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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영의 소돔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1 2017-10-13 08:01

    영화 <박열>을 보고 가네코 후미코에게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 동안 잘 몰랐다는 생각에 빨리 알아서 스스로 이 민망함을 지우자는 조급함도 있었다. 책을 찾아 보니 세 종류가 있다. 하나는 가네코 후미코가 쓴 옥중수기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학자 야마다 쇼지가 쓴 평전 <가네코 후미코>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저자가 박열과 후미코 두 사람을 함께 다룬 책이 있었는데 이는 영화 개봉과 비슷한 시점에 출간되었다. 평전과 함께 옥중수기를 읽으려고 보니 옥중수기가 무려 세 종류였다. 이 중 두 종류는 영화보다 한참 전인 2...

  • 이라영의 소돔 '윈드 리버' : 동물과 여성, 그리고 초월적 사냥꾼 1 2017-10-07 02:29

    * 스포일러 있음. 잭슨 폴락의 고향, 와이오밍은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주지만 황량하다기보다는 차라리 역동적이다. 와이오밍이라는 보수적이며 야생적인 지역을 중심으로 동성애, 살인사건, 약물중독 등을 다룬 애니 프루의 단편집 <브로크백 마운틴>은 이 와이오밍의 지역성을 소설의 중심에 놓은 작품이다. 애니 프루는 <브로크백 마운틴> 이후로도 ‘와이오밍 이야기’를 단편으로 꾸준히 썼다. 와이오밍은 지리적 관점에서 이야기 생산을 자극하는 지역이다. 주로 평원이 펼쳐진 중서부에 비하면 로키 산맥이 뻗어있는 와이오밍...

  • 은유의 파르헤시아 나쁜 어른으로 오래 늙지 않으려면 2017-09-26 13:44

    몇 해 전 추석을 앞두고 외숙모에게 전화가 왔다. 나이 들어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음식 장만이 힘들다며 추석은 쉬고 설날에만 오면 어떻겠냐고 주저주저 운을 뗐다. 그간 매년 명절에 아버지를 모시고 외가에 갔었고 숙모는 20인분 가량 친지의 식사를 준비하곤 했다. 특히 엄마가 돌아가신 후엔 우리 가족을 각별히 챙겼다. 명절상에 특별요리를 더한 상차림이 예순을 넘긴 숙모에겐 고단한 노동이었을 텐데 미리 헤아려드리지 못해 너무도 죄송했다.   아버지에게 외숙모의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숟가락 몇 개 놓는 건데”라며 표정이 ...

  • 이재훈의 낭인낭설 “아빠는 ‘옳은 일’ 했는데 왜 감옥에 갔을까요” 2017-09-25 16:29

    8년 싸운 해고자 아들의 눈으로 본 세상, 다큐 〈안녕 히어로〉 ‘산 자’이면서 ‘죽은 자’들의 구렁텅이에 함께 뛰어든 사람들이 있었다. 눈 한 번 질끈 감고 외면했다면 7년 동안 고통 없이 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그들에게 틈입되지 않는 이야기다. 2009년 쌍용자동차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2646명의 구조조정을 노동조합에 통보했을 때, 김정운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었다. ‘산 자’로 불렸다. 하지만 김정운은 ‘죽은 자’들과 함께 옥쇄파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해고 노동자가 되어 꼬박 7년 8개월 동안 거리에서 투쟁했다. 옥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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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원의 큐레이팅 비평 깊이의 허영 리얼리즘 변종현실 2017-09-17 15:39

    1 변종현실   제1의 리얼리티가 있다. 제1의 리얼리티는 제1의 리얼리티를 숙주로 한 기생 리얼리티와 그 변종을 무한증식한다. 리얼리티가 무한증식하는 줄기는 의식상에서의 범주에서이다. 그리고 숙주리얼리티 변종들 바이러스는 의식 내부로 파고든다는 항상성을 지녀서 겉으로는 가시화되지 않는다. 의식 내부로 파고든...

  • 이라영의 소돔 여성의 액체를 말하라 6 2017-09-07 01:31

    작가 Sarah Levy가 자신의 생리혈로 그린 도널드 트럼프 초상 그레타 거윅의 연기가 만개하는 <20세기 여성들>. (왜 한국 제목은 <우리의 20세기>인가) 애비(그레타 거윅)는 손님들과 함께 앉은 식탁에서 “나 생리중이야”라고 말하며 ‘월경menstruation’이라는 단어를 또렷하게 내뱉는다. 영화 속 배경은 79년. 당시 20대인...

  • 자유세계의 지도자 덩케르크: 파국을 앞둔 자유주의의 오늘 2017-08-13 09:45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는 작가주의 영화와 같은 외관을 하고 있다. “왜 영화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상에 소리를 결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것은 플롯이다. 소설과 비교하자면 영화는 경험, 즉 ‘느끼는 것’을 통해 ‘읽는 것’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

  • 이택광의 세상읽기 청문회와 '문자폭탄' 2017-07-20 11:38

    최근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알렌카 주판치치는 자신의 짧은 에세이에서 이탈로 스베보의 소설 <제노의 양심>에 등장하는 애연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애연가는 언제든지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계속 담배를 피운다. 애연가의 ‘양심’에 비추어본다면, “담배를 끊는다”는 그의 진술은 담배를 끊지 못...

  • 은유의 파르헤시아 알려주지 않으면 그 이유를 모르시겠어요? 2017-07-20 10:49

    민지(가명)는 수업시간에 자주 엎드렸다. 의견을 물어도 묵묵부답.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하지 않으니 더는 말을 시키지 않았다. 물잔처럼 놓여있던 민지는 할 말이 생각나면 남의 말을 끊고 불쑥 끼어들었다. 주장도 의견도 아닌 그 파편적인 말들을 나는 팔뚝에 튄 물방울 닦듯 무심히 대꾸하거나 못 들은 척 ...

  • 자유세계의 지도자 지젝의 글에 덧붙임 2017-07-10 22:09

    코빈의 교훈: 진짜 도덕적 다수가 좌파라면 어쩔 것인가? 1. 정치인들이 스스로 믿지 않는 것을 말하며 사람들의 불신을 활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는 세태, 그리고 다들 “으레 그러리라”고 믿으며 신념을 도구화하는 일상에 대한 생각은 ‘냉소사회’라는 책에 썼다. 오늘날 이런 현상의 유력한 매개체는 인터넷, 특히 SNS이다...