정도로 기록이 중요한 종목이고, 그렇기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팀플을 하는 것에 한계가 명확. 스피드 스케이트가 쇼트트랙이나 매스스타트와 달리 주행경로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도 기록이 매우 중요한 기록경기기 때문. 마라톤, 스피드 스케이트 중계에서 해설자가 계속 기록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 때문. 따라서 매스스타트, 투르드프랑스 등과는 전혀 다름. 투르드프랑스, 매스스타트는 속도경기이므로 기록을 재지만, 어디까지나 순위가 중요하죠. 기록은 사실 대부분 신경도 안씁니다. 왜? 기본적으로 기록경신을 중점으로 하는 경기가 아닌 순위경쟁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결정적 차이.

3. 근거와 논리를 견주기 전에 이죽거리기부터 하는 버릇, 별로 안좋아요. 제대로 된 토론을 원한다면 반성하고 고치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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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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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인사이드 주식 갤러리를 흔히 ‘주갤’, 유저들은 ‘주갤러’라 부른다. 주식시장이란 게 세상 온갖 일에 영향을 받곤 하는지라, 주갤러들은 세상사에 관심이 많다. 물론 아는 게 많다고 주식으로 돈을 번단 보장은 없다. “주식만 빼고 다 잘하는 주갤러”란 말이 나온 이유다. 아무튼 그 주갤러가 또 한 번 주가를 올린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2차 청문회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영선 의원이 김기춘의 위증을 밝혀냈는데 그 과정에서 주갤러의 제보가 결...

'시민의회' 메모 file [1]

  • 2016-12-11
  • 조회 수 3259

시민의회라는 것을 명망가들이 제안했고, 거기에 대한 반발이 거센 모양이다. 그분들의 선의를 의심하진 않는다. 진심으로 뭔가 좋게 만들어보려고 일을 추진했을 것이다. 난 오히려 시민의회 주장보다 그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순수시민'에 대한 저 집요한 강박이 더 문제적이고 징후적이라 생각한다. 물론 시민의회 비판이 전부 진의를 의심하기에 나온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 같은 형태의 시민의회에 회의적인 이유 또한 그것이 '불순'하다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것이 기성질서에 대한 순종에서 나온 발상이기 때문이다. 그들...

전선은 심화되어야 한다 file [2]

  • 2016-11-22
  • 조회 수 20571

사퇴와 탄핵, 투 트랙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합의했고 실제 그렇게 흘러왔다. 대통령은 자리에서 스스로는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사퇴 압박은 계속되어야 하고 아마 그리될 것이다. 의회의 탄핵 움직임도 하나씩 진행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현실권력으로서 박근혜는 이미 끝났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 대한민국’이라는 전선의 효용은 거기까지다. 그 구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얼추 다 했거나 지금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 방금 나는 ‘확대’라고 썼는데, 이는 박근혜와 측근 몇몇...

마법에 걸린 신체, 재주술화하는 주체 file

  • 2016-11-13
  • 조회 수 3647

재주술화(reenchantment)는 글자그대로 다시 주술화되었다는 말이다. 베버에게서 시작된 '주술화/탈주술화/재주술화'라는 말에 영감을 얻은 후대의 학자들은 적지 않다. '일상의 사회학'을 주창한 마페졸리도 있고 미학이란 맥락에서 이 개념을 참고했던 벤야민도 있다. 이 글은 그러나 그들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베버에게 근대란 합리성의 지배이자 탈주술화의 세계이지만 그가 재주술화를 배척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탈주술화한 세계를 전혀 믿지 않는 신앙인이 현대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에 깊은 흥미를 ...

최순실 게이트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file

  • 2016-10-26
  • 조회 수 671

0.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 그리고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 자(들)를 권좌 밖으로 쫓아내야 한다. 1. 탄핵은 의회가 한다. 사퇴 또는 하야는 대통령이 한다. 형식이 그렇단 거고, 그걸 압박하는 건 시민이다. 탄핵과 하야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투트랙으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2. 대통령 쫒아내면 권력공백을 어찌하냐고? 중립내각 구성하면 된다. 이런 일이 일상적이진 않지만 드문 일도 아니다. 군사 쿠데타 따위보다 훨씬 민주적이며 안정적인 절차다. 3. 여기까지 진행되면 조기대선이 필수적이...

강남 살인사건에 관한 짧은 메모 file

  • 2016-05-21
  • 조회 수 2034

1. 언젠가 파벨라에서 간략히 비판한 적이 있는 시사인 기사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의 탄생'을 우연히 오늘 다시 읽었다. 진화심리학, 게리 베커류 경제선택 환원주의, 남녀성비 등으로 젠더 적대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허술하고 위험천만한지 새삼 깨닫는다. 본래 명쾌해 보이는 설명일수록 구멍이 많은 법이다. ( 참고: http://fabella.kr/xe/blog2/62184 ) 2. 여성은 가장 눈에 잘 띠는 약자이기에 가장 많이 학대받는다. 한편으로 여성은 노인과 유아처럼 철저히 무력한 약자는 아니라는 점 때문에, 즉 가해자의 죄의식을 경감...

재반론: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들 file [1]

  • 2016-04-23
  • 조회 수 2370

0. "조롱"에 대해 "박권일 선생은 드물게도 내 글에서 조롱의 뉘앙스를 느낀 독자다" 글에서 조롱의 뉘앙스를 느꼈다고 쓴 기억은 없다. 나는 이렇게 썼다. "손이상 씨의 글은, '0.38% 지지율의 동호회 정당'을 마음껏 조롱하고 싶은 이들에게 마침맞은 핑계를 제공해준 것 같다." 조롱하고 싶은 사람에게 핑계를 제공해주는 것과 조롱하는 건 다른 행위다. 손이상 씨의 글을 정말 조롱이라 느꼈다면, 혹은 손이상 씨를 정치적 적대자라 여겼다면, 내 대응방식은 조금 더 혹독했을 게다. "호된 질책은 고맙지만"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당혹...

진보정당의 정체성 아노미? 손이상씨의 페이스북 글에 부쳐 file

  • 2016-04-22
  • 조회 수 1722

난 요즘 노동당이 하는 짓 열에 여덟, 아홉은 마음에 안든다(안간힘을 다해 점잖게 표현한 거다). 이에 대해 말할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손이상씨의 글을 보면 내 고민은 사치스러운 것이었다. 그의 글이 진보정당의 맹점을 날카롭게 짚어주어서? 반대다. 아주 기본적인 지점에서부터 틀렸기 때문이다. 댓글들,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을 보니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다. 진보정당이 계속 망하는 덴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스스로의 무능과 분열이 첫째 이유고, 기성정당과 제도적 장벽이 둘째 이유고, 정당정치에 대한 사람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